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레이 두 방 엠알아이 한 방 찍고 방사능 충만해서(아 엠알아이는 방사능없다고 한다…)쓰는 글입니다.
다친 걸 알게 된 이웃분들은 왜 병원이나 한의원에 가지 않냐고 근심 걱정이 크셨다. 아니 저기…저도 병원 네 군데나 가 봤어요. 두 곳은 오늘 하루에 간 거지만요…ㅋㅋㅋ
병원이 궁극적인 해결책이면 좋겠다. 그렇지만 아시잖아요. 늘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내가 두려워 한 게 그걸까? 저장강박증 환자들이 집에 있는 물건 못 버리고 무기력한 모습 나오는 책 보면서 아…난 쓰레기는 잘 버리지만 그래도 저거 나랑 비슷한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부상 +39일 오늘, 병원에 갔다.
결론은… 두 군데 병원에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도 모르겠네…하면서 진료의뢰서 꾸덕꾸덕 두 장을 받았다.
수많은 병원 찾다 망설이고, 집에 얌전히 앉아 보내던 날들 돌아보며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을까, 내가 잘못한 건 무얼까 오래 생각했다.
범인은 수학이다!!!!
수학을 잘 했더라면, 아니 못하지만 잘하고 싶다고 깝치지 않았더라면, 그거 못해서, 수능도, 수능 이후 첫 모의고사도 수학4등급이라는 인생 굴욕 점수를 받지 않았다면 나는 안 다쳤을 거야. 맨날 수학한다고 앉아만 있다가 살이 찌지 않았다면, 체중 증가와 스트레스 해소를 해야겠다며 매일 걷기로 마음 먹지 않았다면, 걷다가 집 뒤에가 온통 산인데 하고 산으로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면, 조그만 돌부리를 마주칠 일도 없었을 테고 발목이 꺾일 일도 없진 않았겠지만 확률이 낮아졌겠지.
수학 네가 잘못했다…
지난 이야기
1.00본외과-산에서 내려와 마을버스를 타고 내린 곳에서 가장 가까운 의원이었다. 원장님이 직접 엑스레이를 찍어주셔서 방사선기사님 없는 건가 신기하네, 했다. 양발목 뼈 사진은 희고 깨끗하고 예뻐서 나는 내 발목뼈에 반했다. 선생님 눈에도 뼈나 인대 다른 이상은 없어 보였나 보다. 엑스레이로는 인대나 실금은 안 나온다고 하긴 했다. 아프긴 아픈데 선생님이 누르는 곳은 다 그냥 견딜만했다. 아이고 아파요 하고 데굴데굴 굴렀어야 했나…염좌 같구요, 깁스까진 안 해도 될 거 같고. 소염제 드시고, 오늘 물리치료 받으시고, 물리치료 꾸준히 나오세요.
그리 심하게 다친 것 같지 않게 결론을 내셨고, 고정치료 없고, 매일 나와서 물리치료해라-이런 처방은 아…나 아픈데 별로 안 다쳤나보네… 그런 강한 신호가 되었다. 조금 아쉽기도 하다. 이후에 부종이나 멍이 생기거나, 통증이 더 있거나 하면 어찌어찌하라고, 그러면 더 다친 걸 고려해 다른 검사나 이런 걸 할 수도 있다고 몇 마디 해주셨으면 조금 달라졌을까?
