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한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의 영혼을 교감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책이 그러했다.
나는 박완서님과 이해인수녀님은 책과 메스컴을 통해 이미 접해본 적이 있는 분들이었고, 방혜자님과 이인호님은 이책을 통해 처음 만나뵈는 분들이었다.
책에 있는 네명의 그림중에 박완서님과 이해인님의 모습만으로도 난 충분히 설레였고,
그런 설레임으로 책을 펼쳤다.
참으로 잔잔한 대화들이 오갔다.
햇볕이 잘드는 창가 테이블에서, 또는 봄볕따사로운 공원의 산책길에서 두명의 우리 언니들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바로 이 책이었다.
난 이책을 통해 박완서님의 아픔과 이해인 수녀님의 고뇌를 만났고,
전혀 알지 못했던 유명한 예술가 방헤자님과 역사학자이신 이인호님을 만났다.
박완서님과 이해인님의 대화와 방혜자님과 이인호님의 대화는 무척 닮아 있는듯 다른 모습이었다.
박완서님과 이해인님의 대화는 종교와 인간으로서의 삶에 대한 본질에 좀더 촛점이 맞춰있는듯 하였고,
방혜자님과 이인호님의 대화는 동시대를 살아오며, 비슷한 경험을 한 2명의 누이가 서로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듯하였다.
박완서님은 고통속에 이해인님과 더욱 친한 연분을 나누셨고, 이해인님은 박완서님의 조용한 배려에 맘을 여신듯 하였다.
박완서님과 이해인님은 작가로서 그리고, 종교인으로서 마치 책속에서 접할 듯한 이야기를 나누셨고, 어려운 과제를 내게 던져주는 느낌이 들만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행복은 유리그릇이다. 이것이 깨졌을때 준비할수 있는 힘이 바로 종교이다"
"잘 곰삭은 한은 인간성을 풍부하게 하고 창조적인 힘이 된다"
"부는 과시의 대상이 아니라 나눔의 시작이라는 인식이 앞서야 한다"
"말은 입만 깆고 있으면 누구나 할수 있지만, 실천은 몸이 있어도 마음이 함께 하지 못하면 행할수 없다"
"사랑이라는 것도 편애이며, 편애는 부작용이 있다. 박애는 전체를 평등하게 사랑하는 것이다."
이는 두분의 대화에서 내게 던져진 이야기들이다.
글로는 쉽지만, 실철하기 어려운 말들이었다.
이에 반해 방혜자님과 이인호님의 좀더 직설적이고, 마치 우리네 큰어머니, 어머니 세대의 담소를 듣는 분위기였다.
70년대 유학 및 귀국.
나도 잠시 미국에 유학을 갔던 사람으로 그분들의 고민과 노력을 듣는 순간 후회와 미안함이 넘쳐났다.
또한 이 두분은 시대를 앞서가는 여성이자, 선구자격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여러가지 방식이 있다.
사회를 앞서가는 모습은 아름답지만 고통스럽다.
이 두분의 대화에는 그런 모습이 담겨 있었고,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나로서 마치 형체없는 채찍처럼 다가왔다.
그리고, 사회에 대한 심도깊은 고민과 삶에 대한 고민들이 담겨있어, 지금의 나의 고민과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하였다.
특히 방혜자님의 경우 처음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작품을 접하게 되었는데,
작품에 대한 설명같은 글귀가 오래 남는다.
"우리는 빛속에서 살면서, 그걸 의식하지 못하고 살때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생명, 평화, 자유 이런 모든 것이 빛으로 부터 온다"
"예술의 길은 모든 생명을 주의깊게 바라보고, 찬탄하고, 세포 하나하나까지도 활짝 깨어나 매순간 새로 태어나는 길이다"
삶속에 우리 옆에 있는 모든것이 예술이며, 이를 관찰하고 느끼는 것이라는 글이 마치 방혜자님의 예술의 세계를 함축적으로 설명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인호님은 역시 경력처럼.. 사회문제에 대해 무척 고민을 많이 하셧다는 느낌이었다.
여성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경륜이 묻어나 있었다.
또한 약간은 선생님 같은 엄숙함과 엄격함이 느껴지면서도 친한 선배언니와 같은 자상함도 같고 계신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되고 훌륭한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는 문화와 종교의 차이에 관계없이 다 같다. 인간이 지켜 나가야 할 가치는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다"
"과거에서 현대에 이르는 역사, 철학, 사상의 맥락을 짚어가며,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지혜를 터득하과 현대와 미래를 성찰하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 삶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사회전반에 대한 고민과 고뇌가 느껴지는 글들 많았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선배언니, 스승, 어머니를 만났다.
책은 기대이상이었다. (솔직히 읽는데는 오래걸렸다)
4명의 시대를 앞서가며, 시대를 이끌어가는 여성들을 만나 좋은 대화를 나누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