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a garland for his head


12월이다.깊은 우울함이 조금 가시는 걸 느낀다. 책도 안 읽히고, 기분 전환도 한 순간이지 솔직히 무슨 재미로 살겠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였다. 분노도 계속되니까 딱 죽을 맛이다. 청문회를 지켜 본 다음날 아침, 비틀즈의 〈Yesterday〉를 찾아 들었다. 그냥 듣고 싶었다. 놀랍게도 기분이 좀 나아지더라. 기억과는 다른, 젊다 못해 어린 목소리 덕분에 잡생각이 떠난 것이다. 그를 시작으로 좋아하던 노래를 하나씩 골라 듣고 있다. 예스터데이니까 지난 몇 달 간 읽은 책들을 복기해보기로 한다.
10월, 한 달 동안 나는 1일 1포스트 올리기를 목표로 활동하고 있었다. 아무도 모르셨겠지만... 아슬아슬하게 달성했는데 만화 리뷰 쓰기 등 편법도 좀 썼다. 책에 한정한 글쓰기라는 게 어려운 것임을 새삼 느꼈다. 블로깅 자체가 에너지를 요하는 활동이기도 하고, 그렇다보니 책이나 열심히 읽어야겠다 싶기도 했는데 모두가 그렇듯이 우리 삶과 밀접한 것이 정치이다보니 그마저도 쉽지가 않더라. 양심에 손을 얹고 내가 그렇게 열심히 산 것도 아니지만 열심히 산다는 것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나 뭐 그런 생각도 들고 무기력함과 분노를 오가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블로그에 토로할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책 이야기를 하는 나름의 청정구역(?)이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하여튼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연말이 가까워온다. 알라딘 오늘의 책 통계를 보는데 내가 산 책 중에 희귀한 책 목록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에 대해서는 조금 이따 털어놓기로 하고, 최근 읽고 있는(읽은) 책들과 신간 하나, 혹은 공통점이 있는 책들끼리 짝을 지어 간단히 리뷰하겠다.




아티초크 시집부터 시작하면, 올해는 다섯 권이 출간되었고 그 중 아틸라 요제프 시선은 개정판이다. 『세계 여성 시인선』이 보름 전에 나온 최신간으로 전철에서 조금씩 아껴 읽었다. 이 시선은 페미니즘 이벤트에도 속해 있으니 책베개를 노리는 (나와 같은) 분들은 눈여겨 보시길 바란다. 여성 문인 23명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특히 우리나라 문인들의 시와 소개를 보니 가슴이 아프다. 하나같이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고 그럼에도 체제에 순응하기보다 주체성을 찾으려 했다는 점에서 울컥하게 된다. 다음으로 추천하는 책은 『폴 발레리 시선』인데 굉장히 밀도 높은 작품집이다. 이 시집 때문에 프랑스 현대시 교재도 사다 읽었는데 여전히 좀 어렵다... 그럼에도 추천하는 것은 정말 소장 가치가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보다 자세한 것은 리뷰를 참고하시면 되겠다. 『닥터 글라스』는 북유럽 특유의 분위기를 담은, 상당히 현대적이고 진보적인, 진짜 전무후무한 소설인데 우리나라엔 스웨덴의 명랑소설이 더 인기라 안타깝다. 아티초크에서는 쇠데르베리의 닥터 글라스 3부작을 준비하고 있는데 좀 더 반응이 좋아졌으면 좋겠다. 나중에 자체 이벤트라도 해야하나 싶다...


 『폴 발레리 시선』 리뷰 http://blog.aladin.co.kr/769383179/8784180 『닥터 글라스』 리뷰1 http://blog.aladin.co.kr/769383179/8183938 『닥터 글라스』 리뷰2 http://blog.aladin.co.kr/769383179/8187767





