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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이야기의 탄생 - 뇌과학으로 풀어내는 매혹적인 스토리의 원칙
윌 스토 지음, 문희경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6월
평점 :
-20200817 윌 스토.
안녕 도라에몽.
https://youtu.be/TaY5pcnXras
이 책 후반부를 읽을 무렵 도라에몽이 진구를 떠나는 에피소드를 보았다. 도라에몽 시리즈 중 가장 눈물 넘치는 이야기일 텐데, 역시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야기는 뭔가 구성도 연출도 남다른 게 있다 싶었다. 도라에몽과 이별을 앞두고 진구는 굉장히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 자신이 자꾸 기댄다면 도라에몽이 마음 놓고 떠나지 못할까 봐, 퉁퉁이에게 맞으면서도 도라에몽을 부르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퉁퉁이를 이긴다.
거짓말800 한 병 쭈욱 빨고 도라에몽은 돌아오지 않아! 하고 외치고 싶다...ㅋㅋㅋㅋ
출판계에서 ‘뇌과학’은 (판매 촉진의) 마법 주문 같은 건지, 부제에 자꾸 들러붙는다. 하긴 그래서 나도 이 책 봤잖아...몇 번을 낚이고 또 낚이냐. 책의 원제는 ‘스토리텔링의 과학’이다. 번역서 제목들을 보면 한국어 사용 독자에게 어필하기 위한 온갖 노력과 시도와 실패를 느낄 수 있다…
즐기기 위한 독서가 있고, 왠지 이건 봐야 할 것 같아서 보는 책이 있는데, 후자에 가까웠다. 문제는 잘 안 읽혔다. 소화가 되질 않아… 뭔가 되게 도움 될 것 같은 말이 막 나오는데 다 읽고 나니 남는 게 없다.
그래도 예시에 읽은 책이나 본 영화가 나올 때 좋았다. 남아 있는 나날, 나를 찾아줘, 리어왕(음 이건 읽은 지 이십 년도 넘어서 안 봤다고 하는 편이…), 어둠 속의 댄서 같은 거. 읽고 싶은 책(-이언 매큐언의 체실 비치에서), 보고 싶은 영화(-아라비아의 로렌스), 도 생겼다.
우리 뇌는 끝없이 이야기를 지어낸다. 우리 삶도 뇌가 지어내는 완결성을 갖추고자 하는 시도와 함께 이어진다. 이 사람은 누구인가, 세계는 어떤 곳인가, 결국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실이란 없고 전부 다 뇌가 구성하고 만들어진 것이다. 감정, 지각, 인식, 대부분이 그렇다. 이야기를 지어낼 때도 그런 사실을 알고 최대한 읽는 사람에게 이끌어낼 수 있는 반응을 예측하며 쓰면 더 효과적일 것 같다. 하지만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 때, 결함 있는 인물, 그 인물이 누구인가, 어떻게 변화하는가, 그 인물이 통제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등에 대해 끝없는 질문을 해야 좋은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음. 항상 못난이들을 이야기 속에 등장시키는 나는 일부는 성공이다.
문제는 늘 끝마무리를 제대로 짓지 못한다. 인물들과 아름다운 이별을 좀 했으면 좋겠는데, 매조지가 잘 안 된다. 스스로도 깨닫고 내 이야기를 읽어주는 친구들도 늘 지적하는 결말은 좀 재미없다, 약하다, 아쉽다, 등등. 책에서 제시하는 나름의 해결책은 갈등의 해소, 인물이 사건을 겪고 나서 변화한 모습, 같은 걸로 읽혔다. 그런데도 아직 잘 와닿지는 않는다. 다음에는 결말부터 쓰는 시도도 해봐야겠다. 그런데 그러고 나면 왠지 결말이라고 쓴 부분을 맨앞에 끌어다 놓을 것도 같다. ㅋㅋㅋ
세상 끝까지 살아봐야 알지...끝이 좋은지 나쁜지 진짜 끝까지 가봐야 알지...하는 미루는 습관이 자꾸만 마무리를 주저하게 만드는 것 같다. 이봐 그렇다면 결국 죽어야지 끝나는 이야기냐...다음 이야기는 결말에서 주인공을 죽여야겠다… 초반에는 꼭 누구 하나 죽이곤 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잘 안 죽인다. 이건 나름 좋아진 부분 아니냐…
여하간에 이런 책도 봐두면 좋을 것 같기는 한데 이번에는 소화를 못했다. 전에 시학이랑, 시학을 가지고 스토리텔링 이야기 하는 책도 봤는데 그것도 남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냥 잘 쓴 이야기들이나 재미있게 봐야지. 머리 아파. 나는 딱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다. 그냥 이야기하는 자체가 좋아서 말하고 쓴다. 그걸로도 누군가가 재미를 느끼면 좋겠지만 집중력 있게 붙잡아 두기는 힘드니까 조금 궁리를 하긴 해야겠다. 남의 이야기를 들을 때 끝까지 듣는 습관, 끝에 집중하는 습관도 좀 들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