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26 백수린. 나도나도 집중력 좋게 금방금방 뚝딱 다 읽어버렸다. 엉뚱한 질투조차 귀엽게 봐주는 사람은 이제 하나도 없다.이전 읽었던 소설집보다 백수린은 확실히 더 잘 쓰게 되었다. 그런데 읽는 내내 나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나는 프랑스어도 하나도 모르고 프랑스는 가 본 적도 없는데 소설에서 프랑스 이야기가 무한반복된다. 세 권 내내 그래서 으 이제 프랑스 그만, 그만, 하고 싶었다. 물론 자신이 겪은 가장 잘 말할 수 있는 걸 계속 쓰게 되는 거지만. 그래서 나는 반지하와 술주정뱅이나 정신병자인 부모와 폭력의 현장과 망하는 연애 따위만 자꾸자꾸 쓰잖아. 에이 심통난다. 그리고 자꾸만 희미해지는 연인들, 이루어지지도 않은 사랑들, 내가 나이고 싶은데 그걸 놓치는 걸 느끼는 여자들이 자주 나와서 슬펐다.백수린은 점점 더 잘 쓰고 점점 더 마음을 울리고 지나간 것들을 더듬게 만드는 글을 잔뜩 만들어낼 것 같다.나는 뒷부분 소설들이 조금 더 좋았다. 아직은 집에 가지 않을래요. 흑설탕 캔디. 아카시아 숲, 첫 입맞춤. 읽다가 식식대던 소설들이 결국 제일 좋았대. ㅋㅋㅋㅋ읽다 보니 소설도, 사랑도, 그리워하는 일도, 기대하는 것도, 삶도 다 내패대기 치고 싶었다. 식식. 읽다가 울고 싶지도 뭔가 써서 누굴 울리고 싶지도 않다. 울 줄도 모르고 아무 것도 못 느끼는 돌덩어리가 되고 싶은 날이다. 뭐 이러다가 한숨 코 자고 나면 또 나아지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