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꿈을 꿨다. 독수리인지 매인지 작은 맹금류 하나가 내게 자꾸만 보챘다. 아마 자기 새끼를 집안에 들여보내달란 것 같다. 나는 단호하게 안 된다 했고, 조르던 맹금류는 갑자기 과도를 가져와 협박하기 시작했다. 설마 새가 날 찌르겠어? 하는 순간 파다다다다다다다다닥 날갯짓의 속도로 이 새새끼가 내 가슴에 칼빵을 놓았다. 찔리고 나서 이렇게 많이 찌를 줄은 몰랐네, 하고 깜짝 놀랐다. 그래도 치명상은 빗겨간 것 같아…생각하며 깼다. 새의 정체는…

 지난 목요일 정형외과에서 왼발 오른발 제대로 고쳐 적어준 진료의뢰서 들고 하지외과 예약해서 월요일 방문했다. 대기하는데 하지정맥류 수술하는 거 보여줘서 으으…하다가 진료실 갔다. 
 문진하고 진료실 갔는데…다리 혈관 초음파 여기저기 살펴보니… 붓기도 하고 아프기도 아프던 무릎 뒷부분, 인대여 근육이여 신경이여 어디가 아픈 거야 했었는데….혈관이었다. 심부정맥혈전증이라고 혈병 생겨서 혈관 막아서 그래서 발 다리 전체가 땡땡해진 모양…부종은 제일 심했을 때보다 빠졌을거고 혈전도 스스로 녹기도 해서 작아지거나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고, 그런데 지금 숨 몰아쉬는데 숨차냐고…아 저 진짜 숨차네…
 아 그리고 왼쪽 다리도 초음파 봐줬는데 거긴 하지정맥류 있음ㅋㅋㅋ 저 교사요…하니까 아 직업병… 나도 모르던 하지정맥류 찾았다. 혈전도…
 이 병원에서는 혈전용해나 항응고 관련 약은 처방이 안 되서, 압박스타킹이랑 혈압낮추는 약? 뭐 비슷한 거 주고 또 하나의 진료의뢰서를 득한다. 

 가장 가까운 3차병원 예약하려는데 진료과목이 세분화 되어 있어 도무지 모르겠는 거다… 심혈관센터 소속 과목만도 여럿, 흉부외과여 순환기내과여 헷갈렸다. 지인 중 정신보건간호사x직업환경의학전문의 커플에게 전화를 걸어 죄송하지만…저 어디가죠…하니까 언니는 순환기내과, 형부는 일반외과 혈관 보시는 선생님에게 가라고…의견이 갈린다… 일단 형부(흉부 아님)의사 선생님이 선생님도 콕 찍어 알려주셔서 외과 목요일 외래 예약 잡는데… 그때까지 괜찮은 걸까….

 진단명 말하고 호흡 곤란하고 왼쪽 가슴 통증도 좀 있는 거 같다니까 곁의 사람은 그냥 응급실로 가라고, 퇴근해서 그리로 가겠다고 한다… 그래서 다시 택시 잡아타고 응급실 ㄱㄱ

 오랜 대기/ 흉통은 그냥 점심 때 먹은 햄버그스테이크가 짜서 위통이면 좋겠다/진료의뢰서와 증상을 들은 응급의학과 선생님들은 그러나 코로나 검사를 시키고 응급실 깊은 곳으로 나를 안내한다… 피도 뽑고 긴 대기 하다 의사 선생님 한 분 오셔서 심장 무릎 대정맥 하여간에 내가 본 것 중 가장 오래 초음파를 가슴팍에 부비부비… 그러다가 바늘 빠진 거도 모르고 깔고 안고 계속 초음파를 쏘다가 호출이 와서 벌떡 일어나 다른 베드 가신 자리 보니…와 나 바늘 빠져서 피범벅…
 주말의 꿈은 보라매병원 입원해서 초음파 보다가 피투성이 될 꿈이었던 것이다…선생님…독수리세요??
 
 하여간에 판막 역류 이런거 보면 씨티 봐야 한다고, 다 나온다고 그래서 오랜 대기 끝에 씨티 찍었다. 결과는 두 시간은 넘게 걸려요 하고 몇 분 안 되서 바로 영상 판독하신 선생님 오셔서 저기….약을 써야겠네요. 주사요? 먹는 약으로요. 뭐죠? 폐색전증입니다. 입원 자리 나면 입원하고 안 되면 외래 잡아드릴게요. 
 