한국소설 중 추천하는 작품은 구병모의 『한 스푼의 시간』과 신동욱의 『씁니다, 우주일지』이다. 구병모의 글은 정말 아름답다. 그동안 호흡이 짧은 글에 길들여졌기 때문인지 호흡이 긴 문장이 다소 낯설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저 밑바닥에서부터 가슴을 간질이던 깃털이 몸통을 꽉 채워 결국 날개를 활짝 펼쳤을 때, 따스히 안아주는 그 느낌을 떠올리면... 리뷰에도 썼듯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아주 좋은 작품이다. 작가가 참고한 책 목록을 보며, 아주 없을 것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신동욱의 책은 아직 읽지는 않았고 사 두기만 했다. 이 배우가 어떻게 지내는지 때론 궁금하곤 했는데, 가끔 팬카페에 글을 올려주는 것 외에는 소식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희귀 질환으로 인해 활동이 힘들다는 것만 알고 있었지 소설가가 되어 나타날 줄은 예상치 못했다. 채널을 넘기다 보니 명대사 ˝누구나 가슴에 이천원 쯤은 있는 거예요!˝도 해주더라. 그동안 우울했던 것과 별개로 아주 반가웠다. 최민용도 그렇고 말이다. 이 소설은 앤디 위어의 『마션』을 떠올리게 하는데, 신동욱이 우주 덕후라 한다.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 공유함으로써 나누는 기쁨을 알기에 그를 응원하고 또 책도 얼른 읽고 싶다.


 『한 스푼의 시간』 리뷰 http://blog.aladin.co.kr/769383179/8773577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읽고 있는데, 희곡을 보면서 안타까운 것은 대사 외 모든 것을 나름의 상상으로 채워야 하는 것이 꽤 힘들다는 것이다... 그리고 호흡이 상당히 빨라 그 속도에 맞추다보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랜더가 퍼디넌드와 사랑에 빠지는 부분이 있다. 두 사람이 처한 극적 상황을 고려하면 그럴 듯 하기는 하다. 극 자체는 재미있고 현대에도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는 듯 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께 추천한다. 나중에 벤 위쇼가 에어리얼로 나오는 영화도 보고 리뷰를 쓰려 한다. 캐릭터끼리 성을 바꾼 작품인 것 같은데 예전에 위쇼의 필모를 훑는다고 본 기억이 있다. 신간으로 『브릿마리 여기 있다』를 읽고 있는데 기욤 뮈소를 처음 읽었을 때의 인상과 유사하다. 2008년 쯤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보고 그 책이랑 몇 권 사서 읽은 기억이 있다. 당시의 솔직한 감상은 종이가 아깝다는 것이었다. 기욤 뮈소 팬 분들을 욕되게 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그 땐 그랬다는 것이고, 지금 다시 읽으면 어떨지... 프레드릭 배크만의 책도 『오베라는 남자』를 읽지 않아 비교는 좀 힘들고, 주인공이 시골도시에 적응하는 과정이 지루하다. 캐릭터가 묘하게 현실적이라 짜증 난다. 브릿마리가 살아 온 삶과 가치관을 만들어가는 과정 같은 것들이 고통스럽고 안 되었다. 마지막까지 읽으면 어떨런지? 일단 지금은 의무감으로 읽고 있는데 『나는 혼자 여행중입니다』를 읽을 때와 좀 비슷하다. 
 『나는 혼자 여행중입니다』 리뷰 http://blog.aladin.co.kr/769383179/8821035





응구기 와 티옹오의 소설 『한 톨의 밀알』은 (리뷰에도 썼듯이) 존 쿳시의 『추락』과 함께 읽기를 추천한다. 나도 조만간 다시 읽어보려 하는데 케냐와 남아공의 사정이 다르나, 각기 다른 계층의 시선으로 탈식민주의를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두 작가는 이 시대 참 지성인으로 꼽히니 뜻 깊은 독서가 되리라 생각한다. 쿳시에 관해서는 작품 외 폴 오스터와 주고받은 서간을 엮은 책 『디어 존, 디어 폴』 역시 추천한다. 읽을수록 쿳시가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고 존경할만한 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오스터는 참으로 따뜻한 사람이구나... 글쓰기에 대한 진정성과 더불어 오스터의 배우자 시리 허스트베트에 대한 궁금증도 생긴다. (나는 아직 오스터의 작품을 읽은 적이 없는데 이 서간집과, 『작가란 무엇인가』에 실린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다. 타자기 얘기가 기억에 남아 있다.) 아마도 허스트베트의 소설 중에는 『불타는 세계』를 먼저 읽을 것 같다.


