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나타 수이사이드의 라이브를 마지막으로 본 건 무너뜨리는 자들을 버티는 두리반에서였다. 거기서 귀여운 다른 밴드(팀 이름 잊어버렸다...나새키 기억력 나쁘네...)사람들 만나 이야기 나눴던 것도 같고, 람혼님께 송동준 번역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선물로 받았고, 그 책은 스페인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보르헤스 덕후에게 선물했다. 딱 9년 전 이맘 때다. 그리고 나의 반시. 절망과 우울의 숲에 빠져 허우적대는 호빗 같은 나를 위로하던 갈라드리엘. 언제나 거기서 내 빛이 되어줄 줄 알았던 그녀는 발리노르로 떠나버렸다. 세 멤버 모두 한반도에 없다. 어느 섬에, 다른 대륙에. 그런 와중에 첫 앨범이 나왔다. 그들 음악이 듣고 싶으면 유튜브에서 이비에스 헬로 루키 출연분을 틀어보곤 했던 내게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 땅을 떠날 수도 떠나지도 못하고 남은 내게 불운과 불행과 온갖 음울함이 독처럼 차오르는 날에는 매우 적절한 브금이 되어줄 익숙한 노래들을 물리적으로 소유하게 되었다. 겨우 이런 자본주의적 위로라니ㅋㅋㅋ닿지 못하는 눈길 대신 그리운 베이스 라인에 집중해 본다. 나는 예전보다는 훨씬 밝고 덜 불행한 사람이 되었지만, 타고난 어둠은 희미한 빛이나 더 짙은 어둠에 안겨야 편안해진다. 문득 궁금해 찾아본 두리반 투쟁은 승리했고, 건재하게 만두는 삶아지고 국수는 끓고 있었다. 약간 어리둥절했다. 희망을 버리지 말라는 메시지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