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사은품] 뽀글이 목도리 - 본투릴리
알라딘 이벤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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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목도리가 가지고 싶어서 색감이 무난하여 알라딘 뽀글이 목도리를 사은품으로 선택했사온데...릴리는 결코 죽지 않아!!! 라고 영어로 써 있는데 릴리가 백합물(GL)의 그 릴리라고 해...한 권도 안 본 나라서 쑥스러워지는 건 내 안의 편견이겠지... 나 핑거스미스도 읽었고 아가씨도 두세번 봤는데 본 걸로 쳐 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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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5-01-13 21: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별걸 또 알게되네요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5-01-13 23:40   좋아요 0 | URL
사랑의 스펙트럼은 넓고도 깊어서... 목도리는 포근혀요 ㅎㅎㅎ

희선 2025-01-14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에 어울리는 사은품이네요 추울 때 따듯하겠습니다


희선

유수 2025-01-14 0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역시 ㅋㅋㅋㅋㅋㅋ

유수 2025-01-14 0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역시만 여기저기 댓달고 다닙니다 ㅋㅋㅋㅋ
 
최낙언의 커피 공부 - 무엇이 커피를 특별하게 하는가
최낙언 지음 / 예문당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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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2 최낙언.


식품, 향료 전문가여서 아는 사람만 아는, 그래도 제법 유명하신 것 같은 저자이지만 알라딘 마니아 목록에는 아직 없는 최낙언 선생님… 알라딘에 최낙언의 매니아가 추가된다면 (아마 안 될 듯... 해당 도서 독후감 올리는 사람이 여럿이어야 가능하니...) 내가 1위 안 하면 진짜 억울할 수준이다. 2012년부터 13년 읽었으면 이제 진짜 됐어 그만 봐 임마…(괄호 안은 읽은 년도)
1.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2012)
2.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2013)
3. 맛의 원리 (2015)
4. 모든 생명은 GMO이다(2016)
5.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진짜 식품첨가물 이야기(2016)
6. 맛이야기(2017)
7. 감각 착각 환각(2017)
8.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2018)
9. 물성의 원리 (2020)
10. 감정이 어려워 정리해 보았습니다 (2021)
11. 식품에 대한 합리적인 생각법(2021)
12. 향의 언어(2021)
13. 내 몸의 만능일꾼, 글루탐산(2024)
14. 커피 공부(2025)
와… 단일 저자로 비문학을 이렇게 많이 읽은 건 유일하다… 매번 하산 하겠습니다...하고서 늘 시간 지나가면 까먹어서 해마다 또 찾아 읽은 건 안 비밀… 애독자 인증서, 명예 훈장 같은 거 없나요...

사실 커피 무지렁이한테 믹스나 카누 대신 원두 입문 시켜준 건 알라딘이다. 예전엔 화장품부터 과자, 가방, 안 파는 게 없던 알라딘은 이거저거 말아 먹고 이젠 플랫폼 장사다! 하면서 당근마켓 비슷한 거 하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창작 플랫폼 해 보자! 웹소설 플랫폼 다 죽었어! 하고 또 야심차게 뭘 열었지만 가끔 조회수 들여다 보면 저 정도면 자본 잠식 수준인 사업이로세…
그래도 알라딘 커피는 100자평 꾸준히, 많이 달리는 거 보면 오래도록 건재해 보인다. 커피 팬층도 많은 듯… 이런저런 맛있는 커피 발굴해다 주기적으로 소개해주는 것 보면, 커피 무지렁이 내 입에도 오 좀 다른데...신선한데...하는 걸 보면 뭐 잘 되고 있겠지...번창하세요… 예전에 농장 소개해주고 주절주절 그러는 거 나름 커피 공부에 도움 됐던 것 같은데 요즘엔 간단한 커핑 노트 향미 소개랑 추출법 정도만 있어서 아쉬워진 상품 페이지… 나 말곤 안 읽던 것인가...

대충 알라딘 월별 신작 분쇄 원두 사다 일회용 드립백에 적당히 넣어 물 부어 먹던 놈이 스텐드리퍼랑 드립주전자도 갖추고, 그러다가 에스프레소 캡슐 머신도 사고, 질리면 콜드브루도 카페인 디카페인 골고루 갖춰 돌려가며 먹고, 매번 추출 품질 다른 내 손보단 낫겠지 하면서 아로마보이도 들이고, 홀빈 사다 부숴 먹겠다고 분쇄기도 들이고(그러다 꼬물 사서 안 되겠네 그냥 균일하게 갈아주세요 하고 다시 분쇄원두만 삼 ㅋㅋㅋ), 내 커피의 역사는 나름 확장의 추세였다. 지금은 캡슐 커피는 거의 안 먹고 아로마보이 녀석이 드립해주는 거 대충 두어잔 내려 마시고 오후엔 귀찮으니 콜드브루나 단백질음료 커피맛을 먹는 식으로 굳어졌으니…

그래도 커피는 내내 궁금하니까, 뭔가 집대성 해 놓은 듯한 커피공부 책을 작년 3월에 갖췄다. 그러고나서 수능 끝나고 펼쳐가지고 해를 넘겨 겨우 다 봤다. 재미로 보기에는 작물부터 원두, 향미 분자(화학이다 화학…), 로스팅, 추출(여기엔 물의 특성까지), 효능, 커피의 특별함 등등 400여쪽에 총망라해 놓은 책이라 막 커피 좋아하면 꼭 보라고 권하긴 어렵다. 화학분자구조식 엄청 나옴… 향의 언어, 물성의 원리 이런데 나오던 화학 분자들도 안녕 나 기억 나니? 하고 자꾸 튀어 나옴… 재밌는 커피책 보고 싶다면 왠 미친놈이 커피 찾아 세계 여행하던 ‘커피 견문록’을 권하겠다. 절판이지만 중고로 흔하니 적당히 구해 보슈….
그래도 커피를 업으로 삼을 관련 산업 종사자라면 커피를 과학으로 접근하려는 이 책, 한 번 보면 좋겠다. 책 보다보면 막 관련 논문이랑 참고 도서랑 제시된 것도 많으니… 자기가 맡은 프로세스 일부 말고도 커피의 시작부터 도착점까지 과학적으로 따라가보고 통찰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커피는 식품 중에서도 독특한 부분이 많은 작물이었다. 다른 식재료는 200도 넘게 오래도록 가열하면 남아나지 않을텐데, 아...에어프라이어에 200도로 10여분 내외로는 감자튀김이나 붕어빵 잘 구워지긴 함 ㅋㅋㅋ 그, 사람 환장하게 하는 튀김, 구이의 풍미처럼 커피의 향그럽고 쌉쌀 달콤 시큼한 그 향의 비밀 대부분은 로스팅 과정에서 생성되는 화학물질 때문이라고 했다. 커피 콩의 세포벽이 두껍고 탄탄해서 고온 잘 견디고 그 자체로 고온 고압의 조리 기구(?)처럼 가열되면서 온갖 화학 반응이 일어나고 없던 향미도 생겨나고 있던 향미는 일부 사라지고 그런 결과물을 또 우리가 물에 녹여 내가지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마시는게 커피인 것이다. 사람은 참 신기한 짓을 잘도 해낸다. 지금 우리가 보편적으로 하는 커피 만드는 활동도 수많은 사람이 수만번 망하고 나서 그나마 낫다 하는 걸 찾아낸 결과가 전해진 걸 테니…

