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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 여행 중입니다 ㅣ 미아&뭉크 시리즈
사무엘 비외르크 지음, 이은정 옮김 / 황소자리 / 2016년 8월
평점 :
비외르크의 소설을 읽으면서, 장르와 분위기는 다르지만 리안 모리아티의 『허즈번드 시크릿』이 떠올랐다. 그렇다고 그 소설에 비할 것은 아닌데, 읽는 내내 뭔가 산만해서 집중이 되지 않았다. 아마도 등장인물들의 내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지루함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 시점을 통해 복선을 제공한 뒤 마지막에 사실을 밝히는 방식은 이미 다양하게 사용되었지만, 『나는 혼자 여행 중입니다』는 그다지 세련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이 감상이다. 기름칠이 부족하여 톱니바퀴가 약간씩 삐걱이며 돌아가는 기분이다. 작가의 데뷔작이니 다음 작품에서는 많은 이야기들을 보다 조화롭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아우를 것이라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요 네스뵈의 작품과 비교하면 캐릭터 설정이나 풀어내는 스타일 같은 것이 약간 부족해 보인다. 미아 크뤼거가 해리 홀레에 뒤진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뀌었을 뿐, 주인공 캐릭터가 소중한 사람을 잃고 생의 의미를 잃어버렸으나 사건 현장으로 돌아오게 되는 클리셰를 볼 수 있다. 항상 그를 지지하는 조력자들(보통 동료나 직속상사)도 있기 마련이고, 외부(윗선)에서는 그이의 심리적 불안을 염려하고 방해하고 뭐 그런…. 그러고 보니 이제는 북유럽발 스릴러가 완전히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것인지 궁금하다. 소설의 배경은 노르웨이지만 왠지 모르게 미국 느낌이 난다. 요즘은 그 경계가 무너지는 추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소설에 등장하는 종교집단의 대표적 예들이 그 나라를 연상시켜서이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은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첫 장부터 확 빠져들 정도는 아니다. 2장으로 넘어가기까지가 좀 고비였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소재들이 산개한, 그런 산만한 느낌이 강해서이다. 그래도 수사가 시작되는 2장부터는 조금씩 집중하여 읽을 수 있었다. 미아 크뤼거와 홀거 뭉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안타까운 점은, 다른 캐릭터들의 매력을 살릴 수 있는 부분들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파트 또한 좀 어설프게 분배된 기분인데, 특히 가브리엘이라는 캐릭터가 그랬다. 캐릭터 이력과 등장횟수에 비해 평면적으로 그려지는 것이 아쉽다. 아무래도 미아의 인물 설정에 할애하는 부분과 복선에 집중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주변부 캐릭터에 대한 안타까움은 빌런으로 등장하는 말린(크게 스포일러가 아니라서 언급함)에게도 그러했는데- 예를 들어 거울 이야기도 좀 더 풀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물론 부수적인 부분은 쳐내는 게 맞다. 작품 속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전개되어서인지 리뷰를 쓸수록 아쉬운 점들이 생각난다…. 극이 막바지로 치닫는 과정에서 스스로 입을 여는 설정도 약간은 어설퍼 보였고, 진짜 빌런이 드러나는 시점도 생각보다 큰 충격이 아니었다. 그 동안 폭력과 자극에 너무 익숙해진 탓일지도. 스릴러 소설을 읽으면서 나한테 맞는가, 맞지 않는가를 판단하는 여부는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느냐에 있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그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