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 근육의 해부학에서 피트니스까지, 삶을 지탱하는 근육의 모든 것
로이 밀스 지음, 고현석 옮김 / 해나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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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0 로이 밀스.

나도 내가 몸에, 뼈와 근육에 진심인 줄 잘 몰랐다. 정신차리고 보니 해부학이니 근육이니 들어가는 책이 한 코너를 이룰 만큼...막상 읽은 건 까해만 만화책 1,2권이랑 이번에 읽은 이 책이 다야…
원제는 ‘Muscle‘ 그리고 부제가 번역서의 제목이 되었다. 말미에서 근육 외의 움직임 요소를 다루긴 하지만, 책의 9할은 근육을 여러 분야의 다양한 관점으로 고찰한다.

수능 생명과학 공부할 때, 비교적 덜 어려운 추론형이라는 근수축 문제가 내게는 참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근육원섬유의 겹치거나 겹치지 않는 부분이 비례해서 줄고 늘고 하는 걸 퍼즐처럼 푸는 산수문제였다. 그저 미오신이랑 액틴이랑 어떤 메커니즘으로 근육을 수축, 이완시키는지, 거기에 ATP가 어떻게 기여하는지, 이런 거나 배우면 좀더 생명 과학에 가까웠을 것 같다. 내가 끝내 못해서 욕하는 건 아니고, 시험에서 재빠르게 숫자놀음해서 I대 길이, 겹치는 부분 길이, M대 길이, 이런 거 빈칸 채우기 하는 건 헛짓거리 같다. 그렇지만 좋은 대학에 가려면 현 교육과정에서는 마스터해야 할 헛짓… 못하면 근수축 문제는 쉽잖아, 하고 다른 수험생들에게 비웃음도 당하는 그런 헛짓….

근육은 아니지만 뼈와 뼈를 연결하는 발목 인대 파열, 운동하다가 생긴 아마도 뼈와 근육을 연결하는 어깨 쪽(아마도 회전근개) 염증, 이런 부상을 입다보니 근육에 관해 더 관심이 생겼다. 덤벨들고 1,2,3,4kg 숫자를 늘려가고 단백질 음료를 맛별로 챙겨 마시는 것도 뭐 근육량...그놈의 골격근량 때문이겠죠… 작년 말 수험생활 마치고 몸무게는 44킬로그램대가 되었는데 체지방이 많고 골격근량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라는 데 충격을 받았었다. 나도 근육맨 되고 싶은데… 현실은 멸치...

저자 선생님은 근육을 세계 최고의 모터라고 칭송한다. 지금 내가 이렇게 손가락과 눈알을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이 글을 쓰는 것도 소근육들이 협응하지 않으면 불가능했을 일… 내 뱃속의 번데기들(저녁으로 먹었는데 너네는 골격근 없고 외골격만 있나?)을 소화시키는 것도 민무늬근 내장근육이 내가 ‘소화시켜!’ 명령하지 않아도 저들 알아서 하는 일… 우리(비건님들 빼고)가 그렇게 맛있게 먹어대는 고기도 이전에는 누군가의 근육… 노령화되고 몸이 쇠약해지다가 결국 근육 손실로 사망에 이르는 걸 보면 장수, 건강의 비결은 근육에 있는 게 맞는 것 같고...그래서 산책 다니다보면 어르신들이 그렇게나 공원과 동산의 기구들을 열심히 얍얍 하고 계신가 보다.

