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를 배경으로 전해오는 역사 속의 인물들의 일화를 모았다. 고려 초기부터 시작해 시대 순으로 고려 말기에까지 이르는 구성으로 각각의 일화들은 분절되어 있지만 고려라는 역사의 큰 흐름 속에서 맥이 이어지게 되어있다. 그러니 고려태조 왕건의 즉위 전 일화부터 시작하여 이방원의 철퇴를 맞고 정몽주가 피를 흘리는 선죽교에서 책이 끝난다. 단편이야기집인 동시에 고려역사책인 셈이다. 총 37편의 일화들은 모두 3~ 5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자투리시간을 이용해서 읽을 수 있을 정도이고,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들 각각에는 꼼꼼하게 각주가 달려있어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역사 속 인물들에 대한 명확한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하였다. 이야기 한편마다 뒤에 ‘문화이야기’라는 코너를 두어, 이야기의 배경이 된 고려시대의 사회상과 신분제도, 이야기 속의 사건의 역사적 의의 등을 설명했다. 색감이 선명하고 코믹한 일러스트는 이야기에 대한 흥미를 고조시킴과 동시에 이해를 돕고 있다. 몇 가지 일화를 제외하고는 다른 책들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일화들이어서 고려시대의 사회의 이모저모를 생각해보는 재미가 있다. 고려시대는 여성들의 지위가 조선시대보다 더 높았으며, 유산분배도 딸, 아들에게 공평하게 행해졌다. 부모님의 제사도 딸, 아들이 번갈아가며 지내는 ‘윤행’이라는 풍습도 있었다 한다. 쥘부채를 처음으로 만든 이들이 고려 사람들이었으며, 영광굴비라는 말이 이자겸에게서 생겨난 것이라는 등의 흥미로운 역사상식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