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역사를 찾아보게 한 책

일루스트라도 ㅣ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29
미겔 시후코 지음, 이광일 옮김 / 들녘 / 2013년 5월

필리핀은 같은 아시아 국가이지만, 세부등의 여행지 이외에는 아는 것이 없다.
이 책을 읽고나서 난 필리핀의 역사를 찾아볼 정도로 정말 아는 것이 없었다.
필리핀의 역사를 앍고나서, 책속에 나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해할수 있었다.
우선 책을 읽기 전에 필리핀의 역사를 한번 알아보기를 권한다.
왜 그들이 그렇게 집요하게 자신들의 동포 이야기를 써야한다고 주장하는 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책은 한 작가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그 작가는 꽤 유명한 작품인 "자신을 표절한 자", "붉은 대지", "선각자"들을 쓴 크리스핀 살바도르이다.
뉴욕의 허드슨 강에서 발견된 그의 죽음은 자살로 마무리 된다.
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주인공이다.
작가 자신이 크리스핀 살바도르의 친구이자 제자이며, 그의 전기를 쓰려는 주인공으로 이 책에 등장한다.
미겔은 살바도르의 친구이자 지인들을 찾아가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이러한 과정이 소설에 옮겨지면서 약간은 지루함이 발생한다.
그리 관심이 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미겔을 무작정 쫓아가서 사람들의 논쟁과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왜 지루한지 이해할수 있을 것이다.
누군지도 정확히 모르고, 그의 작품을 읽어보지도 않고 누군가의 인터뷰에 참여했다고 상상해 보면 정확할 것이다.
이부분에서 좀더 흥미감을 갖기 위해서 필리핀의 역사를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이 왜 그렇게 한 작가의 작품과 생애에 그렇게 집착하고 논쟁하는지 이해할수 있을 거라고 본다.
참고로 알고 시작한다면 좀더 지루함이 없지 않을까 조금은 기대해 본다.

사실 이 책에서 많은 부분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사라진 "불타는 다리"를 찾아가는 미스터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또한 실망스러웠다.
또한 살바도르의 입장이 명확히 드러났으면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역시 그저 미겔을 통해서만 들어날뿐이었다.
개인적으로 미스터리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자살이라는 판단 이면에 감춰진 반전이 있길 바랬다.
하지만 역시 없었다.
그래서 많이 기대한만큼 실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작가의 고민은 그대로 다가왔다.
조국 필리핀의 상황과 그 상황에서 좀더 많은 기대를 받는 작가의 고뇌.
외면하고 싶지만 외면할수 없는 자신의 역사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었다.
작가 미겔은 사라진 "불타는 다리"처럼 이러한 고민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
어쩌면 이 소설은 우리나라 일부 작가들께서 더 공감할수 있는 소설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일루스트라도> 꽤 여운이 남는다.
무언지 딱 꼬집에 말할수 없는 묵직함이 다가온다.
성취감과 자신의 성공에 대한 욕심과 정의감 사이에서의 고민.
그 역시 일부 작가들만의 이야기는 아닐듯 싶다.

[징비록] 임진왜란의 모습을 유성룡학자를 통해 만나다.

징비록 세트 - 전3권 ㅣ 샘깊은 오늘고전 15
유성룡 원작, 김기택 지음, 이부록 그림 / 알마 / 2013년 5월

<징비록>이라는 단어가 매우 생소했고, 사실 우리나라 고전중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나는 그래도 역사를 학교에서 배운 학년이지만, 그래도 이런 책이 있었음을 처음 접했다.

요새 역사 그것도 국사를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현실에 많이 비통스러웠던 나에게, 이런 생소한 책이 있음을 알게 되니, 나의 역사에 대한 무지가 부끄러웠다.

그래서 3권이라는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3권이지만, 솔직히 하루 맘잡고 읽으면 하루안에 모두 읽을 내용이다.

그래서 혹시나 부담감을 갖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부담감은 떨쳐내도 충분하리라고 본다.

<징비록>은 대학자 유성룡이 말년에 쓴 임진왜란 기록서이다.

