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아프고 부러운 날으는 토르소맨

꿈꾸는 토르소맨 - 팔다리 없는 운명에 맞서 승리한 소년 레슬러 이야기
KBS 스페셜 제작팀 지음, 최석순 감수 / 글담출판 / 2009년 5월

미술작품 중 하나인 토르소.

미술 시험때문에 외운 이 단아가 이렇게 가슴에 와닿을 줄은 이 책을 만나기 전에는 상상도 못하였다.

토르소, 팔 다리 등이 없는 몸통이 중심인 작품으로, 인체미의 상징적인 효과를 얻으려고 하는 의도로 현대 미술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토르소맨이라는 별명을 가진 더스틴 카터.

그는 어린 5살에 수막구균혈증, 즉 수막염으로 괴사되어가는 팔, 다리를 잃었다.

처음 책 표지의 사진을 보고 제 3자인 나조차 받아들이기 힘이 들었는데,

어린 더스틴이 어찌 받아들였을까 상상하기조차 힘들었다.

더스틴 부모는 그가 초기에는 힘들어 했지만, 스스로 모든 일을 해냈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너무 밝게 웃는 모습을 보면, 그는 장애를 모두 극복한 듯 보였다.

그러나,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조차 힘이 든데, 어찌 저리 이제는 성인이 된 저 남자가 웃을수 있을까?" 는 의문은 끊이질 않고 계속되었다.

 

그는 자신의 장애가 있다고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고, 모두 해낼수 있다고 말하였다.

그의 당당한 모습이 가슴 저미게 감동적이고, 부럽기까지 하였고, 무언가 모르는 힘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책을 모두 읽고난 후 난 조금씩 이해할수 있었다.

난 그의 장애 극복의 힘은, 그의 자신감의 원천은, 더스틴 카터에게도 있지만,

대부분은 더스틴의 가족과 더스틴 주변의 친구, 조력자들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를 레슬링으로 이끈 등불같은 존재, 브라이언 윌리엄스와 네이선 혼,

아무 조건없이 그의 트레이니을 맡은 스콧 굿패스터, 그녀의 여자친구 메리디스와 그녀의 가가족들, 힐스보로 고등학교 친구들과 리치얼리 교장.

그리고 무엇보다 더스틴의 부모 러스와 로리, 그리고 가족들.

이외 많은 사람들이 그와 함께 있었고, 그를 "할수 있다"는 믿음과 다르지 않다는 편견없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기에, 더스틴이 토르소맨이라는 별명과 장애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갖게 되었고, 이처럼 어엿한 청년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었다.

만약 그가 차별과 편견의 시선속에서 살았다면, 이런 모습의 더스틴도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는 그 스스로도 용기 있는 사람이었지만, 우리나라 말로 인복이 많은 행운아였던 것이다.

 

난 개인적으로 레슬링 매트위에 그가 가장 좋아보였다.

아마도 그가 그토록 사랑하는 레슬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가 가장 좋아보이고 행복해 보이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난 개인적으로 두가지 점에서 그가 부러웠고, 배울점 두가지가 있었다.

지치는 줄 모르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포기를 모르는 근성이 하나였꼬,

나머지 하나는 그가 온 열정과 인생을 바쳐 평생 사랑하고 함께 하고픈 것, 즉 레슬링을 한다는 것이다.

부디, 더스틴 카터가 힐스보로 고등하교에서 코치생활을 하며, 네이선, 브라이언과 같이 훌륭한 지도자가 되길 같이 응원하며 격려하고 싶다.

숲을 통해 배우는 인생사 이야기

숲에게 길을 묻다 - 희망 더 아름다운 삶을 찾는 당신을 위한 생태적 자기경영법
김용규 지음 / 비아북 / 2009년 4월

"숲"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생태학이 다가온다.

대학시절 생태학을 들어 채집활동으로 숲에 가 숲 곳곳을 누빈 기억때문인거 같다.

그때, 교수님의 강의와 함께 두르두르 다닌 숲은 그동안 멀리서만 보았던 산=숲이라는 느낌과는 다른 살아있는 모습으로, 또한 변화하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이런 기억에 "숲에게 길을 묻다"라는 이 책이 어떤 모습일지, 숲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무엇인지, 그리고, 숲을 통해 어떤 길을 찾을 것인지 궁금했다.

