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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폐한 집 3 ㅣ 비꽃 세계 고전문학 26
찰스 디킨스 지음, 김옥수 옮김 / 비꽃 / 2020년 11월
평점 :
-20250111 찰스 디킨스.
어디에 있더라도.
드디어 디킨스 감옥(?) 탈출했다. 사실 길긴 했지만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어느 이웃님이 이 소설이 추리소설이면서 로맨스소설이라고 해서(나중에 역자 후기 보니 그런 말이 나오더라) 오,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 나놈은 그냥 법정소설로만 생각했는데...했다. 3권에서는 정말 추리소설과 로맨스소설이라 할 만한 구성과 궁금증 유발과 갈등과 해소까지 다 나왔다. 잔다이스 소송 피후견이던 에이다와 리처드가 남몰래 혼인하는 장면과, 우드코트에게 애정을 느끼던 에스더가 존 잔다이스 아저씨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황폐한 집 안주인이 되기로 결심하는 부분은 로맨스다웠다. 사실 나이 많은 잔다이스의 청혼은 아… 자식처럼 돌보던 에스더를 저래도 되냐… 최대한 정중한 편지와 에스더의 의사를 존중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해도 좀 반감 살 만한 부분이긴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나중에 소소한 반전을 위한 빌드업이었다는 걸 읽고 나니 디킨스 씨...독자랑 밀당도 잘 하시네요… 새삼 감탄.
벽돌공 집 아주머니와 제니 아주머니가 남편한테 얻어터지며 사는 생활, 조가 비참하게 죽는 장면은 당시 영국 여자들, 아이들이 얼마나 슬프고 고통스럽게 살았는지 잘 보여주는데, 그러면서도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을 챙기는 착한 사람들을 계속 비춰주면서 사람을 구원하는 건 사람, 이렇게 목이 터져라 외치는 작가 의도는 삐딱한 나새끼도 반박하지 못할 말이었다. 구원은 셀프, 외치던 내가 오만했을 지도. 많은 것이 흔들리는 나날이다.
모든 걸 휩쓸어 삼키는 잔다이스 소송과, 소송을 주관하는 법원을 둘러싼 법조인들을 내내 비판적으로 그리는데, 그 화신 같은 대표인물, 자비 없고 인간미도 없는 토킹혼 변호사가 살해 당하면서 본격적으로 추리소설다워진다. 빚 독촉으로 토킹혼과 다퉜던 기병 출신 사격장 주인 조지가 제일 먼저 잡혀가고, 그럼 진범은 조지가 아니겠지. 수사관 버킷이 조지의 친구인 매트 부부네 집에 와서는 잔망을 피우다가 조지 체포하면서 돌변하는 장면은 버킷이 나쁜 놈인가, 하는데 (앞권에서 그리들리 죽기 직전 잡으러 올 때도 버킷은 작가가 그리 호의적으로 그린 인물은 아니었다), 갑자기 얘가 황폐한 집 버전 홈즈처럼 변해서 사건 해결하는 모습 보고는 뭐여… 세상에 나쁜 경찰도 착한 경찰도 없다는 거냐...인간의 다면성 보여주고 싶었던 거냐… 뭐 그랬다. 버킷의 활약이 생각보다 길었는데 앞에서 가진 반감에 비해 후반부에서는 그렇게 꼴보기 싫지는 않았다. 살인 사건 해결할 때나 에스더 데리고 데드록 귀부인 부인 추적할 때는 오히려 약간 멋지게 그려서 어리둥절… 에스더의 생모 데드록 귀부인이 에스더 출생의 비밀을 알아차린 토킹혼과 갈등 빚는 모습을 그리면서 설마… 범인인가… 이렇게 계속 몰고 가다가 내내 얼굴 비추지만 잊었던 방향으로 탕 터뜨리는 장면은 오… 역시 잘 치시네요 디킨스 아저씨…