그렇지만 인터넷보다 두 배 비싼 보호대 받아 차고집에 돌아가는 길에 발목은 많이 아팠고, 나는 걸어서 치료 받으러 다닐 자신이 없었다. 음 이러고 돌아다니다 발목 더 조질 것 같다…하고 칩거를 했지요. 발은 부종과 멍과 통증과 이런저런 불편을 반복하지만 뭐 그냥 못살 정도는 아니고… (오늘 만난 원장님들은 좋은 말로 타원 보존적 치료를 했다고 서류상 써놓으셨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처음 만난 선생님은 일반외과전문의셨다. 나 충수염 수술해준 선생님이 외과전문의잖아…정형외과랑 외과는 다른 거 알긴 아는데 또 응급 상황이라 그런 거 따질 정신 없었고… 본은 뼈 아니어? 하여간에 그렇다고…
2.000정형외과-3주만에 음 부종이 왜 아직도…그래, 병원 가겠어! 다시 찍으라면 찍겠어. 물리치료든 뭐든 하라면 하겠어… 불편한 발 끌고 가장 가까운 정형외과까지 겨우 도착했지만…슬쩍 부은 발목 보자마자 진료실의 선생님은 처음 간 병원에 가라고 하셨다… 병원 멀어서 여기로 옮기려고 한다고 해도 그러면 가서 전원요청서 이런 거 받아오라고… 으앙
전의를 잃고 다시 칩거… 4주차에는 허리, 무릎, 종아리타고 발목 발끝 발뒤꿈치 이어지는 무지막지한 방사통이 발생했다. 왠지 모르겠는데 발목 부종도 심해지고 발등까지 띵띵 부었다. 나도 모르게 다친 다리 골반을 바깥으로 틀고 다녔네…자세 교정하고 영상보고 발목 다리 얍얍 재활운동도 따라하고… 그랬더니 부종이 푸슈슉…신경통증도 줄었다. 잠시 그러고 나서 다시 발목이랑 이런저런 다리 통증 재발, 발목은 왠일인지 갑자기 마구 붓더니 난리가 났다. 내가 뭔짓을 했나 곰곰 생각해보니 부종 나아지라고 발 거상하고, 그래서 앉을 때도 뭐 받쳐놓고 다리 펴놓고, 잘때도 베개 받쳐 올려 놓고, 걸을 땐 발목에 부하 걸리지 말라고 하여간에 이상하게 걷고…그래서 무릎이 원래 펴는 거보다 과도하게 펴는 행동을 나도 모르게 하고 있었다. 무릎 뒤 오금 이랑 그 주변 종아리랑 그래서 디지게 아프고, 거기 괜히 반대쪽 다리 주물러도 멀쩡하다고 똑같이 종아리 주무르면 베고 찌르는 신경통이 유도되면서 한동안 기절해야 하는 것이었다. (걸음 좀 잘 못 걸어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오늘 이야기
3.0000마취통증의학과- 주변에 정형외과는 많다. 그렇지만 동네 특성상 시설노후를 지적하는 리뷰들이 많았다. 정형외과, 치면 나오는 병원 중에 마취통증의학과 있어서 이건 왜 나와…하고 들여다보니 작년에 지나가다 새로 병원 열었네, 했던 곳이었다. 엑스레이로는 안 나오는 인대 초음파로는 볼 수 있다는데 여기는 초음파로 미세하게 들여다보고 주사 놓고 하는 데라고…정형외과 진료도 본다고…원장님 소개 보니까 개원 전에 정형외과에서 페닥 하신 듯… 간다, 일단 인대 상태를 보자, 간다!
다리를 본 선생님의 표정이 어두웠다. 많이 부었네요. 거의 6주인데. 엑스레이를 먼저 찍었다. 여기는 기사님도 따로 있고 이쪽저쪽 진짜 여러방 여러 각도로 뺑뺑 다 찍었다. 그러고나서 원장님이 초음파를 한참 봤다. 발목은 한참 보고 무릎은 좀 보는 듯 하다 말고 진료실로 갔다.
엑스레이상 골절은 안 보임. 그래도 미세골절이나 뼈조각이나 그런 건 여기 안 나온다고. 초음파로도 부종 심하고 인대 확인 안 됨. 그래도 이런 붓기면 인대파열 상황을 배제할 수 없음. 서류 써 줄 테니 큰 병원 가서 MRI 찍어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래도 뭐가 안 나오면 보전적 치료로 뭘하든가 해줄 수 있다고…
정직하고 빠른 GG를 받은 나는 슨생님이 써주신 진료의뢰서를 고이 안고 가장 가까이에서 MRI촬영이 가능한(이미 미리 알아놨음…하아…) 족부병원으로 향한다. (슨생님 엑스레이 찍은 거도 같이 주셨음 좋았을텐데..)
4.0000병원-의원에서 병원급으로 넘어왔다! 사실 가장 가까운 곳 중에는(그래도 가능 의료기관들 중에는 먼 편이지만…부상 전 같으면 날듯이 십분컷 했을 거리…) 족부전문병원 내세우는 여기가 최선일 거라는 생각을 초반부터 했지만 이 병원 블로그 대놓고 수술할 땐 수술해야 됨미다! 보존적치료는 초기에 해보는 거고 우리가 수술은 제일 잘함 짱짱!! 이런 느낌이라 조금 무서웠다.