그러다보니, 기억에 의존한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주로 흐르고 큰 흐름의 임진왜란만이 존재한다.

그것을 보강하기 위해서 작가는 그 시대적 자료와 구전을 가지고 살을 붙여나가는 형식으로 책을 집필했다.

유성룡이 말년에 어떤 사심도 없이 기록한 기록서라서 그런지 감정의 선을 되도록 배제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책의 내용은 매우 급박하고 절박하고 그리고 비참한데도 불구하고 참으로 담담하게 그래서 서운할 정도로 기록에 충실하고 있었다.

임진왜란이 어떤 전쟁이던가.

곧이어 우리는 정유재란도 겪었고, 그후 일제 식민지 그리고 6.25사변까지 참담한 현실을 겪었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작가도 이야기하고 있다.

임진왜란을 제대로 이해하고 우리가 무엇을 소홀히 했고, 무엇때문에 패전을 당했는지 절실히 깨달아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고 공감하고 지지한다.

임진왜란을 1592년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공한 전쟁.

무능한 선조와 당파싸움의 결과로 패전을 거듭했던 전쟁.

구국의 영웅인 이순신과 권율장군이 등장한 전쟁.

이렇게 단순하게 알고 있었던 전쟁이 <징비록>을 통해서 새롭게 다가왔다.

우리 선조들의 무능과 부패 그리고 추태에서부터 그 와중에 빛나는 연꽃같은 수많은 선조들의 노력도.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국사를 배우지 않는다고 한다.

정말로 걱정되고 또 걱정되고, 그리고 절망스러운 생각이 든다.

역사를 제대로 알고 배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런 숨겨진 책들이 국가적 노력에 의해 꾸준히 편찬되고 청소년들에게 읽혀야 한다는 것이.

모든 사람들 마음속에서 공감되고 변화되길 바란다.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지식의 세계에 빠지다.

논쟁 ㅣ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유작 1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13년 4월

인문학 관련 책을 읽는다는 것은 독자인 나와 저자간의 주제에 대한 이해력과 지식의 차이로 인해 거의 수업과 같게 느껴진다.
더구나 엄청난 양의 지식이 밀려오면 걷잡을 수 없이 읽어나가면서 받아들이기만 하게 된다.
마치 지식의 쓰나미처럼 말이다.
그래서 꼭 알고 싶은 분야가 아니면 인문학 관련 책은 자주 읽지는 않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논쟁>은 보통의 인문학적 책과는 다를거라고 생각했다.
지식의 차이로 인해 밀려오는 수많은 정보보다는 좀더 논쟁과 생각의 여지를 줄수 있는 책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책이 읽고 싶었고 기대도 꽤 많이 되었다.
이런 나의 예상과 기대는 밀려오는 방대한 지식의 폭풍에 휘말리면서 산산히 부서졌다.
대가인 크리스토퍼 히친스와 소위 "논쟁"을 해보겠다는 나의 발칙한 상상력은 처참히 무너진 것이다.

처음에는 책을 차례대로 읽어나갔었다.
하지만, 정말 모르는 부분에 대한 논쟁이 나오면서 우선 목차를 먼저 읽었다.
그리고, 대충 내가 알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한두번 들어본 적이 있는 부분을 선택해서 읽어나갔다.
이렇게 읽어나가면서 책의 거의 대부분은 읽었지만, 빠진부분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게 되면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작가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과연 누구인가?"였다.
책의 목차만 읽어보아도 작가가 과연 어느분야의 전문가인지 헷갈린다.
사회 전문가, 역사 전문가, 세계정세 전문가.
거의 백과사전 수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백과사전은 대부분 깊이감이 없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작가는 자신만의 논쟁의 여지를 끌어내어 자신의 주장과 생각을 거침없이 풀어낼 정도로 깊이감이 있는 거 같았다.
(이 생각은 보통 일반인인 개인적인 생각이다. 각분야의 전문가들의 입장에서는 어떨지 한편으로 궁금하기도 하다.)

