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믿음의 글들 9
엔도 슈사쿠 지음, 공문혜 옮김 / 홍성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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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사람. 그 신음의 무게 앞에선 침묵할 수 밖에. 기독교인이라면 꼭 이 책을 읽고 신음하는 침묵 속에 침잠해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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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된 살인마가 생산하는 것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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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 :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 행정관

수신 : 경찰청 홍보담당관

 

용산사태를 통해 촛불시위를 확산하려고 하는 반정부단체에 대응하기 위해 '군포연쇄살인사건'의 수사내용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바랍니다.


특히 홈페이지, 블로그 등 온라인을 통한 홍보는 즉각적인 효과를 노릴 수 있으므로 온라인 홍보팀에 적극적인 컨텐츠 생산과 타부처와의 공조를 부탁드립니다.

예를 들면 연쇄살인 사건 담당 형사 인터뷰 증거물 사진 등 추가정보 공개 드라마 CSI와 경찰청 과학수사팀의 비교 사건 해결에 동원된 경찰관, 전경 등의 연인원 수사와 수색에 동원된 전의경의 수기


용산 참사로 빚어진 경찰의 부정적 프레임을 연쇄살인사건 해결이라는 긍정적 프레임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언론이 경찰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니 계속 기사거리를 제공해 촛불을 차단하는 데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랍니다.

 

2009120, 철거민 5명과 경찰 기동대원 1명이 사망한 용산참사 직후, 설 연휴(125~27)를 전후해 이메일로 전달되었다는 BH(청와대) ‘지침공문이다. 최근 개봉해 용산참사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고 있는 영화 <두 개의 문>에서 짧게 다뤄지기도 했던 이 언론플레이 지침은 분명 야당 정치인과 시민단체의 비난과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와는 논외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려 한다. 과연 이러한 전략적 지침이 제출될 수 있었던 전제조건은 무엇이었을까?


단적으로 말해 청와대(혹은 5급 행정관)절호의 기회라고까지 말한 데에는 이 사건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릴 것이라는 확신에 가까운 예측이 전제되어 있다. 19명을 살인한 유영철 사건과 그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라는 2004년의 경험적 증거 외에도 이 예측을 뒷받침할 사례와 근거는 무수히 많다. 또한 실제 사건뿐만 아니라 살인범을 다룬 소설과 영화 등 문화콘텐츠가 수없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게다가 그것들은 꾸준히 잘 팔린다. 어떤 생산물은 엄청나게 팔렸다. 영화 <싸이코>, <양들의 침묵>, <살인의 추억>, <추적자> 등을 떠올려 보라.


범죄와 살인은, 특히 연쇄살인마는 그야말로 핫 아이템이다. 나는 연재될 두 글에서 이 핫 아이템을 문화상품이라는 형식을 통해 살펴보려 한다. 문화상품이 현실과 관계를 맺는 한, 그 속에서 묘사된 살인마 역시 현실과 관계를 주고받는다. 나는 현실이라는 거대한 텍스트보다 그 텍스트의 왜곡된 거울이라 할 몇몇 문화상품, 특히 웹툰을 통해 현실을 반추하려 한다. 나와 독자에게 어떤 징후가 발견되길 기대하며 글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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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는 잉여가치론에서 범죄가 생산하는 것에 대해 논한 바 있다. 철학자가 이념을 생산하고, 시인이 시를 생산하듯, 범죄자는 범죄를 생산한다. 뿐만 아니라 형법과 형법을 가르치는 교수와 그 교수의 법학개론상품까지도 범죄의 파생 생산물이다. 또한 범죄자는 경찰, 재판관, 사형 집행인, 배심원들도 생산한다. 이렇게 생산이라는 말의 발칙한 용법을 생산한 마르크스가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범죄는 범죄소설 역시 생산했고 이어서 서스펜스 및 액션 영화와 만화도 생산했다. 이 생산물들이 이 글이 집중할 것들, 가상의 범죄상상된 범죄자를 담고 있는 상품이다. 앞서 밝혔듯 주안점은 문화상품 속의 살인마이며, 이것이 무엇을 생산하는가이다.