새로 알게 되거나 예전 맛, 향 책에서 본 내용도 있었지만, 그래서 흥미롭기도 했지만, 나같이 이과돌이 전향하려다 실패한 빡대가리 문돌이에게는 어려운 화학 반응, 화학 물질이 자주 등장해서 아...그런게 있구만...이러고 넘어갔다. 그래도 커피 마실 때 나름 도움되는 것도 있었다.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아바야 게이샤 원두 사서 드립 내렸는데, 왜 맛이, 향이 전 같지 않은 거지?... 고민하다가 오...아로마보이한테 식힌 물 없어서 너무 뜨거운 물 줘 버렸어… 고온에서는 쓴맛 떫은 맛이 잘 추출된다고 한다… 체크… 원두를 너무 쳐 넣고 물을 너무 작게 잡은 건 아닐까? 진하다고 다 맛있는 건 아니니 이 커피 특성 살려 꽃향 산미 잡을 농도로 다시 체크… 귀찮다고 맨날 종이필터 바로 꽂고 쓰는데 린싱(필터 뜨신 물로 한 번 헹궈냄)하면 그 리그닌 따위의 잡맛이 좀 제거되지 않겠냐? 이러고 다음 번 커피를 내렸더니 헤헤 그럭저럭 먹을 만 해졌다. 역시 사람은 좀 배워야 시행착오, 오류 개선에도 도움을 받는다…

디카페인 부분 읽다가 뛰어나가서 새로 산 디카페인 콜드브루 한 잔 먹고 다시 봤더니 또 좋았다. 용매로 카페인 용출하는 건 대충 들어 알긴 했는데 어떻게 카페인만 뽑냐 다른 애들은 안 녹아? 했던 궁금증도 책 읽으니 어느 정도 해소 되었다. 일단요 용매 잘 스며들라고 일반 원두를 물에 불린대요!!!! 오! 새로 안 사실… 그러고 나서 다양한 용매로 카페인 뽑아내고 향미가 너무 손실된다 싶으면 용매에 녹아나온 카페인은 제거하고 녹아나온 향미를 다시 원두에 축축히 적신 후 건조하면 좀 맛이 살아남! 놀랍다! 그렇게 복잡한 짓을 해야 하니 디카페인 원두가 좀 더 비싼 것도 납득…

향에 대해 알면 모르는 것보단 좋긴 하겠지만 커피 하면서 여기까지? 할 정도로 어려운 분자들 튀어나와서 와 나 화학 안 하길 잘했네...ㅋㅋ싶다가도 그래도 아직도 내가 감각하는 많은 물질들의 정체가, 이름이 궁금한 걸 보면 정신을 덜 차린 것 같다. 거의 십년 가까이 최선생님 책 일부 제외하면 독점하다시피 나오는 출판사 예문당은 사실 내가 이 2024년 3월 초판 전에도 ISBN 안 붙인 베타 버전으로다 네이버에서만 커피 책을 잠시 판 걸로 아는데(그때도 사고 싶은 걸 참음 정식 출간되면 사 보자고…), 새로 나오면서 오자 좀 많이 고쳤으면 싶었는데 역시나 이번 책에도 오자가 많았고, 그건 같은 출판사 다른 식품 책 볼 때도 늘 아쉽던 부분이라 이번에도 아쉬웠다. 커피 책도 개정판 나온 것 같던데(아닌가 몰루) 책 완성도 높이는 몫은 출판 편집의 일이니 오자 내가 센 거 만도 수십 개인데 그거 좀 잘 잡아 고쳤으면 싶고… 그래도 수많은 컬러 그림, 도표에다 이 두께 묶는데 책값이 아주 사악하지 않은 건(조금만 사악함) 감사할 일이고…
이 책은 알라딘 아니고 인터파크 도서에서 샀는데 그 사이 인터파크 도서도, 티몬도, 위메프도 다 망해 버렸다. 인생무상… 일년이란 세월은 생각보다 많은 일이 일어난다. 사건사고도 많았고, 계엄에 공성전 같은 것도 다 보게 되고 말이다… 그간 내가 마신 커피는 또 얼마나 되겠어… 그 사이의 커피는 읽고 쓰는 데는 거의 소비되지 않아서 아쉽지만… 다시 나의 원동력이 되어 주겠니, 각성과 집중의 화학물질들아… 향기롭고 맛있는 용액아… 물성의 기술 책 모셔둔 게 남아 있지만 그냥 물성의 원리(이미 빌려 봄)를 살 걸...이건 내가 제면 공장이나 음료 공장 차리지 않는 이상 볼 가망이 없겠다… 그래서 진짜로 하산합니다!!!!

물 분자 사이에 녹는 놈 안 녹는 놈 깨알같이 그린 모식도 한 장만 가장 마음에 들어서 퍼 옴...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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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1-14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제목처럼 커피를 공부하는 책이군요 화학도 말한다니... 그런 거 봐도 모를 것 같네요 예전에 커피로 보는 세계사 같은 거 봤습니다 저는 그저 드립백만 조금 마셔봤습니다 여전히 커피는 잘 모릅니다 반유행열반인 님은 조금 아셨겠네요


희선
 
콜드브루 디카페인 날개 - 350ml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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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너마저-변두리 소년, 소녀.