 『한 톨의 밀알』 리뷰 http://blog.aladin.co.kr/769383179/8889540






포노에 관한 이야기- 음악 특히 클래식과 관련해서 열심히 구매하는 책을 출간하는 출판사이다. 아마도 가장 히트작은 『윤미네 집』이 아닐까 한다. 『음악에서 무엇을 들어낼 것인가』를 구입하여 읽는 중인데 여기서도 강조하는 것은 ‘많이 들으라’는 것이다. 책만 읽어서는, 지식만으로는 음악을 깊이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라디오, 음반, TV, 영화, 공연에 이르기까지 좋은 음악을 접하는 시간을 늘리라는 충고다. 음악을 이해하지 못한다거나 하는, 음악이 어렵다는 부담감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선율을 인지할 수 잇는 능력이라면 충분하다는 것이 에런 코플런드의 이야기다. 이 책은 ‘음악에서 들어낼 것’ 즉, 음악을 듣는 방식에 대한 여러 층위를 제시함으로써 ‘들어내려는 노력’을 강조한다. 주제나 형식, 음악을 구성하는 요소와 구조들을 소개하며 음악을 진정 즐길 줄 아는 애호정신이 무엇인지, 그를 다듬기 위한 방법을 알려준다. 쉬이 읽히면서도 뒤로 갈수록 깊이 있는 해설이 자리잡고 있다. 압축적이라 다상량을 요구하는 『음악에 관한 몇 가지 생각』보다는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음악과 음악가』은 슈만이 쓴 리뷰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좀 어려워서 리뷰를 못 쓰겠다. 어렵다는 것이 다른게 아니라 슈만의 리뷰에 등장하는 음악들을 잘 몰라서 그렇다. 좀 더 시대음악들을 듣고 읽어야겠다 생각한다...
 『음악과 음악가』 페이퍼 http://blog.aladin.co.kr/769383179/8806512





