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힘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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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만의 <마의 산>과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을 교차시키면서 두 소설의 뒷 이야기를 상상하며 마음의 힘을 쫒는 독특한 형식의 에세이다.

 

저자는 토마스 만이나 나쓰메 소세키가 경험한 세기말 현상이 오늘날에도 재현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마음의 힘을 잃어버려 살기 힘들어진 이유로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 압도적인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없어졌다는 것, 둘째, 서로 소통하고 챙겨줄 이웃이 없어진 것, 마지막으로 대안과 이웃이 사라지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게 된 것이 우리가 처한 문제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좌표와 목표를 잃어버리고 부표처럼 유영하는 삶 속에서 더욱 빛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위대한 평범함을 쫓는 마음의 힘임을 강조한다. <마의 산>에서의 한스나 <마음>에서의 나는 시류에 휩쓸리는 대신 진정성을 가지고 생을 마주하는 평범성을 통해 인생의 위대한 이야기를 계승하는 인간 승리의 삶을 보여준다.

 

이도 저도 아니어서 어쩔 수 없이 떠밀려 다다르는 평범함이 아니라 어떤 상황이나 조건 속에서도 걸어나가는 마음의 힘을 붙들기에 위대한 선택으로서 평범함을 지켜낼 수 있는 강인함이 필요하다는 지적.

 

주목과 시선, 강렬함과 짜릿함, 단호함과 저돌성 같은 극단성에 몰입하기 쉬운 시대, 고요하지만 끈기있게 마음의 힘을 추동하며 살아가야하는  이유를 담백하게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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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강의
서대원 지음 / 을유문화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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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을 단순한 처세술을 익히거나 운명을 점치는 책으로 치부하는 단견이 얼마나 어리석은 판단인지 오롯이 일깨워주는 책. 역술가로서의 전문성과 법학 전공자로서의 꼼꼼함을 갖춘 저자의 이력 덕분에 가독성이 높아졌다.

 

공자께서 가죽끈이 여러번 끊어지도록 읽고 읽으셨다는 이유를 알 것만 같다. <주역>은 원, 형, 리, 정으로 변화하는 인생의 좌표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통찰을 곁들여 인생의 파고를 지혜롭게 헤쳐나가야하는지 구체적인 지침을 제공한다. 자기계발서 같은 일방적인 권고로 일시적인 위안이나 즉각 증발할 옅은 깨달음에 천착하지 않는다.

 

놀랍게도 한탕주의식 극약 처방 같은 지침을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마주하게 되는 구체적인 현실을 제시한 후 경륜에 바탕을 둔 지혜로 되짚어준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운명을 바꾸는 방법. 첫째, 무구할 것. 어려울 때일 수록 흠없이 무구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 둘째, 주. 밭의 두둑이나 이랑처럼 가지런하고 질서있게 생활할 것, 셋째, 리지. 현재의 어려움과 막힘의 운세를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하늘의 복이라고 생각하고 순종할 것.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좌절하고 무력해지면서 삶의 정도를 벗어나기 쉬운데, 정신 바짝 차리고 궤도를 가다듬으며 겸손한 자세와 태도를 바로잡아야한다는 것이다.

 

교육, 결혼, 전쟁, 여행, 가정의 치리부터 권력, 명예, 부, 혁명, 사회변화까지 일상의 소소한 문제부터 인생과 사회 전반에 걸친 거대한 화두까지 전후사방을 살피는 섬세함이 더욱 놀랍다.

 

<주역>의 바른 읽기를 위한 입문서로 제격. 한 번 읽고 덮어버릴 책이 아니라 가까이 두고 되풀이하며 읽어 그 의미를 되새겨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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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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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수수께끼- 마빈 해리스 문화 인류학 3부작
마빈 해리스 지음, 박종렬 옮김 / 한길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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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정치학 - 피에르 부르디외의 <구별짓기> 읽기와 쓰기 우리시대 고전읽기 질문 총서 3
홍성민 지음 / 현암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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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사회 현상을 이해할 때 계급적 관점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특히 취향과 문화를 접목하여 문제를 해석하고 해결하는 데 미흡한 우리의 정치에 대한 문제의식이 책 전반을 관통하고 있다.