오래도록 안 아프고 건강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은 이 책 같은 근육 이야기, 몸의 운동 이야기 공부하면 뭘 어째야 할지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프면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내 가까이의 사랑하는 사람들 걱정시키고 함께 보낼 행복한 시간도 줄어들고 그렇더라고요… 운동 뿐 아니라 공부고 글쓰기고 노래고 뭐고 다 근육으로 하는 겁니다. 저자 선생님한테 근육짱짱병이 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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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 모양의 힘줄은 인대를 구성하는 질긴 섬유질 물질과 동일한 물질로 구성돼 있다. 인대는 관절을 가로질러 뼈와 뼈를 연결하는 반면, 힘줄은 관절을 가로지르지만 근육과 뼈를 연결한다. 따라서 근육이 수축하면 근육-힘줄 쌍이 관절을 벌리거나, 좁히거나, 회전시킨다. (59, 이제 힘줄이랑 인대 헷갈리지 말아야지…)

-예를 들어, 근육의 모세혈관 밀도가 증가함에 따라 산소 전달이 용이해져 근육 피로의 시작이 지연된다. 심폐시스템의 적응은 운동 능력과 수행능력을 더욱 향상시킨다. 골격근 세포의 미토콘드리아는 반으로 쪼개졌다가 다시 늘어나는 것을 반복하며 반응하고, 이는 에너지가 풍부한 글리코겐과 지방을 저장하는 세포의 능력을 향상시킨다. 이 과정에서 세포나 미토콘드리아 모두의 크기가 눈에 띄게 변하지는 않는다. 전반적으로 지구력 훈련은 근육을 더 튼튼하게 만들지만 더 크게 만들지는 않는다. 노화, 그리고 노화에 의한 근력 약화는 골격근의 미토콘드리아 수 감소와 관련이 있으며,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이 주는 자극에 의해 부분적으로 완화된다. 현재로서는 미토콘드리아 수가 노화의 조절자인지 아니면 단순한 표지자인지는 불분명하다. 어느 쪽이든 유산소 운동은 효과가 있다. (146, 여기서 미토콘드리아 또 만나서 반갑구요… 좀 더 오래 젊으려면 유산소 하시구요. 유산소 운동-세포 내 미토콘드리아 수는 증가하나 세포나 미토콘드리아 크기는 별로 안 변함)

-(근력) 운동 자극으로 인해 세포의 크기는 커지지만 세포의 수 자체는 늘어나지 않는다. 또한 그 과정에서 미토콘드리아 대사 활동도 증가해 미토콘드리아는 더 많은 양의 ADP를 ATP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변화를 일으키려면 점진적인 과부하(스트레스)가 필요한데, 저항을 높이거나 훈련 세션에서 저항을 받는 횟수(렙, 반복횟수)를 늘리는 방식이 있다. 즉, 근육은 “긴장을 받는 시간” 또는 “훈련의 양”에 반응한다. (147, 쪼렙은 저항 높이기=증량하다 저처럼 염증 생기기 쉽구요… 반복 횟수를 늘리는 편이 나았겠구요…)

-근육 기억이란 이전에 훈련을 해 컨디셔닝이 돼 있었지만 현재는 컨디셔닝이 되어 있지 않은 근육이 다시 훈련을 하면 이전의 컨디셔닝 상태로 빠르게 회복된다는 뜻이며, 실험 동물과 사람 모두에서 관찰된 바 있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저항 운동에 대한 반응으로 근육 섬유가 핵을 추가하여 섬유 확대를 지원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운동을 하지 않아 근육이 운동 전 상태로 돌아가더라도 추가된 핵은 그대로 남는다. 따라서 다시 운동을 시작하면 조금만 노력해도 이미 늘어나있는 핵 덕분에 근육이 빠르게(다시) 성장할 수 있다. (150, 오 그러니까 근손실 너무 걱정말고 다쳤으면 충분한 휴식을…)

-우리가 현실적으로 궁금한 것은 정기적으로 저항 운동 위주의 근육 운동을 한 사람이 운동을 멈췄을 때 얼마나 오랫동안 근육량과 근력을 잃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지다. 휴식을 취한 뒤 웨이트 트레이닝을 재개하면 근육을 이전에 훈련한 상태로 회복할 수 있을까? 첫 번째 질문의 경우, 운동을 하지 않는 첫 3주 동안에는 측정 가능한 근력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후 근육은 훈련 전 상태로 되돌아가기 시작하지만, 노인의 경우에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얻은 근육의 일부가 최대 6개월 동안 유지된다. 또한 훈련을 재개하면 근육 성능이 회복될 수도 있다. 근력에 대한 조언은 “사용하지 않으면 잃는다”가 아니라 “사용하지 않아 천천히 대부분을 잃더라도 절망하지 말라. 회복할 수 있다”가 되어야 한다. (151, AI놈들도 제대로 설명 못해주던 요즘 가장 궁금한 질문에 이 책이 콕 집어 숫자까지 대면서 알려줬다.)

