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다녀갔다.

차 마시러 드르겠다던 녀석은 전화도 안되더니 5시를 훌쩍 넘겨서야 나타났고 차 대신에 커피를 마시겠단다. 물론 그럴 줄 알았지...주전자에 물을 대충 올릴까 하다가 한동안 안쓴 에스프레소 스토브탑을 꺼내어 물을 붓고 얼마 전에 동생이 스페인에서 사온 디카페인 커피를 꾹꾹 눌러 넣었다. 스토브탑은 씻는게 귀찮아서 어지간하지 않으면 안꺼내는데 저녀석 얼굴을 보아하니 꺼내야 할 듯하다.

말이 친구지 2살 어린 동생.. 찔러도 피 한방울 안나올 듯한 표정의 저 녀석을 알고 지내온지도 7년쯤 된듯하다. 저 친구가 나의 심심하다는 말에 우리집으로 바로 행차하신 이유는 아마도 며칠전 11시가 넘는 시간에 걸어댄 내 전화 때문일 것이다. 밑도 끝도 없이 떠드는 내 이야기를 묵묵히 한시간을 듣다가 손님이 지금 가시니 우리집으로 조만간 방문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던 저녀석. 무슨 말을 먼저 꺼낼 법도 한데 그냥 앉아있다. 저 머릿속에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참 징글징글한 녀석이다.

이 친구와 나, 가방을 열어보면 그 성격의 차이가 확연히 들어난다. 이 친구의 가방을 열면 딱 필요한 것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필통속에 볼펜조차 그렇고 여자애들이 주체할 수 없이 많이 가지고 있는 머리핀, 끈 장신구도 마찬가지다. 이것과 저것이 분명하다 못해 칼같이 구는 이 녀석이 내눈에는 그 속은 많이 여려보였다. 아마 지금도 그럴것 같다.

이 친구는 저번달 혼자 스페인에 다녀왔다. 한달 넘은 순례여정 내내 혼자서 원없이 걸었다 했다. 걷다가 걷다가 어느날 저 멀리 부터 환하게 비가 개어오는 모습을 보며 문득 '더이상 사랑하지 않음'을 알았다고 했다.  마치 깨달음 처럼...나는 '나도  그 깨달음 좀 얻었으면 좋겠다'고 놀려댔지만. 그 녀석은 진심이었다. 사랑이란거 누구에게나 참 힘든일이다.

친구는 커피 두잔과 초컬릿 두개의 시간을 보내고 일어섰다.

우리는 별 특별한 대화를 하지는 않았다. 늘 그렇듯이.

그래도 이 친구가 있어어 참 위안이 된다. 말없이 내 등을 두드려주는 것같은 저 친구가...

오늘은 '전화'가 말썽인 날이었다.

미국으로 날라간 친구의 휴대폰전화번호를 찾느라 온 방을 다치웠건만 아직 오리무중,

나의 늦은 '전화' 때문에 우리집에 방문한

친구는 핸드폰 베터리가 나가버려 경비아저씨에게 두통의 '전화'를 동냥하며 결국 우리집에 왔고,

안걸꺼라고 큰소리치다가 결국 골백번 생각끝에 '전화'를 했는데. 당사자는 전화를 안받는다.

이래서 난 전화거는게 싫다.

다시 용기가 생길것 같지는 않다.

그때 전화좀 받아주지...쳇

독하게 댓글이나 잘라가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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