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와하나 만델링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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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밖을 보니 온통 회색이다. 비가 오는지 오려는지. 어제 온 커피를 까서 내렸다. 신맛은 적고 쓴맛 단맛 적당한 이것은 커피, 하면 생각나는 그 맛이 났다. 좋았다.
무슨 커피인지도 모르고 만델링 하는 이름이 부드러우니 좋아서 샀다가 뒤늦게 커피 마시면서 상품 소개 페이지를 봤다.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섬 아체, 오 나 가 본 동네야! 진짜로 말고 대항해시대에서 가 본 항구 아체에서 키운 커피였다. 거기 명산품은 후추, 코뿔소뿔, 용뇌였는데. 유럽 출신 나새끼 캐릭터가 열심히 항해를 하면 결국 플랜테이션 농업이 자리 잡아 무역품목에 커피가 추가되는구나…(게임에서 커피는 주로 아프리카랑 중남미랑 인도 정도에서 팔았던 듯…역사에 충실한 대항해시대…)
지난 달 커피가 아직 남았다. 심심한 맛이라 이름도 기억 안 나네…찾아보고 옴…니카라과 산타 루실라… 커피가 남았는데도 또 산 이유는…원래 커피를 사려던 게 아니라 문제집을 사다가 그거 하나만 장바구니에 담으니 너무 팍팍해서 신간 커피마저 담고 만 것이다.

공부 몇 달 해보니 사교육의 팽창 정도가 아니라 폭발 빅뱅인 걸 이제야 슬슬 실감하고 있다. 이십년 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나 어릴 때는 동네 대형학원 유명 출판사 문제집 이런 정도였다. 도농복합시 촌출신에서 이웃 (1기)신도시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아 거 이번에 대선 후보 나온 사람 집이 내 모교 바로 앞이었어…ㅋㅋㅋ) 거기 애들은 장난 아니라더라, 학원도 과외도 진짜 많이 다닌다더라, 겁을 먹고 고1 입학 전 겨울방학부터 그 동네 영수 단과 학원을 다녔다. 그런데 방학 때만해도 수강생 들끓고 강사는 마감되기 전에 얼른 등록해라 그럼 교재 공짜로 줄게…뭐 이럴 정도였는데 4월쯤 되니 영어 수학 전부 수강생이 다 떨어져나갔다. 수학은 심지어 나랑 어떤 아이 단둘이만 강의실에 남았는데, 그래서 소수 정예 과외…를 해 준 게 아니라 강사놈이 정석 펼치고 자습시켜 두고 강의실 밖으로 나갔다… 2000년 4월, 그때가 마지막이었죠, 제가 입시 사교육을 체험한 건…

운이 좋게도 학교 수업이나 따라가고 야자하고 문제집 좀 풀고 해서 첫번째 대학은 수월하게 갔다. 문돌이였으니. 그런데 이과돌이를 해 보려고 보니까, 시작은 교과서부터 챡챡 그리고 이비에스에도 수업 많던데 그걸로 어떻게 해보자 하고 넉달 정도 비비대고 보니까… 사설 인터넷 강의는 필수고 그쪽도 사이트나 강사에 대해 쏠림은 엄청나고 그렇게 모두가 쏠린 강사의 강의와 교재는 옛날 정석 개념원리가 양분하던 때와는 또 비교가 안 되게 그냥 그것은 바이블인 것이고…신성모독적인 나놈은 또 그런 숭배와 독점이 거슬린다고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수학 실력은 달팽이마냥 나무늘보마냥…하여간 그런 상황인 것이다…
모바일앱도 그렇고 심지어 인터넷 장보기까지 월구독형 서비스가 늘고 있는데 사교육 시장도 당연히 그런 형태의 판매를 하고 있었다. 주간지, 라고 해서 문제집도 한 권 두꺼운 걸 턱 파는 게 아니라 한 주 분량 한 권 씩 감질나게 보내주는 그런 시스템이 있더라…(주간지라 그러면서 구몬?눈높이?처럼 주별로 오는 건 아니고 택배비 아낄라고 한 달치 몇 주 분량 묶어 보냄…)
이름만 보면 생명과학 같은 내장(?)이름 붙인 게 국어 주간지이고, 그게 원래는 학원 수강생이나 월결제로 구독하는 사람만 살 수 있는 건데, 잘한다는 애들은 이거는 필수로 하고, 국어는 이비에스 수능특강은 연계 교재로 외우다시피 해야 하며, 근데 그 수능특강을 다룬 구독 자료를 이번에만 특별히 구독 형식이 아니라 알라딘에서 판매 풀었다, 이번 아니면 다시 팔지 아닌지 모른다, 그런 꿀정보(?)를 전해 듣고는 결국 사교육 마케팅 네 이놈…하면서도 눈물을 머금고 결제 버튼을 누르기 전…커피 한 봉지 더 담고… 하여간에 그런 사연이 있는 커피를 먼저 마셨고, 나는 아직 올해 수능특강 국어는 펼쳐보지도 않았기 때문에 저 귀하다는 문제집도 토끼가 잘 씻어 말려 바위 틈에 숨긴 간처럼(문제집 이름이 간*개임…광고 아님…알라딘에 판다구요…) 책꽂이에 얌전히 모셔 두었다.