-적절한 단백질 섭취의 이점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 예를 들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경우, 현재의 지배적인 조언은 근육이 가장 필요로 하는 때에, 즉 운동 직후에 근육에 20그램의 단백질을 보충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다양한 음식의 단백질 함량을 보여주는 표를 보고, 여러분의 식단과 맞으면서도 맛있고, 고칼로리가 아니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출근하기 전에 스테이크를 먹기는 너무 부담스럽고, 대부분의 단백질바는 칼로리 함량이 너무 높다. 씹는 것을 좋아한다면 육포를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물에 섞어 마시는 단백질 파우더도 좋은 선택이다. (181, 헛짓거리 안 했던 거군...하고 안도하는 단백질 음료 처돌이)

-근육이 수축하고 있는 동안에 갑자기 근육을 길게 잡아 당기면 뭔가가 끊어진다. 이때 손상을 입는 부위는 힘줄과 뼈의 연결일 수도 있고, 힘줄이나 근육 자체, 또는 근육이 힘줄로 바뀌는 접합부일 수도 있다. 이 경우 날카로운 통증, 찢어진 혈관으로 인한 국소적인 멍, 그리고 부기가 발생한다. 그후에는 근육이 수축할 때마다 통증이 발생한다. (227, 운동 배우기 전에 내 몸에서 뭔가가 끊어질 수 있다는 것을 먼저 배우는 게 부상 예방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난 사후적 배움이다만…아니네 ‘운동독립’에서 부상 예방 그렇게 강조하는데도 다 까먹었던 것...)

-나는 편견이 없는 사람이지만, 근육이 세계 최고의 모터라고 당당히 주장하고 싶다. 이런 생각은 내가 만든 다음과 같은 기준에 기초한다. 그 기준은 내구성, 확장성, 보편성, 다용도성, 적응성, 효율성, 실용성 그리고 미학적 가치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모터는 이 모든 척도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해야 한다. (…) 100년 동안 계속 사용된 후에도 완벽하게 작동하는 전기 모터나 내연기관이 얼마나 있을까? 그린란드 상어처럼 500년 동안 계속 기능을 유지하는 전기모터나 내연기관이 있을까? 이와는 대조적으로, 수축하는 액틴/미오신 유닛은 수백만년 동안 존재해왔고, 완보동물에게서는 놀라울 정도의 회복력을 보인다.(…) 액틴/ 미오신 이외의 모터는 이런 극한 환경을 견디기 어렵다. 따라서 내구성이라는 기준에서 나는 근육에게 찬사를 보낸다. (309-310, 근육 내구도 짱짱 하는 근육 전문가 선생님의 자부심이 느껴짐. 이후로도 확장성 짱, 보편성은 2등, 다용도성(육해공 다) 짱, 효율성은 좀 애매해...한다. 실용성과 미학적 가치는 뭐 그때그때 다르죠--그치만 나는 근육보다 더 실용적이고 매혹적인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한다.)

-MRS GREN을 잊지 말길 바란다. 분자 모터가 움직임(M)을 담당한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 책에서 보았듯이, 분자 모터는 우리 몸의 다른 기능들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나팔관에 섬모가 없다면, 정자에 편모가 없다면, 자궁에 근육이 없다면 생식(R)이 가능할 수 있을까? 소리에 대한 감각(S)은 귀 안의 작은 근육과 전기 활성화 분자 모터에 의한 변조와 증폭이 필요하고, 많은 동물은 소리가 나는 위치를 파악해 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해 외이를 움직이는 것이 생존에 중요하다. 미각, 후각, 시각도 움직임으로부터 이익을 얻는다. 성장(G)은 액틴과 미오신이 협력해 한 개의 세포를 두 개로 반복적으로 분할하는 과정인 세포 분열을 수없이 많이 요구한다. 호흡(R)은 흉벽과 횡격막을 움직이는 근육을 요구하며, 코와 기관지의 섬모는 호흡기를 깨끗하게 유지한다. 배설(E )은 수뇨관의 연동운동, 방광을 조절하는 괄약근의 움직임에 의존한다. 영양(N)은 소화계를 둘러싼 민무늬근의 도움을 받는다. (314, 주마등 같은 나가는 말의 일부를 퍼 왔다. 로이 밀스 선생님께서 잊지 말라고 하시잖아…)

