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알라딘은 내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어…


 날이 추워지면서 책도 잘 안 보고, 그렇다고 수학공부도 잘 안 한다. 그냥 인생에 고민만 많고, 그러다가 그냥 살자, 하다가 뭐 제대로 하는 건 없는 나날. 

  알라딘 램프에 소원을 빌었었다. 막 더워지던 6월 25일이었다. 판매와 관계 없는 답변은 좀 느리다. 6월 29일에 답장을 받았다.


 연나이 안 쓰고 만나이 통일한다는데, 알라딘은 독서 통계에 연나이로 순위 매기니까 올해 꼬꼬마 40살 된 나는 개쪼렙이다. 40대에 워낙 위대한 독서가들이 많은가 보지… 만나이대로 하면 생일 12월인 나는 아직 38년 산, 30대잖아… 나는 소의 꼬리 하겠어…아니 닭의 주둥이인가… 30대 후반 하면 왠지 꼬리 해야 할 것 같은데… (그치만 뭘 믿고 30대 되면 랭크가 올라갈 거라 착각이신지…?)


 막 더워지던 때를 지나 아주 덥던 시간도 지나고, 장마도 보내고, 이제는 찬바람이 싸늘하게, 두 뺨을 스치건만… 나는 아무래도 알라딘에게 까인 모양이다. 

 곰곰 생각해보면 우파 정부가 추진한 정책 따위, 우리 민족 주체성 무시하는 양키고홈하고 위아래 몰라 보는 만나이 따위, 거기 맞춰 독서 연령별 통계를 맞춰 달라니!!! 젊어지는 샘물로 세수하고 앉았는 나약한 소리였다. 미안하다 알라딘. 알라딘 창업주는 예전에 북한에도 놀러가고 그런 분이셨다고 들었다… 나이 정책이 바뀌어도 나는 이제 알라딘도 구제해주지 않는 빼박 사십대입니다… 인정하겠습니다…

 빼박 사십대 118번째. 현재 발견된 주기율표 원소 수와 일치해서 욕이 들어가서  아주 만족스러운 순위입니다.


 공허한 마음은 어리석게도 택배 박스 따위로 일상의 변화를 추구하게 만들고… 연휴 전후로 이리저리 주워 모은 중고책+새책 박스가 속속 도착했다. 새책은 거의 어린이 스티커, 따서 조립하기 정도, 전자책 빌려 감명 깊게 읽은 이서수 작은 소설집 말고 이 책탑 99퍼센트는 다 중고책이다.

 


 이서수의 책 ‘엄마를 절에 버리러’를 전자책으로 아주 잘 읽었는데, 오랜만에 꽂히는 한국 소설 작가를 만나서 그래 종이책도 한 권 가져야지 하고 이중에 유일한 새책으로 주문했다. 그런데 책이 진짜 조그맣고 글자도 엄청 작아서, 나는 아직 노안은 아니지만 우리 엄마는 못 읽겠네… 이 시리즈 세 편을 죄다 전자책으로 봤어서 판형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 


아직 집에 있는 ‘리스본행 야간 열차’도 안 본 주제에, 마침 ‘언어의 무게’ 중고 판매가 풀려서 야, 거의 신간인데 이게 만이천원이래, 마침 맨아래 깔린 뇌과학 만화책이랑 묶으면 무료배송까지 해주시는 친절한 셀러님께 샀다. 막상 받으니 두께의 압박으로 형광핑크색 볼 때마다 숙연하기만 하고 뇌과학 만화책을 먼저 볼 것 같다. 

작지만 큰이라며… 책은 얇은데 크다. 그림도 빡빡. 그렇지만 뇌책은 자꾸 못참아…만화책이면 더더욱…








‘맨발의 완선생’은 요즘 자꾸 중국 소설책 사기만 하고 안 읽어서 심란한 와중에 표지만 보고 사 버렸다. 표지 일러스트 그린 사람이 누구냐면… 밴드 불나방스타소시지클럽의 리더 조까를로스, 조문기씨다. (아무도 몰라서 숙연) 원래 미술 전공한 사람이 징글징글한 노래 잘도 만들었었는데 (거 슈스케 나온 유승우가 부른 ‘석봉아’는 대부분 아시지 않나요…그 노래 원곡 밴드임…) 어쩌다보니 그 분 그림체를 내가 알아요… 그래서 일단 사고 말았다. 정작 소설이나 작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일도 없음… 왜 이 따위로 책을 삽니까…