먼저 그것은 관심과 소비자를 생산한다. 이 살인마라는 핫 아이템에 관한 강렬한 관심은 사회적 조건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내용으로 한 문화상품으로 인해 다시 증폭된다. 때로는 실제의 살인조차 그것의 문화상품을 경유해 알려진다. 근대 최초, 최악의 연쇄살인마로 불리는 잭 더 리퍼를 예로 들어보자. 문화상품이라는 형식이 없었더라면 지금 한국에서 글을 쓰고 있는 내가 19세기말 영국 런던의 끔찍한 연쇄살인 사건을 알게 될 일은 없었을 것이다. 대영제국 런던의 잭 더 리퍼는 만화와 영화로 유통된 <프롬 헬>과 같은 문화상품을 통해 (물론 그 모국의 문화자본-권력을 기반으로 하여) 전세계적이고도 초시간적인 생명력을 얻으며 유사 문화상품과 그에 대한 관심과 소비자를 생산해냈다.


이 생산의 연환 속에서 다시금, 그 관심과 소비자를 얻기 위한 매력적인 살인마와 그 성품 및 장르의 법칙 또한 생산된다. 단순히 팔기 위한 것이 아닌 작가의 상상력이 어우러지면서 생겨난 결과이기도 하다. 한 예로, ‘잭 더 리퍼를 다룬 이야기의 엄청난 목록들 속에서, 그 지시대상은 세기 어려울 만큼 많다. 이름과 직업, 성격, 살해수법, 동기 등도 엄청나게 다양하며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일종의 진화를 거듭해 왔다. <프롬 헬>의 주인공으로 프리메이슨의 일원인 왕실의사 윌리엄 걸 경은 그 중 가장 진화된 캐릭터이다. 고도의 지성과 외과시술 능력, 건축에 대한 깊은 조예, 스스로 신에 이르고자 하는 강한 열망, 그만의 살인철학과 동기는 그 이전의 잭 더 리퍼들보다 훨씬 강력하고 불편한 호소력을 그에게 부여했다. 걸을 19세기적 살인마라 한다면, 그를 이은 20세기 말 가장 매력적인 살인마는 한니발 렉터였다. 그는 뛰어난 정신과 의사이며 비범한 기억력과 통찰력을 지니고 있어서 수형인-범죄자이면서도 탐정-프로파일러의 역할까지 동시에 수행한다. 게다가 인육마저 즐기는 미식가이기까지 하다. 한니발 렉터가 등장하는 토머스 해리스의 소설들은 엄청난 인기를 얻었고, 영화로도 대성공을 거뒀으며, 후속 작가들의 추종 속에 연쇄살인범 소설이라는 장르의 대량생산까지 불러왔다.(레너드 카수토,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뮤진트리. 398.) 이런 생산의 연환이 이어지면서, 마침내는 소설 속 살인마를 특정 짓는 성품이 생산되었다.


한니발 렉터에게서 대표적으로 발견되는 그 성품적 특질은 타인에 대한 공감의 부재동료의식의 결핍이다.(카수토, 416.) ‘사이코패스는 그런 성품을 지닌 자를 부르는 말이다. 국내에서는 유영철과 영화 <추격자>를 통해 알려지며 어느새 연쇄살인마를 직접적으로 연상하게 만드는 말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모든 연쇄살인마가 사이코패스인 것은 아니며, 모든 사이코패스가 살인을 저지르는 것도 아니다. 사이코패스 판정도구를 개발한 로버트 헤어에 따르면 북미에 약 200만 명, 뉴욕에만 약 10만 명의 사이코패스가 존재한다고 한다.(진단명: 사이코패스(바다출판사, 2005. 20.) 이들 중 일부가 살인 등의 중범죄를 행한 자이지만, 법망에 걸려들지 않은 사이코패스는 그보다 더 많다. 하지만 대중들이 사이코패스와 살인마를 떼어 놓고 생각하기 어렵게 만들만큼 대중문화상품에서 만나게 되는 사이코패스들은 대부분 연쇄살인범 집합과의 교집합 안에 있는 인물들이다. 그리고 그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들은, 이런 합체를 통해 창작자들에게 유용하면서도 매혹적인 주체로 애용되며 상상되어왔다.


