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 지나온 집들에 관한 기록
하재영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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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8 하재영.

이 책을 알게 된 건 포털에 올라온 헤드라인 뉴스를 우연히 본 덕분이었다. 아파트보다 빌라, 하는 식의 제목 탓에, 게다가 그무렵 좁은 임대 아파트에 식구 네 명 살만 하겠네, 하는 대통령의 말과 미친 듯이 솟구치는 집값 탓에 화가난 사람들은 작가의 집(과 책)을 소개한 그 기사 아래 굉장히 격한 반응을 보이며 악플도 많이 달아 놓았다. 기사를 찬찬히 읽어보니 그렇게 욕할 만한 것도 아니고, 그냥 저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싶은 내용이었다. 다만 새 책이 나왔고, 이렇게 욕을 먹으면서도 자기 삶과 책을 알려야 하는 건가, 하필이면 제목을 저렇게 뽑아서 언론사는 조회수는 건졌겠지만 작가는 마음도 다쳤겠다 싶었다.
책꽂이를 둘러보니 엄마가 오래 전에 하재영 작가의 ‘달팽이들’ 소설집을 사 놓은 게 보였다. 나는 읽지 않았지만 궁금해서 나중에 읽어봐야지, 했다. 그러다가 에세이를 먼저 빌려 보게 되었다.
처음에 대구 북성로 살던 시절만 읽고는 음, 재미가 별로 없네, 하다가 너무 일이 바빠지는 기간이 와서 다 읽지도 못하고 강제로 반납당했다. ㅋㅋㅋㅋ비슷한 시기에 당신의 인생을 정리해드립니다도 빌렸다가 강제 반납했다가 다시 읽었는데, 이사를 앞두고 공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나 보다. 이사가 한 달도 채 남지 않긴 했구나. 웰컴 홈 읽고 루시아 벌린 하던대로 살던 집들의 안 좋은 점 꼽아보기 하니까 두루마리처럼 줄줄 나왔는데, 이 책도 비슷한 구성으로 쓴 글을 모았지만 안 좋은 점이라기보다 자신을 구성해가는 데 영향을 준 공간들을 차곡차곡 정리한 이야기였다. 읽다 보니 재미있었다. 작가가 나랑 같은 시기에 신림동과 봉천동을 겪다가 지나간 것도 신기했다. 나는 내가 사는 산골짜기 관악구만 나오면 괜히 좋아하지. ㅋㅋㅋ
작가는 지금 사는(그러니까, 기사에서 자랑했다가 악플러들의 공격을 받은 ㅠㅠ) 종로구 구기동 빌라를 셀프 인테리어, 직영 인테리어(인테리어 업체-턴키-에 안 맞기고 스스로 여러 공사업자를 섭외하는 것)로 꾸몄다고 했다. 나도 지금 사는 집을 그렇게 돈 되는 만큼 최소한으로 고쳐서 들어왔고, 새로 이사갈 곳도 그렇게 할 것이라서 흥미롭게 그 부분을 읽었다. 다만 부러운 점은 건축 관련 일을 하던 작가의 아빠가 인테리어 공사 내내 감리?감독?같은 걸 해주고 도움을 주는 부분이었다. 대가족 안에서 행복했던 기억, 대구의 강남이라 불리는 부자 동네 고급 빌라에 살던 기억(읽다가 검색해보니 현재 그 명문 빌라는 호가 15억이 넘는다 ㅋㅋㅋㅋㅋ), 사업이 망하긴 했지만 작가에게 크도록 이메일을 보내고 나름의 방식으로 사랑을 주던 아빠, 내가 경험하지 못한 그런 부분은 조금 샘이 나기도 했다. 게다가 전업작가로 살고 책을 여러 권 낸 것도 샘이날 법 하지 않은가!!! 그래도 그 기사 아래 악플러들 악플은 너무 심했어… 악성독후가머도 용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부러우면 부럽다고 해 이것들아…
공간에 대한 섬세한 인식과 성찰, 여성주의 시각의 반영 등이 버무려져서 괜찮게 쓰인 에세이인데, 원룸도 투룸도 다가구도 다세대도 빌라도 아파트도 다 살아봐서 장단점 은 알겠는데, 아파트가 짱이라고 울부짖고 아파트에 살지 못해 서러워하고 그럴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모습도 가련하긴 했다. 기사 제목만 보지 말고 작가님 책도 한 번 읽어봐요. 인터넷만 하지 말고 작가님처럼 이런 책도 좀 읽어봐요...그러면 조금 덜 슬프고 불행을 견딜 힘도 생길텐데. 이상 꼰대의 꼰대꼰대한 소리였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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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3-18 23: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신림동과 봉천동에서 작가와 열반인님 오다가다 스쳤을지도 모르겠네요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3-18 23:03   좋아요 2 | URL
진짜 그랬을지도요 ㅋㅋ그런데 읽으셔서 알겠지만 신림동이 14개에다가 봉천동도 12개 동이나 있었답니다 ㅋㅋ와 우리 모두 서울 사람이군요!!!랑 비슷한 게 관악구민이다!!! 같은 느낌이요 ㅋㅋㅋ (그런데 의외로 북플 이웃 중 관악구 머물다 가신 분들은 다 알라딘 신림점을 경유해 아마도 스쳐지났을 거라는 사실 ㅋㅋㅋㅋ)