제법 스윗한 영남(?) 아저씨들이 여럿 등장한대도 200년 전 소설이라 시대적 한계는 있다. 레스터 경이 진실을 알고도 사라진 귀부인을 안타깝게 찾으며 용서하오… 하는 것도 아오 혼인 전 애 낳은 거 감추고 결혼한 게 그렇게 용서 받기 어려운 죄인 건가(지금도 마찬가지로 죄인 취급 받긴 하네… 어렵다 유기체의 생식활동), 불명예 운운하고 사교계 터져나갈 만한 가십인가 싶고, 키다리 아저씨처럼 더든 아줌마 에스더를 키워주다 나랑 결혼해, 하던 잔다이스 씨도 처음엔 벙찌다가, 나중에 마음을 돌려 우드코트에게 에스더를 받아, 하는 게 아오… 뭔 물건이야 지가 설령 친아빠 같은 사람이라도, 에스더랑 우드코트랑 둘이 좋아하는 마음 확인했대도 주거니 받거니 받아, 하는 표현은 낭만보다는 야무진 에스더를 목적물, 대상물처럼 대하는 것 같아서 마냥 달콤하고 이상적인 삼각 관계의 해소로 보긴 어려웠다. 그래도 빼애액! 하던 독자들에겐 머쓱함을 안겨주는 장면이었고 ㅋㅋ그와중에 깨알같이 사각관계(?) 시도하는 거피의 청혼 장면을 익살스레 후주처럼 넣은 디킨스 아저씨...유머도 잘 치셔… 그래도 거피가 수습 끝나고 변호사도 됐으니 뭐 다 잘 된 거 아니냐 하는 느낌…
잔다이스 소송은 결국 부질 없이 끝나고, 소송의 유산에 사로잡혀 법원 지박령이 되었던 리처드의 삶도 부질 없이 끝나 버렸다. 남은 에이다와 아기 리처드를 잔다이스 아저씨가 돌봐주고, 부인 잃은 레스터 경을 기병 조지와 그 엄마가 또 돌봐주고, 남은 사람들은 서로를 챙기며 잘 살아간다. 조지가 철강왕 된 형 찾아가는 장면은 사실 소설 전개에서는 크게 필요 없어 보이긴 한데, 그런 곁가지, 길 새는 내용이 흥미롭게 읽히기도 했다. 오 이백년 전 산업혁명 무르익던 때의 영국 철강 도시는 저랬구나… 공장과 노동자들과 경영자를 한 번 비춰주는 것만도 의의는 있었겠다. 철강왕은 그때나 지금이나 부자겠구나… 그치만 지금은 뭔가 사양산업이 되고 있어… 난 포스코 주식을 너무 일찍 팔았어… 응 안 물어봤구나…
나보코프 아저씨가 자기 문학강의 책에 수많은 디킨스 소설 중에서도 이 덩어리 큰 걸 고른 이유를 읽는 중에도, 다 읽고 나서도 납득이 가네, 했다. 그 책으로 돌아가서 또 무슨 얘기를 해놨나 봐야지. 새해 밝고 첫 책이라니 독서가 저조하다. 방황하는 나날이다. 복직하기 너무 싫어 죽겠어… 어쩌다보니 나도 병원 투어, 존속 비속 다 병원 투어 중이다. 그래도, 디킨스 아저씨가 어려서 공장에서 고생하고, 학교며 법원이며 도시 이곳저곳에서 겪은 것들이 다 재미난 이야기의 밑바탕이 되었으니 어디에 있더라도 힘내보지 않겠니.
+밑줄 긋기
-이렇게 상쾌한 법학원에서, 살아있는 양은 하나같이 양피지로 변하고 염소는 하나같이 가발로 변하고 목초지는 하나같이 왕겨로 변하는 법학원에서 그곳에 틀어박힌 새 가운데 가장 더러운 새처럼, 토킹혼은 바싹 훈제돼서 쪼그라든 채 인간 사회에 살지만 인간과 교류하지 않으니, 상쾌한 젊음을 못 겪고 늙었으며, 비좁은 인간 본성에 비밀스러운 둥지를 오랫동안 튼 터라, 세상이 넓고 좋은 것도 많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채 집으로 어슬렁어슬렁 다가간다. 뜨거운 포장도로와 뜨거운 건물이라는 화로에 온몸이 평소보다 바싹 구워진 상태로, 메마른 가슴에는 반세기나 숙성된 적포도주 생각만 가득하다. (ISTJ 변호사 토킹혼은 집에서 혼자 포도주나 마실 생각으로 귀가한다...나같은 못난 현대인은 이렇게 한 문장으로 후려쳐 버릴 것을 디킨스 아저씨는 찰지게도 쓰셨네요.)
