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각자 하루 얼마나 쓰레기를 만들어내는지는 눈에 금방 보인다. 몇 년전에 비해서 일인당 쓰레기 생산이 늘고 있음은 당연하다. 편리한 일회용품들, 단 한자의 오타도 허용할 수 없는 활자에 익숙해진 컴퓨터 세대의 깐깐함 등이 이러한 것을 부추긴다. 그렇다면 쓰레기보다도 더 위험한 탄소를 하루에 자신이 얼마나 배출하고 있는지 아는가? 이것은 계산하기가 어렵다. 하루에 자가운전을 몇 킬로를 하는가? 전자제품은 얼마나 사용하는가에 따라 탄소배출량은 달라진다. 대부분의 연료를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 속에서 연료의 사용량을 제한한다면 어떻게 될 것 인가? 당장 추운 날씨에 난방부터 꺼야하고,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이용해야한다. 지구상에 매장된 화석연료가 바닥을 보이고 있어서 새로운 대체연료 개발이 시급하다는 것은 다 아는 바이다. 좀더 피부에 와닿는 이야기로 만들어진 탄소할당제가 실시된 세상으로 미리 가보자. 일인당 탄소사용량 제어를 위해 탄소카드를 발부할 지경에 이른 2015년의 영국을 배경으로 사는 열 여섯살 로라와 그의 가족의 이야기는 탄소할당량 실시제를 발표한 우울한 시기부터 시작된다. 대기중 탄소배출량 감소를 위해 최악의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이들에게 갑작스러운 연료의 차단은 가혹한 시련이다. 에너지 긴축이라는 상황 속에서 풍족함 속에서는 위장할 수 있었던 가족들 사이를 흐르는 모든 감정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언니 킴은 가족과 담을 쌓고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서 과거의 풍족했던 사회 그대로의 생활을 유지하고자 한다. 결국 언니 킴의 이러한 생활은 ‘탄소범칙자 회복 프로그램’을 교육받아야 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위태롭던 엄마와 아빠의 사이도 이 지친 상황 속에서 더 이상 서로의 모습을 참아내지 못하고 바닥을 드러낸다. 힘들기는 로라도 마찬가지이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로라는 집안에서 오직 자신만이 제정신을 갖고 있고, 자신만이 과거에 유지하던 균형을 되찾을 수 있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로라의 정신적 시련은 더욱 심해져 간다. 열 여섯살 소녀에게 탄소생각만 있을 리 없다. 함께 활동하는 밴드가 있고, 짝사랑하는 옆집 남자아이도 있다. 그리고 자꾸만 떨어져가는 성적도 로라의 걱정거리 중 하나이다. 이 모든 주제들이 어우러지면서 열 여섯살 소녀의 일기는 정서적 성장일지의 성격을 띤다. 그러나 가뭄이 최고조에 달하게 묘사되고, 홍수 역시 런던을 모두 잠기게 하는 수준으로 묘사되면서 재난 다큐멘터리가 되어간다. 이야기의 마지막이 되는 2015년 12월말에는 최악의 상황을 겪어낸 사람들 모두가 서로의 소중함을 재인식하게 되어 서로를 괴롭히던 갈등상황을 현명하게 이겨낼 내면의 힘을 획득한다. 주인공 로라는 물론 가족들 모두, 심지어 동네사람들까지 긍정적인 정서적 성장을 이룩한 것이다. 자본주의 하에서 우리는 돈으로 무엇이든지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돈이 있으면 못 살 것이 없고, 못 할 것이 없는 풍요함을 누릴 수 있다는 생각에 빠져있는 청소년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있다. 그들에게 현금사용불가 처분이 내려지고, 에너지는 오직 에너지로만 갚을 수 있게 하는 이런 세상을 생각해보게 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몇 백억의 세월 동안 저장해놓은 태양열을 꺼내 쓰면서 마냥 행복하다 못해 자만하여 자원의 낭비하는 데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그리고 이러한 세상에서 처음부터 적응한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는 책이다. 바라건대 이 책 속에 나타나는 상황처럼 최악이 되기 전에 우리 인류가 멈출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