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차일드
김현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몇해전 한 모 개그맨이 "쓔레기"를 외쳐대며 웃음을 주었던 기억이 난다.
꽤나 카타르시스 같은 후련함이 있었다.
TV와 신문등 언론 매체에서 뉴스와 프로그램등을 보면, 이것이 내가 숨쉬고 사는 세상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참담할 때가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쓰레기 같았고, 내가 쓰레기가 되는 기분이었고 이세상 지도층 뿐만 아니라 이세상에서 인간으로 숨쉬고 사는 모든 것들이 쓰레기 같았다.
아동인신매매, 아동성노예, 장기제공, 용산참사, 존속살인, 해외고려장 등등.
이 쓰레기 같은 세상이 만들어낸 참담함이 산재해 있다.
이 책에는 우리가 아는 참담함이 쓰레기 폐기장처럼 '러브 차일드'라는 이름의 책속에 한데 엉켜 담겨 있었다.

'러브 차일드'를 처음 여는 세상은 수술대였다.
날카로운 메쓰와 소독약 냄새가 가득한 수술대에서 한 사람의 생명이 의료 폐기물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러브 차일드'는 인간도 신도 아닌 단지 의료 폐기물의 쓰레기 세상에서 본 쓰레기들의 기록이었다.

늙고 병들어 노쇠한 몸이 더 이상 생산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버려지는 수.
다른 사람들에 의해 영원히 아이로만 존재해야 하지만 스스로는 늙어버린 진.

"너는 변해. 마음놓고 변해가. 자연스럽게, 그저 자연스럽게.
그게 네가 내게 해줄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야.
대신 내가 변하지 않을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영원히 이 모습 그대로 있어 줄게.
오늘처럼 제가 언제 어디서든 나를 알아볼수 있도록"

이들은 이웃이었고, 친구였고, 하나였었다.
하지만 그 둘은 전혀 다른 인생의 길로 접어 들었으나, 그 끝은 한곳으로 같았다.
폐기물.

수의 아버지가 망루에 올라 주거권, 생존권, 행복권을 외치면서 수의 12살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진은 수의 아버지가 망루위에서 살아 내려오지도 못했고, 죽은 것도 아니었을때 새로운 망루위에 오르겠다고 하였으나,
새롭게 탄생할 세계에서 새로운 쓰레기로 탄생해 버렸다.

수는 지도 그룹의 사찰이라는 이름으로 가려진 성유린 현장에 있었고,
그저 국가 인력 생산의 자궁으로써만 존재하였었고,
일할수 있는 노동력 제공자로서 늙어갔다.
60세에 이르러 생애 전환기 검사를 받았고,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던 육손이인 251004231111의 이름을 불러보다 탈락을 선고 받았다.
진은 디저트로 선물되어지는 물건같은 존재로 찡도 쫑도 나비도 되었다.
수와 달리 지도 계층속에 있었으나, 그는 디저트로 공유되어야 하는 재산일뿐이었다.
수가 생산력 제공자였다면, 진은 성적 쾌락과 욕망을 채워주는 애완동물이었다.
이런 극단적인 세상이 바로 '러브 차일드'였다.

작가가 낙태된 아이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한 것은 매우 소름끼치면서도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낙태된 아이는 채 희망이나 사랑, 동정을 알지 못한채 사라졌다.
그래서 아이는 수와 진의 이야기를 마치 감정없이 제3자의 일처럼 그저 기록하고 있었다.
그 아이에게는 자신과 같은 신세인 폐기물이 되기까지의 기록일 뿐이었다.
마치 책의 서두에 그가 기록한 짧은 자신의 생애처럼.

