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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망스
윤태호 지음 / 애니북스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20230324 윤태호.
브로콜리너마저-2009년의 우리들
우리가 모든 게 이뤄질거라 믿었던 그날은
어느 새 손에 닿을 만큼이나 다가왔는데
뒤라스가 30대, 40대에 쓴 소설 각각 한 권씩 보고 생각했었다. 이제 다른 건 읽지 말고, ‘연인’만 보면 되겠다. 물론 아직 안 봤다.
대가가 된 사람들의 미흡한 시절 작품들을 왜 자꾸 찾아볼까…생각하면 어릴 때부터 반짝반짝 빛나다 펑 터져버리는 천재급 예술가들도 있지만 꾸준하고 끈질기게 존버해서 나아지는 사람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다. 계속 하면 나아지고 훌륭해지는 경우가 있다는 걸 보고 싶었나 봐…
돌아보면 꾸준하고 끈질기게 뭘 해 본 경험이 별로 없다. 반짝 짧게 손대다 운 좋아서 잘 되면 잘 되는 거고 아니면 빨리 손절하고 도망가고…작년과 올해의 나는 도망가지 않는 법, 너무 실망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수학은 그 수단일 뿐 수단이 미흡하다고 너무 슬퍼할 필요 없을 뿐…(아니 회피스킬이나 정신승리법을 배우는 중인지도…)
윤태호 만화는 생각보다 부지런히 봤더라. 가장 좋아했던 작품은 오래 전에 나온 야후이다. 중고로 모으다 말았고, 미생은 첫권부터 시즌2 13권까지 모으다 너무 오래 안 나와서 잊어버리고 살았는데…언제 나왔어 14권 심지어 절판이야…15권은 올해 나왔는데 너무 오래 쉬어서 끌리지 않는 중… 이거랑 오리진도 3권까지 모으는데 이후로 연재가 중단된 건지…이런 걸 보면 완결이란 건 참 대단한 일 같다. 100권 넘게 아직 연재 중인 명탐정 코난도 대단하지만… 20년 넘게 연재하다 이야기 매조지하고 내가 ‘도로헤도로’ 완결판을 소장하게 해준 하야시다 큐 작가 리스펙트…아직도 제일 좋아하는 만화… 그렇지만 새 연재작인 대다크는 나올 때마다 악성 독후감 양산중 ㅋㅋㅋ5권은 사 놓고도 보지도 않는 중 ㅋㅋㅋㅋㅋ
다시 윤태호로 돌아오면 가진 책만 헤아렸지 웹에서 다 본 이끼, 인천상륙작전, 파인 이건 왜 잊어버림….
그래서 윤태호 만화책이라길래 헌책방에서 로망스 보곤 다른 책들 틈에 넣었다. 심지어 절판이라 제일 비쌌어… 헌책인데 정가에 삼…
왜 그랬어 나야… 다 보고 나니 이 책 산 내가 오늘 모의고사 망친 나보다 조금 더 미워서 다행이다. 작년 3월부터 몇 번의 시험을 봤는데 오늘 수학을 가장 못 봤다… 공부 거의 못 한(안 한) 영어를 제일 잘 봤다. 국어는 와 이승우다! 백석이야! 이러고 잡생각하다 문법 문제를 네 개나 통으로 못 풀고 에효에효 했는데 못 푼 거 빼곤 다 맞아서 백분율 99프로 어리둥절…고3놈들 국어 안 하고 죄다 수학만 하나 봐…그리고 나는 그냥 문과로 죽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책 참고 공부해도 공부 안 한 거나 똑같은 점수 나올 거면 수학 왜 해…하고 허우적 거리다가, 그렇지만 이제는 전처럼 너무 슬퍼하지는 않기로 해서 그냥 남의 일 보듯 자식 성적표 받은 부모처럼 거리두고 어이없어 하다 책을 볼까 하다가 이 만화책이 보여서 봤는데 잘 봤다…
너무 재미가 없어서 차라리 공부하는 게 낫겠어…싶었다.
책 뒤에 정보를 보니 2002년에 나온 책이라는데 생각보다 책상태가 너무 멀쩡해서 놀랐고, 책 안쪽 표지에 위**라는 투명한 이름 스티커가 붙어 있어서 누구냐 너 하고 구글에 쳐 보니 2002년생 예능프로에 나온 음악가 친구는 이 책 전 주인이 아니겠지 이 책은 2002년에 나온 거거든… 나 고3때네…위**지금은 어찌 살고 계십니까…알 수가 없군요…하면서 책을 보았다.
아직 30대의 젊은 윤태호는 장인 장모에게 영감을 얻으며 이 만화를 그렸다고 하는데. 지금 보기엔 엄청 올드패션… 스포츠일간지 나오던 거라고 쳐도 막 똥침날리고 섹드립치고 개그를 열심히 구사하지만 지금 보기엔 피식조차 어려운 수준이고…후지다 후져… 그래도 그 후짐을 딛고 아직도 꾸준하게 만화 그리고 있으니 심지어 나아졌고 영화나 드라마 만들만큼 공감을 얻었으니 리스펙트… 이 만화 빼곤 다 좋아합니다요…굽신굽신
2002년 뉴스에서 노화 방지 신기술 발견! 2025년경 실현 가능! 하는 순간 노인들이 실망하는 장면 하나 건졌다. 2025년은 손에 닿을만큼 다가왔지만 그때 내가 어떻게 지낼지는 여전히 알 수 없고, 40대인 내가 30대의 젊음을 유지할 방법조차 개발되지 않은 것 같고, 길을 지나다 보면 60대는 60대, 70대는 70대인 것처럼 보인다. 낙낙하게 2050, 2099년 잡았으면 그땐 이 책 보고 멀었어 멀었어 할 독자가 없었을까? 아님 그땐 정말 이 바람이 실현되어 우와 예언서 했을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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