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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리플리 : 콤보팩 (2disc: BD+DVD) - 양장 패키지
안소니 밍겔라 감독, 맷 데이먼 외 출연 / 그린나래미디어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때론 하나의 우연이 삶을 결정한다
극의 시작과 동시에 슬픔과 회한으로 가득한 표정의 남자가 등장한다. 이어서 깔리는 그의 내레이션.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모든 걸 되돌리고 싶다는 그의 말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톰 리플리(맷 데이먼). 그가 되돌리고 싶은 과거는 우연히 프린스턴 대학의 재킷을 빌려 입은 것에서 출발한다. 피아노 조율사와 호텔 심부름꾼이란 그의 특별한 것 없는 삶은 고작(?) 명문대학의 재킷 한 벌에 의해 가려진다.
선박 부호인 그린리프는 톰이 그의 아들인 딕키(주드 로)와 대학 동창이라는 '거짓말'에 신뢰를 한다. 그것으로 모자라 톰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게 되는데...
안소니 밍겔라의 네 번째 장편 연출작
1999년 개봉한 안소니 밍겔라 감독의 <리플리(The Talented Mr. Ripley)>는 그의 세 번째 연출작이자 초대박이 난 작품 <잉글리쉬 페이션트(The English Patient)>(1996)의 후속작이다. 최전성기의 작품인 만큼 높은 완성도를 지닌다.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어 스토리가 탄탄하다. 탄탄한 시나리오에 명감독의 참신한 연출 그리고 멋지고 아름다운 재즈와 클래식 음악이 잘 버무려지니 지루할 틈이 없다. 게다가 맷 데이먼, 기네스 펠트로, 주드 로, 케이트 블란쳇,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등.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의 면면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약 60년 전 또 다른 리플리
1960년에 이미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이 있었다. <태양은 가득히(Purple Noon)>라는 제목으로 개봉된 영화다. 르네 클레망 감독이 연출하고 그 유명한 알렝 들롱이 주인공 톰 리플리를 연기했다. 둘 사이에 약 40년의 거리를 둔 <태양은 가득히>와 <리플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음악의 존재다.
내 기억에 <태양은 가득히>에서 음악이 주가 되는 장면은 없었던 것 같다. 반면 <리플리>는 초반에 재즈로 시작해 클래식, 오페라까지 전 러닝타임에 걸쳐 영화 이외에 음악적 재미를 함께 선사한다. 그것도 극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잘 스며놓았다.
아무래도 젊은 시절 뮤지션을 꿈꾸며 밴드에서 키보드를 연주했던 감독의 음악적 소양 덕분이 아닐까.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감독은 살아생전 오페라를 연출하고 대본까지 썼다고 한다.
배우 캐스팅은 거의 신의 은총 수준
사실 맷 데이먼의 팬이라서 보게 되었지만 보는 동안에는 주드 로의 패션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남자인 내가 봐도 반할 정도로 멋짐을 뿜어냈다. 게다가 애정하는 두 여배우(기네스 팰트로, 케이트 블란쳇)가 함께 등장하다니 이건 거의 신의 은총 수준이다.ㅎ
캐스팅을 보면 <태양은 가득히> 보다 <리플리>에 점수를 더 주고 싶다. 왜냐하면 알랭 들롱이 연기한 톰은 너무 눈부신 외모 때문에 감정 이입이 잘되지 않는다. 생각해 보라 내가 알랭 들롱의 외모를 가졌는데 나 자신의 처지를 부정한다? 그건 정말 쉽지 않아~ 쉽지 않아~
하지만 주드 로와 맷 데이먼의 캐스팅은 완전 제대로다. 감정이입이 팍팍!! 원래 맷 데이먼 이전에 디카프리오가 캐스팅될 뻔했다고 하던데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만약 디카프리오가 나왔다면 <태양은 가득히>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마무으리
가진 게 지지리도 없는 삶을 살아온 톰과 부족한 것 없이 너무나 자유롭게 살아온 딕키. 둘 다 그 안에 '내'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너무나 자유롭게 살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에도 제대로 만족하지 못하는 딕키. 그런 그의 삶을 동경하여 무슨 짓을 해서라도 그것을 놓지 않으려는 톰. 둘 다 소유와 소비의 허무함을 관객에게 전하는 것 같다.
내 정신과 육체 이외의 것은 절대 내가 될 수 없다. 결국 타자로부터 날 성장하게 만드는 것이 더욱 현명한 삶의 방식이다. 아무리 많이 벌고 많이 쓴다고 해도 내 안에 공허함은 결코 채울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톰처럼 남의 삶을 부러워하지 말고 나를 찾고 나를 믿고 나를 성장시킴으로써 행복을 얻자.
별점은 다섯 개 만 점에 넷 반이다. 반 개 줄어든 건 결말이 별로라서다. 원작 소설의 결말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결말은 <태양은 가득히>가 더 좋았다. 궁금하면 둘 다 보시길 추천한다. 둘 다 명작임.
※ <리플리>의 경우 넷플릭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