 많은 것들이 고장나는 계절이다. 나의 손목도, 너의 무릎도. 구입한 지 3년 만에 고장난 렌지 후드를 1년 간 방치하다 드디어 모터 교체를 했는데, 최고 단계로 돌려보니 어딘가 걸리는 무서운 소음이 나서 다시 AS를 신청해 뒀다. 보일러 조작부가 고장나서 본체도 노후 되었으니 이참에 갈라는 걸 고장난 조작부만 간 지 보름도 안 되었는데, 기다렸다는 듯 본체에서 물이 샌다. 점점 더 많이 샌다. 빨래 삶는 큰 솥을 받쳐 두어도 금세 물이 찬다…아… 조작부 교체 비용의 열 배 정도면 새 보일러를 사니까 그냥 10퍼센트 비싸게 산 셈 치고 주말 사이 인터넷으로 새 보일러를 주문해 두었다. 아낄 때랑 쓸 때를 잘 구분해야 낭비가 안 된단다…


 에티오피아 아바야 게이샤 원두랑, 카페인 든 콜드브루랑 잔뜩 쟁여 뒀는데 디카페인 커피가 없어서 알라딘에 주문해 봤다. 날자꾸나, 의 그 날개인가? 원두는 과테말라 우에우에테낭고랑 브라질 산토스를 섞은 모양이었다. 유리병은 예쁘고 따르기는 불편하다고 했는데 정말 그랬다. 난 요사이 청소랑 정리를 좀 했더니 손목이 아파서 손목보호대를 차고는 돌리는 병을 못 열어서 곁의 사람에게 따 달라고 했다. 적당히 스모키하고, 적당히 달고, 적당히 시다. 디카페인 티가 안 나서 좋다. 용량은 350밀리리터다. 알라딘에서 로스팅하고, 브루잉은 연두커피에서 한다. 공산품의 위탁 제조에 대해 알게 된 지는 얼마 안 됐다. 모든 걸 혼자 할 순 없다. 맡기고, 빌리고, 고용하고, 사 온다. 자본주의와 분업이란. 특화란. 정밀하고 고도로 세분화 되어 있는 사회. 다 알 필요는 없는데 자주 다 궁금해져서 캐다 보면 길을 잃고 머리가 아플 정도이다.

 

 커피를 사고, 책을 사고, 화장품을 사고, 캡슐세탁세제를 사고, 졸업식 앞둔 작은어린이 안겨 주려고 꽃다발을 주문예약하고, 할머니 할아버지 가득한 성형수술은 잘 안 하는 성형외과에 가서 레이저로 점을 파 내고, 이런저런 병원 진료를 또 예약하고, 소비는 정말 끝이 없다. 멈출 수 없다면, 벌어야지. 나도 재화든 서비스든 제공하고 소비의 연료를 구해와야 지속가능한 도시인의 삶이다. 디카페인 커피 한 잔 먹고, 기분은 좋게 하고, 잠은 해치지 않고, 그렇게 기운을 내서 새 나라의 새 일꾼이 되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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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1-14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일러 이야기가 있어서 생각나네요 저희 집 보일러는 지난 겨울에 틀었을 때 물이 한번인가 두번 나오고, 그 뒤에는 괜찮더니 여름에 장마철에 틀었더니 또 나오고 그러다 안 틀어도 자꾸 나와서 보일러 전원 자체를 껐습니다 물이 자꾸 나와서 물이 넘치면 어쩌나 하다가 전원을 끄면 괜찮겠구나 했어요 그게 바로 생각나서 다행이었습니다 지금은 보일러 바꿨어요 오래되면 그런 데가 고장이 나는가 봅니다 처음에 고장 났을 때 고쳤다면 좀 나았을지, 오래돼서 바꾸기는 해야 했어요 새 보일러 잘 설치했기를 바랍니다


희선
 
황폐한 집 3 비꽃 세계 고전문학 26
찰스 디킨스 지음, 김옥수 옮김 / 비꽃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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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1 찰스 디킨스.

 

 어디에 있더라도.

 

 드디어 디킨스 감옥(?) 탈출했다. 사실 길긴 했지만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어느 이웃님이 소설이 추리소설이면서 로맨스소설이라고 해서(나중에 역자 후기 보니 그런 말이 나오더라) , 그렇게 수도 있겠네, 나놈은 그냥 법정소설로만 생각했는데...했다. 3권에서는 정말 추리소설과 로맨스소설이라 만한 구성과 궁금증 유발과 갈등과 해소까지 나왔다. 잔다이스 소송 피후견이던 에이다와 리처드가 남몰래 혼인하는 장면과, 우드코트에게 애정을 느끼던 에스더가 잔다이스 아저씨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황폐한 안주인이 되기로 결심하는 부분은 로맨스다웠다. 사실 나이 많은 잔다이스의 청혼은 아… 자식처럼 돌보던 에스더를 저래도 되냐… 최대한 정중한 편지와 에스더의 의사를 존중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해도 반감 만한 부분이긴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나중에 소소한 반전을 위한 빌드업이었다는 읽고 나니 디킨스 ...독자랑 밀당도 하시네요… 새삼 감탄.

 

 벽돌공 아주머니와 제니 아주머니가 남편한테 얻어터지며 사는 생활, 조가 비참하게 죽는 장면은 당시 영국 여자, 아이들이 얼마나 슬프고 고통스럽게 살았는지 보여주는데, 그러면서도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을 챙기는 착한 사람들을 계속 비춰주면서 사람을 구원하는 사람, 이렇게 목이 터져라 외치는 작가 의도는 삐딱한 나새끼도 반박하지 못할 말이었다. 구원은 셀프, 외치던 내가 오만했을 지도. 많은 것이 흔들리는 나날이다.

 

 모든 휩쓸어 삼키는 잔다이스 소송과, 소송을 주관하는 법원을 둘러싼 법조인들을 내내 비판적으로 그리는데, 화신 같은 대표인물, 자비 없고 인간미도 없는 토킹혼 변호사가 살해 당하면서 본격적으로 추리소설다워진다. 독촉으로 토킹혼과 다퉜던 기병 출신 사격장 주인 조지가 제일 먼저 잡혀가고, 그럼 진범은 조지가 아니겠지. 수사관 버킷이 조지의 친구인 매트 부부네 집에 와서는 잔망을 피우다가 조지 체포하면서 돌변하는 장면은 버킷이 나쁜 놈인가, 하는데 (앞권에서 그리들리 죽기 직전 잡으러 때도 버킷은 작가가 그리 호의적으로 그린 인물은 아니었다), 갑자기 얘가 황폐한 버전 홈즈처럼 변해서 사건 해결하는 모습 보고는 뭐여… 세상에 나쁜 경찰도 착한 경찰도 없다는 거냐...인간의 다면성 보여주고 싶었던 거냐… 그랬다. 버킷의 활약이 생각보다 길었는데 앞에서 가진 반감에 비해 후반부에서는 그렇게 꼴보기 싫지는 않았다. 살인 사건 해결할 때나 에스더 데리고 데드록 귀부인 부인 추적할 때는 오히려 약간 멋지게 그려서 어리둥절… 에스더의 생모 데드록 귀부인이 에스더 출생의 비밀을 알아차린 토킹혼과 갈등 빚는 모습을 그리면서 설마… 범인인가… 이렇게 계속 몰고 가다가 내내 얼굴 비추지만 잊었던 방향으로 터뜨리는 장면은 오… 역시 치시네요 디킨스 아저씨…

 