그러나 인간으로 살아온 나는 소름이 돋았다.
참담하고 추악한 세계에 대해 나역시 불타서 재가된 망루에 올라 소르지르고 싶었다.
"이 쓰레기들아"라고.
내가 사는 세상의 모든 쓰레기들이 이 책속에 담겨져 쓰레기 같은 세상을 창출했다는 사실을 외면할수 없었다.
작가 김현영은 이야기하고 있었따.
"이대로 정말 괜찮아? 이대로 흘러가서 만날 미래가 맘에 드니?"
하지만 나는 이 책에서 작은 희망을 보았으면 한다.
아주 작다하더래도 불씨를 찾아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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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하는 작별
룽잉타이 지음, 도희진 옮김 / 사피엔스21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에게는 헤어지거나 잃어버리거나 놓쳐버리는 등 멀어져 가는 것들이 항상 있다.
뒤돌아 서서 멀어져 버린 것들의 발자취를 쫓다보면 항상 아쉽고 그립고 서럽다.
특히 헤어진 사랑하는 사람들을 그리면 가슴한켠이 애리듯 저린다.
나에게 가슴저림은 너무 일찍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운명하시는 것을 곁에서 지키지 못한 할머니이다.
그래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작가의 글이 가슴을 누르듯 먹먹하게 하였다.

작가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오빠와 남동생이 있는 가정에서 컸다.
그녀의 가정은 20세기 공산당에 쫓겨 국민당과 함께 타이완으로 건너온 외성인 가정이었다.
그녀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가는 그다지 중요치 않았다.
그저 그녀가 아버지를 잃었고, 어머니와는 동시대를 살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녀의 어머니는 타임머신을 타고 이곳에 왔다가 돌아가는 차를 놓친 시간여행자, 즉 치매환자이다.

특히 1부 홀로 떠나야하는 길에서는 어머니의 여행을 함께 하면서 어머니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자신이 이룬 가정속에서 안드레아스와 필리프 두 아들의 어머니로서의 마음이 담겨져 있다.
또한 그러한 어머니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아이들을 바라본다.
그런 그리움과 어머니의 마음이 가득 담겨 있어서 마치 막 햇볕에 말려진 솜이불같은 느낌이 글들이었다.

2부 모래 위의 발자국, 바람속의 목소리, 빛속의 그림자에서는 일상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2부에서 만난 작가는 두견새의 소리를 "아야"라는 아이의 목소리로 오해하는 허술함이 있다.
청소 도우미 헬렌에게 오리 똥집이나 마른 조개를 이용한 죽을 끓일줄도 모르고, 쌀벌레를 제거하는 방법도 모르고, 수선화 구근의 껍질을 벗기는 것도 모르는 어리숙함도 있었다.
그리고 정 반대로, 댄스홀을 보며 두보의 <끝없이 지는 나뭇잎은 쓸쓸히 떨어지고>를 연상하는 고리타분하고 학구적인 모습도 보인다.
화재 경보를 통해 인간사에서 중요한 것들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늑대를 통해 자연보호와 자연속에서의 공존을 생각하기도 한다.
울남 하늘을 바라보고 싶어 하고, 2008년을 맞이하며 시간에 대해 고민하고, 거리에 대한 생각을 담아내고 있다.

3부 산과 들에 가득 핀 차나무 꽃에서는  "아빠, 저예요. 오늘 좀 어떠세요?"로 시작하여, "여보세요...... 오늘은 어떠세요? <심경心經>은 다 쓰셨어요?"로 맺는다.
매일밤 아버지와 대화하는 꿈을 꾸는 것처럼 아버지의 그리움이 담겨 있다.
반신불수로 8년간을 보낸 아버지.
그렇게 약해지신 아버지를 타박하면서도 안타까워 하는 모습이 담겨져 있다.
아버지가 스스로 세상으로부터 '삭제'당하지 않았다고 느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애뜻했다.
그리고, 그 아버지의 곁을 지켰던 어머니가 다시 아버지처럼 촛불처럼 흔들리는 모습이 애절하다.

