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빌라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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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6 백수린.

나도나도 집중력 좋게 금방금방 뚝딱 다 읽어버렸다. 엉뚱한 질투조차 귀엽게 봐주는 사람은 이제 하나도 없다.

이전 읽었던 소설집보다 백수린은 확실히 더 잘 쓰게 되었다.
그런데 읽는 내내 나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나는 프랑스어도 하나도 모르고 프랑스는 가 본 적도 없는데 소설에서 프랑스 이야기가 무한반복된다. 세 권 내내 그래서 으 이제 프랑스 그만, 그만, 하고 싶었다. 물론 자신이 겪은 가장 잘 말할 수 있는 걸 계속 쓰게 되는 거지만. 그래서 나는 반지하와 술주정뱅이나 정신병자인 부모와 폭력의 현장과 망하는 연애 따위만 자꾸자꾸 쓰잖아. 에이 심통난다.
그리고 자꾸만 희미해지는 연인들, 이루어지지도 않은 사랑들, 내가 나이고 싶은데 그걸 놓치는 걸 느끼는 여자들이 자주 나와서 슬펐다.
백수린은 점점 더 잘 쓰고 점점 더 마음을 울리고 지나간 것들을 더듬게 만드는 글을 잔뜩 만들어낼 것 같다.
나는 뒷부분 소설들이 조금 더 좋았다. 아직은 집에 가지 않을래요. 흑설탕 캔디. 아카시아 숲, 첫 입맞춤. 읽다가 식식대던 소설들이 결국 제일 좋았대. ㅋㅋㅋㅋ

읽다 보니 소설도, 사랑도, 그리워하는 일도, 기대하는 것도, 삶도 다 내패대기 치고 싶었다. 식식. 읽다가 울고 싶지도 뭔가 써서 누굴 울리고 싶지도 않다.
울 줄도 모르고 아무 것도 못 느끼는 돌덩어리가 되고 싶은 날이다.
뭐 이러다가 한숨 코 자고 나면 또 나아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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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그리기 2020-07-26 2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열심히 스스로를 지각하고 타인의 삶과 글에 열려있는 분이 돌덩어리가 되고 싶으시다니요.. ㅜㅜ 님이 쓰신 이야기를 읽게될 날을 기대하는 어느 소심한 이웃을 위해서 늘 씩씩하시기를.. 편안한 밤 보내세요~

반유행열반인 2020-07-27 14:57   좋아요 1 | URL
글과 말로 사람을 어떻게 알겠어요. 저를 매우 과대 평가 하고 계신듯해서 죄송하고 또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돌덩어리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여전한데 오늘은 그래도 괜찮아요. 따뜻한 댓글 감사합니다.

수이 2020-07-26 2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울지 마 울지 마 푹신 자 유열아

반유행열반인 2020-07-27 14:58   좋아요 0 | URL
우리 모두 울지 마 ㅋㅋㅋ 유열이 잘 자고 잘 일어나 일도 하고 밥도 먹고 하루 보내고 있습니다. 수연님 좋은 하루 보내요-

공쟝쟝 2020-07-29 1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숨 자고 나아지셨기를..*

반유행열반인 2020-07-29 12:53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잠이 늘 약이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