진료실은 네 개나 있고 여기에 7명 선생님이 번갈아 근무하고, 수술방 내내 돌아가고, 휠체어와 목발이 난무하고 대기 환자가 꽉 차 있는 곳이었다. 접수, 수납, 진료전 사전상담(대리 문진에 가까운 수준…) 모든 게 큰 병원처럼 분업이 되어 있고, 나는 오늘 엑스레이실, 채혈실, MRI실을 뺑뺑이 돌게 되지…
엑스레이 이상 소견 없었다고 해도 자기네 병원에는 자료가 없어서 일단 한 번 더 찍고 오라고 해서 오늘 방사선 많이 맞네요… (나중에 알아보니 다행히 엠알아이는 방사능 없다고 하네…아침에 사진 많이 잘 찍었는데…여기는 그냥 몇 방 안 찍음) 사진 찍고 오랜 대기 끝에 진료실에 갔더니, 이번 선생님도 부종이 너무 심하다고 했다. 이건 발목 염좌든 골절이든 지금쯤이면 이렇게 부을 건 아니라고, 발목 문제 아닌 거 같다고 했다. 아 저 발목 다친 거 맞는데… 무릎 안 좋은 이야기를 하니 무릎 보는 선생님은 따로 있어서 여기서 못 본다고 했다. (정형외과인데 그렇구나…엄청난 분업…) 이거는 발목이 아픈 게 아닌 거 같다고, 발목이 아픈게 아니면 자기는 MRI도 찍어줄 수 없다고 했다… 선생님, 그럼 전 어느 과목 진료를 봐야 하죠? 글쎄…어렵네요. 순환 쪽 문제 같으면 혈액내/외과? (내과인지 외과인지 제대로 못들음)
그래도 일단 발목 상태를 봐달라고 했다. 선생님은 빙빙 발목 주변을 돌아가며 꾹꾹 누르며 아프냐고 물으셨고…맨날 잘 때 누우면 바닥에 닿으면 아픈데 왜 맨날 선생님들이 누르면 나 안 아파??다 나았나???ㅋㅋㅋ하다가 처음 다친 외측 인대 부위는 조금 아프네요…하니까 그제서야 그럼 찍어줄게 하셨다… 엠알아이 찍더라도 인대 외에 다른 통증이나 부종은 본인이 뭐 해줄 수 있는게 없다고 몇 번을 강조하시고…
직전에 앞에 누가 바로 들어가서 MRI실 앞에서 삼십분 쯤 대기하고…들어가서 누워서 또 한 30분을 웅웅 치이 끼이끼이 뭔 기계에 발 뻗고 있었다. 누운 채 깨달았다. 아, 내가 지금 아픈 곳은 발목이 아니야, 이렇게 오래도록 펴고 바로 누워있던 게 오랜만인 무릎, 허리, 여기가 문제로군 ㅋㅋㅋ진짜 무릎이랑 허리가 너무 아파서 움직이고 싶은데 그러면 촬영 망하고 더 오래 걸릴 거니까 괜찮아 겨우 몇십분으로 안 고장나 이미 고장났어…하고 참고 버텼다.
11시반 쯤 진료받고 기다리다 12시쯤 찍으러 들어가고 12시반에 밖에 나왔는데, 다들 어디갔어… 꽉 차 있던 환자들도, 줄지어 앉은 수납계 직원들도 다 사라졌다..점심시간은 1시부터인데 그렇게 되었군… 채혈실 가서 염증이랑 류마티스 검사한다고 피뽑고, 선생님 판독할 동안 대기의자에 또 한참 앉았다. 아니 여긴 사람 근골격계 치료하는 병원인데 의자가 글러먹었다. 몇 분 앉았더니 허리랑 엉덩이 허벅지 너무 아파, 옆으로 옮겨 앉으니 쿠션 꺼진 부분에 프레임이 슉 나와 있음…옮긴 곳도 몇 분 후엔 똑같해서 오마이 하고 또 옮기고…궁금하다. 그냥 무심함일까 의도적으로 허리든 뭐든 아프게 해서 진료 열심히 받게 하려는 전략일까… 후자의 자본주의 마인드가 아니라면 환자 생각하면 의자 제발 좀 바꿔주셈… 집에 왔는데도 아직도 허리 아프다…그냥 내 허리가 안 좋은 상태라 이럴까…
발목 문제 아닌 것 같다고 심각하게 딴데로 내쫓을 궁리하던 선생님은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발목 인대 파열 맞네요, 그럼 저는 재활 프로세스 갑니다… 인대 파열이면 그러면 얼마나 파열되고 얼마나 붙었냐고 물으니 그건 엠알아이 본 걸로는 의미가 없다 얼버무리고 재활은 뭐하는 거냐고 물으니 그건 나가서 물리치료실 가서 설명 들으라 하고… 다음 내원하면서 재활치료 받고 피검사 결과 듣고 진료 보라고 했다. 또 붓기는 위층에 하지외과가 있으니 거기에서 검사 받아 보라고 진료의뢰서를 써 주신다고 했다.
