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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매도 좋을 만큼
홍석화 지음 / 착한책방 / 2019년 11월
평점 :
에세이를 읽지 않는 이유
에세이를 자주 읽지 않는다. 감수성이 민감하지 않아서인지 웬만한 책에는 미지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굳이 생각해 보면 너무 뻔한 표현이 난무한다거나, 심하게 오글거리거나 아니면 글이 현학적이어서 뭔 소린지 모르는 식이다.
대표적인 예가 한때 난리였던(지금도 그런가?)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다. 초반에는 괜찮았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오글오글 거리다 결국 중간에 덮고 말았다.
그런 나지만 유독 사진에세이에는 쉽게 호감을 가진다. 글이 별로라도 사진이 허전한 부분을 채워주기 때문일까? 그러고 보니 대체로 사진에세이에서 글이 만족스러웠던 경우는 드물다. 사실 이건 당연할 수밖에 없는 게 책을 낼 정도의 실력 있는 사진작가인데 글까지 잘 쓰면... 너무 부럽잖아~~!!!
꼭 그 책 이어야만 하는 날이 있나 봄
오늘 소개할 <헤매도 좋을 만큼>(홍석화, 착한 책방, 2019)은 우연히 펼친 책이다. 너무나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어느 날 가벼운 에세이나 봐야지 하는 마음에 읽은 책. 책장에 다른 에세이도 많았지만 왜 하필 이 책이었는지는 솔직히 아직도 의문이다.
직접 구입한 것도 아니고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이라서 더 이해가 안 된다.ㅎ 사실 언제 받았는지도 솔직히 가물가물하다. 대개 받자마자 바로 구미가 안 당기면 사실상 읽을 일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니... 그래서 더 신기한.ㅎ
하지만 그런 의문 따윈 책을 읽어내려가는 순간 무의미해졌다. 글도 사진도 완전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너무 오글거리지도 현학적이지도 않고 뻔하지도 않은(물론 중간중간 간간이 보이긴 함) 글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적절하게 포진되어 있어서 다이렉트로 읽어버렸다.
사진 또한 내 취향인 데다 편집마저 큼직큼직, 아주 그냥 시원시원해서 좋았다. 명색이 사진에세이임에도 사진 크기가 너무 작아서 아쉬웠던 적이 꽤 있어서 더 맘에 들었다.
작가는 부캐였어?
저자 소개를 보니 전문 사진작가가 아니란 사실에 놀랐다. 게다가 전문 작가도 아니라는... 단지 '여행과 사진을 좋아하는 10년 차 게임 그래픽 디자이너'란다. 이젠 정말이지 본캐와 부캐의 구분 자체가 무의미한 시대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수록된 글과 사진들은 독자에게 때로는 위로를, 때로는 격려와 용기를 심어 준다. 삶의 고달픔에 함께 공감하며, 미래에 대한 정답은 알 수 없지만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즐길 것을 권유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토록 바라마지않는 행복은 언제나 이 순간 우리와 함께 있기 때문이다.
늘 지금을 보고 있다. 어제도 내일도 아닌 지금을 말이다. 흘러버린 강은 거슬러 오르지 않고 지나쳐버린 풍경은 다시 보지 못하니까. - 47p
행복 찾아 엉뚱한 곳 삼만 리
언제까지 지나간 행복을 아쉬워하고 아직 오지도 않은 행복을 그리워만 할 건가? 행복은 저축이 안 된다. 다들 지금을 희생하면 행복이 내 통장에 차곡차곡 쌓여서 복리 효과까지 생기는 줄 아는데 저자처럼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 당장 우리 곁에 있는 행복이랑 놀아주자.
행복은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았고 나는 또 달려야 했다. 그렇게 목적지에 도착하며 다니다 보니 행복은 모든 곳에 있었다. (중략) 나는 행복을 곁에 두고 달렸다. - 62p
별점 다섯 개 만점에 과감하게 다섯!! 에세이류는 개인의 취향을 많이 타니깐 반드시 미리 훑어보고 구입하시길. 나중에 나 보고 뭐라 하기 없기~
※ 굳이 단점을 고르라면 사진 소개가 전혀 없는 것. 구성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눴는데 수록된 글을 봐선 왜 그렇게 했는지 잘 모르겠다는...;;;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