 

부르디외의 <구별짓기>를 인용하면서, 아비투스가 어떻게 계층을 구분하고, 권력으로 작용하는지 설명한다. 부르디외는 개인은 일상의 영역, 공공의 영역에서 일정한 성향과 인지 틀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아비투스라고 명명했다. 아비투스는 개인에게 육화된 성향이고, 사회적 구성물로서 개인이 사회적 공간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따라 상이한 아비투스를 갖게 되므로, 차별을 만들어내고 계급별 구별 짓기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부르디외는 학문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교육이 아비투스에 의한 차별을 강화하며문화권력의 정당성을 용인하는 수단이 된다며, 자신의 이론을 바탕으로 프랑스의 교육 개혁을 이끌었다.

 

부르디외가 연구한 프랑스의 현실과 맥락이 우리와 달라 그대로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적어도 왜 진보 정치가 우리 사회에서 갈팡질팡하는지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 사회에 뿌리 내린 유교문화, 정치인을 향한 일반 국민의 기대감 등을 이해하고 수용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사상과 이론을 주창해도 받아들이는 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 국민의 의식수준이 개도되지 않았고, 계급적 사고에 익숙하지 않으며, 시민사회가 미성숙하다는 등의 진단이 오히려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큰 틀에서 보자면, 우리가 처한 역사성, 사회적 맥락 속에서 자라난 우리 국민의 아비투스가 어떻게 투영되고 진화하는지 포착하는 것이 우선일 수 있다는 것.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가 어쩌면 진보 정치의 한계로 작동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을 상기시킨다.

 

또한 아비투스가 보이지 않는 차별을 가져오는 한편 권력으로 작동한다면, 역설적으로 건강한 아비투스를 만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늠하게 한다.. 선민의식, 노블레스 오블레주, 선비정신 등 한 시대와 사회를 표방하는 집결된 의식이 없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불안하고 위태로운지 보여주는 시금석.

 

고전에 대한 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각과 틀을 제시하는 총서가 꾸준히 출판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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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콩 강의 진주, 라오스 - 들여다보기, 이해하기, 돌아보기
이요한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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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여행을 앞두고 라오스의 문화, 역사, 정치 등 사회상을 알고 싶어 읽기 시작했다. 저자가 현재 라오스 스파누봉 대학교 교수님으로, 일목요연하게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 다시 자각.

 

인상 깊은 것은 라오스가 정치적으로는 일당독재의 사회주의를 표방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 관광지 소개 말고는 탈북자들의 북송 문제로나 국내 뉴스에 나오는 나라이다 보니, 자연스레 자본주의 경제는 아닐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고 있었던 것. 메콩 강을 근간으로 수력발전을 통해 전력을 수출하고, 보펜양 문화(괜찮아)가 보편적이라는 점, 언어에 시제가 없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전후 맥락에 집중해야만 상대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는 언어문화 속에서 자연히 사람에게 더 집중하게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저자도 지적했듯이 우리나라의 라오스에 대한 원조 정책은 안타까움이 큰 부분. 한 때 라오스를 점령했던 일본이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전략에 따라 라오스에 원조를 하는 것과 달리, 라오스 내 친한 정서가 풍성한데도 경제적인 지원으로만 마무리하고 있는 우리의 대외 정책은 되짚어야 할 것 같다. 특히 정부의 제대로 된 지원이 미흡해 교수님 혼자서 한국 협력 센터를 스스로 설립하여 운영해야하는 현 상황은 우리의 대외정책이 원조 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바뀌었다는 감격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북한, 우리나라와 동시에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라오스. 단순히 관광지로서가 아니라 새로운 시각으로 라오스를 보고 싶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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