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흰 종이가 아닌 눈이 편안한 종이의 특별한 질감이 책장을 넘기는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사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판화 느낌의 일러스트가 인형들의 세계를 표현하는데 그만이어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자칭 인형할머니 김향이씨가 자신이 입양한 인형들의 바라보며 그들의 마음을 읽어내고 담아낸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멀리서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셜리템플 인형의 도착과 함께 인형의 집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상처입고 벌거벗은 셜리 템플인형이 한 가지씩 치료되는 과정을 통해서 인형에게 쏟아지는 조심스러운 관심과 배려가 책 속에 드러난다. 인형할머니의 상처 치료는 곧 상처 입은 영혼의 치료를 겸하고 있다. 상처 입은 인형 셜리는 밤마다 비밀스럽게 열리는 인형들의 이야기극장에서 꼬마 존, 이쁜이 인형, 흑인인형 주릴리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아픈 상처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용기를 얻게 된다.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인형은 어린이들에게 비밀의 공유하는 친구가 되기도 하고 상처를 보듬어주는 존재가 되기도 하고 슬픔을 나누는 상대가 되기도 한다. 인형할머니는 인형들 각자의 상처를 보며 그 상처의 역사를 만들어내었다. 릴리인형에게는 흑인노예소녀의 아픈 역사를 짐작해내었고, 한국아이의 얼굴을 한 꼬마존인형에게서는 한국 입양아의 슬픔을 읽어냈다. 이쁜이 인형에게서는 60년대 공장에서 일하던 한국소녀의 사연을 찾아내었다. 셜리템플 인형에게서는 화려한 탄생과 인형의 몸에 남겨진 상처들에게서 오랜 방황과 시련의 이야기들을 재현해내었다. 어린이들에게 인형의 숨은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풍부한 상상력을 기를 수 있게 해주고 인형에게 사랑과 슬픔을 나누는 법도 알려줄 수 있는 책이다. 책 마지막에는 인형본이 있다. 어린 시절에 어눌하게나마 인형을 만들고 싶어했던 사람이라면 이 인형본을 보고 어떤 희열감을 맛볼 것이다. 책 마지막에 나오는 인형이야기들의 실제 주인공들의 사진과 인형할머니가 들려주는 그들의 입양에 얽힌 사연들도 또하나의 멋진 이야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