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체공녀 강주룡 - 제2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20200129 박서련
친구가 재미있다고 해서 읽어야지, 하다가 2년 만에야 읽었다. 어제 재미있는 책읽고 싶다고 했는데 소원성취. 와하하.
전반부는 독립운동x연애물, 후반부는 노동운동x연애물, 중반부는 물론 작품 전체 곳곳에 녹아 있는 페미니즘까지.
주룡과 전빈 커플은 근래 본 소설 속 커플 중 가장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당신이 좋아서, 당신이 독립된 국가에 살기를 바랍네다.’
애국을 겸비한 사랑 고백이라니.ㅋㅋㅋ참신했다. 그렇게 함께 독립운동하던 동지이자 친구이자 배우자인, 사랑하는 전빈을 잃는 장면은 정말 슬픈데도 아름답게 그려놨다.
중후반부 가면서는 약간 지루해진 감은 있다. 그래도 자기 의지와 상관 없이 마음대로 노인네 후처로 보내려는 가족을 떠나 스스로 힘으로 벌어 먹고 사는 고무공장 노동자로 꿋꿋이 서는 주룡의 모습이 씩씩해서 좋았다.
‘싸우려고 태어난 사람 같다.’
노동 운동의 동지로 만난 정달헌이 주룡을 처음 본 날 일기에 쓴 말이다. 둘은 인텔리와 직공이라는 놓인 위치의 차이 때문에 처음에는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티격대기도 하지만, 점차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싸움을 하는 사람으로 상대방에게 마음을 쓰기 시작한다.
강주룡에 대해서는 독립운동가를 다룬 역사책에서 짧게 마주친 게 처음이었다. 실존 인물의 구체적인 생애는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소설 속에서 마주한 강주룡이라는 인물은 투사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강하고 멋진 사람이었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부당함에 굴복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사람. 이기고 싶은 사람. 여자이고 노동자이고 과부이고 배우지 못한 사람이라고 해서 주저앉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한 사람. 오랜만에 보고만 있어도 흐뭇하고 존경스러운 캐릭터를 만났다. 박서련이라는 작가의 입담이 참 좋았다. 다음 소설도 궁금해진다.
고무공장 안에서의 아사농성과 을밀대 위에서의 고공농성. 분명 20세기 초반의 일인데 이런 비슷한 장면이 그간 시간 사이사이를 빼곡이 채우고 내가 사는 지금까지도 자꾸 반복되고 있다. 일한 만큼 대가를 받고 인간답게 일하고 싶었을 뿐인데 고통받고 심지어 죽기까지 한 노동자들이 너무 많다.
싸우고 죽어간 사람들 덕에 나와 배우자가 누리게 된 늘어난 출산휴가 기간, 육아휴직 급여, 최저 이상의 임금과 줄어든 법정 노동 시간 등의 혜택이 있었다. 그러나 법에 정해진 것조차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고 법에도 미비한 점이 아직도 많다.
우리집 두 사람 다 노동자인데 한 사람 직장은 법으로 인정받는 노조가 없고 또 한 사람은 회사에 노조가 (실질적으로)없기로 유명한 회사에 다닌다. 뭔가 웃기는 상황에서 일하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본다. 어린 친구들이 노동자 권리와 노동법에 대해 관심을 가지도록 도와야겠다. 휴직 전에 노동 인권 프로그램 진행하다 그리 성공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 좌절하지 말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시도해 봐야겠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129/pimg_792167114243102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