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riations in B-flat on "La ci darem la mano" from Mozart's "Don Giovanni" for piano and orchestra, Op. 2 / London Philharmonic Orchestra, conducted by Eliahu Inbal / Claudio Arrau (piano)
모차르트의 〈돈 지오반니〉 중 아리아 "그대 손을 내게 주오" 주제에 의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변주곡 B플랫 장조 작품번호 2 / 엘리아후 잉발이 지휘하는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클라우디오 아라우(피아노)
쇼팽에 관련된 책을 보면 꼭 나오는 표현이 있다.
'여러분, 모자를 벗으십시오. 천재의 등장입니다. Hats off, gentlemen! A genius!'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하라, 로베르트 슈만이 1831년 이 곡을 듣고 쓴 비평에 나오는 표현이다.
이 변주곡을 작곡한 것은 1827년, 쇼팽의 나이는 겨우 열일곱 살일 때다. 쇼팽의 작품 중 관현악이 등장하는 첫번째 곡이자, 작곡가로서의 최초의 성공을 안겨준 작품이다. 주제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지오반니〉 1막에서 조반니가 시골 처녀 체를리나를 향해 부르는 유명한 이중창 '그대 손을 내게 주오'에서 가져왔다. 이 곡은 1829년 8월 11일, 빈의 캐른트너토르테아트르Kärntnertortheater에서 쇼팽에 의해 초연되었다. 쇼팽이 부모님에게 쓴 편지에 따르면, "변주곡이 끝날 때 마다 관객들이 큰 박수를 쳤는데 그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오케스트라 총주가 안 들렸을 정도"였다고. 작품에서 관현악의 역할은 크지 않다.
쇼팽의 초기작품들에서 훔멜의 영향을 찾을 수 있는데, 이 작품 또한 그러하다. 당시 훔멜은 젊은 피아니스트들의 본보기였고, 쇼팽에게 또한 그러했다. 음악평론가 해롤드 쇤베르그는 그의 저서 《위대한 피아니스트들》에서, "훔멜의 협주곡 2번과 쇼팽의 협주곡 1번의 도입부는 우연이라기엔 너무 유사하다"라고 하였을 정도다. 훔멜은 모차르트와 하이든의 제자로 베토벤과 함께 수학하였으며, 그 영향은 쇼팽과 슈만, 리스트에게 이어진다. 쇼팽은 훔멜 앞에서 작품1 론도와 작품2 변주곡, 피아노 소나타 1번을 연주하였고, 칭찬을 받았다고 한다.
이 작품은 1830년 출판되며, 쇼팽의 친우인 티투스 보이체홉스키에 헌정되었다. 보이체홉스키는 학창시절부터 좋은 친구로, 쇼팽이 마음에 둔 이야기를 다 털어놓는 상대기도 했다. 쇼팽이 파리에 자리잡은 이후로 두 사람이 만난 적은 없으나 편지로 연락을 주고받았고, 그가 간직한 편지를 통해 둘의 관계가 얼마나 가까웠는지를 알 수 있다. 쇼팽은 임종 직전에 티투스와 만나기를 간절히 바랐으나 안타깝게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포노에서 출간된 《음악과 음악가》에는 슈만의 감탄이 그대로 실려있다. (이 변주곡만이 아니라 쇼팽의 협주곡, 즉흥곡, 소나타 등 다양한 작품에 대한 평이 함께 있다.) 슈만의 '모자를 벗으시길'에 대한 쇼팽의 반응은 신통찮았는데, 슈만의 상세한 해설이 표제음악을 싫어하던 쇼팽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만은 열정적으로 쇼팽의 천재성을 후원하였고, 이후 그에게 〈크라이슬레리아나〉를 헌정하였다. 쇼팽은 이에 대한 답례로 발라드 2번을 슈만에 헌정한다. 슈만의 작품 〈사육제〉의 12곡의 제목도 '쇼팽'이다.
참고: 《쇼팽, 그 삶과 음악》, 《음악과 음악가》, 위키피디아(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