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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이슬아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평점 :
-20200907 이슬아.
남의 말 더럽게 안 듣는 내가 이상하게도 책에 관해서는 남의 말을 잘 듣는 편이다. 빡치는 건 빡치는 거고, 좋은 책은 봐야한다. 엄마가 집에 가시기 전에 말했다.
엄마집에 아니 에르노 책,
응 두 권인가 있어.
세 권. 집착이랑, 단순한 열정, 칼 같은 글쓰기(내가 사 줘서 안다…)
그치. 단순한 열정이 재밌어. 다른 건 별로야.
저번에는 집착이 재밌다며…칼 같은 글쓰기 내가 한참 만에 구해줬잖아.
응, 그런데 안 봤어.
풉하하하하. 제가 구매내역을 보니 3년 전에 구해드렸네요...아직 안 읽으셨군요...제가 먼저 읽겠네요...지난 번 독후감의 훈훈함 파괴…
엄마는 소설이 고쳐도 고쳐도 끝이 없다고 한탄하셨다. 그래도 문장이 조금씩 늘고 있는 기분이라고. 나는 저 쌔끼들이 얼른 커야 뭘 쓰던가 말던가, 카페는 다 닫고 집에서는 뭐가 하나도 안 돼, 하며 요즘 아무 것도 안 쓰는 핑계를 댔다. 그래도, 젊어서 시작했으니, 조금씩 천천히- 엄마는 그 말을 남기고 현관문을 닫으셨다.
늦게나마 같은 취미를 갖게 된 덕에 이런 말을 나눌 수 있어 좋았다.
나는 엄마도 아빠도 별로 안 닮았다. 내가 낳은 아이 둘도 나를 닮지 않았다. 그런데 지인들은 자주 말한다. 나 아는 언니 너랑 꼭 닮은 사람 있는데- 직장동료 중에 너랑 닮은 사람 있어- 너 내 동생이랑 닮았다- 이웃님 누구누구랑 너랑 닮았어-
겉모양은 본 적 없는 생판 남들을 닮았다지만, 성격이나 선호는, 하다 못해 내장 주름이라도 유전자를 나눈 이들과 닮았겠지. 오늘 이런 모양으로 이러고 사는 데 조금씩 영향을 서로 주고 받았겠지. 다들 내게서 좋은 것만 가져가면 좋겠다. 흑흑.
이슬아의 첫 책, 내가 읽은 이 작가의 두 번째 책이다.
먼저 읽었던 심신 단련은 작가의 두 번째 산문집인데 그럭저럭이었다.
이 책은 작가가 그린 만화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림체가 넘모 귀엽다!
슬아씨의 엄마 복희씨의 직설적이면서도 둥그렇고 따뜻한 말들이 정말 좋았다. 복희씨와 웅이씨를 묘하게 닮은 슬아씨는 개성 넘치고 깜찍하게 자라나서 역시나 좋았다.
가난하고 끝없이 일해야 하는데도 다정한 가족과 그 속에서 사랑 받으며 유쾌하고 씩씩하게 자라난 사람을 보면 신기하다. 똑같이 가난할 거면 우리집도 저랬으면 좋았겠다 싶다. 세상의 다양한 직업, 다양한 만남이 참 신기하다.
슬아씨가 손바닥 문학상을 탄 글은 참으로 야심이 넘쳤다. 독립출판사 운영하고 일간 이슬아 연재하는 소식 들었을 때 아이참 야무진 사람이네 했는데 글이고 그림이고 다 야무졌다. 너무 야무져서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호다닥 읽어버린 즐거운 책이었다.
오늘은 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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