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홍수연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오닐 모터스'

유진에게 그 이름은 거부할 수 없었던 운명이었다. 하루하루 자신의 꿈을 향해 치열하게 한발씩 딛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과도 같았다.

그래서 오닐 모터스의 CEO스티븐의 제안은 오랜시간 가슴에 품었던, 어쩌면 이룰 수 없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꿈을 이루어 줄 수 있는 티켓이었고. 그녀는 그것을 움켜쥘 수 밖에 없었다. 세상에 흔한게 사랑이라는데 그 사랑을 잃는 고통을 잠시 참아낸다면 그 대가로 평생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거였다. 견딜수 있다고 생각했다. 세상이 무슨 손가락질을 하든간에 자신의' 꿈의 대가'를치루는건 결국 자기 자신의 몫일테니까.  

알렉스에세 유진은 여자 그 이상이었다. 인생의 유일한 따스함이었고 결국은 그녀를 위해 꿈조차 접을 수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이 상대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자신을 떠나버렸다. 애써 지켜왔던 그의 평범한 일상은 무너지고 그에게 남겨진건 얼음처럼 차가운 암흑이었다. 그는 죽음과도 같은 절망속에서 살아남기위해 결정한다. 그녀를 부숴버리기로. 복수는 그가 살아남기위해 선택한 방법이었다. 복수를 위해 자신이 등돌렸던 스털링이라는 이름을 받아 들인다.

 유진과 알렉스, 배신한 사람과 배신당한 사람

그들의 대립은 대외적으로는 오닐모터스와 스털링자동차였지만

결국엔 사랑과 증오였고, 그리움과 절망이었으며, 벗어날 수 없는 사랑이지만 견딜 수 없는 상처 그 자체였다.  헤어져있으면서 그 둘은 똑같이 불행했다.

'사랑과 증오는 상반되는 감정이 아냐. 서로 반대되는 감정이라면 서로를 상쇄시켜야하지. 그런데 사랑한다고 해서 증오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증오한다해서 사랑이 줄어들지도 않더군. 희안하게도 둘의 감정은 더해지면 더해질 수록 서로를 강렬하게 하는 그런 감정인 것 같아 '

스티븐은 죽음의 직전에 특유의 오만함을 모두 버린채 유진에게 그렇게 말했었다.

그렇지만 사랑과 증오라는 것이 평행선만을 이룬다면 사랑은 무슨 의미일까. 그 사랑과 증오는 아마도 내안에서 휘몰아치는 감정일것이다. 그렇지만 결국엔  증오또한 그 사랑의 진실성앞에서 사랑의 대상앞에서 무너지고 마는 것이 결국 사랑의 힘이겠지. 수백번을 부딛친다 한들 결국 같은 귀결로 끝나는 것. 용서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받아들여 지는 것...그게 사랑이 아닐까.

불꽃에는 여러 사랑의 모습들이 등장한다.

자기 자신만을 사랑한 아름다운 여자 미제릴, 매사에 실리적이다 못해 결국 아들의 혈통까지 확인해봐야했던 랜스, 과거 사랑의 그림자를 유진에게 투영시키는 스티븐, 평범한 사랑을 꿈꾸는 라라 그리고 유진과 알렉스.

작가의 말처럼 이 모두들의 모습들이 현실속에서 사랑이 가진 여러 양면성의 모습들일 것이다. 이는 나의 모습일 수도 있고 당신의 모습일 수도 있다.

 

불꽃을 읽으면서 신선한 느낌이 좋았다. 판에 박힌 청순가련형의 여주인공과 그녀를 휘어잡는 매력적인 왕자님이 지겹다는 노골적인 말은 아니다. 그 또한 여전히 매력적인 로맨스의 소재이긴하지만 잘난 남자 쉬운 삶을 마다하고 열심히 꿈을 쫓는 여자, 마녀라 불리지언정 자신의 불꽃을 가슴에 품고사는 그런 그녀를 만나서 같은 여자로서 반가웠다. 

군더더기 없는 구성과 짜임새있는 배치도 그렇고 작가의 글이 늘 그렇듯이 디테일이 참 좋았다. 예전 작품에 비교해볼때 단정하면서도 다소 건조한 문체가 오히려 유진과 알렉스의 이야기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였다. 오히려 처음부터 독자에에 완전히 열려진 알렉스와 유진의 심리가 다소 버겁다는 느낌이 있기는 하지만 모든 면에서 근래에 읽은 로맨스 중 가장 뛰어난 책이 아니었나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야기가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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