페미니즘 관련해서는 『아이는 국가가 키워라』와 『아내 가뭄』, 『페미니스트, 마초를 말하다』를 추천한다. 『아이는 국가가 키워라』 같은 경우는 리뷰 쓰려고 몇 번이나 시도 했는데 자꾸 산으로 가서 잘 안되었다. 요약하자면, 왜 ‘의무 교육’ 특히 보육원이 중요한지에 대한 현실적인 근거들로 이루어져 있다. ’저출산’(책에서 쓰인 용어)이 미혼, 그러니까 성혼율이 낮아 그렇다는 것은 상당히 근시안적이라는 얘기다. 이 시대 ‘저출생’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이에게는 기존 사실에 대한 반복에 그치나, 그것이 그만큼 핵심적이라는 뜻도 되기 때문에 읽어볼 만 하다. 아이를 가지는 것은 육아하기 쉬운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일본의 사회학자 시바타 하루카에 따르면, ˝육아 지원이 경제성장에 기여한다˝. 보육 서비스를 확충하면 일하는 여성이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경제 성장률도 높아진다. 이는 예전에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취임 후, 개발도상국에서 여성 교육 등의 정책을 지원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 아주 간단히 얘기하면 지급된 수당은 가장의 주머니에서 탕진된다. 반면 여성을 교육시키면 아이도 학교에 보내고 가르치고, 본인도 배우고 사회활동을 시작해 가계 경제를 살리고 나라 발전에도 이바지하더라는 것이다.
나도 직접 육아에 참여해보지 않아 잘 모르지만 어깨 너머로 지켜본 결과 우리나라는 양육이 쉬운 곳이 아니다.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 예시 하나만 들자면 기저귀 교환대가 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패밀리 레스토랑을 제외하면 기저귀 교환대가 있는 곳이 드물다. 별도 공간이 마련돼 있지 않으면 여성 화장실에 설치되어 있다. 양육하는 엄마(혹은 아빠)가 홀로 외출할 수 있는 경우는 아이가 유모차를 타면서부터인데, 이 교환대 있고 없음이 꽤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데, 자가용이 없으면 어디를 가야 하는가? 화장실에서? 변기 위에서? 세면대 위에서? 이렇게 몇 번 짧은 외출을 시도하다 좌절되는 것은 양육자의 심리 상태와도 연관된다. 네트워크 부족, 고립된 엄마(일본과 우리나라에는 대체로 엄마가 양육하니 엄마로 통칭) 즉 독박 육아이다. 외출은 사교활동과 정보력 부족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다. 정말 이게 장난이 아니라 일종의 감옥처럼, 이게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사회적인 기대(압박)과 더불어 사람을 죽인다... 결국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본인과 자녀에 대한 학대로 이어지는데 이게 극단적으로 들릴지라도 사실이다. 학대는 꼭 신체적인 것만이 아니라 감정을 동반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속상함을 토로한다거나 짜증을 냈다가 금세 미안한 마음에 사과를 하고 부둥켜 안고 하는 행위들, 육아는 결코 혼자서 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말 옆에서 보면서 느낀 게 많은데 페이퍼에 다 쓰기는 좀 그렇고... 아무튼 이 책은 ‘모성신화‘의 허위성도 지적하고 있다. tvN에서 리메이크하기로 한 일본드라마 《마더》를 보면 독박육아와 학대, 모성 신화를 부인하는 대사와 장면들이 등장한다. 이 시대는 엄마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 최고의 엄마는 독한 엄마다. 오죽 하면 군대육아라는 말이 나올까... 육아는 애착을 형성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언젠가 육아 블로그에서 본 글이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아빠가 아기를 데리고 자는 것을 얘기하고 있었다. 몇 시간 터울로 깨고 보채는 것을 돌보는 행위가 바로 육아이기 때문에 부모가 모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엄마가 편안히 잠을 잘 수 있도록, 체력을 비축하도록 배려하고 그동안 아빠는 아이와 애착을 형성한다. 이 얘기는 많은 점들을 시사한다. 가정에서 따돌림 받는 아빠라거나, 친족 간 성폭행이라거나... 아무튼 이 책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본의아니게 글이 길어졌는데 이 부분은 나중에라도 리뷰를 써야겠다 싶고... 저출생에 관한 이야기 하나만 더 하자면, 왜 ‘저출산’인가? 작년 봄, 알라디너 한 분과 이야기를 하다 페미니즘이라는 주제가 팝업했는데, 이유는 그 분이 성매매에 대해 너무 쉽게 얘기하셨고 나는 그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당시 나는 이야기 중에 프랑스 통계청INSEE 자료를 들고 왔는데 한해 인구수 대비 출생하는 비율, taux de natalite를 한국어로 옮길 때 출산률이라 번역했다. 그리고 문득 왜 출산률이라 옮겼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프랑스 통계청의 용어 정의(https://www.insee.fr/fr/metadonnees/definition/c1766) 를 보면 ‘출생율‘이라 옮기는 것이 맞다. 우리나라 통계청을 참고한 출산률과 출생율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출산률은 합계출산률이라고 total fertility rate, 여성 1명이 가임기 동안 출산할 것이라 기대되는 출생아 수이다. 출생율은 조 출생율, birth rate 그 해 인구 대비 출생아 수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인구수 감소를 이야기 할 때, 출산률보다 출생율을 이야기하는 것이 더 이치에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저출산이나 출산률이라는 말은 임신하여 출산하지 않는 가임기 여성에게 인구 감소의 책임을 돌리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용어를 자연스레 습득하여 사용하는 내 의식에 대한 책임도 있고... 추이를 파악하려면 출산률을 보는 것이 맞겠으나, 용어 구분을 좀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아무튼 『아이는 국가가 키워라』에는 다양한 명언들이 등장한다. 초식남과 관련해서는 ˝사람은 성욕만으로 아이를 낳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페미니스트, 마초를 말하다』 역시 지난 이야기들을 반복하고 핵심을 강조하고 있다. 상당히 좋은 기본서라 생각한다. 『페미니즘의 도전』도 좋지만. 『아내 가뭄』 또한 가사 노동을 주제로 하여 씌어진 재밌는 글이다. ˝여자들에게도 아내가 필요하다˝가 왜 공감을 얻는지, 그런 공감을 불러일으키도록 한 가사노동에 대한 가치 절하와 경제와의 관련성에 대해 논하고 있는 좋은 책이다.