 

작가는 숲에서  희망의 길을 발견하였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동안 남들이 가던 길을 가면서 행복하지 않았던 그는 숲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 행복했고,

그것을 나누기 위해 책을 썼다.

태어나는 순간의 탄생과, 운명, 성장하기 위해 경쟁하고, 공생, 상생하며, 관계를 갖고 죽음까지 사람들이 이세상에 태어나고, 성장하고 살아가면서, 그 생의 마지막까지 모든 과정을 숲을 통해 깨우치고 있었다.

숲은 씨앗부터, 가장 왕성한 우점종, 들풀, 꽃, 나비, 벌, 그리고, 고목, 쓰러진 나무까지 다양한 개체와 모습들이 존재하는 곳이다.

그곳은 생태학의 집결지이며, 숲은 계속적으로 성장하고, 움직이고, 자연속 그들만의 모습을 갖게 된다.

작가는 연리목, 혼리목을 통해 사랑을 배우고, 병꽃나무에게서 배려를 배우고, 질경이를 통해 개척정신을 배우고, 낙엽과 고목을 통해 삶을 정리하는 방법을 배웠다.

사실 이것뿐이리, 이런 배움이외에도 우리도 사실 이 숲에서 떠나서는 살수 없으며, 숲에 의해, 작은 식물에 의해 도움을 받고 있는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점점 자연과는 먼 인간들이 만든 모습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작가 김용규가 그런 인간들의 콘크리트 숲을 떠나 자연의 숲에서 행복을 찾은 것은

아마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므로 인해, 즉 과거 선조들이 갔던 그 길이지만,

현대 사회사람들이 더이상 가지 않는 그 길을 감으로 인해 행복을 찾은 것이다.

 

요새 많은 사람들이 귀농, 즉 자연으로의 회귀를 선택하고 있다.

진정한 노동의 가치를 깨닫고,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고자 떠나는 것이다.

나 역시 이런 흐름을 매우 부러워 하고 있으며, 언젠가 그곳에서 나의 여생을 보내리라 꿈꾸고 있는 중이다.

작가의 숲을 통해 배운 이야기들은 모두 나에게 감동이었고, 나의 꿈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한가지 의문이 생겼다.

씨앗은 모두 부화하지 못한다.

태어나자 마자 암으로 죽어가는 아이들과, 고통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과연 그들은 숲이라는 양육강식의 세계에서는 약자일 뿐이다.

과연 정상적인 사람들이 아닌, 그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수 없는 이들은

과연 숲을 통해 어떤 길을 물을 수 있을까?

순응, 정리, 죽음?

숲은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종교에서 주장하는 자비와 이웃사랑은 이곳에 없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러면에서 인생사, 즉 인류라는 것은 완전히 해결될수 없는 불안정한 존재일뿐 아닐까?

정도고등학교 소리나 밴드 멤버로 가입하다.

삐릿 - 한동원 장편소설 ㅣ 담쟁이 문고
한동원 지음 / 실천문학사 / 2009년 3월

사춘기 시절, 중고등학생들의 로망이 무엇일까?

내 시절을 돌이켜보면, "오토바이"가 가장 큰 로망인거 같다.

이 책은 이런 사춘기 시절의 로망, 열정, 순수함등이 묻어있는 책이었다.

특히, 우리가 흔히 들어본 브랜드들이 등장하여, 마치 내 친구의 사춘기 열병을 추억해 보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실감이 더해졌다.

 

백동광, 똥광이라는 별명을 가진 주인공 (왜 어릴적에는 유치하게 이름가지고 별명을 지었는지 모르겠다)이 가까운 당국 대학교 사범대학 부속 고등학교가 아닌 "서울 정도 고등학교"에 배정되면서 사건은 발생한다.

두발규제가 강한 고등학교에 배정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안다.

나도 두발, 교복등에서 규제가 심한 학교에 친구들과 달리 나만 떨렁 배정된 경험이 있어 너무나 공감이 갔다.

