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린 14초(혹은 12초?) 속에 어떤 내용이 들어 있길래 제한상영가를 받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들었던 것처럼 눈가리고 보지 말아야 할만큼 잔인한 장면은 없었다. 세상에 끔찍한 영화가 얼마나 많은데 뭐 이 정도를 가지고.

[킬빌]은 정말 엄청나게 재미있다는 말 외에 다른 생각이 안 나는 영화다. 두시간 정도 되는 상영시간 동안 영화가 좀더 지속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났을 때 영화를 보는 동안 2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만큼 보는 내내 즐겁기도 했다. 두 시간이 그만큼 꽉 차있는 듯 느껴졌다는 얘기다.

온갖 레퍼런스들이 포함되어 있는 이 영화를 보면 퀜틴 타란티노는 언제나 회자되듯 대단한 영화광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모든 영화광이 이처럼 재미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은 아니다.
그의 취향은 대중적이면서도 독창적이고, 범인의 상상력을 넘어서면서도 그들의 시선을 자신의 수준까지 끌어올린다.
또한 언제나 그렇듯이 이 영화에 사용된 음악들도 꼭 OST를 소장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다. [저수지의 개들]이나 [펄프픽션], [재키 브라운]의 OST도 정말 다 좋았다. 이 음악들 모두 퀜틴 타란티노의 감독 하에 선택된다는 점 또한 놀라운 점이다.

아이를 나은 후 약간 살이 붙어서 더욱 아리따워지신 우마 서먼을 보는 즐거움도 크다. 노란색 바이크용 가죽옷과 이소룡풍 트레이너복, 노란색 아식스 운동화도 너무 멋졌다.
귀여운 루시 루를 보는 즐거움도 크다. 막판에 머릿가죽이 벗겨진 모양새가 너무 코믹해서 극장 안에서 웃어제꼈는데, 그 순간 아무도 안 웃어서 좀 민망하긴 했다.
2편에 중심인물로 등장할 예정인 다릴 한나의 변화 또한 놀랍다. 얼마 전 [워크 투 리멤버]에 틴에이저 주인공의 엄마로 등장했을 때의 초라한 모습과는 너무 다르다. 다시금 카리스마 만빵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등장해줘서 기쁘다.
2편의 기대인물 마이클 매드슨도 놓칠 수 없다. 나는 이 배우가 엄청 좋은데 할리우드에서 선호하는 배우는 아닌듯. 하지만 타란티노의 영화에서는 종종 볼수 있다.

2편이 개봉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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