 제법 스윗한 영남(?) 아저씨들이 여럿 등장한대도 200 소설이라 시대적 한계는 있다. 레스터 경이 진실을 알고도 사라진 귀부인을 안타깝게 찾으며 용서하오… 하는 것도 아오 혼인 낳은 감추고 결혼한 그렇게 용서 받기 어려운 죄인 건가(지금도 마찬가지로 죄인 취급 받긴 하네… 어렵다 유기체의 생식활동), 불명예 운운하고 사교계 터져나갈 만한 가십인가 싶고, 키다리 아저씨처럼 더든 아줌마 에스더를 키워주다 나랑 결혼해, 하던 잔다이스 씨도 처음엔 벙찌다가, 나중에 마음을 돌려 우드코트에게 에스더를 받아, 하는 아오… 물건이야 지가 설령 친아빠 같은 사람이라도, 에스더랑 우드코트랑 둘이 좋아하는 마음 확인했대도 주거니 받거니 받아, 하는 표현은 낭만보다는 야무진 에스더를 목적물, 대상물처럼 대하는 같아서 마냥 달콤하고 이상적인 삼각 관계의 해소로 보긴 어려웠다. 그래도 빼애액! 하던 독자들에겐 머쓱함을 안겨주는 장면이었ㅋㅋ그와중에 깨알같이 사각관계(?) 시도하는 거피의 청혼 장면을 익살스레 후주처럼 넣은 디킨스 아저씨...유머도 치셔… 그래도 거피가 수습 끝나고 변호사도 됐으니 아니냐 하는 느낌…

 

 잔다이스 소송은 결국 부질 없이 끝나고, 소송의 유산에 사로잡혀 법원 지박령이 되었던 리처드의 삶도 부질 없이 끝나 버렸다. 남은 에이다와 아기 리처드를 잔다이스 아저씨가 돌봐주고, 부인 잃은 레스터 경을 기병 조지와 엄마가 돌봐주고, 남은 사람들은 서로를 챙기며 살아간다. 조지가 철강왕 찾아가는 장면은 사실 소설 전개에서는 크게 필요 없어 보이긴 한데, 그런 곁가지, 새는 내용이 흥미롭게 읽히기도 했다. 이백년 산업혁명 무르익던 때의 영국 철강 도시는 저랬구나… 공장과 노동자들과 경영자를 비춰주는 것만도 의의는 있었겠다. 철강왕은 그때나 지금이나 부자겠구나… 그치만 지금은 뭔가 사양산업이 되고 있어… 포스코 주식을 너무 일찍 팔았어… 안 물어봤구나…

 

 나보코프 아저씨가 자기 문학강의 책에 수많은 디킨스 소설 중에서도 덩어리 고른 이유를 읽는 중에도, 읽고 나서도 납득이 가네, 했다. 책으로 돌아가서 무슨 얘기를 해놨나 봐야지. 새해 밝고 책이라니 독서가 저조하다. 방황하는 나날이다. 복직하기 너무 싫어 죽겠어… 어쩌다보니 나도 병원 투어, 존속 비속 병원 투어 중이다. 그래도, 디킨스 아저씨가 어려서 공장에서 고생하고, 학교며 법원이며 도시 이곳저곳에서 겪은 것들이 재미난 이야기의 밑바탕이 되었으니 어디에 있더라도 힘내보지 않겠니.

 

+밑줄 긋기

-이렇게 상쾌한 법학원에서, 살아있는 양은 하나같이 양피지로 변하고 염소는 하나같이 가발로 변하고 목초지는 하나같이 왕겨로 변하는 법학원에서 그곳에 틀어박힌 새 가운데 가장 더러운 새처럼, 토킹혼은 바싹 훈제돼서 쪼그라든 채 인간 사회에 살지만 인간과 교류하지 않으니, 상쾌한 젊음을 못 겪고 늙었으며, 비좁은 인간 본성에 비밀스러운 둥지를 오랫동안 튼 터라, 세상이 넓고 좋은 것도 많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채 집으로 어슬렁어슬렁 다가간다. 뜨거운 포장도로와 뜨거운 건물이라는 화로에 온몸이 평소보다 바싹 구워진 상태로, 메마른 가슴에는 반세기나 숙성된 적포도주 생각만 가득하다. (ISTJ 변호사 토킹혼은 집에서 혼자 포도주나 마실 생각으로 귀가한다...나같은 못난 현대인은 이렇게 한 문장으로 후려쳐 버릴 것을 디킨스 아저씨는 찰지게도 쓰셨네요.)

 

-하지만 제 얼굴이 보기 좋을 때도 똑같은 생각을 했는데 꾹 참았다는 말은, 옛날 얼굴이 사라지고 그래서 매력이 없어졌어도 예전과 똑같이 사랑한다는 말은, 출생의 비밀을 알고서 충격을 받았다는 말은, 망가진 얼굴도 불명예스러운 출생도 충분히 포용하겠다는 말은, 저한테 충실한 지지가 필요한 만큼 자신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저는 그걸 알고 있었어요. 그걸 확실히 깨달았어요. 편지는 자애로운 삶의 절정으로 다가왔으며, 제가 할 일은 하나밖에 없다는 느낌이 몰려들었어요. 그분이 행복하도록 인생을 바치는 게 그분께 조금이나마 감사하는 길이다! 그날 밤에 갈망하던 것 역시 그분께 감사하는 마음을 새로운 방식으로 나타내는 거였다!

 

-저는 머리를 빗었어요, 아주 편안하게. 여전히 살짝 흐느끼긴 했지만, 그건 울던 끝이기 때문이지, 다시 우는 건 아니었어요.

  “그래서 에스더, 행복하게 사는 거야. 친구들과 행복하게, 정겨운 너희 집에서 행복하게, 좋은 일을 많이 하면서 행복하게, 누구보다 훌륭한 남자에게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으면서 행복하게.” (존 잔다이스의 청혼을 받고 혼인을 결심하는 에스더. 여기서 아 뭐야 아저씨 왜 그래...그냥 좋은 아저씨로 남지 키다리 아저씨 이래로 영국은 아저씨들이 불쌍한 여자애들 키워서 혼인하는게 미덕인 동네였던가...)

 

-그 이름을 떠올리는 순간에 문뜩 기억나는 게 있었어요. 말려서 보관하던 꽃. 이제 꽃을 보관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았어요. 예전에 있었던 완전히 지나간 일로 기억에 남을지언정, 이제 그걸 보관할 순 없었어요.

  말린 꽃을 책갈피에 보관했는데, 그 책은 옆방에 – 에이다와 제가 함께 사용하는 거실에 – 있었어요. 저는 촛불을 집어 들고 책장으로 살금살금 다가갔어요. 그래서 그 책을 꺼낸 다음, 열린 문 사이로 아름다운 에이다가 곤하게 자는 모습을 보고 조용히 다가가서 그 뺨에 뽀뽀했어요.