-아직은 저항 운동이 내 삶을 바꾸었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저항 운동을 하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고, 다음 세션을 기대하게 된다. 또한 나는 저항 운동을 함으로써 내 건강을 적극적으로 챙기고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식단 관리를 더 정밀하게 하게 된 것도 저항 운동이 내게 준 보너스다. (316, 저도 비슷한 느낌을 알게 되어서 다행일까요. 반대로 저항 운동을 못하면 좀 안타까워 집니다. 중독일까요...)


+나의 해부학+인체 콜렉션
+운동 안 하면 큰일 날 것 같은 무서운 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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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프로필 사진 속 인물인 화가 글룩에 관한 외서를 알라딘이 구해다 줬다. 감사한 당선작 적립금으로 숙원 사업이던 한반도의 새 도감 갖추기도 성공...
책값은 다 사악하고 들고 몇 번 왔다갔다 하니 허리 아프게 무겁고... 당분간 그만 사도 되지 않겠니... 그래도 흡족

https://m.blog.naver.com/natf/224001685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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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9-10 0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세기 패션….🤣

반유행열반인 2025-09-10 18:12   좋아요 0 | URL
저도 20세기 소년 아니 중년이다 보니...

yamoo 2025-09-10 1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20세기 패션..책..저도 갖고 있습니다..ㅎㅎ
근데 읽어보니 별루더라구요..ㅎㅎ
근데 워째 패션 책 때문에 구색이 좀 이상헙니다...ㅎㅎ

반유행열반인 2025-09-10 18:13   좋아요 0 | URL
저 외서 gluck의 저자 책 중 유일하게 번역되어 나온 거라 한 번 사봤어요 ㅎㅎ 이십년도 넘은 책이더군요...
 
커피 브루잉 - 일상이 특별해지는 나만의 커피 만들기
도형수 지음 / 아이비라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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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05 도형수.

올해 초 최낙언의 커피 공부 책을 읽었는데, 생두, 로스팅, 온갖 화학식까지 다 등장하지만 추출 부분이 좀 빈약하다 싶었다. 컵빙수나 먹고 힘내자, 올해 컵빙수 몇 개나 먹은 거냐… 카페에 가서 늘 커피는 안 마시고 빙수나 프라푸치노 같이 집에선 귀찮은 걸 마신다. 그러고 집에서는 주말에만 드립 커피를…도서관 딸린 카페에 앉았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오, 브루잉, 커피 추출도구가 정말 다양하고 제각각 개성이 있었다. 다 어디서 주워보긴 했지만 (커피책 제법 읽음) 이 책은 상표랑 필터나 다른 부자재까지 구색 갖춰 조금 더 실용서 느낌이었다. 나온지 10년 넘은 책이지만 커피를 직접 내려 보겠숴! 하는 사람에게 이런저런 선택지를 펼쳐줄 것 같다. 물 용량 원두 용량 추출시간까지 친절하게 예시도 나와있고…도구와 추출 과정 사진이 많고 글은 많지 않아서 책장은 금방 넘어간다. 뒤에 좀 희소한 추출 도구 보다보면 아 이것까지...그냥 참고만 할게...하고 집중력이 떨어지긴 한다.
나? 그냥 아로마보이놈 시켜 내려 먹을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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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가지 밤 샘깊은 오늘고전 2
이옥 지음, 서정오 옮김, 이부록 그림, 안대회 해설 / 알마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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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03 서정오.