너무 간략한 요약이었지만 문화상품의 구성 원리 속에서 살펴보자면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는 이런 과정을 거쳐 등장했다. 물론 영화 <살인의 추억>이 화성 부녀자 연쇄살인사건을 토대로 만들어졌듯이 문화상품이라는 가상은 늘 현실이라는 실재를 참조한다. 문화상품이 그 자체의 생산을 지속하는 와중에도 현실은 더 많은 것들을 생산하며 문화상품에 영향을 끼친다. 또한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라는 교집합을 포함한 세 집합의 주체들을 문화상품 속에서 만날 때 향유자가 갖게 되는 감각과 감성도 현실을 참조한다. 그것들이 현실에 존재한다는 것을 의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것이 좀비, 귀신, 유령, 오크나 오거 등의 다른 위험한 상상적 주체들과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가 다른 점이다. 따라서 그것이 생산해 내는 감각과 감성은 더 현실적이고 또한 현실적으로 작용한다. 이제는 더 구체적으로 웹툰을 통해 이 감각/감성을 살펴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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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이 사이코패스 살인마들을 작품 속으로 들여오면서 독자들은 사이코패스의 존재방식과 특성에 대한 정보를 이미지와 서사를 통해 얻게 되었다. 살인의 순간과 함께 사이코패스의 일상과 내면까지도 훔쳐볼 수 있게 되면서 독자들 속에서는 사이코패스에 대한 어떤 특정한 이해가 생산된다. 앞서 간략히 언급한 공감의 결여와 연대 불가능성 같은 특징들은 살인 순간뿐만 아니라 그들의 거주 공간, 생활 방식, 직업적 활동, 다른 인물들과의 대비 등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이해는 감성과 감각으로 이어질 터, 그것을 자아낼 인물들인 사이코패스 살인마들을 구체적인 작품 속에서 만나보자.


강풀의 <이웃사람>(2008)은 이웃에 살고 있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를 이웃 사람들이 막아내는 과정을 그린 웹툰이다. <당신의 모든 순간>에서 좀비까지도 연민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린 강풀이지만, 이 작품만큼은 살인마에게 손을 내밀지 않는다. 살인마는 이웃들이 공동으로 찾아내고 막아내야 할 대상으로 그려질 뿐 그가 왜 살인을 밥 먹듯 하게 되었는지, 그의 인간적인 삶은 어떤 것인지 등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이웃에 살아도 살인마는 이웃 사람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존재다. 이웃들은 서로 돕고, 사이코패스인 이웃은 홀로 행동한다는 점에서 그들의 차이는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연쇄살인마의 연대불가능성은 도드라진다. 정연식의 <더 파이브>(2011)도 살인마는 홀로 행동하며 그에 대항하는 무리는 여럿이라는 점에서 기본적인 구도가 유사하다. 하지만 지킬 것이 있는 사람들의 연대를 통해 사법의 틀을 벗어나 사이코패스를 척결하는 서사 형태 가운데 사이코패스 캐릭터는 더 죽어 마땅한 모습으로 묘사되었다. 동시에 홀로 여럿을 상대할 만큼의 생존 능력과 더불어 사이코패스 주체로서의 호소력도 부여되었다. 이 호소력은, 걸과 렉터의 경우처럼 죽음과 잇닿아 있는 매력으로, 살인마와 그의 살인행위를 둘러싼 심미적 접근에서 비롯한다.


<더 파이브>의 사이코패스 오재욱은 인형을 만드는 예술가다. 인형의 옷과 장신구, 심지어 속옷까지도 직접 만들다 보면 지문이 닳아 없어질 만큼 인형 만드는 작업에 열중한다. 그렇게 탄생한 인형으로 전시회를 하고, 아주 좋은 평가도 받고 있다. “그의 인형들은 네크로필리아 신드롬에 빠진 듯 차가운 섬세함과 아름다움이 뿜어져 나오며 옷과 머리, 신발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또 다른 하나의 생명체하나같이 전부 살아있는 것 같을 정도다. 이쯤이면 눈치 챘겠지만, 그는 지문이 없어 증거를 남기지 않는 그의 손으로 여성들을 죽이고 인형으로 재탄생시킨다. 피해자의 뼈, , 신발, 장신구를 활용해 소름끼치게 아름다워서 오히려 슬퍼 보이는 인형을 만드는 성공한 인형작가 오재욱은 스스로를 창조주라고 부른다. “더럽혀진 영혼을 순결한 새 영혼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 주는 그의 직업이고 사명이다.


<그림1> ⓒ정연식


<우월한 하루>(팀겟네임, 2009)의 권시우도 비슷한 케이스다. 그도 살인을 참혹한 예술로 승화시키는 재능 있고 잘생긴 인물이다. 그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살해한 후 그 현장을 전위적 미술작품으로 전환해 희생자를 조롱거리로 만들고 그 위에 군림한다.(<그림 2>) 


<그림 2> 권시우는 살인작품의 설계도라 할 그림은 자신만 간직하며 

살인작품은 살해 현장에 전시한다ⓒ팀겟네임


살인의 이유도 보다 우월해지기 위해서로 노재욱과 비슷하지만, 권시우는 보다 풍부한 상상력으로 희생자를 짓밟고 우월해진다. 사이코패스는 공감능력이 부족할 뿐 상상력이 없는 것은 아닌데, 특히 권시우의 상상력은 자기가 빼앗아 가는 것을 향해 작동한다.