  제가 운 건 마음이 약해서라는 걸, 울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걸 저는 압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사랑하는 에이다 얼굴에 눈물을 한 방울, 또 한 방울, 또 한 방울 떨어뜨렸어요. 저는 마음이 더 약해져, 말린 꽃을 꺼내서 에이다 입술에 가만히 대기도 했어요. 사실 그 꽃은 에이다와 아무런 상관도 없지만, 에이다가 리처드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떠올렸거든요. 그런 다음, 그 꽃을 들고 제 방으로 돌아와서 촛불에 태우니, 순식간에 재로 변하더군요. (널 잊을게, 우드코트, 하는 장면을 저렇게 세련되게 묘사)

 

-우드코트와 조가 거리를 따라 나아가는 사이에 멀리 떨어진 높은 교회 첨탑마다 아침 햇살을 받아서 가깝고 선명하게 보이는 게 도시가 깊은 잠에서 깨어나는 것 같고, 우드코트는 불쌍한 조가 묵을 곳을 어디서 어떻게 구할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지만 해답이 안 나온다. ‘문명사회 한가운데서 인간 형상을 한 아이가 쉴 곳을 찾는 게 주인 없는 강아지보다 어렵다니, 정말 이상한 현실이로군’이라는 생각이 절로 떠오른다. 하지만 아무리 이상할지언정 현실은 현실이고, 어려운 건 여전하다. 

 

-조는 파디글 여사의 토파후포 인디언도 아니고 젤리비 여사의 양도 아니며 보리오부라-가와 관련도 없으니, 멀리서 낯설게 산다는 이유로 동정받는 인종도 아니며, 실제로 외국에서 성장한 야만인도 아니다. 조는 평범한 영국산 아이다. 몸뚱이는 평범한 거리에서 평범하게 사느라 모든 점에서 더럽고 추하고 불쾌한, 영혼만 이방인이다. 영국산 오물이 온몸에 더럽게 달라붙고, 영국산 기생충이 몸속에 있고, 영국산 상처가 있고, 영국산 누더기를 걸쳤으니, 영국 풍토에서 자란 영국산 무식쟁이로, 불멸의 속성은 금방 사라질 짐승보다 떨어지는구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관심을 끄는 건 하나도 없으니, 똑바로 나아가려무나, 조, 힘차게! (자선, 기부 단체에서조차 외면하는 영국산 빈민 고아 아동 이야기를 펼치느라 작가 선생이 조에게는 너무 가혹하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정말 좋네요, 선생님.”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촛불이 오나요?”

  “응, 거의 다 왔어.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나라가……”

  날이 저물어 어두운 길로 빛이 내려온다. 죽었다!

  죽었습니다, 국왕 폐하. 죽었습니다, 상하원 의원 여러분. 죽었습니다, 착한 성직자와 나쁜 성직자 여러분. 죽었습니다, 남녀 여러분, 천상의 자비를 가슴에 품고 태어난 여러분. 오늘도 우리 주변에서 이렇게 억울하게 죽어갑니다. (조의 임종. 챕터 시작부터 조의 유언, 이래 버려가지고 아 뭐야 작가가 스포일러냐! 하고 발끈했는데 편집자적 논평까지 가미된 슬픔과 분노와 사회 비판까지.)

 

-“여보, 저 친구한테 내 생각을 말해줘.”

  “맙소사, 정말 놀라워, 조지! 여태 본 어떤 물건보다도 아름다워.”

  매트 부인이 감탄하고, 매트가 동조한다.

  “맞아! 내 의견이야.”

  매트 부인이 브로치를 이리저리 둘러보다 앞으로 쭉 내밀고 살피면서 좋아한다.

  “정말 아름다워, 조지, 나한테 과분한 것 같아.”

  “나빠! 내 의견이 아니야.”

  매트가 말하고, 매트 부인은 기쁨이 가득한 눈으로 한 손을 조지에게 내밀며 덧붙인다.

  “하지만 이게 무어든 백 번이고 천 번이고 고마워, 친구. 내가 당신한테 까다롭게 굴 때도 있지만, 조지, 실제로 우리는 더없이 좋은 친구야. 이제 당신 손으로 달아줘, 행운이 깃들도록, 조지.”

  아이들은 바싹 다가와서 지켜보고, 매트는 다 큰 목석같으면서도 어린애처럼 즐거운 표정으로 어린 울리치 머리 너머로 쳐다보니, 매트 부인은 흥겹게 웃으면서 “아, 유창목, 유창목, 어른이 너무 귀여운 것 같아!”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기병은 브로치를 달다 실패한다. 손을 덜덜 떨다 떨어뜨린다.

*유창목:상처를 치유하는 나무 (군인 출신 매트 부부의 꿍짝꿍과 조지까지 곁들여진 부분이 의외로 좋았다. 따뜻한 가정과 친구)

 

-“저주받을 사악한 배신자 마누라는 어디에 있어?”

  “먼저 출발했으니 경찰서에 가면 만날 거야, 아가씨.”

  “그 얼굴에 뽀뽀라도 하고 싶군!”

  마드무아젤 오르탕스가 암사자처럼 헐떡이며 소리친다.

  “깨물고 싶은 거겠지.”

  버킷이 대답하자, 오르탕스가 두 눈을 더 크게 뜨며 소리친다.

  “그래!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발기고 싶어.” (이런 캐릭터 왜 좋냐. 빌런 악녀에 사족 못 쓰는 또라이 취향)

 

-자신과 관련된 여자, 자신이 위엄과 자부심을 오랫동안 가꿀 수 있던 근원, 자신이 끝까지 이타적으로 대한 여자. 자신이 사랑하고 숭배하고 명예롭게 여긴 여자, 그래서 온 세상이 존경한 여자. 거북한 형식과 관습이 에워싼 삶 한가운데서 자신이 다정하게 사랑하며 살아가도록 하고 자신이 느낀 모든 고통을 아무렇지 않게 넘기도록 버팀목처럼 잡아준 여자. 레스터 경은 자신을 까마득히 잊은 채 귀부인만 바라보는데, 그렇게 소중한 귀부인이 그렇게 우아하고 고귀한 자리에서 질질 끌려 내려오는 광경을 도저히 견딜 수 없다.

  바닥에 쓰러지는 순간조차, 모든 고통을 잊은 채, 방해하는 소리가 수없이 일어나는 가운데, 레스터 경은 귀부인 이름을 또렷하게 뱉어낸다, 나무라는 소리가 아니라 동정하고 애도하는 소리로. (쏘 스윗 영남1 레스터 경. 그냥 노잼 귀족 아재인 줄 알았는데, 하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하겠지. 원조 차도남.)