책을 읽고나니 이 책이 왜 논쟁인지 알게 되었다.
영국에서 태어나고 교육받은 그가 자신의 문화 이외에 다양한 문화에 대한 견해를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놀랍다.
그가 왜 영미언론 선정 지식인중에서 5위에 속했는지 이제 이해가 되었다.
감히 이런분과 논쟁을 할수 있다고 생각한 내가 참 우스웠다.
특히 작가의 눈을 통해 우리가 무감각하게 무심하게 받아들였던 모든 것들이 조금은 다르게 다가오는 거 같았다.
기독교 VS. 이슬람교, 노예제도를 둘러싼 논쟁들, 미국의 대통령들의 이면, 다양한 나라들의 이야기.
다양한 분야에서의 크리스토퍼의 이야기를 들을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이다.

사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읽게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즐거웠다.
책을 읽게 될 사람들에게 내가 선택한 방법을 추천해 주고 싶다.
먼저 목차를 보고 관심분야를 찾아 먼저 읽기를 추천한다.
꽤 두꺼운 책을 관심도 없는 분야까지 읽어야 한다면 손을 놓기 쉽다.
먼저 관심있는 분야부터 책을 읽어나간다면 어렵지 않게 책을 읽을수 있을 것이다.
또한 관심분야에 대한 작가 크리스터포 히친스의 날카롭고 비판적인 견해를 읽어나간다면 작가와 책에 대한 호기심이 생길 것이다.
오랜만에 읽은 인문학 서적 <논쟁>.
노력을 드릴 만큼의 가치가 잇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파란아이] 작가의 상상력이 날개를 펴다

파란 아이 ㅣ 창비청소년문학 50
공선옥 외 지음, 박숙경 엮음 / 창비 / 2013년 5월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 50권 기념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50권이라는 청소년 문학 시리즈가 나왔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내가 읽은 창비 청소년문학 시리즈는 10권이 조금 넘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청소년 문학은 그리 인기있는 소설이 아니다.
창비 출판사의 놀라운 노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책에서는 공선옥, 구병모, 김려령, 배명훈, 이현, 전성태, 최나미 작가들이 모여서 단편소설집을 출간한 것이다.
기념비적 소설집이라서 그런지 작가들이 상상력을 동원한 독특한 작품들을 썼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존소설과는 매우 다른 느낌의 작품들이 많아서 읽는 동안 즐거웠다.

공선옥 작가의 <아무도 모르게>는 짧지만 강하게 다가왔다.
어른들의 세상에서 자라는 한 소년의 모습에서 외로움과 고독 그리고 아름다움을 깨달아가는 모습이 꽤 인상깊었다.
구병모 작가의 <화갑소년전>은 성냥팔이 소녀의 이야기를 많이 비틀어내고 있다.
성냥을 팔던 소년이 불빛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가서 자신을 불태우는 모습이 그려졌다.
역시 구병모 작가의 상상력이 <성냥팔이 소녀>와 합체되어서 슬프고 우울한 이야기가 탄생했다.
김려령 작가의 <파란아이>는 입술이 파란 소년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소년의 파란 입술처럼 서늘해지는 이야기로 표제작으로 멋진 작품이었다.
특히 마지막 그 한마디...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이현 작가의 <고양이의 날>은 감동적이었다.
고양이의 눈을 주고 싶은 어미고양이와 새끼 잿빛 고양이의 이야기는 좁은 세상속에서 갇혀사는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였다.
나 역시 고양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전성태 작가의 <졸업>은 꽤 발칙했다.
"쳇 열여섯이면 떠날만 하다"라는 말이 꽤 당돌하게 다가오기도 했지만, 청소년들이 꽤 공감할 내용같기는 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작품은 최나미 작가의 <덩어리>였다.
미래의 어느시점에서 현재 사회를 풍자하는 모습은 꽤 감동적이었다.