-하지만 제 얼굴이 보기 좋을 때도 똑같은 생각을 했는데 꾹 참았다는 말은, 옛날 얼굴이 사라지고 그래서 매력이 없어졌어도 예전과 똑같이 사랑한다는 말은, 출생의 비밀을 알고서 충격을 받았다는 말은, 망가진 얼굴도 불명예스러운 출생도 충분히 포용하겠다는 말은, 저한테 충실한 지지가 필요한 만큼 자신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저는 그걸 알고 있었어요. 그걸 확실히 깨달았어요. 편지는 자애로운 삶의 절정으로 다가왔으며, 제가 할 일은 하나밖에 없다는 느낌이 몰려들었어요. 그분이 행복하도록 인생을 바치는 게 그분께 조금이나마 감사하는 길이다! 그날 밤에 갈망하던 것 역시 그분께 감사하는 마음을 새로운 방식으로 나타내는 거였다!
-저는 머리를 빗었어요, 아주 편안하게. 여전히 살짝 흐느끼긴 했지만, 그건 울던 끝이기 때문이지, 다시 우는 건 아니었어요.
“그래서 에스더, 행복하게 사는 거야. 친구들과 행복하게, 정겨운 너희 집에서 행복하게, 좋은 일을 많이 하면서 행복하게, 누구보다 훌륭한 남자에게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으면서 행복하게.” (존 잔다이스의 청혼을 받고 혼인을 결심하는 에스더. 여기서 아 뭐야 아저씨 왜 그래...그냥 좋은 아저씨로 남지 키다리 아저씨 이래로 영국은 아저씨들이 불쌍한 여자애들 키워서 혼인하는게 미덕인 동네였던가...)
-그 이름을 떠올리는 순간에 문뜩 기억나는 게 있었어요. 말려서 보관하던 꽃. 이제 꽃을 보관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았어요. 예전에 있었던 완전히 지나간 일로 기억에 남을지언정, 이제 그걸 보관할 순 없었어요.
말린 꽃을 책갈피에 보관했는데, 그 책은 옆방에 – 에이다와 제가 함께 사용하는 거실에 – 있었어요. 저는 촛불을 집어 들고 책장으로 살금살금 다가갔어요. 그래서 그 책을 꺼낸 다음, 열린 문 사이로 아름다운 에이다가 곤하게 자는 모습을 보고 조용히 다가가서 그 뺨에 뽀뽀했어요.
제가 운 건 마음이 약해서라는 걸, 울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걸 저는 압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사랑하는 에이다 얼굴에 눈물을 한 방울, 또 한 방울, 또 한 방울 떨어뜨렸어요. 저는 마음이 더 약해져, 말린 꽃을 꺼내서 에이다 입술에 가만히 대기도 했어요. 사실 그 꽃은 에이다와 아무런 상관도 없지만, 에이다가 리처드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떠올렸거든요. 그런 다음, 그 꽃을 들고 제 방으로 돌아와서 촛불에 태우니, 순식간에 재로 변하더군요. (널 잊을게, 우드코트, 하는 장면을 저렇게 세련되게 묘사)
-우드코트와 조가 거리를 따라 나아가는 사이에 멀리 떨어진 높은 교회 첨탑마다 아침 햇살을 받아서 가깝고 선명하게 보이는 게 도시가 깊은 잠에서 깨어나는 것 같고, 우드코트는 불쌍한 조가 묵을 곳을 어디서 어떻게 구할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지만 해답이 안 나온다. ‘문명사회 한가운데서 인간 형상을 한 아이가 쉴 곳을 찾는 게 주인 없는 강아지보다 어렵다니, 정말 이상한 현실이로군’이라는 생각이 절로 떠오른다. 하지만 아무리 이상할지언정 현실은 현실이고, 어려운 건 여전하다.
