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아 2006-03-08
봄향기 가득한 엽서 겨우내 찬 바람을 잘 견뎌내고 솟아오른 보리싹처럼, 향기 가득한 노르스름 고소한 봄동처럼 반갑고 흐뭇한 폐인촌님의 글 잘 받았습니다.
힘이 납니다, 곧 봄인 걸 알겠습니다.
겨울이 지나고, 계속 저는 감옥 같은 방에서 하릴없이 무언가에 자꾸, 계속 매진하고, 파고들고 있습니다.
아무런 성과도 없는, 어쩌면 목적도 없는, 어렴풋 결실도 없을 듯한 이 기나긴 시간의 허송세월이 제 공부라고 말씀드리기가 참 부끄럽지만, 지금은 다른 도리가 없어 이 길로 가고 있을 뿐입니다.
동안거 시간 동안 폐인촌님의 몸과 마음에 순수하고 해맑은 기운이 가득 채워졌기를, 그래서 그 기운으로 알차고 정갈한 삶과 글로 만나뵐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저는, 겨우내 책은 잘 보지 않고, 영화를 많이 보았습니다. 영화보기도 참 재미나더군요. 이제 슬슬 버거워지기 시작하던 참이라 이제부터는 곧 책읽기에도 부지런을 떨어볼까 하던 중입니다.
겨우내 방황하듯 헌책방 순례를 계속해서 쌓아둔 책이 가득입니다. 벽처럼 켜켜이 높이 쌓아올려진 책들을 보면서 행복하면서도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잠 잘 때마다 저게 내 몸 위로 쓰러지면 어떨까 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잠듭니다.
곧 책을 통해, 삶을 통해 소통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니 힘이 납니다.
부디 건강하신 모습으로 곧 만나뵙길 희망합니다.
멀리서 그리고,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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