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왜 그 좋은 제목 '노티를 한 점 먹고 싶구나'를 이런 요리책 비슷한 이름으로 바꾸었는지에 대한 불만부터 얘기해야 하겠다. 그것은 분명 불만이지만 책의 내용은 불만을 순식간에 잠재울만큼 재미있고 넉넉하고 뭉클하고 맛있고 그렇다. 단언컨데 내 주관적으로는 황석영의 그 빼어난 작품들, '장길산'이니 중단편집 '객지' 등에 나오는 소설보다 훨씬 재미있다. 일찌기 나의 책상머리에는 수험공부를 하건, 다른 목적을 위한 독서를 하건 그와는 별도로 내가 반복해서 읽으며 좋아하는 책 몇권을 두고 읽어 왔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들, 서경석의 '나의 서양미술 순례', 산악인 크리스 보닝턴의 책, 그리고 황석영의 중단편집.등등 그러나 이 책을 읽고 황석영의 다른 책은 멀리 두어버렸다. 나이먹은 탓일까. 이제 각지고 투닥거리고 고민하는 그런 정서가 별로다. 이 책처럼 지난날의 이야기들을 맛갈나게 들려주는 책들이 좋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새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내 황석영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 커튼속으로 들어가보자. 군대시절 음식서리 이야기, 김일성주석을 만나서 먹은 언감자국수이야기, 저 멀고도 고적한 곳 코르도바를 포함한 유럽여행이야기며 연애시절이야기 등 흥미롭고 맛갈나고 뭉클한 이야기가 한 상 그득하다. 혹 '굴풋'이라는 단어를 아는가. 이 책을 통하여 처음 알게된 이 의아한 단어는 늦은 저녁, 책을 읽거나 그 무엇을 하다가 무언가 찬장을 뒤져 먹고 싶은 상태의 뱃속을 말하는데, 지금도 이 '굴풋'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무언가를 뒤져서 먹고싶은 욕구가 순식간에 위벽을 자극해 온다. 음식을 먹는 일이란 그 시절을 함께한 사람들과의 추억과 기억을 먹는 것이란 작가의 얘기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이 책은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한 시대를 통과한 황석영의 기억과 버무려진 음식이야기이므로 그 맛이 어떠할지는? ㅎㅎㅎ. 궁금한 사람들은 책을 보기 바란다. 주의할 것은 밤 늦은 시간에는 책을 펴지 말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