-조는 파디글 여사의 토파후포 인디언도 아니고 젤리비 여사의 양도 아니며 보리오부라-가와 관련도 없으니, 멀리서 낯설게 산다는 이유로 동정받는 인종도 아니며, 실제로 외국에서 성장한 야만인도 아니다. 조는 평범한 영국산 아이다. 몸뚱이는 평범한 거리에서 평범하게 사느라 모든 점에서 더럽고 추하고 불쾌한, 영혼만 이방인이다. 영국산 오물이 온몸에 더럽게 달라붙고, 영국산 기생충이 몸속에 있고, 영국산 상처가 있고, 영국산 누더기를 걸쳤으니, 영국 풍토에서 자란 영국산 무식쟁이로, 불멸의 속성은 금방 사라질 짐승보다 떨어지는구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관심을 끄는 건 하나도 없으니, 똑바로 나아가려무나, 조, 힘차게! (자선, 기부 단체에서조차 외면하는 영국산 빈민 고아 아동 이야기를 펼치느라 작가 선생이 조에게는 너무 가혹하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정말 좋네요, 선생님.”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촛불이 오나요?”
“응, 거의 다 왔어.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나라가……”
날이 저물어 어두운 길로 빛이 내려온다. 죽었다!
죽었습니다, 국왕 폐하. 죽었습니다, 상하원 의원 여러분. 죽었습니다, 착한 성직자와 나쁜 성직자 여러분. 죽었습니다, 남녀 여러분, 천상의 자비를 가슴에 품고 태어난 여러분. 오늘도 우리 주변에서 이렇게 억울하게 죽어갑니다. (조의 임종. 챕터 시작부터 조의 유언, 이래 버려가지고 아 뭐야 작가가 스포일러냐! 하고 발끈했는데 편집자적 논평까지 가미된 슬픔과 분노와 사회 비판까지.)
-“여보, 저 친구한테 내 생각을 말해줘.”
“맙소사, 정말 놀라워, 조지! 여태 본 어떤 물건보다도 아름다워.”
매트 부인이 감탄하고, 매트가 동조한다.
“맞아! 내 의견이야.”
매트 부인이 브로치를 이리저리 둘러보다 앞으로 쭉 내밀고 살피면서 좋아한다.
“정말 아름다워, 조지, 나한테 과분한 것 같아.”
“나빠! 내 의견이 아니야.”
매트가 말하고, 매트 부인은 기쁨이 가득한 눈으로 한 손을 조지에게 내밀며 덧붙인다.
“하지만 이게 무어든 백 번이고 천 번이고 고마워, 친구. 내가 당신한테 까다롭게 굴 때도 있지만, 조지, 실제로 우리는 더없이 좋은 친구야. 이제 당신 손으로 달아줘, 행운이 깃들도록, 조지.”
아이들은 바싹 다가와서 지켜보고, 매트는 다 큰 목석같으면서도 어린애처럼 즐거운 표정으로 어린 울리치 머리 너머로 쳐다보니, 매트 부인은 흥겹게 웃으면서 “아, 유창목, 유창목, 어른이 너무 귀여운 것 같아!”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기병은 브로치를 달다 실패한다. 손을 덜덜 떨다 떨어뜨린다.
*유창목:상처를 치유하는 나무 (군인 출신 매트 부부의 꿍짝꿍과 조지까지 곁들여진 부분이 의외로 좋았다. 따뜻한 가정과 친구)
-“저주받을 사악한 배신자 마누라는 어디에 있어?”
“먼저 출발했으니 경찰서에 가면 만날 거야, 아가씨.”
“그 얼굴에 뽀뽀라도 하고 싶군!”
마드무아젤 오르탕스가 암사자처럼 헐떡이며 소리친다.
“깨물고 싶은 거겠지.”
버킷이 대답하자, 오르탕스가 두 눈을 더 크게 뜨며 소리친다.
