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비, 메이비 낫
김언희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8년 6월
구판절판


사람들은 각자 주머니 하나씩을 가지고 있다. 주머니 재질과 크기는 조금씩 다른것 들이다. 어떤 이에게는 좀 더 말랑거리고 탄성이 좋은 것을 어떤 이에게는 딱딱하여 늘거나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주어진다. 몸속 어딘가에 깊이 들어 있는 비밀주머니는 여느 것과 마찬가지로 뭔가를 채워뒀다 비우는 용도로 쓰인다.
참을 수 없는 것, 소화해 내지 못하는 것, 잊고 싶은 것, 들여다 볼 수 없는 것, 아무리 울어도 흘려 내지 못하는 것, 가슴에 품고 있으면 도저히 살 수가 없는 것......
누워있는 바닥이 꺼지고 하늘이 내려앉았을 때면 비밀주머니가 조용히 열린다. 재희의주머니에는 아빠에 대한 원망, 엄마에대한 그리움, 그리고 이제 현석이 채워졌다. 비워지지는 않고 계속 채워진 주머니가 잔뜩 부풀었다. 그렇지만 아직은 괜찮았다. 그래, 겉으로는 멀쩡해졌다고, 재희는 다행이라 생각했다.
외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차안에서 엘리베이터에서 복도에서, 숨도 조심스레 내쉬었다. 아슬아슬 부푼 주머니를 다시 깊숙히 숨겨야 했다.-90-91쪽

그리고 깨달았다. 서준우는 아무리 울어도 눈물로 강을 이룬다해도 도저히 흘려버릴 수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가슴 속 깊이 숨겨둔 비밀 주머니에 담지는 않을 거라 마음먹었다.-3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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