 음… 항응고제 두 알 받아 먹고 두세시간 더 기다렸나 아무 것도 안 하는데 시간이 훅훅 가서 새벽 한 시쯤 병실에 도착했다. 간호전담병동이라 보호자 면회도 안 되고 저녁 내 갇혀 있느라 입원물품 하나도 못 챙겼는데 보호자 못 온다니…다행히 짐 전달 정도는 가능한 모양이었다… 내일 아침 곁의 분이 출근길에 전해주시기로 해서 이거저거 귀마개부터 마실 물, 읽을 책까지  누워 있다 이거 좀, 이거도, 하고 요청했다ㅋㅋㅋㅋ

 병실 누워도 잠이 안 오고… 한시 오십분? 겨우 잠들었다 깨니 세시 반…뭐 그렇게 자다 깨서 검색해보니 폐색전증….치료 안 하고 그냥 두면 사망률 30퍼센트…치료하면 2-7퍼센트…곁의 사람은 그거도 안 낮은 거라고…

 하여간에 보라매공원은 네시 반 쯤 되면 새들이 예쁘게 시끄럽게 울고 병원 창 바로 옆으로 새 두놈이 썸타면서 지나가고 그렇다. 
 어제 열두시반에 밥 먹고 응급실서 저녁 거르고 아침 일곱시까지 아직 뭐 못 먹음…밥 주세요… 살려주세요… ㅋㅋㅋ

 병실에 모셔올 책: 사물의 편, 여자아이기억, 악마의 정원에서(간호사님이 입원짐가방 전달만 해주신다면…)
 빌린 전자책: 이토록 굉장한 세계,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도서관 마침 신간 올라옴…그런데 재미가 없으니 종이책 호출했겠쥬? ㅋㅋㅋ)

 이러다 하루 입원하고 집 가세요…하면 다행이지만 무거운 책 (가벼운 거만 골랐어 그래도) 가져온 사람에게 미안하겠다ㅋㅋ이미 아파서 미안함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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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6 07: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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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6 08: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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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23-05-16 08: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어요.
건강하게 회복하세요

반유행열반인 2023-05-16 08:25   좋아요 2 | URL
나와같다면님, 회복을 빌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2023-05-16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16 10: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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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6 14: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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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6 18: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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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6 15: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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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6 18: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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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6 22: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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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6 18: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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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6 18: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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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3-05-17 15: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열반인님;;;;
지금은 퇴원하신거에요?왜 자꾸 아프세요 ㅠㅠㅠ

반유행열반인 2023-05-17 18:00   좋아요 2 | URL
넵 ㅎㅎ퇴원해서 쉬고 있어요 치료는 이제 시작 ㅎㅎㅎ그러게요 왜 자꾸 아플까요ㅋㅋㅋ(범인은 수학…)

새파랑 2023-05-17 21: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헐 ㅜㅜ 폐색전증이라니요 ㅜㅜ 이름부터 무섭네요ㅜㅜ 금방나으시길 간절히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ㅜㅜ

반유행열반인 2023-05-17 21:43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간절히 간절히 바라주셔서 감사합니다! 3-6개월 정도 항응고제란 약을 먹고 또 굳고 막혀 실려가지 않으면 나은 것인 모양입니다 ㅎㅎ

DYDADDY 2023-05-18 06: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랫동안 고생하셨는데 이제야 원인을 알고 치료를 시작하셨군요. ㅠㅠ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물론 치료받으시는 것도 힘드시겠지만 약 잘 챙겨드시고 외래 빠지지 마시고 꼭 가시길 바라요. 쾌차하셔서 몸 편히 등산도 다시 다니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ㅠㅠ

반유행열반인 2023-05-18 06:51   좋아요 1 | URL
병에 악영향 줄 체내이식기구 있었어서 그거 제거 하는 시술 협진한 과목만 일주일 후 실밥 뽑는다고 오래고 순환기내과는 외래가 한 달 후더라고요 ㅎㅎ약 안 먹으면 돌연사이기 때문에 저 아직 살고 싶어서 열심히 먹겠습니다 ㅋㅋㅋ하지정맥류는 제가 휴직 이년차라 그냥 고이 간직해 온 건가 봅니다 ㅋㅋㅋㅋ

DYDADDY 2023-05-18 08:30   좋아요 0 | URL
어찌보면 지금의 상황이 혈액순환에 문제가 있는 하지정맥류때문에 생겼다고 볼 수도 있는데 산재는.. 안되겠죠? ㅠㅠ 이번 기회에 하지정맥류까지 잘 치료받으시고 어서 쾌차하시길 바라요.

반유행열반인 2023-05-18 09:36   좋아요 1 | URL
아닙니다 아니에요 정맥류 있는 그쪽이 아니고 반대쪽 무릎에 정맥혈전증이 원인으로 폐동맥에 혈전이 유입된 겁니다…공무원은 산재 그런 거 없어요. 공무상 재해라 하지만 현재 질환과 무관합니다. 쾌차 빌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