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 쇼팽의 삶과 작품을 총망라한 가이드북 피아노 작품 해설 시리즈 1
고사카 유코 지음, 박선영 옮김 / 음악세계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쇼팽의 삶과 음악』과 다른 점은 그가 남긴 작품에 대한 해설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부제는 ‘쇼팽의 삶과 작품을 총망라한 가이드북’으로 아주 적절하다. 이 책은 일본의 피아니스트이자 음악학자인 고사카 유코가 쇼팽탄생 200주년(2010년)을 기념하여 정리하였다. 조르주 상드의 『마조르카의 겨울』을 일본어로 옮겼을 정도로 쇼팽에 대한 애정이 깊으며, 이 책을 완성하고 나서는 악곡해설과 함께 실제로 연주를 듣는 렉처 콘서트를 열었다고 한다. 『쇼팽의 삶과 음악』이 음악가의 삶을 좀 더 자세하게 다룬다. 이 책은 작곡 당시 에피소드를 포함한, ‘쇼팽의 모든 작품’에 대한 해설집이다. 쇼팽은 작곡한 시기 순으로 작품 번호를 붙였기에, 순차적으로 그의 삶 또한 살펴보게 되는 것이다.

 

음악가의 삶과 교우 관계에 대한 정보들은 많으나 곡 해설은 유명한 작품에 그친다. 그렇기에 작품 번호, 제목, 작곡 연도, 출판 연도, 에피소드, 작품 해설(서주나 주제 악보)로 이루어진 이 책의 출간이 너무 반가웠다. 머리말에 언급된 다음 문장은 꼭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쇼팽의 매력에 빠져든 사람은 그의 피아노 독주곡을 차례차례 듣고 싶어지거나, 또는 직접 연주하고 싶어진다.” 클래식에 대한 무지는 쇼팽에 대한 편견을 심어 주었다. ‘너무 감성적이고, 유약하다.’ 그러나 다양한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들으며 음악에 대해 알아갈수록 듣는 것에만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연주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던 것이다. 따라서 쇼팽의 음악에 매력을 느끼는 리스너, 플레이어 모두에게 유용하다고 하겠다.

 

재미있게 본 부분들을 소개하자면, 작품번호 7, 〈5개의 마주르카〉를 하나로 묶은 기준은 바로 조성이다. 이는 〈연습곡〉이나 〈전주곡〉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쇼팽의 연습곡은 작품 10, 작품 25이 있다. 그가 살던 시대는 피아노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던 시기였고, 연주기술 향상을 위해 연습곡이 많이 출간되었다. 대표적인 연습곡이라면 『하농』이 있는데, 필립 카사르는 무지막지한 음계가 반복되는 이 작품을 비판하며, 음악의 아름다움을 즐기면서 유연함도 기를 수 있는 브람스의 〈연습곡〉과 비교하기도 했다. 쇼팽의 연습곡은 프란츠 리스트(작품번호 10)와 그의 연인이었던 마리 다구 백작부인(작품번호 25)에게 헌정되었다. 쇼팽의 연습곡은 아름다워 연주회에서 연주되기도 한다. ‘혁명’과 ‘겨울바람’이라 불리는 곡이 특히 유명하다.

 

쇼팽이 파리에 도착했을 때 이미 인기가 대단했던 리스트는 곧 이 폴란드 음악가와 좋은 관계가 된다. 두 사람의 사이가 급격히 나빠지는 것은 리스트가 마리 플레옐과 연애를 하면서인데, 밀회 장소가 쇼팽의 아파트였기 때문이다... 그녀의 남편인 피아노 제작자 카미유 플레옐은 쇼팽 후원자이기도 했기에 아주 난처한 상황이었다. 쇼팽이 무척 사랑했던 이 피아노 브랜드는 최근 사업을 매각해야 했는데, 시장 상황의 악화와 영업 부진 때문이었다. 파리를 대표하는 콘서트 홀인 ‘살 플레옐’ 역시 이 회사에서 세웠는데 최근 개보수를 마쳤다. 이 곳에 상업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었는데 겨우 살아남았다. 쇼팽은 이 마리 플레옐에게 작품번호 9, 〈3개의 녹턴〉을 헌정하는데 그 중 녹턴 2번은 쇼팽 하면 떠오르는 아주 유명한 곡이다. (녹턴 2번, op.9-2, E♭장조)

 

인상주의 음악의 예고처럼 느껴진다는 작품번호 45, 〈전주곡 25번〉과 쇼팽의 시작과 끝인 폴로네즈와 마주르카, 조르주 상드와 지내던 마조르카와 노앙에서의 열정적인 작곡 활동, 얼마 되지 않는 쇼팽의 표제곡들에 대한 설명도 도움이 되었다. 해설이 작품 번호 순으로 실려 있어 쇼팽의 작품이 발전하는 과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지난 리뷰에서는 제인 스털링에 대한 이야기를 별로 하지 않았는데, 음악가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연주일정으로 그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생각해서다. 그의 유품들은 스털링이 매수하였고, 레슨에서의 메모를 통해 쇼팽의 피아니즘을 후대에 전해준 아주 고마운 인물임을 짚고 넘어가려 한다. 조르주 상드에 대한, 이 책의 다소 온화한 시각도 눈여겨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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