삶을 살아가는 여행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보내고 맞이하게 되는 것일까?
그 많은 것들을 스쳐지나가고 멀어져가게 되는 것 또한 삶의 여행이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들은 꼭 붙잡고 곁에 두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도 삶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을 때 더 많이 사랑하는 것이, 그리고  맘껏 사랑하는 것이 더 오래도록 같이 있는 방법인거 같다.
잔잔한 그리움과 애절함이 물결치는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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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덱의 보고서
필립 클로델 지음, 이희수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책을 읽고 나니, 엄마가 보고 싶었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위로받고 싶었다.
책을 읽으면서 눈에 맺혀지는 눈물을 몇번이나 닦아냈지만, 눈에 맺혀지는 눈물을 멈출수 없었다.
나는 책을 읽으며 마치 피해자가 되어 버린 느낌이 들었다.
슐로스의 여인숙 이층에 있는 향과 장미 증류수 냄새가 진동하는 방에서 1702년 뮌스에서 인쇄된 아비가엘 슈투렌스 형제의 "산에 자라는 식물군에 대한 책"을 품에 안고 쓰러져 있는 것 같았다.
아니다.
난 죄인이 된 듯 하였고, 가해자가 되어 버렸다.
슐로스 여인숙 홀에 나뭇단 속 버드나무 삭정이들처럼 빽빽하게 들어차 있던 남자들 속에 서 있던 것 같았따.
내가 이 책을 읽고, 가해자 또는 피해자 그 무엇으로 느꼈는지는 중요치 않다.
나는 브로덱의 보고서를 읽었고, 무거운 죄책감과 끓어오르는 울분만이 마음속에 남았다는 것이 중요했다.

에라이그니스날 밤, 그것은 마치 모든 것을 덮으려는 연극무대 마지막 커튼이었고, 온 세상을 덮는 시커먼 달빛없는 밤이었다.
모든 것을 잊는 것 도망가는 것이 오로지 바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둠속에서 인간의 모든 감각이 예민해져 또렷하게 드러나는 것처럼 모든 것을 덮으려는 어둠이 내리자 눈은 적응하여 본질을 더 정확하게 판단하게 하였다.

브로덱은 렉스 플라메 나비들이 자신을 보호하고 살아남기 위해 프라테어거카이머에게 내어준 미끼였다.
사실 그는 정화의 밤 한 노인의 죽음에서 두려움을 느껴 자신의 고향이라 생각하는 렉스 플라메들 속에 도망쳐 숨어버렸다.
오히려 브로덱은 프렘더로 몰려 죽은 정화의 밤에 만난 노인처럼 프렘더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브로덱은 죽음에서 살아왔다.
다시 그가 고향이라고 끝까지 믿고 싶었던 그 마을로 돌아왔다.
죽음의 전쟁속에서 프렘더 브로덱은 에멜리아와 페도린에게 돌아가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직 살아남음 생존을 위해 스스로 "똥개"가 되었다.
자아는 상실되었지만, 오로지 생존만이 그에게 남아있었고, 그는 살아남았다.
그렇게 살아 돌아온 마을에서도 그는 다시 자신의 모든 것을 다시 버려야 했고, 대서인이 되어야 했다.
똥개, 대서인 이둘에게는 그 어떠한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저 수용소와 마을이라는 장소만이 바뀐 것이다.
생존 또는 죽음이라는 선택만이 주어질 뿐이었다.

사람을 죽여야 살아남을수 있고, 살기 위해 누군가의 개가 되어야 하는 전쟁은 끝났다.
하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었다.
그것은 또다른 살육의 시작이었고, 프렘더의 색출이었고, 에라이그니로날 밤으로의 걸음이었다.
그래서, 에멜리아의 그 멍한 눈빛과 '아름답고 친절한 왕자님 너무 멀리 가버렸네'의 노래가 멈추지 않는 이유였다.
차일렌 에세니스 (영혼을 먹는 여자)는 죽은 것이 아니라 만난적도 없는 마을 사람들 속에 살아있었던 것이다.
브로덱은 그들의 요구대로 보고서를 썼으나, 다시 '너'라 불려질지도 모르는 그 줄에서 간수들의 눈빛을 피하며 서고 싶지 않았다.
상처를 받고 영혼을 잃은 채 푸셰트를 낳은 아내 에멜리아의 배에 다시 '진실'과 '자아'라는 것을 남겨 놓고 싶어했다.

