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강의
서대원 지음 / 을유문화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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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을 단순한 처세술을 익히거나 운명을 점치는 책으로 치부하는 단견이 얼마나 어리석은 판단인지 오롯이 일깨워주는 책. 역술가로서의 전문성과 법학 전공자로서의 꼼꼼함을 갖춘 저자의 이력 덕분에 가독성이 높아졌다.

 

공자께서 가죽끈이 여러번 끊어지도록 읽고 읽으셨다는 이유를 알 것만 같다. <주역>은 원, 형, 리, 정으로 변화하는 인생의 좌표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통찰을 곁들여 인생의 파고를 지혜롭게 헤쳐나가야하는지 구체적인 지침을 제공한다. 자기계발서 같은 일방적인 권고로 일시적인 위안이나 즉각 증발할 옅은 깨달음에 천착하지 않는다.

 

놀랍게도 한탕주의식 극약 처방 같은 지침을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마주하게 되는 구체적인 현실을 제시한 후 경륜에 바탕을 둔 지혜로 되짚어준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운명을 바꾸는 방법. 첫째, 무구할 것. 어려울 때일 수록 흠없이 무구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 둘째, 주. 밭의 두둑이나 이랑처럼 가지런하고 질서있게 생활할 것, 셋째, 리지. 현재의 어려움과 막힘의 운세를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하늘의 복이라고 생각하고 순종할 것.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좌절하고 무력해지면서 삶의 정도를 벗어나기 쉬운데, 정신 바짝 차리고 궤도를 가다듬으며 겸손한 자세와 태도를 바로잡아야한다는 것이다.

 

교육, 결혼, 전쟁, 여행, 가정의 치리부터 권력, 명예, 부, 혁명, 사회변화까지 일상의 소소한 문제부터 인생과 사회 전반에 걸친 거대한 화두까지 전후사방을 살피는 섬세함이 더욱 놀랍다.

 

<주역>의 바른 읽기를 위한 입문서로 제격. 한 번 읽고 덮어버릴 책이 아니라 가까이 두고 되풀이하며 읽어 그 의미를 되새겨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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