대부분 한 판매자님께 구매했는데, 이번 구매에서 제일 비싼 책은 ‘향의 길라잡이’, ‘꽃도감’ 두 권이었다. 뭔가 전문 실용서 느낌이 풀풀 나는데 꼭 멍청이들이 이런 책 하나씩 들이면 지식과 경험치가 상승할 줄 알고 들여놓고 잘 안 보지… 향의 길라잡이는 포스로 짐작은 했지만 막 분자식 나오고 어디 중간고사 교재 같은 느낌이라 그냥 최낙언 선생님 최신간 향시리즈 책을 살 걸 그랬다. 망했다는 거지… 꽃도감은 꽃다발이나 화분봐도 꽃 이름 하나도 모르는 게 빡쳐서 이거 보고 공부해서 잘 아는 사람이 되어야지, 했는데 생각해보니 꽃다발 받을 일도 없고 꽃다발 선물 아주 안 좋아한다. 얼마나 안 좋아하냐면 재작년 졸업식 때 제자 둘이 꽃다발 이따시만한 걸 줬는데 이걸 마지막날에 가져가라 하지도 못하고 울상이다가 옆 동료 한 명씩에게 자, 내 마음을 받아, 하고 나눠주니까 다들 엄청 좋아했다. 꽃을 받으면 다들 좋아하는 구나… 먹지도 못할 걸… 나는 꽃을 받는 건 정말 싫고 (니가 뭔 오펜하이머 죽은 여친이냐) 그냥 꽃들의 이름만 궁금하다. 


 









‘해부학자’는 동명의 논픽션 사 놓고는 소설책도 궁금해서 샀다. ‘리틀 스트레인저’는 ‘핑거스미스’이후 아직 다른 작품 못 도전해 본 새라 워터스, ‘플레인송’은 이서수가 인생 책으로 꼽은 ‘밤에 우리 영혼은’ 쓴 켄트 하루프 대표작이라길래, 마광수 ’청춘‘은 야 나같은 변태가 아직 마광수도 한 권 안 봤어…보고서 욕하든가 칭송하든가 불태우든가 하자… 부관참시용으로 담았다. 


오한기는 그만 본다더니 역시 오한기니까 다섯 권 채워주자, 마침 중고책이 너무 싸네? 심지어 이 책 판 사람 이거 펼쳐 보지도 않은 듯 너무 새거다… 왠지 애틋하니 내가 읽고 비급 중고로 만들어 주자…

‘호랑이의 아내’도 현대문학에서 나온 책인데 그냥 싸다고 마구잡이로 담은 책 같다… 책 구매 기준이 최저가라 송구합니다…















만화책도 냥냥하게 샀다.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은 너무 예술 만화 같아서 이거 언제 보냐 싶고….‘책섬’은 오래 전에 괜찮게 본 ’유리피데스에게‘ 작가라고 해서 샀다. 피케티 책은 읽을 예정이 없었는데 일본사람들이 이걸 만화로 만들었대서…심지어 1500원에 파네… 받고 보니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사신 스티커 그대로 보내주심…엄청 할인해서 제게 되파셨네요… 양심적인 판매자였다. ’만화로 보는 성차별의 역사’도 ‘가부장제 깨부수기’랑 비슷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지만 느낌이니까 실제로 보고 판단하도록 하기로…


 책 안 읽고 독전감, 구매후기 쓰는 건 난 안 하겠어! 다짐은 다짐일 뿐 하도 읽는 게 없으니 쓸 것도 없어 나도 상품 구매 리뷰를 쓰고 만다…중고 리뷰 전문으로다가… 막 쇼호스트 흉내내며 이 책은- 하는 내 옆에서 큰어린이가 영혼 없이 ‘우와’ ‘정말 대단해요!‘ ’판타스틱‘ 리액션 연습 하는 걸 보고는 야, 우리 폐지 전문 유튜버, 아니 중고책 언박싱 유튜버 할까… 농담하다가 그냥 하던 거나 잘하기로 했다.