당장 이번 주 중으로 물리치료 일정 잡으라고 하고 당일은 바로 안 되는 것도 조금 어리둥절…뭐 병원 안의 예약일정 같은 게 있겠지… 가보니 물리치료실에서는 체외충격파와 도수치료 두 가지 한다고 했고 물리치료 후에 진료예약을 잡으라고 했다. 사실 두 가지 물리치료 하는 곳은 가까운 병원도 있긴 하다. 비용은 두 가지 합치면 18만원이라 실손의료비로 커버 안 돼… 오늘 엠알아이로 45만원 이미 많이 썼으니 치료 일당 감안하면 다른 날 잡아주는 게 배려일지도… 어쨌거나 피검사 결과 들으려면 이 병원 한 번은 더 와야 했다. 물리치료실이랑 원장님 진료일도 맞춰야 되서 다음 방문은 목요일로 잡았다.
시간은 다들 점심시간이고, 위에 가보라던 병원도 점심이라 아 그럼 내일은 티비고치러 온대니까 어쩔 수 없고 수요일에 그 하지외과인가를 가보고 목요일에 병원가야지 하고 집에 왔다.
집에 와서 선생님이 써준 진료의뢰서를 보니… 저 실컷 오른쪽 다리 이거저거 찍고 만지고 하시고서 lt leg…아래 내용 보니 좌측 발목 엠알아이 검사 결과 인대 파열이고 좌측 leg랑 foot swelling에 대한 vascular evaluation를 좀 해주시라고 잘 써 주셨다. 아 오른발목 오른다리라고…
의사 선생님 소견은 중요한 거니까 내가 오른다리 내놓고 사실 여긴데 잘못 써주셨어요…하면 진료를 안 봐줄지도 모르니까 일단 목요일에 정형외과 다시 가고 다시 서류 써주시면 그때 가보기로 하지요…
그래도 본인이 모르는 부분 역량 아닌 부분 다른 의료기관이나 다른 과목 권하는 거는 차라리 양심적인지도 모르겠다…싶으면서도 두 선생님 얼굴에 떠오르던 물음표 백만개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다른 병원 가 보시죠를 연속 세 번 받은 것도… 소염제랑 근이완제 일주일치 받아왔으니 그걸로 부종이 염증반응이라면 좀 나아지길 기대 중… 오랜만에 나가 보니 생각보다 걸을만했고 (그래도 먼 거리는 대로에서 택시 잡아 돌아왔다) 지금 가장 아픈 곳은 엠알아이 찍는다고 한참 바로 누워서+꾸진 의자에서 앉아서 버틴다고 자극받은 무릎과 골반과 허리? ㅋㅋㅋ 발목은 바로 재활치료 갑니다…체외충격파랑 도수치료 ㄱㄱ 하는 거 보니 조금 붙긴 붙었나보다…(얘기 잘 해달라고요…물어봐도 왜 안 가르쳐줌..) 수술은 발목불안정성 생기면 그때 고려하지요…했다.
하도 병원 가세요, 걱정이에요 감사하게도 죄송하게도 걱정 끼친 분들이 많아 별로 안 궁금하시겠지만 길게 정리해 봤다. 발목인대 파열된 건 맞구요…(나도 알았어요…다치는 순간부터요…) 뼈는 안 뿌러졌구요… 왜 아프고 붓는지는 선생님도 모른대요… 병원 방문은 치료의 완성이 아닌 원인 찾기의 시작이네요… 낫게 하는 건 시간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