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브루 디카페인 날개 - 350ml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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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너마저-변두리 소년, 소녀.


 많은 것들이 고장나는 계절이다. 나의 손목도, 너의 무릎도. 구입한 지 3년 만에 고장난 렌지 후드를 1년 간 방치하다 드디어 모터 교체를 했는데, 최고 단계로 돌려보니 어딘가 걸리는 무서운 소음이 나서 다시 AS를 신청해 뒀다. 보일러 조작부가 고장나서 본체도 노후 되었으니 이참에 갈라는 걸 고장난 조작부만 간 지 보름도 안 되었는데, 기다렸다는 듯 본체에서 물이 샌다. 점점 더 많이 샌다. 빨래 삶는 큰 솥을 받쳐 두어도 금세 물이 찬다…아… 조작부 교체 비용의 열 배 정도면 새 보일러를 사니까 그냥 10퍼센트 비싸게 산 셈 치고 주말 사이 인터넷으로 새 보일러를 주문해 두었다. 아낄 때랑 쓸 때를 잘 구분해야 낭비가 안 된단다…


 에티오피아 아바야 게이샤 원두랑, 카페인 든 콜드브루랑 잔뜩 쟁여 뒀는데 디카페인 커피가 없어서 알라딘에 주문해 봤다. 날자꾸나, 의 그 날개인가? 원두는 과테말라 우에우에테낭고랑 브라질 산토스를 섞은 모양이었다. 유리병은 예쁘고 따르기는 불편하다고 했는데 정말 그랬다. 난 요사이 청소랑 정리를 좀 했더니 손목이 아파서 손목보호대를 차고는 돌리는 병을 못 열어서 곁의 사람에게 따 달라고 했다. 적당히 스모키하고, 적당히 달고, 적당히 시다. 디카페인 티가 안 나서 좋다. 용량은 350밀리리터다. 알라딘에서 로스팅하고, 브루잉은 연두커피에서 한다. 공산품의 위탁 제조에 대해 알게 된 지는 얼마 안 됐다. 모든 걸 혼자 할 순 없다. 맡기고, 빌리고, 고용하고, 사 온다. 자본주의와 분업이란. 특화란. 정밀하고 고도로 세분화 되어 있는 사회. 다 알 필요는 없는데 자주 다 궁금해져서 캐다 보면 길을 잃고 머리가 아플 정도이다.

 

 커피를 사고, 책을 사고, 화장품을 사고, 캡슐세탁세제를 사고, 졸업식 앞둔 작은어린이 안겨 주려고 꽃다발을 주문예약하고, 할머니 할아버지 가득한 성형수술은 잘 안 하는 성형외과에 가서 레이저로 점을 파 내고, 이런저런 병원 진료를 또 예약하고, 소비는 정말 끝이 없다. 멈출 수 없다면, 벌어야지. 나도 재화든 서비스든 제공하고 소비의 연료를 구해와야 지속가능한 도시인의 삶이다. 디카페인 커피 한 잔 먹고, 기분은 좋게 하고, 잠은 해치지 않고, 그렇게 기운을 내서 새 나라의 새 일꾼이 되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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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1-14 0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일러 이야기가 있어서 생각나네요 저희 집 보일러는 지난 겨울에 틀었을 때 물이 한번인가 두번 나오고, 그 뒤에는 괜찮더니 여름에 장마철에 틀었더니 또 나오고 그러다 안 틀어도 자꾸 나와서 보일러 전원 자체를 껐습니다 물이 자꾸 나와서 물이 넘치면 어쩌나 하다가 전원을 끄면 괜찮겠구나 했어요 그게 바로 생각나서 다행이었습니다 지금은 보일러 바꿨어요 오래되면 그런 데가 고장이 나는가 봅니다 처음에 고장 났을 때 고쳤다면 좀 나았을지, 오래돼서 바꾸기는 해야 했어요 새 보일러 잘 설치했기를 바랍니다


희선

반유행열반인 2025-01-16 08:54   좋아요 1 | URL
비슷한 경험이 다들 있을 듯해요 ㅎㅎ보일러 없는 집은 많지 않으니…제 곁의 사람은 어릴 적 몇 년을 보일러 없는 (고장난) 방에서 살았다더라고요 또르르… 오늘 무사히 설치 완료했습니다. 언제나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희선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