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하는 작별
룽잉타이 지음, 도희진 옮김 / 사피엔스21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에게는 헤어지거나 잃어버리거나 놓쳐버리는 등 멀어져 가는 것들이 항상 있다.
뒤돌아 서서 멀어져 버린 것들의 발자취를 쫓다보면 항상 아쉽고 그립고 서럽다.
특히 헤어진 사랑하는 사람들을 그리면 가슴한켠이 애리듯 저린다.
나에게 가슴저림은 너무 일찍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운명하시는 것을 곁에서 지키지 못한 할머니이다.
그래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작가의 글이 가슴을 누르듯 먹먹하게 하였다.

작가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오빠와 남동생이 있는 가정에서 컸다.
그녀의 가정은 20세기 공산당에 쫓겨 국민당과 함께 타이완으로 건너온 외성인 가정이었다.
그녀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가는 그다지 중요치 않았다.
그저 그녀가 아버지를 잃었고, 어머니와는 동시대를 살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녀의 어머니는 타임머신을 타고 이곳에 왔다가 돌아가는 차를 놓친 시간여행자, 즉 치매환자이다.

특히 1부 홀로 떠나야하는 길에서는 어머니의 여행을 함께 하면서 어머니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자신이 이룬 가정속에서 안드레아스와 필리프 두 아들의 어머니로서의 마음이 담겨져 있다.
또한 그러한 어머니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아이들을 바라본다.
그런 그리움과 어머니의 마음이 가득 담겨 있어서 마치 막 햇볕에 말려진 솜이불같은 느낌이 글들이었다.

2부 모래 위의 발자국, 바람속의 목소리, 빛속의 그림자에서는 일상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2부에서 만난 작가는 두견새의 소리를 "아야"라는 아이의 목소리로 오해하는 허술함이 있다.
청소 도우미 헬렌에게 오리 똥집이나 마른 조개를 이용한 죽을 끓일줄도 모르고, 쌀벌레를 제거하는 방법도 모르고, 수선화 구근의 껍질을 벗기는 것도 모르는 어리숙함도 있었다.
그리고 정 반대로, 댄스홀을 보며 두보의 <끝없이 지는 나뭇잎은 쓸쓸히 떨어지고>를 연상하는 고리타분하고 학구적인 모습도 보인다.
화재 경보를 통해 인간사에서 중요한 것들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늑대를 통해 자연보호와 자연속에서의 공존을 생각하기도 한다.
울남 하늘을 바라보고 싶어 하고, 2008년을 맞이하며 시간에 대해 고민하고, 거리에 대한 생각을 담아내고 있다.

3부 산과 들에 가득 핀 차나무 꽃에서는  "아빠, 저예요. 오늘 좀 어떠세요?"로 시작하여, "여보세요...... 오늘은 어떠세요? <심경心經>은 다 쓰셨어요?"로 맺는다.
매일밤 아버지와 대화하는 꿈을 꾸는 것처럼 아버지의 그리움이 담겨 있다.
반신불수로 8년간을 보낸 아버지.
그렇게 약해지신 아버지를 타박하면서도 안타까워 하는 모습이 담겨져 있다.
아버지가 스스로 세상으로부터 '삭제'당하지 않았다고 느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애뜻했다.
그리고, 그 아버지의 곁을 지켰던 어머니가 다시 아버지처럼 촛불처럼 흔들리는 모습이 애절하다.

삶을 살아가는 여행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보내고 맞이하게 되는 것일까?
그 많은 것들을 스쳐지나가고 멀어져가게 되는 것 또한 삶의 여행이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들은 꼭 붙잡고 곁에 두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도 삶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을 때 더 많이 사랑하는 것이, 그리고  맘껏 사랑하는 것이 더 오래도록 같이 있는 방법인거 같다.
잔잔한 그리움과 애절함이 물결치는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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