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명작 『가시내』로 알게 된 작가, 마리 다리외세크의 다른 작품이 출간되었다. 꼬박 2년만인데, 2013년 「메디치 상」과 프랑스 8대 문학상 중 최고를 뽑는 「문학상의 상」을 받은 『남자를 사랑해야 한다』이다. 제목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물질적인 삶』에서 가져온 것이라 한다. 조지프 콘래드의 『어둠의 심연』을 영화화하려는 카메룬 남자를 사랑하는 프랑스 여자의 이야기로, 두 사람 다 배우이고 배경은 헐리우드에서 프랑스로, 콩고로 이동하는 모양이다.


Il faut beaucoup aimer les hommes. Beaucoup, beaucoup. Beaucoup les aimer pour les aimer. Sans cela ce n'est pas possible, on ne peut pas les supporter. ―Marguerite Duras, 《La Vie matérielle》(1987)

남자를 열심히 사랑해야 한다. 열심히, 아주 열심히. 그들을 열심히 사랑해야 그들을 사랑할 수 있으니까. 그렇지 않으면 그들을 사랑할 수가 없으니까. 그들을 참아 낼 수가 없으니까. ―『남자를 사랑해야 한다』, 9쪽

『어둠의 심연』은 《지옥의 묵시록》이라는 무시무시한 작품으로 스크린에 옮겨진 적이 있다. 감독판으로 봤는데 나도 점점 미쳐가는 기분... 지금 막 다 읽은 『한 톨의 밀알』도 콘래드의 『서구인의 눈으로』를 상호텍스트로 활용한 작품이라 한다. 나는 해설을 읽고서야 조지프 콘래드가 폴란드 출신인 것을 알았다. 아무튼 영화를 보면서 줄곧 소스라치곤 했는데, 마틴 쉰의 젊을 적 미모가 정신을 붙들 수 있게(?) 해 주었다. 그 때 마틴 쉰과 데이빗 테넌트가 좀 닮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남자를 사랑해야 한다』의 제목 자체가 어쩐지 좀 비극을 예고하는 느낌이다. 『가시내』의 주인공의 이름도 솔랑주인데, 시간을 헤아려 보니 동일인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가시내』가 70~80년대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고 솔랑주가 10살이었으니, 2008년이면 서른 일곱 정도? 사랑에 자신을 던지기에 충분한 나이다. 『가시내』의 솔랑주는 마리 다리외세크 본인의 일부도 들어 있으니 작가의 나이를 감안해도 비슷한 연령일 듯 하다. 같은 인물이든 아니든 비슷한 시기의 프랑스에서 자란 여성일테니. 아직 작품을 읽지 않아 짐작만 해 본다.

조지 클루니, 기네스 팰트로, 앤 해서웨이... 왠지 헐리우드 밉상들을 꼽은 것 같지만 이 배우들이 등장한다고 한다. 책소개를 보니 오프라 윈프리도 나오고, 솔랑주는 장-뤽 고다르와도 작업을 한 모양이다. 『가시내』를 먼저 읽었기 때문에, 이 작품이 어떤 내용일지 상상하기 어렵다. 무시무시할 정도로 순수하고 잔인하고 과감하고 고통스러우며 치기어린 사춘기, 자극적인 키워드로 여과없이 그려낸 아주 대단한 작품이다. 원제가 『Clèves』인데, 『가시내』의 주인공은 라 파예트의 『클레브 공작 부인La Princesse de Clèves』과 정반대의 여성이다. 두 작품 모두 좋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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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8 21: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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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8 21: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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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8 21: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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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8 22: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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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8 22: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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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8 22: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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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8 22: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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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9 20: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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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0-29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톨의 밀알》이라면 응국이가 쓴 소설을 말하는 거죠? 처음 알게 된 정보입니다. 향후 몇 년 안에 응국이가 노벨 문학상을 받을 것 같은 생각도 해봅니다. 그런데 어제 에이바님이 소개한 브레히트의 시가 보이지 않군요. ^^;;

에이바 2016-10-29 20:47   좋아요 0 | URL
응구기 와 티옹오 작품 중에서도 수작이라고 해요. 읽어보니까 서양 고전같은 느낌이에요. 막상 읽어보니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있을지 다시 생각하게 되네요. 이건 그냥 제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그 글은 삭제했습니다.

2016-10-29 22: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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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30 09: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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