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문제. 4주 전 발목을 접질러 들른 외과에서 엑스레이 찍어 보니 염좌라고 해서 소염제 먹고 발목 보호대 하며 칩거하던 반씨는, 통증이 나아지지 않고 부종이 심해지자 가장 가까운 정형외과에 들러 다시 진료를 보기로 합니다.

아픈 다리를 끌고 도보로 도착한 정형외과 진료실, 의사 선생님은 4주 전 접질렀고, 당시 엑스레이는 골절이나 다른 소견 없었는데 낫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는 환자의 보호대 푼 발목을 보자마자 부상 부위에서 눈을 떼고 처음 들른 병원에 가라고 말합니다. 초진이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이전 병원이 너무 멀고 아파서 갈 수가 없어서 여기서 진료를 봐달라고 재차 부탁하지만 자기가 할 수 있는게 없다고, 진료를 여기서 보고 싶으면 전원요청서를 받아오라고 하며 환자를 돌려 보냅니다. 환자는 눈물을 삼키며 접수계에 원장님 진료 안 하신대요, 하고 간호사는 네에~하며 다른 말 하지 않습니다.

이 경우 맞는 설명은?
1. 의사가 진료 거부를 했다.
2. 의사가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고 환자가 잘못했다.
3. 진료를 봤으면 돈을 내야지.












정답은 2, 3

매우 속상한 상황이었지만 치료도 못 받고 쫓겨 나왔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건강보험 공단에서 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는지 확인하는 문서가 앱으로 도착했고, 화가 났다. 진료 거부 하고 쫓아낸 병원에서 건강보험 공단 부담금까지 신청했다는 게 너무 뻔뻔해서 건강보험에다가 부당청구 신고도 하고, 이걸 근거로 자치구 보건소에 진료 거부로 민원도 넣었다.

오늘 받은 답변은, 의사가 최초 상태와 진료 내역을 알기 위해 진료 의뢰서를 요구하는 경우는 진료 거부가 아니고, 의료행위(진료)에 해당한다고 한다.
오히려 어떤 사유인지는 모르지만 민원인이 진료비를 미납한 것으로 되어 있고, 의료기관은 정당하게 건강보험 공단 부담금을 신청한 것이라는 유권해석이 되어 있었다.

와... 진료 못 받고 쫓겨나서 오래 앓다 합병증이 왔는데, 나는 진료(=처음 간 병원 가라고 못 봐준다고 쫓겨남) 받고도 병원비 안 내고 도망간 사람에다 적반하장으로 악성 민원 넣은 인간이 되어 버렸다.

부조리 소설 읽다가 부조리한 법령과 관료와 전문직한테 개처맞고 나니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일단 의사는 진료실 들어서서 나 만나주고 그냥 가라 한 것만으로도 돈을 받는구나, 나한테는 내라 소리 안 했지만 하여간에 나는 안 냈고 건강보험 공단은 의사에게 수가대로 돈을 줘야 하는거지...

저만 모르고 있던 것일 수도 있지만 혹시나 모르는 분이 저처럼 낭패를 보고 충격과 공포를 느끼지 않도록 널리 알리고자 이 글을 남깁니다.

---
+부질 없는 국민신문고 민원 전문

진료 거부 및 허위 건강보험 청구 의원 신고

본인은 2023년 4월 20일 서울 00구 소재 00정형외과에 정형외과 진료를 받고자 접수 신청을 하였으나 진료실에서 의사에게 진료 거부를 당했습니다. 이후 진료도 하지 않은 해당 의원에서 건강보험 공단부담금 허위 청구를 한 사실을 2023년9월18일 인지하여서 본 민원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해당 의원 방문 약 한 달 전인 2023년 3월 30일 발목 접지름으로 타 의원에서 발목 인대 염좌 진단을 받았으나, 차도가 없고 부종이 심해 거동이 매우 불편하여 자택에서 가장 가까운 의원인 00정형외과에 내원하였습니다.
진료실에 들어서자 정형외과의사는 부종 상태를 보고는 고개를 저으며 본인은 진료를 볼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환자가 진료를 부탁해도 처음 내원한 병원에 가라는 말만 거듭하였습니다. 거리가 멀어서 병원을 옮기고자 왔다고 해도, 그러면 전원요청서를 이전 병원에서 받아와야 한다고, 거듭 요청해도 진료를 봐줄 수 없다고 해서 진료실을 나왔습니다. 접수계에 의사선생님이 진료 안 보신다고 하셨다고 말했고, 환자는 접수계 간호사로부터 어떤 수납도 요청 받지 않았고 본인 부담금 수납도 하지 않았습니다. 진료를 안 봤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진료 거부가 매우 속상해 당장 신고를 하려다가 너무 몸이 불편한 상태라 당시에는 그냥 넘어갔습니다. 나중에 5월 15일 타 병원 내원하여 진단 결과 인대파열, 5월18일에는 타 병원 내원하여 진단 결과 심부정맥혈전증 상태였고, 그것이 폐색전증으로 합병증을 일으켜 응급실 입원도 하였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진료를 보시고 본인이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2차 병원 진료의뢰를 해주시거나 다른 진료과목 권유했더라면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인데, 거동이 어려운 환자를 박대하고 진료 거부하여 합병증으로 번지는 고통을 주었습니다.
그래도 진료 거부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은, 당시에 의사가 진료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해당 병원에 내원한 것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고, 당연히 진료를 거부했으니 접수도 되지 않았고 의료기록도 남지 않은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국민건강보험 공단에서 진료 받은 내용 안내문을 네이버를 통해서 받았습니다. 4월 20일 해당 병원에서 본인부담금과 공단부담금을 지불하고 진료받았다는 허위 내역이 고지되었습니다. 진료 거부한 것도 모자라 부당하게 진료비를 공단에 청구한 해당 의원의 불법 행태에 매우 분개하였습니다. 해당 의사에게 어떤 의학적 조언도 조치도 검사도 진단도 처방도 받은 바 없습니다.