다음으로는 알라딘 올해의 책 통계 중 올해 구매한 희소성 있는 책들이다. 다들 조금씩 이해가 된다. 무엇보다 슬픈 것이 에밀 졸라의 2관왕이다. 인기 없을 줄은 알았는데 그래도 희소성이라니? 통계가 조금씩 달라지는데 어떤 날은 『제르미날』이고 어떤 날은 『돈키호테를 읽다』가 꼴찌 탈출을 꾀하고 있다. 내가 책을 많이 안 사봐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알라딘에서 백권 넘게 샀던데... 이 책들을 조금씩 소개하자면, 카사노바 자서전과 『독거미』는 전자책으로만 살 수 있다. 카사노바 책은 좀 재미가 없다. 올해 초 구입하여 좀 읽다 오스카 와일드의 『거짓의 쇠락』에 나오니까 또 체크해둔 정도이다. 카사노바의 입담이 대단해서 왠지 서문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독거미』는 알모도바르가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도 봤는데 원작과 비교하자면 소설이 더 취향에 맞았다. 알모도바르 영화 중에선 《귀향》을 좋아한다. 나는 이 감독을 《그녀에게》 개봉 즈음 TV에서 소개하는 걸 보고 알게 되었는데 썩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친구들은 《나쁜 교육》을 최고로 꼽던데 이 작품을 볼 때면 왠지 지나치게 괴로워져서 끝까지 본 적이 없다... 『독거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리뷰를 참고하시길 바란다.


 『독거미』 리뷰 http://blog.aladin.co.kr/769383179/8822817







『헤겔의 음악 미학』과 『쇼팽』은 음악 관련으로 빠지는데, 앙드레 지드 자서전 『한 알의 밀알이 죽지 않으면』에는 쇼팽 곡을 처음 접한 이야기도 나온다. 지드의 『쇼팽 노트』에도 등장하는 에피소드이며, 지드의 자서전에는 오스카 와일드와 만나 영향받는 장면들도 실리니 희소성 있는 책들끼리 관련이 있다... 고사카 유코의 『쇼팽』은 음악학자인 글쓴이의 쇼팽 강연을 책으로 옮긴 것인데 작곡가의 음악 세계에 관심있는 분들께 유용하다. 포노에서 나온 다른 책과 번갈아 봤는데 만족했다. 일단 읽고 곡을 들으면 좀 더 지평이 넓어지는 기분이다. 에밀 졸라의 『전진하는 진실』은 드레퓌스 사건에 대한 양심 선언, 로로르 지에 실렸던 ˝나는 고발한다...!˝를 비롯한 격문들을 싣고 있다. 아주 감동적이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글들이다. 마치 내 귓가에 울려퍼지는 함성처럼... 『제르미날』, 어떻게 제르미날을 잊을까. 내가 만난 최초의 졸라였는데... 르노가 에티엔으로, 제라르 드파르디유와 미우미우를 비롯한 명배우들이 열연한 영화를 먼저 봤다. 르노가 넘나 멋있다. 그가 연기한 에티엔은 『목로주점』의 주인공 제르베르와 랑티에의 아들이다. 르노는 대표적인 좌파 예술인으로 싱어송라이터 르낭 뤼스의 장인이기도 하다. 그냥 내가 이 가수를 좋아해서 언급했다... 가사도 선율도 아름다운 〈낭트Nantes〉 영상을 링크한다.
 『쇼팽』 리뷰 http://blog.aladin.co.kr/769383179/8604264 『쇼팽 노트』 리뷰 http://blog.aladin.co.kr/769383179/7927752








『프랑스 유언』은 출간을 기다려온 책인데 완전 잊고 있었다. 옥타브 미르보의 『어느 하녀의 일기』도 번역한 이재형 님의 이름이 보이고... 안드레이 마킨 소개글을 쓰면서도 예감했지만 어쩐지 별로 인기가 없을 것 같았다. 너무 늦게 소개되었다고 생각한다. 출간된 지 20년만이라니... 최근 공쿠르 상 수상작들은 발표 1년 즈음하여 출간되었다. 피에르 르메트르의 『오르부아르』나 리디 살베르의 『울지 않기』 같은 경우인데 그래서 좀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2015년과 2016년 공쿠르 상 수상작은 마티아스 에나르의 『나침반』과 레일라 슬리마니의 『달콤한 노래』다. 에나르의 소설은 상당히 지적이고 어려워보인다. 슬리마니는 아직 젊은 작가인데 생애 두번째 소설로 공쿠르 상을 수상했으니 기분이 얼마나 좋을까... 아무튼 마킨의 책은 책등을 드러낸 표지가 독특한데 이게 제목이 『Le Testament francais』인데 Testament 이 유언이라는 뜻도 되지만 성서라는 뜻도 있지 않은가. 그러니까 약속들을 엮은 장정 느낌을 내려한 표지와 내부 편집이 상당히 이색적이고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튼 마킨의 책에 대해서는 리뷰에서 더 이야기하기로 하고, 그래도 이 작품은 리뷰들이 있는데 다리외세크는 그런 거 없다... 『남자들을 사랑해야 한다』 역시 표지가 스타일리시하다. 책등도 멋있고 역자는 곰브로비치의 『포르노그라피아』를 번역한 임미경 님이다. 곰브로비치의 책은 처음에 불역으로 소개되었다. 마킨이나 다리외세크의 책들에 대해서는 페이퍼를 쓴 적이 있고 띄엄띄엄 보고 있어서 아직 이렇다 할 리뷰가 부족하다. 다리외세크의 책은 조지 콘래드의 『어둠의 심연』과 함께 읽어도 괜찮을 듯 한데 필수사항은 아니다. 주인공이 사랑하는 남자가 콩고에서 이 소설을 영화화하는 것이 꿈인 것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조지 콘래드와 응구기 와 티옹오에 대해서도 페이퍼에 언급했었다.