"원래대로라면 재욱씨와 수연씨는,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을 했을 테지요. 두 분, 참 예쁘게 사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서로를 많이 아끼고 보듬으면서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사랑하고 싶어서 청혼하신 거죠? 매일 같이 잠들고, 같이 눈뜨고, 두 사람을 반반씩 닮은 예쁜 아이도 낳고, 때론 울고 웃으며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면서 살아가리라 생각했겠죠? 하지만 이제 당신에게 그럴 미래는 없어요. 지금껏 당신이 살아왔던 모든 시간과 기억들, 그리고, 아직 다가오지 않은 행복과 불행까지 하나도 남지 않게 될 겁니다. 제가 전부 빼앗을 테니까요." 

<그림 3> ⓒ팀겟네임


이처럼 그는 그의 행위가 타인에게 미칠 결과를 정확히 인지하고 표적의 생명과 시간을 앗아간다. “다른 생명을 어떻게 할지 제 맘대로 선택한다는 그 우월감에서 마치 신이라도 된 듯한 기분을 느낀다.


하지만 서사 속 타인과 독자들이 그들을 인식하는 방식은 창조주혹은 이라는 사이코패스 살인마들의 자기 인식과는 천양지차다. 살인마들이 그들만의 아름다움과 성스러움을 추구하면 할수록 그들은 타인에게 더욱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존재가 되어간다. <더 파이브>에서 오재욱에게 살해당하는 조선족 열쇠공 백씨는 죽기 직전, 자신을 창조주라 칭하는 자를 묶어놓지 않으면 연애질도 못할 불쌍한 고자라 참칭한다. ‘변태라는 표현도 여러 작품에서 적잖이 등장한다.(맥락상 변태성욕자의 준말로 읽히는 경우도 있고 정상이 아닌 상태로 읽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고자와 변태는 비록 정상인과 비정상인의 대립항 가운데 후자에 속할지언정 아직 인간의 영역에 속하는 말들이다. 이보다 더 많은 경우, 그들은 인간에 미치지 못한 존재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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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 살인마들은, 앞서 소개한 작품들을 포함하여 많은 웹툰 속에서 인간이 아닌 존재로 타인에게 인지된다. 오재욱에게 가족을 잃은 고은아는 그를 인간의 법을 적용해선 안되는” “악마로 생각하며, 권시우와 대립하는 살인청부업자 배태진조차 그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그림 >) 현재 연재 중인 <인간의 숲>(2012, 황준호)에서도 한 등장인물은 사이코패스 살인마들이 짐승만도 못하며 우리랑은 달라비인간적인 실험의 대상이 되어 마땅한 존재라 강변한다. 황준호의 전작 <악연>(2010)에서는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그의 성장과정에서 늘 들었던 괴물이라는 말을 곱씹는다.


<그림 4> 권시우의 답변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다뤄질 것이다ⓒ팀겟네임


작가의 의도를 떠나, 작품 속에서 사이코패스 살인마들이 괴물로 표현되는 것은 대중의 감성과 감각을 반영하며, 동시에 구성해 낸다. 구성의 논리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괴물인간의 대립항으로 제시된 것이다. 여기서 인간이 공감과 연대의 대상이라면, ‘괴물은 혐오와 적대의 대상이다. 또한 인간에게는 동일시가, ‘괴물에게는 타자화가 일어난다. 독자나 작품 속 등장인물 는 대부분 인간의 편에 선다. 따라서 에게서 괴물은 분리된다. <그림 4>의 배태진이야말로 그 현상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그도 역시 살인을 저지르지만, 그는 자신을 사람으로 인식하는 바탕 위에서 권시우를 사람 아닌 것으로 바라본다. 배태진은 자아의 내부에 있는 살인하는 괴물은 보지 못하고, 권시우라는 살인하는 괴물만을 보는 것이다.


