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 - 권력자는 민주주의를 어떻게 파괴하는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01215 강준만.

영웅으로 죽거나, 끝까지 살아남아 악당이 된 자신을 마주하거나.

우연히 이 책 광고하는 기사에서 강준만 인터뷰를 보았다. 그래, 이거야. 민주주의 팔면서 가장 약한 사람들을 절벽으로 내몰고, 잘못을 지적하면 야이 수구꼴통 태극기새끼야, 우리 편은 착한놈 편이니까 괜찮아, 하는 꼴을 보면 저절로 욕이 나왔다. 그러면서도 내가 이상해진 걸까, 하고 자꾸만 되묻게 되었다. 그런데 강준만이 너 말고 걔네가 이상해진 거 맞아, 왜냐하면, 하나둘셋넷...하고 짚어줘서 그래 내 말이! 하고 새로 나왔다는 책을 덥썩 물어버렸다.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강준만이 6년 전에 진보에 대한 마지막 간언처럼 남긴 ‘싸가지 없는 진보’를 읽었을 때 하고 싶은 말은 대강 파악했고 뭐 똑같은 소리 하겠지 싶었다. 그 책 읽을 때 쓴 마음은 알겠고 별로 어려운 내용도 없었지만 뭐랄까 안타까움과 안쓰러움에다 원망 섞인 버럭질 보기 불편한 마음에 겨우 읽고 후다닥 팔아버렸었다. 당시 쓴 독후감 보시죠.
—-
-20140915 강준만
짧은 요약: 독선 오만 도덕적우월성과시 버리고
쫌 겸손하고 좋은 말로 하자 타협할 땐 하자 팀킬하지 말자 도덕성을 갖추자 상대를 까더라도  품위있게 까자
정치인들에게는 매우 무리한 요구로 보이지만 사회생활에 지침쯤은 되었다. 적어도 남들한테 미움 살 짓이 뭔지는 배웠으니 그런 짓은 안 하면 마음을 살 가능성이 높아지겠 지 라고 생각하는 건 순진한건가
강준만이 생각보다 순진한 건지도 모른다는 것과 진보에 대한 일말의 최후의 애정이 느껴지지만 아마 변절자라고 가루가 되게 까이고 있겠구나 생각하니 눙물이 또르르
내가 보수화 되는 건가 싶던 고민에 극렬 과격 그런 게 해결책도 혁명의 완성도 뭐도 안 되는 시대라는 변화된 시대와 사람들에 대한 쪽도 돌아보니 조금 다른 길 다른 방법도 궁리하게 될 것 같다. 정치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생활과 사회생활에서 정치가 아닌게 또 없지 않은가
—-

일기장에 끄적인 거라고 해도 문장 왜 저래 ㅋㅋㅋ
일말의, 최후의 애정이 있을 때 쓴 이전 책에 비하면 이 책은 이제 야이 나쁜 새끼들아 니들이 민주주의고 나라고 다 말아처먹었어! 하고 냉소적으로 두들겨 패는 느낌이었다. 그때도 한 생각이지만 정작 강준만이 간언을 전하고 싶은 자들은 이 책을 읽지 않을 것이고, 그들은 바뀌지 않고 폭망해서 정권을 빼앗기든가 계속 자리 꿰차고 앉아서 우리를 은근하게 점점 더 힘들게 만들 것이다. 빼앗겨도 안 빼앗겨도 힘듦 ㅋㅋㅋ

43제곱미터라는 공간을 그려 보았다. 내가 처음 신혼집 차린 곰팡이 퐁퐁 피는 방은 그보다 작았지. 4로 나누어 11제곱미터, 4평이 안 되는 그 안에 홀로 들어앉아 보았다. 생존은 가능하지만 삶은 어려운 크기. 서울에서 그런 방에 9년 쯤 살아보았다.(지금은 열 배는 잘 산다.) 공장식 닭장 속 닭 한 마리 쯤으로 치부되는 존재란. 왜 그토록 우리를 위한다는 사람들이 우리를 개돼지닭 이상 취급하지 못하고 심시티 하듯 유에프오며 소행성이며 천둥 번개 같은 걸 자꾸 쏘아대는지 모르겠다.

읽고 난 소감은, 내가 봤던 인터뷰 읽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 같다. 그냥 읽을 수록 성질만 뻗침ㅋㅋㅋ 인용구 모음과 권력 행태 사례집 같은 이 책은 그렇게 새로운 내용은 없다. 까기 위해 열심히 모으고 모은 스크랩북 느낌...문제는 이미 말했지만 정작 봤으면 싶을 사람은 읽지 않는다는 거...