얄라알라 2021-03-18 23: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관악구가 산골짜기?^^ 반유행열반인님 스톼~~일 유머. 저도 최근에 서울 내 산림욕장 검색하다가 관악쪽에 하나 떠서 굉장히 놀랐어요. 피톤치드가 도심에서 나올 수 있는 수준이 아니게 강렬하다는 방문 후기들을 봤거든요. 그 쪽 산골짜기 한 번 가보고 싶어지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3-19 15:47   좋아요 1 | URL
관악구가 얼마나 산골짜기냐면, 저는 엄청난 비탈이 없는 곳은 몇 년 간 살아본 적이 없구요, 그래서 다른 동네 아파트단지 지날 일 있으면 놀라요. 우아! 아파트가 평지에 있다니!!!우리 동네는 다 반쯤 산비탈에 묻혀서 막 사선으로 생겨 먹었는데 ㅋㅋㅋ 관악 살면서도 그 피톤치드 맛집은 처음 듣네요. 산골짜기 놀러오세요____!ㅋㅋㅋ

하나 2021-03-19 01: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신림점에서 우리 셋 다 스쳐지나가는 얘기를 써줘요. ㅋㅋㅋㅋㅋㅋ 아 아무리 생각해도 만날 운명이야. 제 때 잘 나타나줘서 고마워요. 나 작년에 좋은 일 되게 많았다 진짜. ㅋㅋㅋ 요즘 바로바로 못 와서 미안해요. 쓰던 걸 마무리를 해야 또 새로운 걸 쓸 수 있을 거 같아서 무리를 좀 하고 있어영~ 상반기에는 내꺼도 보여드린다는 약속 지킨다 진짜! (그러게. 제목만 보지 말고 화를 내더라도 좀 더 읽고 화내보자. 바쁘고 마음에 여유가 없는 건 이해하지만..)

반유행열반인 2021-03-19 15:49   좋아요 1 | URL
중고서점에서 지나치는 청년?중년?ㅋㅋㅋ재미있는 소재가 되겠네요. 저한테 써달라 하지 말고 써주길 바라는 하나님이 먼저 써줘요! ㅋㅋㅋ 저는 작년에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고 오락가락했는데 하나님은 좋은 일 되게 많으셨구나! 쓰던 거 천천히 꼼꼼하게 마무리 잘 하시고 모범(?)작을 제시해 주옵소서. 사실 나도 제목만 보고 화 잘 내서 뭐 할 말은 없는데 이 책은 읽었으니까 뭐라 할 수 있었다 ㅋㅋㅋㅋ

Yeagene 2021-03-19 16: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읽고 댓글테러하는 사람들,정말 한심합니다.열반인님,확실히 이사갈 때가 다가오나봐요..요즘 집에 관한 책을 잘 보시는 것 같아요..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3-19 16:57   좋아요 1 | URL
네 ㅋㅋㅋ이제 더 안 봐도 될 거 같아요. 결국 예쁜 거 보다는 가성비(?)를 따라갈 저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