책은 '내 이름은 브로덱이고 그일과 무관하다. 이말만큼은 꼭 하고 싶다. 모두들 알아야 한다'로 시작한다.
그러나, 책은 자신의 이름을 브로덱이라 밝힌 사람이 이름이 없는 상태로 살아야만 했던 시대의 기록이다.
그리고, 자신이 브로덱으로 자신의 의지로 세상속에서 존재하기까지 얼마나 먼 길을 걸어왔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이별을 해야 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브로덱은 매우 덤덤하게 자신의 불행을 진술하였고, 오어슈비어처럼 이 보고서에 자신이 기억하는 모든 것을 사라지고 지워버리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애절하게 절규하며 이야기한다.

'내 이름은 브로덱. 나는 그일과 무관하다.
브로덱 이게 내 이름이다.
브로덱
부디, 기억해 주시기를.
브로덱'

작가는 브로덱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해야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작가는 브로덱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어느새 잊혀져 가는 홀로코스트, 전쟁, 범죄들 그리고, 거대한 파도와 폭풍우 속에서 비겁하고 비굴한 인간들의 추악함을 이 브로덱 보고서에 담고 있었다.
지나친 감상주의를  철저히 배제하고 있으며, 간결하면서도 마력적인 필력으로 냉철하게 잊지 말아야할 추악함을 바라보게 한다.
과거와 현재 다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시간이 아니라, 브로덱의 기억을 중심으로 그가 겪은 이름없는 시절의 잊지말아야 할 것들을 또렷하게 둘아낸다.
브로덱 보고서는 필립 클로델고의 내 생에 첫 만남이었다.
나는 분명하고 또렷히 기억할 것이다.
작가 필립 클로델과 브로덱의 보고서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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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돌이 > 제가 반한 작품과 작가를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다름이 아니라 최근에 제가 [브로덱의 보고서]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완전히 감동감동 받아서, 필립 클로델이라는 작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브로덱의 보고서는 2차 세계대전과 그 후의 모습과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특히, 한 마을에서 일어난 범죄와 그것을 은폐하려는 사람들, 그리고, 진실. 
가독성도 좋고, 인간심리에 대한 묘사도 맘에 들었으며, 작가의 필력에도 반했답니다.
다음 작품으로 [회색영혼]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필립 클로델의 작품을 만나시게 된다면,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필립 클로델 소개를 옮겨봅니다.

저자 필립 클로델(Philippe Claudel)
프랑스의 지성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극작가. 1962년 동발-쉬르-뫼르트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문학과 역사를 공부한 그는 마르셀 파뇰 상과 텔리비지옹 상, 2003년 공쿠르 드 라 누벨 상을 수상하면서 작가로 촉망받기 시작했고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회색영혼]으로 르노도 상을 수상하면서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어른을 위한 우화적인 소설 [무슈 린의 아기], [아이들 없는 세상]을 썼고, 2007년에는 클로델의 또 하나의 대표작으로 자리한 [브로덱의 보고서]를 발표해 공쿠르 데 리세엥 상을 수상했다. 프랑스 낭시대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기도 하는 그는 최근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주연의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란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까지 직접 맡음으로써 제34회 세자르영화제 신인감독상을 비롯, 여러 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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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친구의 전 여자친구, 코끼리의 등>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내 남자친구의 전 여자친구
니나 슈미트 지음, 서유리 옮김 / 레드박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사랑은 핑크빛이라서 바래기 쉽고, 변질되기 쉽다고들 한다.
작은 오염도 눈에 띄고, 그 색이 핑크빛으로 퍼져나가는 핑크빛 전체가 바뀌는것 같다.
책을 읽으며 내내 했던 생각이었다.
남자친구의 전 여자친구의 등장만으로도 전체 사랑의 빛이 변해갔다.