+밑줄 긋기
-“신념을 가진 사람이 가장 무섭다. 신념을 가진 사람은 진실을 알 생각이 없다” (23, 니체의 말)

-“혹시 우리가 민주화에 대한 헌신과 진보적 가치들에 대한 자부심으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선을 그어 편을 가르거나 우월감을 갖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이른바 ‘싸가지 없는 진보’를 자초한 것이 아닌지 겸허한 반성이 필요한 때입니다.”
역경이 닥치면 빈말일망정 그런 성찰을 하는데, 풍요가 오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시 ‘싸가지 없는 행태’를 집단적으로 해댄다. (37, 모두가 과거의 나와 싸우게 되지요…)

-민주화된 세상은 (반독재 투쟁과 같은) ‘2자 게임’이 적용될 수도 없고 적용되어서도 안 되는, 국민이 포함된 ‘다자 게임’이다. 나라의 장래라고 하는 범위와 시간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이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현재 문재인 정권의 기본적인 국정 운영과 정치 프레임은 ‘적대적 공생’이다. 강경한 독선과 오만을 저지름으로써 반대편의 강경한 극우보수 세력을 키워주고, 이런 구도하에서 다수 대중이 문재인 정권의 ‘독선과 오만’행태를 곰팡이가 필 정도로 낡아빠진 극우보수 행태에 비해 사소한 것으로 보이게끔 만들어 다수 지지를 얻어내는 동시에 장기 집권을 꾀할 수 있다는 셈법이다. 이 셈법은 잘 작동하고 있지만, 문제는 그런 과정에서 나라가 망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문재인 지지자들은 누가 더 저질인지에 대한 평가를 내려 최저질을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긴 안목에서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결코 그럴 수 없다. (45, 이 책에서 가장 강경한 표현 쓴 부분이 아닐까 싶음...살살 때려라…)

-“도덕적 우월 의식은 윤리적으로 볼 때 진보는 선이고, 보수는 악이라는 생각이다. 이는 진영 논리, 이분법의 표현이자 무능의 발로다. 무능한 사람일수록 편을 따지고, 실력이 없을수록 진영에 매달리기 마련이다. 선한 편과 나쁜 편으로 나누어서 생각하면 선하다는 이유만으로도 얼마든지 버틸 수 있다. 굳이 실력을 키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상대를 열심히 비판하고, 부정하면 그것으로 족하다.”(81, ”이철희의 정치 썰전” 인용)

-“인간이 되는 것의 본질은 완벽함을 추구하지 않는 것이고, 때로는 충심을 위해 기꺼이 죄를 저지르는 것이고, 친근한 인간관계가 불가능할 정도로까지 금욕 생활을 고집하지 않는 것이고, 결국에는 삶에 의해 패배하고 부서질 각오가 되어 있는 것인바, 이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사랑을 보여준 데 대한 불가피한 대가이다.”(194-195, 조지 오웰이 간디의 비타협적 도덕적 기준 언급하며 한 말)

-“뭐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들이죠. 우리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하고요…”(18원 문자 폭탄 등 경선 상대 후보 비방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측면을 짚은 앵커의 말에 응답...왜 음성지원 됨...)(199)

-자신의 정의감을 내세우는 사람들은 실제로 정의로운 일을 하는 것보다 자신이 정의로워 보이는 것, 정의로운 행동을 했다고 인식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온갖 욕설과 저주를 퍼붓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202)

-“이들은 자신들이 공정하고 정의롭다고 믿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믿음을 상호 강화해주는 강력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면서 왜 민주화 세대가 오히려 더욱 피해자를 비난하는지 알게 되었다….세상이 이만큼이나 좋아졌다고 믿는 민주화 세대는 더이상 진보가 아니다. 이들은 이미 세상은 진보했으며 그 진보를 만들어낸 것이 자신이라는 생각에 취해 사회의 진보를 가로막는 신보수주의자들과 완전히 똑같은 태도를 가지고 있다. 제발이지, 민주라는 이름에 그만 먹칠해줬으면 한다.”(302-303, 권김현영이 한겨레에 기고한 ‘왜 민주화 세대는 피해자를 비난할까’ 인용)