하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하겠지...레스터 경의 그런 면모를 모르고 데드록 귀부인은 슬프게 외롭게 죽었다.

 

-돈에 관한 한 순진무구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품에 있는 돈을 잘 간직하세요, 그런 사람은 돈을 빼내는 게 목적이니까요. ‘세속적인 문제에서 나는 어린애’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책임도 안 지려고 그러는 것에 불과하다는, 정신 바싹 차리고 경계할 대상이라는, 경계 1순위라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나는 시적으로 표현할 줄 모르니 주변에서 겪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할 뿐이지만, 실용적인 성격이고, 하나같이 직접 경험한 내용이랍니다. 원칙은 이렇습니다. 하나가 풀어지면 모든 게 풀어진다. 실수한 적이 없는 원칙이지요. 아가씨도 실수하지 않고. 다른 사람도 실수하지 않고. (버킷 아저씨...제 주변엔 이런 어린애 친구들이 많은데 너무 하시네요...)

 

-“여기에 그런 사람이 왔다고 누가 그럽디까?”

  버킷 수사관이 즉시 대답했어요.

  “마이클 잭슨이라는 사람, 파란 벨벳 조끼에 커다란 자개단추가 두 줄로 기다랗게 달린 외투를 입은 사내.”

  “그 사람이 누구든 자기 일에나 신경 쓰는 게 좋을 거요.”

  제니 남편이 으르렁대자, 버킷 수사관이 마이클 잭슨을 변명하듯 말했어요.

  “직장을 잃어서 말이 많은 것 같더군요.” (마이클 잭슨 실업 화들짝)

제가 직장을 잃어요? 말이 많다고요? 마이클 잭슨은 억울하다.

 

-가만히 부스럭대는 잎사귀처럼 차분하게, 농익은 날씨처럼 다정하게, 햇살처럼 환하고 은혜롭게, 아저씨는 이어갔어요.

  “나를 이해하렴, 사랑하는 아가씨. 나는 네가 나와 더불어 만족스럽고 행복하게 살아갈 것을, 의무를 다하고 헌신하며 살아갈 것을 의심하지 않았어. 하지만 네가 누구와 사는 게 더 행복할까를 깨달았어. 더든 아줌마가 아무것도 모를 때 내가 우드코트 속마음을 깨달은 건 너무나 당연해. 더든 아줌마한테는 영원히 변치 않을 장점이 있다는 걸 더든 아줌마보다 잘 알거든. 아아! 우드코트는 나한테 속마음을 오랫동안 털어놓았어. 나는 어제 비로소, 네가 여기에 오기 몇 시간 전에 비로소 속마음을 털어놓고. 하지만 사랑하는 에스더의 빛나는 장점을 무시하게 하진 않겠어. 사랑하는 아가씨의 훌륭한 마음을 조금도 못 보고 무시하게 하진 않겠어. 모건 앞 케리그 가문에 들어가서 고통받게 하지도 않겠고! 웨일스 산만한 금덩이를 준다고 해도, 절대로!” (쏘 스윗 영남 존 잔다이스 아재. 반전이라면 반전. 내 또래일 때의 디킨스 아저씨는 빌드업도 떡밥 회수도 장인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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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폐한 집 2 비꽃 세계 고전문학 25
찰스 디킨스 지음, 김옥수 옮김 / 비꽃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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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30 찰스 디킨스.


엄마가 좋은 책들, 하면서 거의 백권쯤 되는 청소년 전집 같은 걸 주워왔다. 유명 고전들을 얄팍하게 축약하고 해설 덧붙여 수능 논술 대비 어쩌구 하고 책 잘 모르지만 자식한텐 뭐라도 읽히고 싶은 부모들 속여 파는 기획전집들. 나는 책깨나 읽었다는 양반이 보는 눈도 없이 저런 허접스레기들 들고온 게 성가셔서 엄마가 두고 볼 거야? 묻는다. 엄마는 아니, (큰어린이) 보라고. 아냐, 권해서 읽힐 만큼 좋은 책 아냐, 쟨 이제 원전 볼 땐데 가뜩이나 시간도 없고 책도 안 보는데 (이따위 읽힐 수 없어…) 이거 그냥 다시 갖다 버려.
그렇게 T해 버리고 힘들게 책 들고 들어왔던 엄마는 현타 온 표정으로 분리수거장에 책들을 가져다 버리고 돌아온다. 그렇지만 시집보다 얇은 헤겔, 니체, 부활, 이런 걸 보고 순간 참을 수 없었다...
불효 새끼의 고백을 들은 친구는 말한다. 그 나이 때 어른들은 작은 일로도 스스로 가치 없다고 느낀다고. 지금은 타계하신 자기 어머니가, 책 한 줄 다큐 한 편 평소에도 안 보던 엄마가 인간으로서의 가치 운운할 때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엄마한테 잘해 새꺄, 한 거지 뭐. 그런데도 수긍 안 하고 불효 새끼는 고집을 피운다.

우린 고정관념을 일찌감치 버리자. 인간이 인간으로서 어떤 가치에 봉사해야 한다는 생각은 거짓이다. 잘못이다. 인간은 수단이 아닌 목적이고 존재이다.
친구는 나야 말로 그걸 버리라고, 그러면 지금보다 인생이 3배는 편해질 거라고, 넌 너무 정의롭다고 말한다.
오…가치에 봉사하는 삶을 버리라는 말을 들어버렸다. 내가 그랬던 것인가… 반체제 불순분자인 줄 알았던 나새끼는 공동체와 실정법 이상의 이상을 바라며 반항했던 것인가… 나도 몰루.

디킨스의 황폐한 집과 함께하는 연말 내 독서는 황폐했다. 책 탓은 아닌데, 그냥 11월 만큼은 신나게 안 읽히는게 늘상 12월은 그래왔다. 소설 안에는 법원과 소송에 빌붙어 이렇게 저렇게 먹고 사는 법조인과 관련 업자들이 있고, 거기서 뭔 콩고물이라도 바라고 어슬렁거리는 사람들, 빚독촉 오지게 하는 악덕 채권자들과, 희망 없는 소송이 로또만큼 대박 이익을 가져다주길 기다리고 재판에 사로잡혀 있다가 현생을 제대로 못 살고 죽은 사람들도 나온다. 잔다이스 소송 피후견인 중 하나였던 리처드 놈도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도 그렇게 재판에 사로잡히고 만다. 혹시나 하는 유산을 기대하며 어영부영 삶을 이어가고, 1권에선 외과의사 할래! 하더니 금세 때려치고 변호사할래! 하고 도제로 갔다가 또 때려치고 결국 군인이 되었다. 빚도 오지게 쌓았다. 소송에 관심 갖고 정신 못 차리는 리처드를 보고 꼬마아줌마 에스더는 정신차리라고 설득도 해보고, 리처드를 사랑하는 다른 피후견인 에이다가 편지 써서 타이르게도 해보고 온갖 수단 다 해봐도 이미 미친놈한텐 소용이 없다.