안토니아 로스에게는 루카스란 남자친구가 있고, 이들은 어느 결혼식에서 만나 2년 정도 사귀었다.
루카스는 게임기와 전자제품을 좋아하며, 상황파악과 여자친구의 감정 파악에 둔한 전형적인 남자친구이다.
그런 어느날, 남자친구의 옛 여자친구인 자비네 쉐퍼가 등장한다.
루카스와는 에소테릭하다는 이유로 헤어졌던 자비네는 환경-자비네가 되어 다시 퀼른이 돌아왔고,
그녀는 그다지 매력적인 외모의 소유자는 아니었다.
그녀의 외모가 비록 뛰어나게 예쁘지 않았지만, 그것은 그다지 중요치 않았다.
그녀의 존재만을도 얼룩이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둔한 루카스는 환경-자비네가 활동중인 그린피스에 가입하게 된다.
이것은 단지 얼룩에 지나지 않았던 자비네의 존재가 얼룩이 아닌 오염으로 바뀌게 된 계기가 된다.
안토니아의 친구 카타의 말대로 '2년 호르몬 공포 시나리오'가 안토니아와 루카스의 사랑에 전개되는 듯 하였다.
마치 핑크빛 연못에 먹물이 떨어져 번져가는 것처럼.

사랑은 언제나 아마추어 같이 좌충우돌한다.
안토니아도, 루카스도, 카타리나도 그들의 사랑 때문에 아파하고 서로 실수하고 상처를 준다.
정작 연인에게는 단 한마디도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하는데, 제삼자에게는 솔직하게 대하는 것이 사랑하는 이들의 어쩔수 없는 숙명인듯 싶었다.
카타처럼 헤어져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할수록 외로울수 밖에 없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것 또한 숙명인듯 싶었다.
자존심과 사랑을 저울질할수 밖에 없는 것도 숙명인듯 싶었다.
이렇게 안토니아와 루카스의 사랑은 위기로 치닫게 된다.

장미꽃 한다발에도 마음이 풀리다가도, 남자친구와 옛 여자친구의 뒷모습에도 마음이 철렁 가라앉고,
자신에게 이야기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고 불평하면서도 정작 자신도 남자친구에게 변명조차 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이러한 것은 '2년 호르몬 공포 시나리오' 때문이 아니라 '자존심 전쟁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책은 매우 간단하게 정리해 버릴수도 있다.
그저 남자친구의 옛 여자친구의 등장으로 생기는 갈등 정도로.
하지만, 이책은 그런 단순한 스토리를 넘어서 일반 흔한 로맨스 소설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바로, 책 곳곳에 스며드는 위트와 함께 섬세한 감정선이다.
이러한 특징은 안토니아의 캐릭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안토니아는 34살의 가볍지 않은 나이의 무게감과 함께 위트감이 넘치고 꿋꿋하고 밝은 외면적 특징과 마치 쉼없이 몰아치는 파도처럼 요동치는 여리한 내면적 특징을 갖는다.
'I am SO COOOOOOL~~~~~~~~~~'을 외치고 싶고 외치려하지만, 마음속 여왕은 눈물이 많다.
안토니아는 자신의 절망적 상황과 고통조차 위트로 대답하여 별일 아닌척 하지만, 그로 인해 상처받고 남몰래 눈물도 흘린다.
니나 슈미트 작가가 안토니아를 탄생시켰으나, 그의 또다른 쌍둥이 자매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재치있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런 이유로 마치 헐리우드의 '브릿지 존슨의 일기' 영화처럼 유럽독일의 '안토니아 로스의 일기'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독성도 좋고 위트있고 cool하게 말하는 법도 배웠고, 어릴적 상처받고 눈물흘리며 사랑했던 추억까지 꺼내볼수 있었다.
34살이라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사랑스럽고 귀여운 안토니아가 루카스를 사수하여 그녀가 그토록 두려워하는 홀로 남는 노년을 보내지 않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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