때로는 독자마저도 배태진과 유사한 오류를 저지르며, 권시우를 혐오한다. 이런 인식에는 배태진과 권시우가 살해하는 이유와 대상의 차이가 의식하기 어렵다 해도 근거로 작용한다.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대상. 배태진의 대상은 살해를 의뢰받은 대상에 국한된다. 대부분의 독자에게 배태진과 같은 살인청부업자는 위험하지 않다. 자신이 의뢰대상이 될 확률은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시우의 살해대상은 무차별적이다. 이 평등한 살인마의 유형은, 따라서 독자에게도 위험한 존재다. 이 비교에 <더 파이브>의 오재욱을 끌어들여보면 어떨까? 독자의 성별에 따라 권시우와 오재욱 중 더 혐오하는 대상이 갈릴 것인가? 나는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살인마의 인물유형에 따라 위협받는 소집단은 제한되며 독자 스스로가 그 소집단에 해당되지 않을수록 살인마는 악한 존재가 된다. 그 이명제도 역시 참이다.


다음으로 살해의 이유. 이들은 모두 희생자를 어떤 것으로 교환한다. 배태진은 의뢰대상을 죽이고 돈을 받으며, 권시우와 오재욱은 죽이는 행위를 통해 쾌감을 느낀다. 이러한 교환에서 더 합리적으로 느껴질 것은 역시나 돈이다. 많은 독자들이 자신들이 돈으로 쾌락을 사기도 한다는 것을 잠시 잊은 채로, 희생자를 돈으로 교환하지 않고 쾌락으로 교환한 사이코패스 살인마들을 더 낯설게 느낀다. 그것은 자신들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교환이기 때문이다.

동일시가 불가능할 때 타자화가 일어난다. 타자화는 공감을 철회하게 하고, 공감이 철회한 빈자리에는 혐오가 들어선다.(카수토, 434,) 그렇게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권시우와 오재욱은, 그리고 현실 속의 유영철과 강호순들은 가장혐오할 대상이 된다. 그들은 가 짓지 않을 방식으로, ‘가 포함될 수도 있는 대상을 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죽였기 때문이다.(혐오판단의 공식을 기억해두자. 누가 더 혐오할 대상인지를 밝히는 데 아주 유용하니까. 너무 길면 세 가지를 기억하면 된다. ‘방식’, ‘대상’, ‘이유. 그리고 판단은 공감 여부로 하면 된다. +, 즉 공감 가능한 항목이 많은 쪽이 덜 혐오스럽다. ‘대상의 경우는 부기해 두는 것이 좋을 듯한데, ‘가 포함될 수 있는대상일 때 여야 한다는 게 헷갈리기 때문이다. ‘가 포함될 수 있는 대상을 살인하는 건 공감이 어려우므로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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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에 실릴 다음 글에서 이 글이 열기만 하고 맺지 못한 사안들을 정리할 것이다. 살인의 심미화가 불러일으키는 도착된 감성을 살필 것이며, ‘괴물에 대한 못 다한 이야기를 새로운 작품들로 이어갈 계획이다. 새로이 등장할 작품 목록을 약간 소개하자면 <살인자o난감>(꼬마비/노마비, 2011), <교수인형>(팀겟네임, 2006), <치즈인더트랩>(순끼, 2012) 등이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맺기 위해, 처음 글을 열었던 0으로 돌아가 보자. ‘용산참사군포연쇄살인사건3.에서 행한 대비와 유사하게 비교해 보면 어떤 결론을 얻을 수 있는가? 대비를 위해서는 먼저 두 사건들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려내야 한다. ‘군포연쇄살인사건과 달리 용산참사는 가해자를 가리는 데서부터 문제의 소지가 있다. 영화 <두 개의 문>이 지목하는 가해자는 국가이지만, 그 국가가 법적으로 판결내린 가해자는 철거민이기 때문이다. 피해자를 가리는 일도 다소 입장이 갈릴 수 있지만, 두 경우 모두를 따져 봐도 죽은 이들은 동일하다. 한 명의 경찰과 다섯 명의 철거민이 죽었다. 후자의 경우, 가해자가 누구냐에 따라 타살이거나 자살이 될 것이다. 가해자가 국가이든 철거민이든, 타살이든 자살이든, 모두 비교해 버리면 문제는 간단하다. 하지만,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지금 해보려는 비교는 애초에 BH지침이 초래한 것이며, 이는 두 사건을 함께 언론에 노출시키는 것을 통해 감추려 했던 가해자가 누구인가를 명확히 지시한다. 가해자가 국가판결대로 철거민이었다면 굳이 BH가 감추려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가해자를 국가로 놓고 비교할 것이다.(가해자를 철거민으로 놓고 해보고 싶은 독자는 스스로 하면 된다. 어렵지 않다.)