사교육하니까 학교 선배 중에 1타 강사(이 말도 뭔 야구선수인가 했는데 어느 새 자연스럽게 스며든…각 과목에서 수강생 제일 많고 인지도 제일 높고 하여간에 잘 나가는 학원/인강선생님…)가 된 분이 있다. 나 대학 1학년 때는 과 안 정하고 광역으로 뽑아서 아무 과나 새내기 생활하다 2학년 때 전공 정하는 식으로 입시를 운영했는데, 그래서 내 전공은 아니지만 대학 첫 해를 보낸 그 과의 선배였다. 선배는 밥도 사주고 이래저래 챙겨주고 2학년 올라갈 땐 얼른 진로를 결정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잔소리도 해주었다. 과가 정해지고 나서는 직접 만나거나 교류한 건 아닌데 추억의 싸이월드와 네이트온으로 어찌어찌 안부 인사 정도를 이어갔다. 선배는 인터넷 강의와 강남 큰 학원 강사를 거쳐 점점 인기를 모으는 중인 강사가 되었고 나는 꼬꼬마 중학교 교사가 되었다. 내 전공은 일반사회(네, 경제, 정치, 법, 사회문화, 기타 등등)이고 발령도 그대로 받았지만 첫 학기 가르쳐야 할 것은 세계사의 서양사(주로 유럽사) 파트였다. 복수전공으로 역사랑 지리했대도 겉핥는 수준이고 완전 새로 공부하고 자료 준비해서 가르쳐야 하니 많이 힘들었다. 노베이스 신규는 수업 22시간에 담임한다고 공강은 없다시피하고 근무 시간 넘겨서 공문 처리랑 학급 운영이랑 애들 학폭 문제 등등 우웩 이러다 늘 수업 준비는 집에 와서 잘 때까지 불나게 하는 중이었다.
선배가 강의 준비 중인지 메신저로 질문을 했다. 대충 마르크스 어쩌구 기능론 갈등론 사회학 할 때 들어본 건데 그런 걸 물었고, 나는 지금 그리스 로마의 고대사를 뚜까 패야 해… 그래서 더 생각해보지 않고 몰라요, 했다. 선배는 학교 선생들 공부 좀 해야된다고 두들겨팼고, 나는 따끔하면서도 화가 났다. 아니 제가 고등학교 발령나서 사회문화를 가르쳤음 그걸 했겠죠… 내가 지금 지리도 아니고 유럽사를 한다고 세계사신문 이런 걸 뒤적거리고 있는데… 뭐 그런 건 마음의 소리고 긴 말 안 하고 다음부터 선배가 말을 걸면 막 씹었다. 그래서 우리의 인연은 거기까지…
선배는 열심히 공부하고 무럭무럭 자라서 수퍼카 여러 대를 보유한 수퍼 강사가 되었다. 존경하고 존중하고 (가끔 부럽고) 그럴수록 음 나는 가르치는 건 안 되겠네…

