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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잡영 - 이황, 토계마을에서 시를 쓰다
이황 지음, 이장우.장세후 옮김 / 연암서가 / 2009년 4월
평점 :
퇴계이황. 유학자로서 천원짜리 지폐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사실 그가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히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그가 유명하며, 존경받던 학자라고 알고 있었다.
이번 책은 사실 퇴계 이황이라는 타이틀에 시작하게 된 책인데, 예상외로 기대이상의 퇴계선생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퇴계선생이 벼슬자리를 물러나 퇴계마을로 이사해서 지은 시들의 모음이었다.
먼 시골산골에 이사하여, 숲과 바위 시냇물을 벗하여 지내면서 지은 시들로,
자연의 변화와 그에 따른 퇴계선생님의 느낌들이 담겨있었다.
봄에는 풀린 날씨와 함께 겨울을 지내느라 병들고 고단한 마음을 추스리고,
아름답게 핀 매화와 산천 꽃들을 보며 시를 지으셨고,
여름에는 푸르른 산과 들 그리고 시내의 활기에 스스로 흥이 돋아 농사 지으며 시를 지으셨고,
가을에는 지는 낙엽과 하늘을 보며, 방안 책과 함께 성인들의 말씀을 쫓고자 다짐하며 시를 지으셨고,
겨울에는 농한기의 한가함을 즐기며, 인생을 돌아보며 시를 지으셨다.
바쁜 여름과 추운 겨울에 지은 시가 봄과 가을에 비하면 적어,
농사를 지으면서, 겨울을 버티면서 스스로 몸이 고단하여 적게 지은시것이 아닐까 싶어,
돌아가신 할아버지같은 안타까움이 들었다.
스스로 말하길 남과 어울리기를 좋아하지 않는편이라서,
그 멀고 깊은 산골에 집터를 지으셨지만, 간간히 오는 지인들에게 시를 지어주고, 화답하는 시를 보면서, 어울리기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세상풍파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저 세상풍파와 욕심속에서 벗어나 성현들의 말씀대로 살고자 노력하기 위해 퇴계마을로 이사한듯 싶었다.
"숲속의 사립문은 산을 향해 열려 있고, 울타리 꽂혀 마을길과 막혀 있네.
방안은 고요하게 책과 그림만 꽂혀 있고, 문 앞에는 한가로이 지팡이와 나막신 놓여 있네.
비온 뒤라 더운 기운 맑아지고, 시냇가에는 사람들 일없어 적막하네.
때때로 책 끼고들 오니, 너희들 오간 흔적만 남아 있네." page103
이 한시가 너무 맘에 들었다.
고요함도 느껴지지만, 퇴계선생의 인생관이 묻어 있는 듯도 싶었다.
하지만, 가장 서정적인 시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다음이었다.
"거울 열렸네, 연못 만드니.
구름 걸쳤네, 돌문 만드니.
온화한 바람 부니 조용히 움직이고, 때맞춰 내리는 비에 왕성하게 꿈틀거리네."
왜그런지 몰라도 이 한시가 내 마음속에 비를 내리는 듯 하였다.
한시는 사실 거부감이 있었다.
압축된 한자의 단어에 실린 이야기도 이해하기 힘들고,
낯설은 한자로 시를 읽는다는 것도 어려웠으며,
흔히 익숙한 현대시와는 매우 다른 운율과 단어에 생소하였다.
하지만, 이번 이책은 한문 원본과 함께, 한글로의 서술 및 자세한 설명, 그리고 각주까지
이런 다각적인 배려가 있어 시와 퇴계 이황선생님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앞으로 퇴계선생이외에 많은 좋은 한시들이 이렇게 만날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