책은 단편소설들이어서 꽤 쉽게 읽혔다.
또한 작가들 나름의 독특함이 있어서 더욱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
작가들마다의 개성강한 작품들이 한가득하기에 책을 읽는 사람마다 좋아하는 작품들은 하나 꼭 생길거 같다.
개인적으로 최나미 작가의 <덩어리>가 가장 좋게 다가오긴 했지만, 그외의 작품도 인상적이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아마 작가들도 소설을 쓰면서, 창비 문학사의 노력에 응원을 보낼것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좋은 작품들이 출간되길 바라며, 특히 한국작가의 소설들이 더 많이 출간되길 바래본다.

사랑이란 놈은 못된 심술쟁이이다.

세 가지 사랑 - 김하인 장편소설
김하인 지음 / 북인 / 2013년 4월

참 사랑이라는 놈은 아무때나 불쑥 없이 찾아와 마구 헤집어놓는 못된 심술쟁이인거 같다.

<세가지 사랑>은 오래전 <국화꽃 향기>를 통해서 만났던 김하인 작가의 소설이었다.

서점가에서 꽤 돌풍을 일으켰던 책이라서 오래전 책을 친구들과 돌려가며 읽었다.

그리고, 장진영, 박해일 주연의 영화를 보면서 눈물흘렸던 기억까지 있다.

너무나 아프고 아름다운 사랑에 가슴 먹먹했던 기억이 난다.

다시 만난 김하인 작가의 소설이 꽤 기대가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할 사람들을 위해 먼저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우선 스토리의 전개상황을 보면 황당할 정도로 "막장 드라마" 같다.

이혼녀와 그녀의 딸, 그리고 한 남자.

이혼녀와 유부남 그리고 그녀의 부인.

솔직히 당황스럽고 이 소설이 영화화 된다면... 막장중 최강의 막장이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주인공의 나이가 40대 중반을 넘어선다.

그 나이때가 되면 이 사랑이 이해될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직 내게는 그 사랑이 버겁다.

이런 버거운 사랑이 독자에게 꽤 무겁게 다가올수 있다.

하지만, 이런류의 사랑일 수록 풀어가는 방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잘못 풀어낼 경우 그냥 막장드라마, 3류 소설로 흘러갈수 있다.

<데미지> 같은 경우 꽤 주인공 남자를 중심으로 감정선을 놓치지 않고 풀어내면서 멋진 작품으로 되살려 내고 있다.

여기서 작가의 힘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이 작품이 좀 힘들었다.

기존의 김하인 작가의 작품을 알기에 그리고, 그 기존의 작품이 순정을 다 받치는 <국화꽃 향기>였기에 기대감이 조금 무너졌다.

이런 사랑을 쓸수 있는 용기가 놀라웠고, 아름답다고 하기에는 사실 조금은 거부감이 들었다.

하지만 김하인 작가의 노력이 막장드라마의 스토리임에도 감성드라마로 바꿔놓았다.

책을 읽어가면서 거부감은 이해로 조금씩 바뀌어갔고,

"그놈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너그러이 소설속 주인공들의 사랑을 받아들여갈수 있었다.

사랑해 보았기에, 사랑이라는 넘의 농간에 놀아나본 적이 있기에 주인공들의 사랑을 아프게 가련하게 지켜볼수 있게 되었다.

역시 여기서 작가의 힘이 다시한번 더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개인적으로 결론이 맘에 들지 않는다.

작가는 용기있게 불륜을 넘어선 손가락질 받기에 충분한 사랑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작가는 마지막에서 힘없이 아무 결론도 내지 않고 독자의 손에 맞겨버렸다.

용기있는 시작과 함께 용기있는 결론을 냄으로서 지탄도 받아낼수 있는 모습이었다면 더 멋진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너무나 작가가 주인공과 동화되어 측은지심으로 책을 쓴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이부분이 좀더 확실한 작가의 주관으로 끌고 나갔다면, 비록 논란의 여지가 있었겠지만, 더 멋진 작품이 될수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여자들의 마음에 봄바람이 분다.

겨울의 차가운 기운은 물러가고 움츠렸다 마음에 온풀이 불어온다.

사랑을 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에 상처입은 사람들에게 당신의 사랑은 그 무엇보다 아름답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이 소설의 주인공의 사랑도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