백동광은 진학한 정도고등학교 생활을 통해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당국고등학교의 유명한 하회탈처럼 정도 고등학교에 영파이터스를 만드려는 함주석, 호크 배성규, 이티 허두석, 강연철.

그 아이들과 맞물려, 사립고등학교 권력다툼이 되는 음악선생과 선도부 게슈타포.

영파이터스에서 베이스를 치다가 백동광에게 둘이서 새로운 밴드를 만들자고 하는 양수은.

미팅에서 처음 만나 오후 5시 17분에 헤어진 정아연.

같은 주석이지만, 그에게 질투심과 수치심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김주석.

그리고, 얍삽한 약국집 아들 이정.

 

이 속에서 가장 순수하고 해맑은 사람은 바로 주인공 백동광이었다.

백동광은 교내 딴따라 세력과 선도부 사이에서 새우등처럼 터지기도 하고,

순수한 사랑으로 편지를 주고받던 정아연을 통해서도 아픔을 겪고,

양수은을 통해 그동안 자신은 전혀 느끼지도 못하고, 생각조차 못한 사건들 속에 자신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한다.

양수은 말대로, 백동광은 책속으로 돌아오게 하는 이유인 것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마치 내가 정도고등학교에 다니는 느낌이었고,

백동광과 양수은과 함께 소리나 밴드의 한 소속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친근하고 익숙하였다.

이런 익숙함이 한국 소설을 읽는 또하나의 묘미라는 것을  새로이 알게 해주는 책이었다.

자연속 퇴계이황 선생을 만나는 시간

퇴계잡영 - 이황, 토계마을에서 시를 쓰다
이황 지음, 이장우.장세후 옮김 / 연암서가 / 2009년 4월

퇴계이황. 유학자로서 천원짜리 지폐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사실 그가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히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그가 유명하며, 존경받던 학자라고 알고 있었다.

이번 책은 사실 퇴계 이황이라는 타이틀에 시작하게 된 책인데, 예상외로 기대이상의 퇴계선생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퇴계선생이 벼슬자리를 물러나 퇴계마을로 이사해서 지은 시들의 모음이었다.

먼 시골산골에 이사하여, 숲과 바위 시냇물을 벗하여 지내면서 지은 시들로,

자연의 변화와 그에 따른 퇴계선생님의 느낌들이 담겨있었다.

봄에는 풀린 날씨와 함께 겨울을 지내느라 병들고 고단한 마음을 추스리고,

아름답게 핀 매화와 산천 꽃들을 보며 시를 지으셨고,

여름에는 푸르른 산과 들 그리고 시내의 활기에 스스로 흥이 돋아 농사 지으며 시를 지으셨고,

가을에는 지는 낙엽과 하늘을 보며, 방안 책과 함께 성인들의 말씀을 쫓고자 다짐하며 시를 지으셨고,

겨울에는 농한기의 한가함을 즐기며, 인생을 돌아보며 시를 지으셨다.

바쁜 여름과 추운 겨울에 지은 시가 봄과 가을에 비하면 적어,

농사를 지으면서, 겨울을 버티면서 스스로 몸이 고단하여 적게 지은시것이 아닐까 싶어,

돌아가신 할아버지같은 안타까움이 들었다.

 

스스로 말하길 남과 어울리기를 좋아하지 않는편이라서,

그 멀고 깊은 산골에 집터를 지으셨지만, 간간히 오는 지인들에게 시를 지어주고, 화답하는 시를 보면서, 어울리기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세상풍파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저 세상풍파와 욕심속에서 벗어나 성현들의 말씀대로 살고자 노력하기 위해 퇴계마을로 이사한듯 싶었다.

 

"숲속의 사립문은 산을 향해 열려 있고, 울타리 꽂혀 마을길과 막혀 있네.

방안은 고요하게 책과 그림만 꽂혀 있고, 문 앞에는 한가로이 지팡이와 나막신 놓여 있네.

비온 뒤라 더운 기운 맑아지고, 시냇가에는 사람들 일없어 적막하네.

때때로 책 끼고들 오니, 너희들 오간 흔적만 남아 있네." page103

 

이 한시가 너무 맘에 들었다.