-“자신의 ‘선의’를 믿으면 안 됩니다...그래서 민주주의 국가라면 자신이 선의를 가졌다고 생각(혹은 착각)하는 사람들이 시스템 상으로 할 수 없는 일이 있어야 합니다. 균형과 견제,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게 바로 민주주의 정신이니까요. 자신들이 정의롭다는 착각에 빠진 민주당 사람들의 ‘개혁’시리즈가 파괴하는 게 바로 이 시스템입니다...정당을 지지하더라도 진영에서 벗어나 맨 정신으로 합시다. 아군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착하지 않고, 적군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악하지 않습니다.”(315-316, 이새끼들아 자꾸 진중권이 한 말에 밑줄치게 하지 말라고...나 진중권 안 좋아한다고…ㅠㅠ)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유행열반인 2020-12-15 20:38   좋아요 3 | URL
아주 거칠게 말하자면 너님들도 열사님들 됐어야 해...그럼 이토록 추해지지 않았을 거야 싶은 마음...(부디 좌표 찍히지 않고 그분들이 나 때리러 오지 않게 해주세요...)

하나 2020-12-15 20: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진짜, “빼앗겨도 안 빼앗겨도 힘듦.” 포스팅 읽고 생각해보니까 극우정당의 가장 큰 수혜자는 현정부라는 생각이 드네요. 똑바로 하라고 그쪽이랑 싸워야 되는데, 빼앗기지 않는데만 너무 큰 에너지가 낭비되어버려...

반유행열반인 2020-12-15 20:40   좋아요 2 | URL
하나님 댓글 위치 고쳐서 저 유령한테 말 검 ㅋㅋㅋㅋㅋ

하나 2020-12-15 20:51   좋아요 2 | URL
북플이 버벅거려서 두개가 올라갔어여 ㅋㅋㅋㅋㅋ 아아아 저는 전전직장에 있을 때 정권 바뀌면서 어떻게 교육 헤게모니 가져가는지 너무 한가운데에서 봐가지고 ... 참.. 여러 생각을 했어요. “아군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이게 진리인 듯. 맨정신으로 살기 참 어려워요

반유행열반인 2020-12-15 20:55   좋아요 2 | URL
적군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아니라니 누구도 너무 미워하지 않고 살라고요. 다 죽어버려! 외치는 거 부터 자제 좀ㅋㅋㅋ

하나 2020-12-15 20:58   좋아요 2 | URL
열반인님 자제하려고 할 때, 뒤늦게 다 죽어버려! 하고 싶어져서 서러운 1인 ㅋㅋㅋ (지랄 총량의 법칙은 과학이고 일찍 좀 하지 나야 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2-15 21:05   좋아요 2 | URL
저 대신해주시면 옆에서 맞아맞아 해줄게요 ㅋㅋㅋㅋㅋ

scott 2020-12-15 22:24   좋아요 1 | URL
ㅋㅋㅋ두분 천생연분 찰떡 댓글 이웃임 ㅋㅋㅋ

scott 2020-12-15 22:25   좋아요 1 | URL
북플에서 댓글 부터 보여서 아랫 포스팅에 달았다가 급하게 지우고 다시 올라옴 ㅋㅋㅋ

scott 2020-12-15 22: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떡해 열반인님 제가 즐겨 쓰는 단어만 요기에 나열하셨어 저질 ㅋㅋ 최저질ㅋㅋㅋ
초저질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2-15 22:18   좋아요 2 | URL
제가 아니고 강준만 선생이 하신 거 저는 퍼왔어요 ㅋㅋㅋ

scott 2020-12-15 22: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플 댓글이 스스로 좌표 찍어요. 북플에서 많이 화제되고 있는 책들 위주로 좌표로 올려 놓아서 저는 가끔 이웃님네 놀라가서 엉뚱한곳에 댓글 쓰고 옴 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2-15 22:21   좋아요 1 | URL
아 뭔가 무섭네요 ㅋㅋㅋ다 이웃공개 해버려? ㅋㅋㅋ

scott 2020-12-15 22:23   좋아요 4 | URL
이거 이상해서 제가 관리자에게 문의 했는데 잘팔리는 책들(알라디너들이 자주 포스팅하는 책들이 잘팔린다고 함)부터 화면에 보여준데요 ㅋㅋㅋ
집콕 일상이 누적되다보니 온갖 오류 잡아서 불편하다고 ㅋㅋㅋ 외치고 다니는 1人

페크pek0501 2020-12-16 12: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권력은 뇌를 바꾸고 인생관도 바꾸죠. 아마 인간관계도 바뀔 겁니다.
그래서 저는 권력 같은 건 키우지 않기로 했어요.
뭐, 키우고 싶어도 키울 수 없는 거지만요...ㅋ

반유행열반인 2020-12-16 17:16   좋아요 2 | URL
네 저도 그 근처에 가고 싶지도 그런 인간 되고 싶지도 않네요 ㅎㅎㅎㅎ조용히 묻혀 살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