슬슬 에스더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다. 그 비밀 관련된 인물들은 죽거나 입을 다물거나 협박과 빚독촉에 곤란해지거나 한다. 오, 이런 와중에 흥미로운 사건이 하나 나온다. 크룩 씨네 세입자 하나, 대서일 하던 양반이 죽었다. 아편 과다복용. 그런데 그 집주인, 소위 뒷골목 대법관, 고물상 주인 크룩 아저씨도 얼마 안 가 죽었다. 뭔 편지 뭉치라는 비밀 서류를 법정 근처 한량들, 거피랑 위블한테 넘겨주기로 약속해놓고 죽어버렸다. 죽음의 방식이 특이하다. 맨날 술 퍼 마셔서 알코올에 쩌들어 살다가 농축농축농축- 자연 발화로 사망… 연말에 술독 빠져 사는 친구들도 저절로 몸이 불탈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이백년 전 디킨스 아조씨가 알려줬어요. 다른 건 몰라도 소주 맥주 하이볼 퍼부은 니 간은 불탈 것이니... 소중한 간을 아껴주셔요. 찡긋

법원 주변의 비밀과 음모와 지난한 소송은 구질구질하고 추악하지만, 에스더나 우드코트 선생 같은 고귀한 인물들도 등장한다. 우드코트 선생은 소송에 사로잡혀 가난하고 고독한 플라이트 할머니를 다정하게 치료해주고, 항해 도중 자신이 탄 배가 난파되자 생존자 구조와 치료에 최선을 다한다. 에스더는 캐디와 피피, 찰리, 죽은 갓난아이와 그 엄마처럼 집안 사정과 처지가 어려운 사람들을 가여워하고 돌봐준다. 고아 떠돌이 조가 아픈 채 갈 곳 없을 땐 에스더의 하녀인 찰리가 그를 돌봐주다 그만 열병(아마도 천연두)이 옮아 심하게 앓게 된다. 앓는 찰리를 에스더가 또 간호해주고, 에스더마저 감염되어 오래 앓고 그 후유증으로 얼굴이 망가진다. 여기서 배트맨의 투페이스처럼 좌절하고 맛탱이 가서 깽판칠 법도 한데, 에스더는 각오 단단히 하고 거울보고 달라진 자신의 외모에 익숙해지려고 애쓴다. 와… 궁금하긴 하다. 장원영이 천연두로 얼굴이 안 예뻐져도 이렇게 완전 러키비키잖아...할 수 있을지… 하여간에 에스더는 그런 인물이다. 자기 아픈 와중에도 에이다한테 옮길까 봐 절대 근처 못 오게 하고, 얼굴 변한 이후에도 우리 에이다가 많이 놀랄까 봐 이렇게 저렇게 배려하면서 자기 얼굴 공개하고 그랬다. 이런 인물들이 곱게 보이는 거 보면… 이런 인물들 곱게 그려둔 거 보면 찰스 디킨스 아조씨도 나름 휴머니스트일지도… 그거 보고 수긍하는 나놈도 어쩜 말로만 인간은 망했다, 하지 아직 희망을 못 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에 토킹혼 변호사 놈이 데드록 부인 들으라는 듯 내가 들은 얘긴데, 이거 다른 사람 얘긴데, 하면서 그녀의 비밀을 공개적으로 주절주절 읊어서 난 네 비밀을 알아, 그리고 독자들도 혹시나 파악 안 됐으면 알길 바라...이렇게 친절하게 요약+폭로해주고 2권이 마무리 된다. 자신이 낳은 아이가 살아 있는 것도 인지 못하고, 그 아이는 고아처럼 자라고(다행히도 잘 자람), 뒤늦게 그 존재 인지하고 다가와서 아임유어마더, 그런데 오늘 이후로 우리가 만나는 일은 없을 거야 엉엉 하는 장면을 보며 생각이 많아졌다. 사랑의 일이든, 쾌락의 일이든, 의지에 반하는 폭력의 결과든, 사람이 만들어질 때가 있다. 그런데 왠일인지 그 사람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인간은 지나치게 크게 의미 부여를 해 놔가지고 새 생명이 등장해도 이걸 축복하고 보호하기 보다는 불명예니, 수치니, 이러면서 흑과거 치부하고 감추게 되는 이야기가 이백년 전에도 있었는데 오늘날에도 끝없이 존재한다. 내가 봤던 거 중에 제법 슬펐던 실화는 아이 엄마가 아이 낳고 죽었는데, 엄마의 남편되는 사람이 친자확인해보니 유전자 불일치 하는 거 보고 자신의 자녀로 출생신고하는 걸 거부했고, 그래서 아이가 한동안 민법 아래 못 들어오다 어찌저찌 출생신고는 하고 친자 부인 소 제기해서 죽은 엄마 쪽에만 올리고 그런 식으로 매조지되는 사건 기사에서 접한 사연이었다. 호적이나 호주 같은 건 다행히도 사라졌는데, 가족관계 증명서에 아이에 관해 책임질 부모 이름 뚜렷이 적는 건 중요하게 여겨져서, 그런 부모들이 불분명해지거나 부인할 만한 상황이 되었을 때 아이들은 이리저리 떠밀리고 사람들은 그걸 보며 애를 만든 사람들을 욕하기 바쁘지 아이가 법적 주체로 들어오게 돕고 무사히 자라도록 조치 취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연예인의 혼외자 문제에도 왜 남의 집안 일에 관심이 그리 많은지 환승이냐 양다리냐 애는 뭔 죄냐 결혼을 얘랑 해라 쟤랑 해라 훈수도 비난도 지랄도 풍년이다. 소설 보다 뉴스보다 하면, 이백년이고 삼백년이고 더 지나도 이게 달라질까? 인간은 참 편협하고 이미 보편적으로 규정된 삶과 공동체와 관계의 형태 이상은 상상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구나… 뭐 나도 다르겠냐 싶지만 그래도 에스더처럼 꿋꿋이 자라는 캐릭터 보면 인간 다 망한 건 아닐지도 몰라, 싶었다.