그러고서 겨우 다시 사교육의 그늘막에 발가락만 걸치고 문제집 뭐 풀어야 돼? 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ㅋㅋㅋㅋㅋㅋ
커피 마시고 문제 풀라고 했는데 그 공력을 쓰잘데기 없는 주절거리기로 다 써 버림… 이거라도 필요해… 간밤에 나는 왜 이렇게 공부를 못하지… 하고 줄줄 울다 잠들었거든… 전교1등만 하던 과거의 영광일랑 집어두고… 나는 그 때와는 다른 사람… 아마도 내신 50퍼센트쯤 되는 맨날 학교에서 공부만 하는데 성적 안 나와서 주변 친구들이 안타까워하던 그 친구가 내가 되었다…. ㅋㅋㅋㅋ 그 친구가 할 수있는 건 뭐 그냥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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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4-13 10: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회 샘 열반이님 !ㅎㅎ

열반인님이 강의 하시는 유럽사 수강 하고 싶습니돠!

공문처리 학급 운영 그리고 학폭 문제 ㅠ.ㅠ

열반인님 건강 잘 챙기세요
커피는 필수!^^

반유행열반인 2022-04-14 07:10   좋아요 2 | URL
딱 신항로개척 시기만 대항해시대 덕에 신나서 할 걸요 ㅋㅋ scott님도 늘 건강하세요. 첫 고3(?)때는 녹차만 마시는 카페인 청정 아이였건만...(커피 시작한 지가 십 년이 안 되었어요 ㅋㅋ)

Yeagene 2022-04-13 12: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그래도 기본이 있으셔서 금방 잘 하실 거에요.아무래도 이십년만에 다시 공부하시려니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잘 해내실 겁니다.힘내세요!♡

반유행열반인 2022-04-14 07:12   좋아요 3 | URL
저 저한테 기본이 있을 줄 알았는데...뒤져보니 안 나오더라구요. 밑바닥부터 시작해야했어 ㅋㅋㅋㅋ 예진님 말씀대로 잘 해낼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응원 언제나 감사합니다!!!!!

햇살과함께 2022-04-13 13: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공부하다 힘드시면 여기서 또 이렇게 스트레스 푸시고 가세요!
그래도 사회 역사는 공부 안하셔도 되겠네요! (이과라 필요없는 건가?? 요즘 입시 너무 어려워요 ㅎㅎ)
화이팅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2-04-14 07:13   좋아요 2 | URL
그러고보니 입시에 전혀 영향 없는 한국사 외에는 제 전공 사탐 싹 빼고 국어 수학 영어 과탐만 하네요. 뭔가 공정(?)한 경기 ㅋㅋㅋ 파이팅 감사합니다!!!!

2022-04-13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14 0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22-04-14 18: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시간 필요해요!! 줄줄 울 일이 있으면 줄줄 울고, 또 다시 하면 되구요!!! 저는 전교 거꾸로 일등이었던 사람이라 어쩌면 잘 버텼을지도 몰라요,, 나 혼자 막 잘한다 잘해, 많이 좋아졌어, 혼자 그러면서.^^;;(아 부끄럽다) 아무튼 잘 하실거라 믿어요. 전교 1등의 저력은 곧 나옵니다. 근데 저는 커피 신맛 이런 거 뭐야? 했는데 요즘 커피 빈을 갈아서 마셔 보면서 (그러니까 스타벅스의 커피는 다 썼어.ㅎㅎㅎㅎ) 느끼고 있어요,,, 신맛이든 쓴맛이든 저는 그냥 커피니까 마셔요. (공부를 이런 식으로 해서 거꾸로 전교 1등이었나봐요.ㅠㅠ) 암튼 늘 화이팅!! 알라딘에 글 더 자주 올리고 공부 하다가 이해 안 되는 거 알라딘에 올리면서 해봐요. 그럼 서로에게 도움 될 듯??^^;;;

반유행열반인 2022-04-14 19:45   좋아요 2 | URL
알라딘에 수학 고수들도 계실까요? ㅋㅋㅋ저 질문을 되게 못해요. 늘 혼자 하는 버릇이 있어서 몰라도 남한테 도움 잘 못 받고 사회 지능 중요한 세상에 여러모로 부족한 사람이네요 ㅋㅋ 저도 라로님 응원 기운 받아서 저한테 너무 뭐라 하지 말고 잘한다 잘해 할 수 있게 애써볼게요. 감사합니다 라로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