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영국인들은 “셰익스피어는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고 말하지만 중국에는 “<홍루몽>은 만리장성과도 바꿀 수 없다”는 말이 있다는 서두에 정말 두근두근 가슴의 흥분을 느끼면서,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홍루몽에 대한 어떠한 지식도 없이 거의 백지상태로 시작한 나에게
1권의 서두는 마치 성경을 읽듯이 누가 누구의 자식이며, 어떤 부인과의 사이에 누가 있고, 그 사람은 어떻다는 식의 가계보 정리와 끝없이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의 이름에 정신이 없었다.
우선 읽자. 기억은 나중에. 그렇게 시작하였지만,
난 결국 펜과 종이를 가져와 계보를 그려가면서 이해하기 시작햇다.
중후반으로 들어서면서, 이야기는 충격과 웃음으로 진행되었다.
역시 초반에 들인 공과 노력, 그리고 시간이 아깝지는 않았다.
술술 읽혀가면서, 나름 스토리의 전개도 즐길수 있게 되었다.
앞서 이야기 햇듯, 홍루몽의 1편은 주로 가보옥과 임대옥 그리고, 왕씨 집안의 대소사와 그들의 영향력, 그들의 관계에 집중되어 갔고, 간간히 가지치기를 하면서,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로 스토리를 풀어갔다.
특히 가보옥의 캐릭터는 참으로 홍루몽의 옥과 같은 존재였다.
책을 읽기 전 가보옥의 캐릭터 설명에 조인성이라는 배우가 생각났는데,
책을 읽고 또 읽어가면서 정말 조인성씨가 이 배역을 연기한다면 딱이겠다 싶었다.
귀여운 귀공자, 철이 없고, 가무와 여색을 좋아하는 그러면서도 진종과 같이 무게있는 캐릭터에 애정을 갖는 부유한 가문의 공자.
천성적으로 여자를 좋아하는 그리고, 적당히 관리하는 모습이 웃기면서도 바람기의 전형이다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보옥과 경환선녀의 만남은 가장 인상적이 부분으로, 특히 금릉십이채정책, 부책, 우부책과 홍루몽의 노래는 홍루몽의 전체적인 이야기를 암시하는 듯 하였다.
개인적으로, 이 노래를 모두 기억할 수는 없지만, 이부분이 핵심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고, 12권의 홍루몽이 끝나는 시점에 다시한번 들을 수 있을리라, 혹은 다시 읽어보리라 맘먹었다.
<홍루몽>을 5번 읽었다고 했던 마오는 “<홍루몽>을 읽지 않으면 중국 봉건사회를 이해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고 하였다.
과연 내가 중국 봉건사회를 이해할수 있을지는 미제지만, 나름 초반의 책 분위기에서 한국의 정서와는 다른 무언가를 발견하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임대옥이 나이든 아버지인 임여해를 두고, 영국공으로 들어가는 과정또한 한국의 정서와 좀 상충되었다.
우리나라 정서에 의하면, 나이든 아버지를 모시고, 효도를 한후, 아버지가 돌아가시거나, 혹이 아버지와 같이 친척집에 가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임대옥은 그러지 않았고, 아버지 임여해 또한, 딸이 가기를 청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의 가족이라는 엄격한 틀이 중국에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한국은 철저한 가부장 사회로, 주로 부계중심의 사회였으나, 홍루몽의 중심인물은 모두 여성이다.
솔직히, 초대라는 하인의 술먹고 하는 주정에도 등장하듯. 약간은 불륜과 성애가 판을 칠듯 싶은 스토리에 여성이 중심이라 조금은 안타깝기는 하지만, 집안의 대소사를 여성에 의해 해결하는 모습이 약간은 충격이며 의아했다.
여러가지 면에서 참으로 색다르면서, 재미있는 스토리 전개가 될듯 싶어 2권역시 기대된다.
조금은 아쉬운 면은 너무 구어적이며, 문어체적인 고전스타일이라 초반 적응이 쉽지 않았다는 점과, 장마다 등장하는 이야기 스토리, "다음회를 보시라"라는 구절은 궁금증을 더하는 효과도 있지만, 한창 흥을 깨는 듯 하는 듯하였다. 또한, 1권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 인물사전, 가부 및 대관원 평면도, 홍루몽 4대 가족 인물 관계도를 보고 약간의 배신감과 나의 종이를 번갈아 보게 되었다. 아~ 이것을 먼저 알았다면, 그리고, 앞에 잠깐의 언급이 있었다면, 아쉬움이 들었다.
매번 등장하는 말처럼 빨리 2권을 보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