위험한 관계
피에르 쇼데르로스 드 라클로 지음, 박인철 옮김 / 문학사상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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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의 [위험한 관계]를, 이 소설을 바탕으로 해서 만든 영화 중에 가장 좋아한다. [위험한 관계]는 [발몽]보다 품격있어보였고(글렌 클로즈와 존 말코비치라는 두 훌륭한 배우의 덕분에), 현대물로 번안한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보다는 훨씬 잘 만들어진 영화였다. [위험한 관계]를 특별히 좋아한 이유는 디테일한 묘사(특히 의상이나 배경 등) 덕분이기도 했다. 하여간 이 영화가 좋아서,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던 친구가 비디오 테이프를 처분할 때 이걸 구입하기도 했었다(좀 희귀한 테이프라 해서 2만원이 넘는 돈을 주었었다).

그러나 [스캔들] 개봉 후 소설로 번역되어 나온 것을 보았을 때 굳이 읽을 생각은 들지 않았었다. 이것이 18세기에 출판되었을 때, 문학성을 고려하고 쓰여진 책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덕적인 결말로 치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등장인물들의 문란한 사생활을 자세히 묘사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은밀한 즐거움을 주려는 책이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대형서점에 가서 슬쩍 책장을 들쳐보았을 때, 이것이 서간체 소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프리어스의 영화에서도 편지는 무척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그렇다고 이 소설이 서간체 소설이라는 점은 몰랐기 때문에 당장에 흥미도가 상승했다. 결국 책을 주문해서 읽기 시작했다.

읽고난 후의 소감은, 첫째, 정말 영화화를 잘했구나 하는 것이다. 영화와 가장 다른 점은 좀더 여러 등장인물의 편지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인물과 사건들은 다 망라되어 있다. 두번째의 소감은, 역시 영화가 더 재미있다, 라는 것이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보통 '잘 만들었네'라는 정도의 평가만 받아도 성공이라 하는데, 이 소설의 경우는 영화가 훨씬 더 재미 있었다. 이것은 물론, 내가 20세기(21세기?)의 독자이기 때문이다.

장황하고 별스러운 편지의 어투도, 그 세세한 묘사도, 하도 꼬아져 있어서 원뜻을 알기 힘든 말투도 당시의 독자들에게는 무척이나 흥미로운 것이었으리라. 하지만 지금의 독자가 읽기에는 편지로만 이루어진 이 소설이 지나치게 길다. (이렇게 편지를 써대다가는 편지를 쓰고 나서는 잘 시간 밖에 안 남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약간 지겹다. 그래도 뒷부분, 그러니까 메르테유 후작 부인과 발몽이 전쟁을 선포하고 나서, 트루벨 법원장 부인이 수녀원으로 가고 나서의 진행은 긴박해서 책장이 쓱쓱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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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haGreen 2004-08-08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루벨 법원장 부인이 아니라 세실이 수녀원으로 갔었죠. 트루벨 법원장 부인은 쇼크로 인해 앓다가 죽었구요.

melory 2004-08-10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루벨 법원장 부인은 발몽에게 배신당한 후 수녀원으로 가서 그곳에서 앓다가 죽습니다. 489페이지를 보세요. 물론 세실도 나중에 수녀원으로 가서 수녀가 됩니다만...

IshaGreen 2004-08-10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수녀원으로 갔다고 쓰신 것을 수녀가 되었다는 것으로 이해해버렸군요. 수녀원에 가도 수녀는 아닐 수 있는 것을...-_-; 제가 실수했군요 하하..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