+밑줄 긋기
-“너는 나한테 나 자신보다 다정해. 친애하는 에스더, 나는 불행한 개자식이야, 자리도 잡을 수 없는. 하지만 어떻게 자리를 잡겠어? 문제투성이 집안에 산다면 누구도 자리를 잡을 수 없다고. 어떤 일을 시작해도 도중에 중단할 저주를 받았다면 누구도 어떤 일에든 적응할 수 없다고. 그게 바로 나야. 나는 온갖 기회와 변화를 내포한 분쟁 상태에서 태어났고, 이 분쟁은 법률 소송(suit)과 양복 정장(suit)이 다른 걸 깨닫기도 전부터 나를 애매한 성격으로 만들었어. 현재까지도 애매한 상태로 만들고. 그러다 보니 내가 하는 말이라면 무어든 곧이곧대로 믿는 에이다를 더는 사랑할 자격조차 없는 놈이란 생각마저 들어.”

-인생살이가 이렇게 짧다는 건, 모든 기억이 이렇게 좁은 공간에 들어있다는 건 예전에 미처 몰랐습니다.

-정말 아플 때는 어떤 일을 어떤 시기에 겪었는지조차 구분할 수 없어서 극도로 혼란스러웠습니다. 한없이 행복한 꼬마 아줌마 시절과 어린 시절과 소녀 시절이 동시에 몰려들어, 각 단계마다 저를 괴롭힌 걱정과 어려움은 물론, 그걸 순서대로 나열하려는 당혹감에 끝없이 시달렸습니다. 이런 상태를 안 겪은 사람이라면 제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그것 때문에 얼마나 커다란 불안감에 시달렸는지 모를 것 같습니다.

-똑같은 이유로 제가 혼란에 휩싸인 시기를 – 기나긴 밤 같지만 그 사이에 낮도 많고 밤도 많을 게 분명한 시기를 – 거대한 계단을 열심히 오르는데, 꼭대기까지 가려고 몸부림치는데, 예전에 정원에서 본 벌레가 바닥을 기어가다 방해물과 맞닥뜨리자 방향을 틀어서 다시 기어가던 것처럼 방향을 틀어서 다시 힘겹게 올라가던 시기를 말하는 게 두렵습니다. 침대에 누워있다는 사실을 완벽하게 느낄 때도 있지만, 대체로 막연하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찰리와 얘기하고, 찰리의 손길을 느끼고, 찰리가 곁에 있다는 걸 충분히 깨달을 때도 있지만, “아, 끝없는 계단이 또 나오는구나, 찰리……또 나오고 또 나오고……하늘 끝까지 이어지는 것 같아!”라고 투덜대면서 다시 힘겹게 오를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요, 그래요, 그래! 아가씨는 내가 살짝 산만한 걸 보고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살짝 산만한 게 저엉말 이상하거든, 안 그런가요? 저엉말 혼란스럽기도 하고. 머리 쪽이. 내가 보기에도 그래요. 하지만 아가씨, 대법정에서 수많은 세월을 보내는 동안 내 눈으로 똑똑히 본 게 있다오. 책상에 있는 재판장 지팡이와 봉인.”
그게 무슨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시는데요? 제가 가만히 물었어요.
“빨아들이는 거.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거라오, 아가씨. 사람들한테서 평화를 빨아내고. 이성을 빨아내고. 선량한 표정을 빨아내고. 좋은 성격을 빨아내고. 심지어 밤에 깊이 잠자는 시간조차 빨아낸다오. 차갑게 반짝이는 악마들!”

-“아가씨, 용감한 주치의는 작위를 받아야 마땅해요. 분명히 작위를 받을 거예요. 아가씨 생각도 그렇죠?”
자격만 본다면, 그렇다. 가능성을 본다면, 아니다.
“왜요, 피츠 잔다이스?”
할머니가 매섭게 반발했어요. 저는 평화 시기에 봉사한 사람은, 아무리 훌륭하고 위대한 봉사라도, 대단히 많은 돈을 국가에 헌납할 때 말고는 영국에서 작위를 내리는 전통이 없다고 대답했어요.
“맙소사, 어떻게 그런 말을? 학문, 지혜, 탁월한 인류애, 각 분야를 발전시켜서 영국을 위대하게 만든 모든 사람이 작위를 받는다는 건 아가씨도 알잖아요! 주변을 둘러보고 생각해보세요, 아가씨. 이 땅에서 작위를 훌륭하게 여기는 가장 커다란 이유는 바로 그거라는 사실을 모른다면, 내가 보기에, 아가씨 머리가 약간 산만하다는 뜻이에요!”
안타깝게도 플라이트 할머니가 자기주장을 확신하다 못해, 순간적으로 화까지 냈어요.

-펜을 먼저 받은 신랑이 십자가를 삐뚤삐뚤 그려서 서명했어요. 신부도 자기 차례에 똑같이 서명했어요. 신부는 제가 지난번에 왔을 때부터 알던 사이로, 마을에서 제일 예쁠 뿐 아니라 학교 성적도 탁월했기에 저는 깜짝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어요. 그러자 신부가 옆으로 다가와서 맑은 눈에 진정한 사랑과 존경이 어린 눈물을 머금은 채, “신랑은 착하고 좋은 사람이에요, 아가씨. 하지만 아직 글씨를 못 쓰는데 – 저한테 배울 건데 – 저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신랑을 창피하게 하지 않을 거예요!”라고 조그맣게 속삭였어요. 노동하는 사내 딸도 이렇게 고상한 영혼을 지녔는데, 제가 두려울 게 뭐겠어요!

-수많은 일이 하나로 엮여서 저를 행복하게 한다는 사실을, 부모의 죄악이 자식에게 내려온다는 속담은 제가 아침에 겪은 공포를 뜻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똑똑히 깨달은 거예요. 저 역시 여왕과 마찬가지로 순수하게 태어났으며, 하늘에 계신 아버지 앞에서 제가 태어났다는 이유로 받을 벌은 없으며, 여왕 역시 그런 이유로 받을 상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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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12-31 0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 책소개를 보니, 이 소설은 로맨스 소설이기도 하고 추리소설이기도 하다는 말이 있네요 스티븐 킹이 좋아한다는 말도 있어요 찰스 디킨스 소설은 겨우 한권 읽은 듯합니다 다른 건 이야기로 듣기만 했네요 올리버 트위스트나 크리스마스 캐럴... 이건 여러 가지로 만들어지기도 했군요 거기에 나온 인물과 같은 사람이 여기에도 나왔을 듯하네요

반유행열반인 님 2024년 마지막 날이네요 마지막 날 잘 보내시고 2025년 잘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늘 건강하게 지내세요


희선

반유행열반인 2024-12-31 14:23   좋아요 1 | URL
오, 로맨스, 추리 다 담기긴 했네요 ㅎㅎ전 단순하게 법정 소설로 후려쳐버렸었어요. 저는 나보코프가 자기 강의에 픽한 거라 도전 중입니다. 희선님도 오늘 하루 잘 보내시고 새로 밝는 한 해도 건강하고 즐겁게 원하시는 만큼 실컷 읽고 쓰시며 지내시길 기원합니다. 건강을 빌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