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춤이다
김선우 지음 / 실천문학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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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최승희는 그저 북한 여자 무용수였다.

오랜된 사진속의 최승희는 장구를 메고, 하늘을 쳐다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유명한 무용수, 월북한 무용수, 이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책 소개를 읽고, 최승희도 이제 과거의 사진속의 인물만이 아닌 살아 있던 존재로써 받아들여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책을 읽게 되었다.

 

최승희, 그녀가 살아온 시대는 암울하다.

조국은 일본의 식민지였고, 광복후에는 남과 북으로 갈라졌고,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로 나뉘었으며,

동족끼리 싸우는 전쟁을 치렀던 그 암울하고 고난의 시대를 살아왔다.

그녀는 암울한 시대와 달리 빛나고 화려한 타이틀을 갖고 있었으나,

난 오히려 반대로, 그녀는 그 암울한 시대였기에 가장 빛났다고 생각된다.

마치 검은 바탕위에 놓인 푸른 가시가 번뜩이는 피빛장미같은 그녀.

이것이 나에게 살아 움직여 다가온 최승희의 모습이다.

 

이책에서 그녀의 시선은 없다.

철저히 그녀의 주변인물인 사진작가 기타로, 그녀의 남편 안, 그녀의 스승 이시이, 그리고, 예월의 아들 민의 시선으로 그려지고 있다.

기타로에게 있어서, 최승희는 사랑과 존경하는 여인이었고,

그녀의 남편 안에게 있어서는 그녀는 아름답지만 소유할수 없는 여인이었고,

그녀의 스승 이시이에게 있어서는 아주 특별하고 찬란하고 독기가 있는 제자였으며,

예월의 아들 민에게 있어서 최승희는 어머니 예월을 닮은 가녀린 여자였다.

그녀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달랐지만, 그 모든 것이 그녀였다.

 

어려운 식민지 시절에 일본으로 건너가 식민지의 딸로, 자랑스런 조선의 딸로서 강하고 아름답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무용수로 성공했으나,

그 식민지 시절 그 한국인에게도, 일본인 에게도 환영받지 못한 예월의 삶과 닮아있었다.

또한 무용수로서의 꿈을 사랑하고 쫓았지만, 여자로서의 사랑을 갈구하기도 하였다.

 

그저, 사진속의 인물이 아니라, 시대적 배경안에서 고민하고 몸부림치고, 그리고, 그속에서 당당한 한떨기 피빛장미로 피어나는 인물로 새롭게 다가온 최승희.

월북이던, 사회주의던 그것은 이미 사라졌다.

한국인으로서 예술을 사랑한 열정적인 여인 최승희만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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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도우 - 스타테이라의 검
이은숙 지음 / 높은오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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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을 데려오는 검, 권력을 얻을수 있는 검 스타테이라의 검.

그리고,그 검을 쫓는 사람들.

이 검은 오랜전부터 유라시아의 전 대륙을 걸쳐 쫓고 찾아왔던 검이다.

일제 점령기 시대, 신유미는 죽은 삼촌이 타살임을 확신하고 담배갑속의 담배를 통해 베이징 대학 박물관장인 오종록교수를 찾아가게 되고, 이를 계기로, 삼촌이 연통국 소속, 임시정부의 군자금을 대는 보물사냥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이때, 신유미는 또다른 보물사냥꾼 해성과 산을 만나 권력을 얻는 검 스타테이라의 검을 찾아나선다.

하지만, 이검을 쫓는 무리는 점점 늘어난다.

그 핵심에 신유미와 오종록교수 그리고, 해성과 산이 있었다.

결론은 책을 보실분들을 위해 잠시 접어두기로 한다.

 

책을 읽는 내내 무척 빠른 전개와 간결한 문체에 빠져 흥미롭게 읽을수 있었다.

또한 보물사냥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시대적 배경이 합쳐져서 나름 손에 땀을 쥐게하는 박진감도 있었다.

또한 적절한 시간전개와 낯설지 않은 인물들과의 연계가 더욱 실감나게 하였다.

처음 만나는 한국 판타지는 예상외로 낯설면서도 낯설지 않은 느낌을 주었다.

또한 소재나 인물들이 낯설지 않아, 쉽게 판타지라는 느낌도 잊고 받아들일수 있는 장점도 발견하게 되었다.

더구나 애국의 가치관까지... ^^

나는 작가 이은숙에게서 놀라운 발견을 하였다.

