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해록>을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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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해록 : 조선 선비가 본 드넓은 아시아 ㅣ 샘깊은 오늘고전 10
방현희 지음, 김태헌 그림 / 알마 / 2009년 6월
평점 :
제주도 여행권이 선물이 된 지금, 제주도에 가라는 임금의 명이 큰 벌이었던 시절을 생각하면 세상이 얼마나 변했는지 알 수 있다. 바다를 건너는 것이 그토록 위험하고 두려웠던 시절이 있었다.
이 책은 1488년 제주 앞바다에서 표류를 시작해 중국 땅까지 이르게 된 조선 선비의 이야기다. 500여 년 전이니 제주바다를 건너는 것도 일반인들은 평생에 한번 하기도 힘든 모험이었을 것이다.
제주에서 경차관 벼슬을 하던 최부는 부친상 소식을 듣고 일기가 조금 불안하지만 배에 오른다. 그 뱃길이 135일간의 세상 여행길이 될 줄 알았다면 어느 누구도 그 배에 동승하지 않았으리라.
최부와 그를 수행하는 마흔여명의 사람들이 탄 배는 흑산도 근처에 이르기 전에 큰 풍랑을 만나 표류하기 시작한다. 차라리 쉽게 죽겠다며 배에 차오른 물도 퍼내기 싫어하는 아랫사람들을 달래며 최부는 14일간의 표류동안 일행들 모두의 목숨을 지켜낸다. 극한 상황에서도 윗사람으로서 아랫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 달래는 큰 마음씨와 용단을 내려야 할 때는 대담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무리를 단합되게 이끈다.
중국 땅에 이르러서 최부의 진가는 더욱 발휘된다. 비록 표류해서 당도한 중국땅이지만 자신이 조선의 공록을 먹는 사람으로서 나라를 대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매순간 임한다. 조선 선비의 대담하고 학식이 풍부하며, 예를 실천하는 모습을 중국의 작은 해안가 마을에서부터 북경의 관리들에게까지 보이는 것이다.
아버지상을 당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통탄할 마음에 상황을 기억하는 것도 여의치 않았을 터인데, 매일 그날의 일을 간략하게 메모하고, 조국의 사람들이 세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자신이 거쳐간 모든 장소의 복식과 예법과 군사다루는 법 등에도 관심을 가진다. 그러기에 이 표해록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세상을 보는 500여 년전 조선 선비의 눈과 예과 아니면 행하지 말라던 주자의 도를 따르던 조선 선비의 고집과 아무리 처한 상황이 곤궁해도 비굴해지지 않는 당당함이 자랑스럽다.
한문으로 쓰여진 글을 우리 어린이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다듬어 쓴 글이기에 더욱 값진 책이다. 책 중간중간에 ‘다듬어 쓴 이의 말’이 있어 책 속에 나타나지 않는 당시의 사회상과 정세 등을 알려주고 있어 책을 이해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아담한 판본과 옛그림 분위기를 띠지만 현대적인 일러스트도 책을 집어드는 마음을 행복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