고요함도 느껴지지만, 퇴계선생의 인생관이 묻어 있는 듯도 싶었다.

하지만, 가장 서정적인 시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다음이었다.

"거울 열렸네, 연못 만드니.

구름 걸쳤네, 돌문 만드니.

온화한 바람 부니 조용히 움직이고, 때맞춰 내리는 비에 왕성하게 꿈틀거리네."

왜그런지 몰라도 이 한시가 내 마음속에 비를 내리는 듯 하였다.

 

한시는 사실 거부감이 있었다.

압축된 한자의 단어에 실린 이야기도 이해하기 힘들고,

낯설은 한자로 시를 읽는다는 것도 어려웠으며,

흔히 익숙한 현대시와는 매우 다른 운율과 단어에 생소하였다.

하지만, 이번 이책은 한문 원본과 함께, 한글로의 서술 및 자세한 설명, 그리고 각주까지

이런 다각적인 배려가 있어 시와 퇴계 이황선생님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앞으로 퇴계선생이외에 많은 좋은 한시들이 이렇게 만날수 있기를 바란다.

나의 좁은 시각을 넓혀주는 감동적인 이야기

블루 스웨터 - 부유한 이들과 가난한 이들 사이에 다리 놓기
재클린 노보그라츠 지음, 김훈 옮김 / 이른아침 / 2009년 3월

에드 친척 아저씨가 선물로 준 푸른 스웨터, 그 작고 사소한 물건이 커다란 어큐먼펀드에 이르게 되다니, 정말 기적과 같은 이야기이다.

보드라운 푸른색 털실로 짠 스웨터에는 마치 미래를 예지하듯 아프리카를 연상시키는 흰눈 덮인 산과 얼룩말 2마리가 수놓아져 있었다.

작가는 너무나 이 스웨터를 좋아했지만, 고등학교때 한 남자아이의 놀림으로 스웨터를 처분하게 되었다.

그렇게 스웨터는 작가의 손을 떠나게 되어,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시에서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까지 이르게 된다.

우연히 한 작은 소년이 무릎까지 덮을 정도로 큰 스웨터를 그것도 자신이 가장 어린시절 즐겨 입었던 에드가 아저씨의 그 푸른 스웨터를 입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작가의 세계관이 바뀌게 되고, 그녀의 인생조차 바뀌게 되었다.

 

이책은 매순간이 감동적이었고, 놀라움이었다.

어쩌면 작가의 사소한 개인적 사생활이라고 말할수 있지만,

그녀의 행보는 절대적으로 사생활이지 않았다.

부의 창출과 독식, 소외되어 가는 가난한 사람들, 마르지 않는 샘물과 같은 비영리 사업.

모든 것들이 현재 우리 주변에서 인식하지 못한채 이뤄지고 있는 일이었고,

그 사소한 사생활이 절대적으로 사적으로만 다가 오지 않는 이유였다.

뿐만 아니라, 부패한 권력,  욕심과 탐욕 또한 절대적인 남의 이야기로만 다가오지도 않았다.

또한 그녀가 설립한 어큐먼트에 대한 새로운 지식들이,

단순한 자선단체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게 되었다.

 

아프리카, 가난한 나라들이 모여있는 곳.

물과 식량의 기본적인 생활조차 연명하기 어려운 절대 절대 초절정의 빈곤.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의 고통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와 반대로 탐욕과 욕심과 부와 권력을 쫓는 앞만 보고 달리는 경마장 말과 같은 사람들.

이들이 너무나 대비되고, 극단적 배치가 되어 더욱 가슴아팠다.

 

작가가 설립한 어큐먼 펀드가, 앞만 보는 부유한 이들에게는 더 넒은 옳은 시각을 제공해주고, 생존조차가 삶의 전부인 가난한 이들에게 양분을 제공해주는 좋은 일들을 앞으로도 많이 해주기 바란다

 

어쩌면, 아프리카는 우리 주변에도 있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다.

힘없는 사람들, 권력과 부에 짓밟히는 사람들, 등록금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

이 책을 통해 커다랗게는 절대 빈곤의 나라들이 모인 아프리카에서,

우리 주변에 있는 소외된 사람들까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