여린 여성작가이며, 감수성이 뛰어날 것이라는 생각을 뒤업고, 강렬한 남성위주의 판타지 소설을 만들어 내었으며, 일반 판타지 소설에서 쉽게 빠지기 쉬운 비현실성을 적절한 자료조사와 인물구성으로 현실감을 더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격렬하고 빠른 전개에 여린 여성적 섬세함과 감정의 교류가 적절함 조화를 이룬 작품같았다.

이책을 단지 판타지 소설이라 규정짖고 싶지 않을 정도로 적절한 조화를 이룬 작품이었다.

다음 이은숙 작가의 작품이 어떤 모습일지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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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 법의곤충학자가 들려주는 과학수사 이야기
마크 베네케 지음, 김희상 옮김 / 알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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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물학과를 전공했다.
따라서, 법의 곤충학과 유전자 감식 그리고, 낡은 범죄생물학으로 나뉜 이책중에서 유전자 감식은 거의 전문가 수준을 이해하고 있을 정도이고, 나머지 부분은 대충 이론정도만 알고 있었다.
이책이 내 전공분야와 내가 좋아하는 CSI의 프로그램을 적절히 조합해 놓았으며, 현장에서 뛰고, 전문가인 마르크 베네케의 책이라서 무척 흥미로왔다.

자연생태는 순환의 구조를 갖는다.
따라서, 죽은 동,식물의 사체는 부패하고, 다른 생물체의 먹이가 되어 자연으로 분자가 되어 돌아간다.
사람도 예외일수 없다.
비록, 야수나, 독수리등의 밥이 되는 경우는 적지만, 파리, 딱정별래 등 많은 동물들의 점심, 저녁식사가 되기 쉽다.
때로는 쥐나, 강아지도 사체를 먹기도 한다고 들었다.
사실 죽음이후의 모습은 끔찍하다.
이 책에서도 흑백 컬러로 누군가의 사체와 죽은 흔적들이 사진으로 있었지만, 마치 현장을 보듯 피하고 싶고, 보는 것 만으로도 괴로왔다.
하지만, 작가는 정말 전문가 답게 냉정하게 사망시각을 계산하고, 주변의 환경조건을 살피는 방법등을 설명하고 있었다.
유전자 감식은 아마 많은 분들이 들었을 내용이다.
친자확인에도 자주 이용되는 기술로, 전공공부시절 꽤나 DNA를 뽑았던 기억이 있다. (비록 박테리아에서 주로 뽑았지만)
이 책에서 소개되는 PCR은 법의학 뿐만 아니라, 생물관련 모든 학문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발견이었고, 이 PCR을 이용하여, 많은 연구가 진행중이다.
아직도 이 기술이 정확치 않다고 믿는 사람이 있을까?
이 사례에서는워낙 유명한 클린턴, 심슨등의 사례와 함께 연결되어 있어 더 친숙하게 다가왔다.
마지막 낡은 범죄생물학은 글쎄,개인적 생각으로는 비밀리에 아직도 진행되고 있지 않을까 싶은 인종우생학을 다루고 있다.
어떤 잣대를 가져다 놓느냐에 따라 우생의 판단이 달라지겠지만, 나는 종의 다양성과 유전정보의 다양성이 그 어떤 우생학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이책을 읽는 내내 마치 진흙탕을 걷고 있고, 신발사이로 들어오는 축축함이 느껴졌다.
사체의 부패, 구더기, 체액, 정액등등....
하지만, 이런 왠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뒤돌아 나오기 보다는 계속 진행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아마도 작가의 객관적이고, 냉정한 태도와 별일 아닌 흔한 일이라는 식의 설명이 한편 계속적인 진행이 될수 있게 한 힘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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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서
한호택 지음 / 달과소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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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태어난 나는 자주 근처 공주와 부여에 놀러다녔다.

무녕왕릉도 소풍때 가본적이 있고, 박물관에서 놀기도 했었다.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한국역사에 대해 배우면서 난 불만이 많았다.

역사책에는 백제는 나약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었고, 고구려는 용맹한 기마족으로, 신라는 지략에 능한 전략가로 그려지는 모습에 안타까웠다.

내가 박물관에서 본 왕관은 고구려와 신라의 그 무엇과도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고,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같이 아름답고 유연한 부처님을 볼수 없었다.

그런 문명적 발달을 이룬 백제가 나약한 모습일리는 전혀 없었기 때문에, 강자에 의한 기록에 불만이 적지 않았다.

