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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나무
호시노 미치오 지음, 김욱 옮김 / 갈라파고스 / 2006년 5월
평점 :
이 책을 읽어 보면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타고난 팔자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과 풍경에
관한 책을 읽고 웬 뜬금없는 얘기냐 하겠지만 작가가 알래스카에 정착하고 그 곳의 풍광과 사람들에
이끌려 결국 자신의 몸을 그곳에 묻기까지의 과정과 여정이 범상치가 않아서이다. 작가인 호시노 미
치오는 일찍이 타고난 역마살을 어쩌지 못해 까까머리 고등학생이던 16살에 3개월에 걸친 미국 무
전여행길에 오른다. 그 여행이 그에겐 여행이라기보다는 생의 탈출구 같았다는 생각이 든다. 훗카이
도를 늘 동경하던 소년은 19살의 어느 날 도쿄 시내 간다의 헌책방에서 알래스카의 풍경을 다룬 사
진첩을 발견하고 손때가 묻어 너덜거릴 정도로 들고 다녔다고 한다. 그리고 그 풍경속의 한 배경이
었던 알래스카의 어느 마을 촌장에게 편지를 띄운다. [그곳에 가고 싶다고, 무슨 일이든 좋으니 시켜
달라고..........] 6개월이 지나 초청의 내용이 담긴 답장을 받고 작가는 결국 알래스카로 건너간다. 그
리고 그곳의 풍광과 사람들에 매혹되어 길지 않은 생애를 그곳에서 보내게 된다. 이 책은 그곳의 풍
광과 생활에 대한 보고서이자 작가의 내면의 일기이다. 사실 이 책을 받고 처음 몇 장을 읽으면서 그
저 그런 여행기이겠거니 하면서 대충 읽어갔는데 어느 순간 그의 글에서 무언가 발산하는 듯한 느낌
을 받았다. 인생을 달관한 듯 하면서도 어느 순간 극적으로 몰입하는 사람에게서 풍겨나는 그 무엇.
그래서 책의 앞의 페이지를 열어 그의 이력을 다시 확인하는 순간 아뿔싸! 그가 50도 안된 나이에 그
토록 사랑해마지 않던 땅, 알래스카에서 요절하였음을 알았다. 산을 사랑하는 자 산에서 죽고, 바다
를 사랑하는 자 바다에서 죽는 다더니 그 또한 그토록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던 땅. 알래스카의 야생
에서 절명하였으니........책의 내용은 위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알래스카
에서의 그의 일생이 자연의 거대한 서사시인 알래스카의 풍광과 함께 한 편 한 편의 편지속에 찐득
하게 묻어 있어 감동 이상의 여운을 남긴다.
* 이런 종류의 책을 읽으면서 아쉽게 느끼는 점은 지도라도 한 장 있으면 독서가 얼마나 풍요로워질
까하는 점이다. 나중에 개정판을 혹 내시거든 알래스카의 개략적인 지도라도 한 장 볼 수 있기를
바란다.
* 또 하나. 작가인 호시노 미치오는 사진작가였다. 이 책 또한 그런 작가의 알래스카이야기가 주류이
다. 그런데 사진이 너무 부족하다. 작가의 말대로 너무나 멋진 곳, 그 알래스카를 사진으로라도 좀
더 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