이옥의 산문은 수능 국어 대비 문제에 여러 번 등장했다. 마음을 끄는 데가 있어 선집인 ‘선생, 세상의 그물을 조심하시오’를 읽고, 전집 세 권도 고이 모아 두었다. 그런데도 읽기가 더딘 때는 꾀가 나니까, 큰어린이 어릴 적에 읽으라고 사줬던 이옥 단편 모음 ‘일곱 가지 밤’이 눈에 띄자 뽑아 들었다. 한문 문학은 옮기는 사람의 글투가 중요한 것 같다. 서정오 선생님이 다듬어 쓴 이 책은 말맛을 살려 옛이야기 듣듯 쉽게 읽혀 좋았다. 이부록 선생의 삽화도 독특한 맛이 있었다. 몇 이야기는 국어 지문이나 선집에서 겹치는 글이 있었겠지, 그런데 대부분은 새롭고 또 독특했다. 시험을 보다보다 임금한테 찍혀서 잘 안 되고, 끝까지 자기 문체 고집하며 그냥 벼슬이고 뭐고 다 포기하고 속세 묻혀 살며 내 맘대로 살랜다, 그래도 나 잘 쓰는데 인정도 못 받고 임금한테 혼만 나고 아쉽네...했을 이옥의 마음을 되짚어 보면 이렇게나 잔뜩 쓰지 않고는 답답해 못 살았겠다.

유약한 내 마음은 또 이런저런 바람 같고 물결 같은 잔챙이 사건들에 겁을 먹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도 마냥 걷고 단 것도 먹고 꽃도 보고 물도 보고 그러면 좀 살만해지는 것이다. 힘들지 않은 글을 읽고 힘들지 않게 글을 쓰면 또 조금은 나아지겠지. 나는 이옥을 읽을 때마다 우린 좀 닮은 구석이 있네요 반항아 반쪽 양반아…하고 측은한 마음이 들면서 또 위로가 되는 것이다.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 간 이옥이란 사나이도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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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이 났으니 말이지마는 이익만을 좇아 사는 사람은 반드시 그 이익 때문에 망하거든. 그래서 정말 훌륭한 사람은 이익이란 말을 입에 담지도 않아. 그저 어리석고 못난 사람들이나 이익 때문에 죽고 살지. (73, 선생님, 맨날 가성비를 입에 달고 사는 저 같은 놈은 부끄러워지는 구절이구만요)

-나이 열여섯 먹은 처녀와 나이 열여덟 먹은 총각이 사귄다고 칩시다. 서로 멀리 떨어져 살면서 자주 못 만난다 쳐요. 만나면 언제나 새롭고, 헤어지면 그리워하는 마음이 가득하여 나날이 커져만 가겠지요. 이럴 때 어쩌다가 서로 만나면 어떻겠어요? 옷자락을 부여잡고 반가워하다가, 맛난 음식도 나눠 먹고 향불도 피우며 밤을 지새우겠지요. 이야기도 나누고 장난도 하다 보면, 마음은 앉은자리처럼 점점 더 가까워질 것이고 정은 솜이불처럼 점점 더 두터워질 것입니다. 몸은 봄날의 졸음처럼 노곤하고 마음은 술에 취한 듯 몽롱할 거고요. 좋은 꿈은 오래 가지 않는다더니, 어느새 밤이 지나고 새벽이 오려 합니다. 첫닭이 울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비단 휘장 드리운 문이 어두컴컴한 것을 보고는 아직 날이 새지 않았다고 좋아하지요. 하느님이 부디 이런 마음을 헤아려 보름달이 기울지 않게 해 주십사고 간절히 빌 텐데, 이럴 때도 밤이 길다 하실 건가요? (125-126, 애틋해라, 암암 짧다 짧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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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카마수트라 - 범우문고 205 범우문고 205
바츠야야나 지음 / 범우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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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01 바츠야야나.