, 국가와 강호순, 둘 가운데 누가 더 악한 가해자인가? 여성들을 노린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강호순의 경우는 이미 오재욱을 통해 판결이 났다. ‘-, (+/-), -’ 가 최대 3, 최소 2개다. 평균 내어 2개 반이라 해두자. 국가는 가 짓지 않을 방식으로(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동원할 수조차 없는 경찰력으로, ()), ‘가 포함될 수 없는 집단인 철거민(+)과 모호한 집단인 경찰(+/-)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죽음으로 내몬 이유에 대한 공감여부는 이유가 무엇인지, 가 어떤 입장에 있는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25시간 만에 그렇게 급하게 진압작전을 펼쳐야 했던 것을 바탕으로 추론한 <두 개의 문>의 결론이 옳다면, 그 이유는 경찰청장 내정자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경찰청장 취임에 앞서 청와대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에 대한 공감여부는 독자의 몫이다. 따라서 -, +(간혹 -), +/- 로 판명된다. - 최대 3, 최소 1개다. 평균을 내 보면 2개다. 웬만해서는 국가보다 강호순이 더 혐오스러운 것으로 판명났다. 따라서 BH 지침은 꽤나 효과적이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


(부디 이 장난스러운 대비에 속아 넘어가지 않았길 바란다. 노파심에 말해둔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권시우와 오재욱만이 아니라 살인청부업자 배태진도 살인마라는 것을.)



 
‘상상된 살인마’가 생산하는 것 #2 바로가기: http://story.aladin.co.kr/toon_er/77921?link=http%3A%2F%2Fblog.aladin.co.kr%2Fliteraturer%2F5928334


 




 

  



<싱크 10호>에 기고한 글



 ‘상상된 살인마’가 생산하는 것 #2 바로가기: http://story.aladin.co.kr/toon_er/77921?link=http%3A%2F%2Fblog.aladin.co.kr%2Fliteraturer%2F5928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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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네이버 - 네이버는 어떻게 우리를 지배해 왔는가
김인성 지음, 김빛내리 그림 / 에코포인트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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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IT 시대의 고발만화라 할 만한 만화가 등장했다

블로그와 여러 매체에서 IT 칼럼을 기고하던 작가 인성이 글의 한계를 절감하고 그림을 그리는 내리와 힘을 합해 연재했던 <내리와 인성의 IT 이야기><두 얼굴의 네이버>로 제목을 바꾸어 출간되었다

네이버 검색 시스템의 부당성을 알리는 내용이다 보니 정보가 중심일 수밖에 없지만, 만화적 재미를 적절히 가미해 흥미롭게 읽힌다. 합리적 의심에 바탕한 문답을 주고받는 내리와 인성의 대화를 통해 독자를 설득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특히 반복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통해 팃포탯 전략을 IT업계의 대안으로 제시한 대목과 마지막 장면은 백미라 할만하다

만화가 세상을 바꾸는 좋은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기대를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그 방식까지도 제안하고 있는 좋은 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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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1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착수 미생 1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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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으로 연재되며 만화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미생>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다음 만화속세상에서 현재 60여 회 연재되었는데, 그 댓글들을 살펴보면 기존의 만화독자로 여겨진 10~30대가 아닌 40대 이상의 독자가 남긴 댓글도 적잖게 눈에 띌 정도다

바둑과 직장 생활을 만화로 벼려낸 솜씨를 감탄하며 보다 보면 윤태호 작가가 가히 거장의 경지에 올랐다는 걸 느끼게 된다.

이번에 출간된 단행본은 2권까지로 33회까지를 담았다. 참고로 회마다 한 수 씩 복기하고 있는 제 1회 응씨배 결승은 총 145수로 결판났다

하지만 윤태호 작가의 부인이 <미생>을 너무 좋아해서 더 길게 갈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들리니, 응씨배 결승 후에는 또 하나의 대국이 펼쳐질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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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브렐러 아카데미 2 : 댈러스
제라드 웨이.가브리엘 바 지음, 김송호 옮김 / 세미콜론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영웅과 괴물은 동전의 양면 같단 걸 엑스멘이 이미 알려주었으나, 엄브렐라 아카데미는 그 동전을 사차원으로 던져놓았다. 따라서 새롭고 그래서 낯설다. (1권보다 친숙해진 2권. 앞으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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