 『프랑스 유언』 관련 페이퍼 http://blog.aladin.co.kr/769383179/8892456

 『남자들을 사랑해야 한다』 페이퍼 http://blog.aladin.co.kr/769383179/8864707

 『어느 하녀의 일기』 리뷰 http://blog.aladin.co.kr/769383179/7831734







수의사 제임스 헤리엇 1편 『이 세상의 모든 크고 작은 생물들』을 읽을 소감으로는 이 힘든 시기를 달래주는 일종의 회복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전에 메모한 것을 가져오면, "치열한 매일에 찾아오는 작은 승리와 해방감, 아름다운 자연에서 위로와 용기를 얻는 어떤 환상 속에 존재할 것만 같은 인간성이 느껴진다". 2편 역시 시골 수의사로서의 애환, 신혼 생활이 그려진다고 하니 소소한 유머와 따스한 감동이 있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4부인 『카이사르의 여자들』이 출간되었다. 여름, 겨울 계절을 지켜가며 착실히 나오고 있는 중이라 반갑고 감사할 뿐이다. 1,3부는 흰 표지 2,4부는 짙은 표지인 걸로 봐서 다음 5부도 밝은 바탕의 표지가 아닐까 한다. 5부『카이사르』가 내년 여름에 나오고 6, 7부가 가을에서 겨울이 될 때 출간되면 시리즈도 끝이다. 아직 한참 멀었는데도 벌써 시원섭섭한 느낌이다. 각 권을 마칠 때 마다 나이 들어가는 캐릭터들을 보면서 정 떼기가 힘들었는데(?) 시리즈가 끝나면 무얼 하나... 무얼 하긴, 복습하지... 여기서 하나 고백하자면 나는 아직 3부 『포르투나의 선택』 2, 3권을 읽지 않아서 4부 1권을 읽으며 약간 찔렸다. 대충 카이사르의 청년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알겠는데 매컬로 여사가 제공한 무대를 보지 못해서... 세르빌리아가 브루투스랑 결혼한 것도 몰랐고 카이사르가 킨닐라랑 꽤 괜찮은 결혼생활을 한 것도 몰랐다. 조각난 정보들이 이제야 끼워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4부 1권은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최고신관이 되고 관직의 사다리를 제대로 타는 것에서 끝이 나는데, 뒷권이 너무 궁금하면서도 얼른 『포르투나의 선택』을 마저 읽어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고서 4부 1권을 다시 보면 또 새로울 듯 하다. 이 시리즈의 장점은 전쟁 준비에서 마무리까지가 아주 세심하고 재미있게 서술되고 있어 스르륵 넘길 만한 부분이 없다는 데 있다. 정말, 지나가는 엑스트라 하나 마저도 생동감이 넘친다. 어쩌면 이리도 역사적 고증 위에 잘 짜여진, 그럼에도 재미를 놓치지 않는 글을 쓸까 싶다. 4부, 5부를 읽고 나면 HBO 드라마 《로마》도 복습해야겠다. 참고로 드라마에서 카이사르 역을 맡은 키어런 하인즈는 머리 숱이 온전하시다... 


 『이 세상의 모든 크고 작은 생물들』 리뷰 http://blog.aladin.co.kr/769383179/8910348

 『카이사르의 여자들1』 리뷰 http://blog.aladin.co.kr/769383179/8958285 




그리고 페이퍼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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