알라딘이 전자책 적립금을 이벤트로 막 뿌릴 때 2500원에 범우문고 이런저런 시리즈를 모아놨다. 전자책 사은품 받으려고 부족한 구매액 채울 때도 2500원짜리 하나씩 더하고. 뭐 그런 식으로 8권쯤 0원 구매, 몇백원 구매를 하고 저가전자책 구매 노하우를 뿌려버렸더니, 알라딘이 이벤트 전자책 적립금 최소 구매액 만원, 이렇게 제한을 걸어버려서 이후론 더 못 샀지만… 그렇게 모아 두고 읽은 건 한하운 시집이랑 이 책 뿐이다.

20대 초반에 동명의 인도영화 카마수트라를 봤다. 왕실의 치정 스토리였는데 크게 기억나는 건 없고 나중에 거기 남자 주인공이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초콜릿 왕궁 건설을 의뢰하는 인도 왕으로 나왔던 것, 여자 주인공 두 명이 섹스앤더시티에 단역 내지 조연으로 나오는 걸 보고 신기했던 기억은 난다. 나름 인도 스타급 배우들도 미국 가면 뭐 그저그런 자리가 되는 거였다…

시간 때우기 용으로 전자책 중 이 책을 뽑아들었는데, 이 책은 카마수트라 경전이 아니다. 저자를 바츠야야나로 해놨지만 ‘바츠야야나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운운 해서, 카마수트라의 개요와 아주 일부 인용문만 다루고 있다. 짜깁기 요약서 내지 해설서 같은 것… 구매도 읽기도 낚였다!!! 원작의 저자 말고 편저자든 해설자든 실제 저자를 적어 놓으란 말이다. 전자책이라 제대로 쪽수도 안 보고 목차만 보고 구매한 내 탓… 문고판에 뭘 바라냐...

그렇다고 정말 원전을 찾아 읽을 생각은 이 책을 보니 더 사라져버렸다. 인류는 어느 시절에는 정말 짐승이나 다름없게 성행위를 했을 것이다. 거기에 나름 예법과 비법과 규범을 붙여 고상한 무언가로 꾸며놓은 이 책은 그 오래전에는 나름 파격적이고 배움이 쉽지 않던 시절 호기심과 지적 욕구를 일부 채우게 돕기도 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카스트제도라는 견고한 신분제와, 여성을 남성의 소유물 내지 성애 대상, 도구로 보는 시각이 강한 어느 사회의 공유된 관점에서 성애의 기교와 격식과 기술 따위를 읊어둔 것은….음 그냥 똥이다 똥. 재미도 뭣도 없어. 옛날 인도 사람들 이러고 살았구만...하는 견문 정도로 씁쓸해지는 게 다이고, 이런 관점으로 여태까지 살면 그렇게 여성 대상 성범죄 많은 나라가 될 법도 하지...그걸 굳이 찍어 먹어볼 필요는 없다. 이거 보고 여기대로 연애하시면 아마 차이고 잡혀가고 난리날 걸요….
제가 대신 먹고 토했으니까 다들 멀찍이 피해가세요. 현대에 맞는 온갖 성과학, 성교육, 상호존중에 관한 가르침을 담은 책이 오조오억개까지는 아니라도 하여간에 이것 보다 나은 책 많으니까 훠이훠이- 이 책 전자책 표지는 심지어 저자 이름까지 바츠야야니로 오타를 내놨다. 총체적 난국… 뭐 늘 좋은 거만 읽을 수 있겠어... 참고 끝까지 읽어봐야 확실히 똥인 줄 알기도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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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남자가 여자에게 애정을 표시하는 10단계란 눈의 쾌락 단계인 만나는 쾌감, 여자에게 마음을 쏟는 단계, 서로 만나고 싶은 욕망, 수면 부족, 수척해지기, 다른 일을 등한시 하기, 수치를 잊기, 미치기, 실신하기, 죽기로 구분하고 있다.

-마음이 떠나 사랑이 없다면
이는 시체끼리 사는 꼴이러니

+표지에 오타 봐라...전자책이라고 대충이면 섭섭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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