최근 백제의 왕족이 일본으로 건너가 천왕이 되었다는 설과, 백제와 고구려가 한 형제의 나라였다는 점 등이 밝혀지면서 백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잘 맞아 떨어지는 작품이 바로 연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소설은 백제 사비성에 사는 장이라는 남자가 자신의 어머니인 수련의 아프고 슬픈 과거를 알게 되고,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자신과 어머니를 위해 소서노의 칼을 찾아 나서면서 시작된다.

아니, 시대적으로 보면, 장의 자아찾기가 아니라, 백제의 왕 성왕이 전쟁에서 신라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전쟁터에서 혼자 살아온 성왕의 아들이자, 수련의 단 한번뿐인 연인이자, 장의 아버지인 창, 즉 위덕왕에서 부터 시작된다.

장의 운명은 수련이 나라를 위하겠다고 지광에게 대답하면서 주어졌다.

장은 그렇게 지광을 만나 자신의 운명의 방향을 정하게 되고, 왕평을 만나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기 시작한다.

이 책속에는 서동요로 잘 알려지 유명한 선화공주와 무왕의 사랑이야기도 담겨 있으며,

정실자식인 아좌태좌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또한 소서노와 온조 비류의 이야기, 위덕왕의 사랑이야기 등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왜가 성덕태자가 다스리는 백제의 한 부족이었였다는 것, 그리고, 백제의 영향력과 영토가 얼마나 방대했는지에 대한 시대적인 이야기도 담겨 있다.

 

책은 이처럼 방대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매우 빠른 전개로 진행된다.

나름 안타까움이나 감정적 교류에 있어서 부족함이 있었지만, 이런 빠른 전개는 오히려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무왕의 탄생과 발전.

여타의 역사소설과는 달리 마치 성장소설과 흡사한 분위기를 띈다.

역시 작가 한호택은 이 소설의 형식에서도 백제의 그 온화한 미소를 선택한 것이 아닐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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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자살 클럽
전봉관 지음 / 살림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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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살. 아마 누구나 한번은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싶다.

지치고 힘들고, 해결책이 안보이고, 앞이 깜깜해질 때, 자살에 대한 유혹이 다가온다.

그리고, 어린시절 철없던 사춘기 시절에는 자살이라는 단어가 죽음보다는 스스로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당당하게 느낀적도 있다.

 

경성 자살클럽. 1920~1930년대의 신문에 보도된 자살내용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이책속에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이 담겨있고, 다양한 사연과 고민들이 있었다.

1920~1930년대, 암울한 우리의 한시대이다.

그 암울한 시대에는 모두들 나라를 잃은 슬픔에 우울해서 아무것도 못했을것이다라는 상상을 하던 나는

경성기담, 경성을 뒤흔든 연애사건 등의 책을 통해 그 시대에도 사랑이 있었고, 우리 사는 삶과 비슷했음을 미리 짐작했다.

하지만, 자살이라는 단어와 함께 난 다시 나라를 잃은 암울한 시대의 아픔이 많이 담겨 있을것이며, 독립운동가들의 고충이 있을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예상과는 달리, 처음부터 남녀간의 사랑, 동성애, 집단 따돌림, 입시지옥등의 현재 사회의 자살원인과 비슷한 주제들이 나열되고 있었다.

만약 나석주의 자살사건이 없었다면, 난 정말 이책에 실망했을 것이다.

한편 사람사는 곳은 어디든 비슷하든, 인류가 완전히 쇠뇌되지 않는한 사랑이 가장 큰 주제가 될수 밖에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특히 놀라운 사실은 남녀간의 사랑은 있을수 있지만, 동성애가 있었다는 것에는 무척 놀라웠다.

(역시 동성애는 인류와 역사를 함께하는 것이 아닐까?)

한가지 중요한 것은 이들에게는 어떤 이유와 사건이든지 그들의 삶을 송두리채 놓아버릴 정도로 중요한 일이었지만, 사회라는 집단속에서 그들의 선택과 고민은 마이너취급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사회를 위해 소수의 고민과 고충은 지워버려야 할 문제일까?

하지만 나역시 이책을 읽고 소수의 고민과 고충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내용이 굉장히 평범하고 현대사회와 비슷하다는 이유에서 실망하였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볼수 있는 시각이 비슷한 점을 보면, 작가 전봉관님의 시도와 출판사의 노력은 이런 보편성을 벗어나는 선택이었다는 점에서 대단한 용기와 노력이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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