부당하게 청구된 공단부담금을 꼭 회수하시고, 진료 거부 및 부당청구에 대한 책임을 물으셔서 의사의 의무와 책임을 제대로 하지 않고 불법 행위를 저지른 해당 의사와 의원을 제대로 조치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이미지는 국민신문고 답변. 미납 진료비 내러 가야 합니까...

+돈 내세요 하니까 나온 책 돈 까밀로 힘 내세요 나새끼 돈 내세요 힘 내세요

#진료거부 #아닙니다 #고갱님돈을내셔야죠 #국민을위하는건강보험 #국민신문고 #부질없다 #공무원만세 #보건소만세 #의사만세 #억울하면수능만점받고의사되렴 #아니면그냥집구석에서앓으렴병원함부로가지말고 #진료실들어가기전에돈내고쫓겨날지진료무사히받을지잘판단하고기도하고신성한마음으로입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넬로페 2023-09-20 18: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진료를 볼 수 없다고 하는데 왜 진료비가 청구되는걸까요?
그러면 우리가 병원을 하나 선택하면 상처가 썩어 문드려져도 계속 그 병원에 다녀야 하는건가요?
다른 명의를 찾아갈수는 없나요?
ㅠㅠ
이해가 되지 않네요.

반유행열반인 2023-09-20 18:19   좋아요 2 | URL
똑같이 초진 아닌 병원이어도 저렇게 진료의뢰서 가져와라 이러고 진찰 없이 보내는 경우(진료의뢰서 받아오라고 했으므로 진료거부가 아니고 의료행위라 함)가 있고, 일단 본인이 할 수 있는 촉진 관찰 문진 다 하고 해당 의원에 있는 엑스레이 초음파 검사(검사비는 과하지 않게 나왔습니다 엑스레이비만 받은 듯) 다 해 보신 뒤 상급 병원으로 가라고 진료요청서 써주신 선생님도 계셨습니다. 선생님 재량에 많이 의존하고 대부분은 환자 고쳐보려 애쓰는 선생님들이었지만 가장 안 좋은 사례도 경험해 본 것 같습니다. 상식으로는 안 통하는 전문 분야와 의료법의 룰이 따로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9-20 18:22   좋아요 2 | URL
저때 바로 진료했다고 진료비를 요구했으면 나중에 제가 진료비 안 낸걸로 되어 있는 충격이 적었을 건데 당시에는 수납 요구도 안 하더니, 뒤늦게 공단 부담금만 받고 네 진료비는 안 받아 인건지 나중에 다시 저한테 독촉 연락할 참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새파랑 2023-09-21 0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많이 짜증나고 화나실거 같습니다. 아직도 세상에는 부조리가 많군요 ㅡㅡ 병원비 부분은 완전 이해할수없네요...

역시 안아픈게 제일 좋은것 같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9-21 08:38   좋아요 1 | URL
넵 당시에만 그러고 가끔 떠올랐지만 잊고 있었는데 건강보험이 상기시켜줘가지고 홧김에 민원넣다 화만 돋구고 말았네요 ㅎㅎ
새파랑님도 늘 건강하시길!!!!

희선 2023-09-21 0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픈 사람이 병원에 가면 어디가 안 좋은 건지 제대로 봐줘야지 처음 갔던 병원으로 가라고 하다니... 전원요청서 받아와야 한다고 해도 진료할 수 있잖아요 돌아간다고 하면 돈을 내라고 하든가 해야지 그런 말도 안 하다니...


희선

반유행열반인 2023-09-21 08:39   좋아요 0 | URL
일반인 보기엔 납득 가지 않는 것도 저쪽 나름의 규칙이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보건공무원도 의사도 이해하는데 환자들은 잘 모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