 쌓다보니 더 쌓을 게 있었어…나의 위시리스트 물리책 수학책… 입문용 내신 물리 강의를 듣기 시작했는데 그때 부터였을 거에요…제가 공부에 흥미를 잃은 게… 역학 하다가 충격량 배우면서 충격 받음… 물리 너무 어려워서… 생명과학 어렵다고 물리로 도망치면 그게 제 정신인가…

 









‘이게 바로 물리야’ 어린이가 물포자가 되지 말라고 전권 다 사고 싶었던 욕구 억누르고 이건 중고도 없이 새 책 사야 되니 내가 지금 공부하는 역학이나 먼저 사보자…하고 샀다. 배웠던 거 나와서 신나긴 한데 앞부분 보다 맒… 여러분 어려운 건 만화책으로 만들어도 어려운 겁니다.

 ’물리적 힘‘ 이것도 신간인데 야 이거 사기 전에 몇 년 전에 산 ’김상욱의 양자공부‘나 보지 그랬냐 그럼 안 샀을 것을… 요즘은 어쩌다 보니 번역가 이충호 선생님이 옮긴 책들로 과학 입문 애쓰고 있다. 위에 세 권 다 같은 번역가… 

 ‘물리학자의 은밀한 밤 생활’ 제목으로 낚지 마라 이놈들아… 그래봤자 물리잖아… 나는 낚였다. 


 나이도 안 줄여주는 알라딘한테 판매 수익+중고 판매 수수료 수익 올려주지 말고 책은 조금만 삽시다. 그리고 사는 대신 있는 책 많이 읽고 내내 평안한 나날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스스로에게 하는 소리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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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10-07 1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전에 저한테 알라딘에 북플 뭐 건의했다고 하셨던게 이거인가요?! ㅋㅋㅋㅋㅋ 근데 얼른 바꾸는게 맞는 거 같은데.. 이제 진짜 금방 다들 만나이만 쓸 것 같은데 알라딘.. 너무하네.. ㅋㅋㅋㅋㅋ 일해라!!!!! 귀찮니?! 그건 ㅇㅈ
저는 근데 남이 산 책 페이퍼 보는거 산 이유 보는것도 재밌어서.. 유열님이 계속 올려주셨으면 좋겠네욬ㅋㅋㅋㅋ 쓰는 게 없으니 만만한 산책 페이퍼 올린다는 것도 공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오늘의 수확: 유열님은 꽃 받는 거 싫어한다.... 근데 꽃 이름은 궁금해 함.. 이상하고 신기한 사람....

반유행열반인 2023-10-07 12:15   좋아요 3 | URL
기억력 좋은 은오님 맞아요 ㅋㅋㅋ성공하면 수많은 20 30 40 50 60살들에게 내가 님들 앞자리 깎아줌 ㅋ이러고 유세 부릴라고 했는데...실패!
저 영화 오펜하이머 보다 자꾸 꽃 버리는 육덕언니 보고 야 넌 나랑 몸매는 정반대인데 꽃 받는 거 안 좋아하는 건 똑같다? 제 사람들은 알아서 꽃을 안 사주지만 말입니다 ㅋㅋㅋ

얄라알라 2023-10-07 15: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담당자분이 열반인님 문의는 퇴사하고나서도 기억하실 거 같은 느낌 ㅋㅋㅋㅋ

근데 중고 책들이 어쩜 저리 자태가 좋아요. 다 새책 같아 보여요 [향의 길라잡이] 뺴고...눈썰미가 좋으신가보다! 중고도 저리 잘 빼시고^^

반유행열반인 2023-10-07 16:25   좋아요 1 | URL
새책에 가까운 중고 뽑기에 맛들여서 제가 신간을 잘 못 사고 매번 오래된 책만 사쟁이네요ㅋㅋㅋ 어차피 사놓고 안 보고 있으면 중고될 것을 알고요... ㅋㅋㅋㅋ

새파랑 2023-10-07 16: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이 118번째라면
도대체 그 위에 있는 분들은 얼마나 대단할까요? ㅋ

반유행열반인 2023-10-07 16:25   좋아요 2 | URL
저는 독서 시작 얼마 안 된 꼬꼬마인 걸요 ㅋㅋㅋㅋ 대단한 분들이 많겠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