“그래!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발기고 싶어.” (이런 캐릭터 왜 좋냐. 빌런 악녀에 사족 못 쓰는 또라이 취향)
-자신과 관련된 여자, 자신이 위엄과 자부심을 오랫동안 가꿀 수 있던 근원, 자신이 끝까지 이타적으로 대한 여자. 자신이 사랑하고 숭배하고 명예롭게 여긴 여자, 그래서 온 세상이 존경한 여자. 거북한 형식과 관습이 에워싼 삶 한가운데서 자신이 다정하게 사랑하며 살아가도록 하고 자신이 느낀 모든 고통을 아무렇지 않게 넘기도록 버팀목처럼 잡아준 여자. 레스터 경은 자신을 까마득히 잊은 채 귀부인만 바라보는데, 그렇게 소중한 귀부인이 그렇게 우아하고 고귀한 자리에서 질질 끌려 내려오는 광경을 도저히 견딜 수 없다.
바닥에 쓰러지는 순간조차, 모든 고통을 잊은 채, 방해하는 소리가 수없이 일어나는 가운데, 레스터 경은 귀부인 이름을 또렷하게 뱉어낸다, 나무라는 소리가 아니라 동정하고 애도하는 소리로. (쏘 스윗 영남1 레스터 경. 그냥 노잼 귀족 아재인 줄 알았는데, 하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하겠지. 원조 차도남.)
하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하겠지...레스터 경의 그런 면모를 모르고 데드록 귀부인은 슬프게 외롭게 죽었다.
-돈에 관한 한 순진무구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품에 있는 돈을 잘 간직하세요, 그런 사람은 돈을 빼내는 게 목적이니까요. ‘세속적인 문제에서 나는 어린애’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책임도 안 지려고 그러는 것에 불과하다는, 정신 바싹 차리고 경계할 대상이라는, 경계 1순위라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나는 시적으로 표현할 줄 모르니 주변에서 겪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할 뿐이지만, 실용적인 성격이고, 하나같이 직접 경험한 내용이랍니다. 원칙은 이렇습니다. 하나가 풀어지면 모든 게 풀어진다. 실수한 적이 없는 원칙이지요. 아가씨도 실수하지 않고. 다른 사람도 실수하지 않고. (버킷 아저씨...제 주변엔 이런 어린애 친구들이 많은데 너무 하시네요...)
-“여기에 그런 사람이 왔다고 누가 그럽디까?”
버킷 수사관이 즉시 대답했어요.
“마이클 잭슨이라는 사람, 파란 벨벳 조끼에 커다란 자개단추가 두 줄로 기다랗게 달린 외투를 입은 사내.”
“그 사람이 누구든 자기 일에나 신경 쓰는 게 좋을 거요.”
제니 남편이 으르렁대자, 버킷 수사관이 마이클 잭슨을 변명하듯 말했어요.
“직장을 잃어서 말이 많은 것 같더군요.” (마이클 잭슨 실업 화들짝)
제가 직장을 잃어요? 말이 많다고요? 마이클 잭슨은 억울하다.
-가만히 부스럭대는 잎사귀처럼 차분하게, 농익은 날씨처럼 다정하게, 햇살처럼 환하고 은혜롭게, 아저씨는 이어갔어요.
“나를 이해하렴, 사랑하는 아가씨. 나는 네가 나와 더불어 만족스럽고 행복하게 살아갈 것을, 의무를 다하고 헌신하며 살아갈 것을 의심하지 않았어. 하지만 네가 누구와 사는 게 더 행복할까를 깨달았어. 더든 아줌마가 아무것도 모를 때 내가 우드코트 속마음을 깨달은 건 너무나 당연해. 더든 아줌마한테는 영원히 변치 않을 장점이 있다는 걸 더든 아줌마보다 잘 알거든. 아아! 우드코트는 나한테 속마음을 오랫동안 털어놓았어. 나는 어제 비로소, 네가 여기에 오기 몇 시간 전에 비로소 속마음을 털어놓고. 하지만 사랑하는 에스더의 빛나는 장점을 무시하게 하진 않겠어. 사랑하는 아가씨의 훌륭한 마음을 조금도 못 보고 무시하게 하진 않겠어. 모건 앞 케리그 가문에 들어가서 고통받게 하지도 않겠고! 웨일스 산만한 금덩이를 준다고 해도, 절대로!” (쏘 스윗 영남 존 잔다이스 아재. 반전이라면 반전. 내 또래일 때의 디킨스 아저씨는 빌드업도 떡밥 회수도 장인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