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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ㅣ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개미지옥과 개미귀신에 대한 묘사가 내내 뇌리에 남는다. 선택되지 못한 98%의 20대가 가장 밑바닥으로 떨어져 개미귀신에게 먼저 잡혀먹히지 않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개미지옥. 패자부활전이 아니라, 마침내 모두가 죽을 수 밖에 없지만, 연대와 저항을 배워보지 못한 20대는 힘을 모아 개미귀신에게 대항하는 대신, 일단은 나 살고 보자는 식으로 개별 전선을 형성하면서, 자꾸만 퇴락하고 있다는 관찰기.
1. 첫 섹스에서 새로운 관점을 보다.
10대의 성적자기결정권은 결국 사회적 관심과 지원 없이는, 얼빠진 구호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유럽을 통해서 새삼 깨닫는다. 10대의 동거권이 보장되지 않는 시스템 속에서 성적자기결정권을 외치기 보다는 차라리 필리핀처럼 초중고 공교육의 기간을 줄여, 성인으로 편입되는 나이를 줄이는 것이 더 현실적일테다. 50-60%의 주택보조비 지급, 낮은 대학등록금, 알바 임금의 현실화..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하여 아이들과 토론할 수 있는 좋은 주제.
2. 교육 해법
전두환 대통령처럼 사교육 금지 정책을 강하게 편다 한들, 사교육은 절대 사라질 수 없을 것이다.사교육이 지하로 위치를 옮길 뿐일테다. 사교육이 문제가 아니라, 입시 과목의 결정이 더 문제다. 국어, 영어, 수학이 왜 입시에서 주요과목이 되어야 하는지 근본적인 성찰이 없이는, 잔가지를 자른다며, 오히려 비둥한 몸통을 더 살찌우는 꼴이 될 수도 있다. 교과목 이해관계자가 교육과정을 결정하는 현 시스템을 뜯어 고쳐야 한다.
3. 바리케이트와 짱돌에 대해 가르치기
콜라보, 유겐트, 단카이 세대..새로운 내용을 익혔다. 앞선 세대들은 학교에서 배우지 못해도, 시대가 연대와 저항을 가르쳤다. 그러나 지금 20대를 비롯해서, 우리 세대는 학교에서고, 시대에서고..바리케이트를 치고, 짱돌을 드는 법을 배워본 적이 없다. 우리가 서 있는 좌표를 누가 개미지옥이라고 알려주었나.똑똑한 시간강사들이 연대하여 힘을 모으지 못하는 점을 안타까워하던 목소리가 기억난다. 연대의 기치를 드는 것은, 21세기 예수님이 되겠다고 선언해야 가능한 일. 치열하게 싸우고 난 뒤, 독립투사에게 우리 역사가 했던 일은, 온 집안이 깡그리 망하도록 내버려둔 것 뿐이었다, 386세대가 힘껏 대항하고 난 뒤, 그 중 앞섰던 몇몇이 입신의 길로 갈아타고 난 후, 남은 이들은 쓴 물을 삼키며, 자신들의 20-30대를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것, 그것 말고는 아무런 위로도 보상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386세대를 이끌었다는 몇몇의 입신을 위하여, 많은 이들이 너무도 조용하게 제물로 바쳐졌다.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 관찰하며, 배워 온 20대가 무엇을 위하여, 바리케이트를 치고, 짱돌을 들 수 있을까..차라리 88만원도 못 받아야 진짜 생존을
위해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우려대로 파시즘의 광기가 몰아닥칠지도 모를 일이다.
4. 바리케이트와 짱돌의 한계
지금 정말 필요한 것은 바리케이트와 짱돌이 분명하다. 그러나, 현실을 돌파할 수 있는 투쟁력과 실제를 조정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지 않을 때, 어떻게 불행한 불균형이 나타나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정말 중요한 의제를 얼토당토 않은 논리로 균열로 내몰게 되는지, 지난 몇 해동안 똑똑히 보았다. 투쟁력과 실력의 균형점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20대에게도, 그리고, 독자인 나에게도 여전히 숙제다.
5. 기타
일탈-저항-조정-편입..세대간 담론에 대한 박권일 기자의 표현은, 그 자신의 말대로, "적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