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전문가들에게 속지 마라"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의 기상학자인 에드워드 노턴 로렌츠는 기상 현상에 일정한 법칙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1961년 겨울, 그는 기상 데이터의 일정한 법칙을 찾기 위해 자신이 출력해 두었던 기상 데이터들을 그대로 컴퓨터에 입력했다.
그리고 그의 컴퓨터가 계산을 수행하는 동안 컴퓨터 소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홀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돌아왔다.
그러고는 이전의 기상 데이터와 새로운 기상 데이터의 결과를 검토하던 중 새로 계산된 기상 데이터의 결과가
예전에 자신이 출력해 두었던 기상 데이터와 점점 어긋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예전에 출력해 둔 기상 데이터와 새로 계산된 기상 데이터가 같은 모습의 파동을 그리고 있었지만, 뒤로 갈수록
유사성이 없어지더니 결국에는 모든 유사성이 사라진 완전히 새로운 결과의 기상 데이터가 나왔던 것이다.
그는 컴퓨터가 고장 나서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새로 계산된 기상 데이터 결과는 예전에 출력해 두었던 기상 데이터 결과와
일치해야만 했다. 로렌츠는 출력한 기상 데이터 수치를 그대로 컴퓨터에 입력했고, 프로그램에 이상이 생긴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문제의 원인을 찾아냈다. 컴퓨터에는 문제가 없었으며, 원인은 그가 입력했던 숫자에 있었던 것이다.
그는 기존의 기상 데이터를 출력할 때 인쇄물의 양을 줄이기 위해 소수점 이하 6자리, 즉 0.123456 중
반올림한 소수점 이하 3자리인 0.123만을 출력했고, 컴퓨터에 이를 그대로 옮겨 입력했던 것이다.
그는 1,000분의 1 정도의 오차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여 반올림한 소수점 이하 3자리의 숫자를 사용했고,
이런 그의 행동은 분명 합리적이었다. 그가 반올림한 소수점 이하 3자리의 숫자들은 데이터에서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하는 숫자, 즉 현실에서 나비의 날갯짓과도 같은 미풍에 불과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미 없다고 생각한 나비의 날갯짓 같은 작은 오차가 기존의 기상 데이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기상 데이터를 만들어 냈던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날, 로렌츠는 장기 기상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했다.
1963년에 로렌츠는 ‘갈매기의 날갯짓 한 번으로도 날씨의 변화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는 내용을 주제로 <결정론적 비주기 흐름Deterministic Nonperiodic Flow>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훗날 ‘갈매기’라는 표현이 ‘나비’로 바뀌면서 ‘나비 효과Uutterfly effect’(중국 베이징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한 달 후 미국 뉴욕에 태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라는 명칭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데이터상의 작은 오차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은 사소한 사건들이 반드시 대형 사건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이들 사건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대형 사건이 될 수도 있는 어떤 사건이 다른 여러 사건들에 묻혀 완화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공연장에서 휘파람을 분다고 생각해 보자.
콘서트가 시작되기 전의 아무도 없는 공연장이라면 휘파람 소리가 또렷이 들리겠지만, 콘서트가 시작되어 사람들이
가득 들어찬 상태에서는 휘파람 소리가 사람들의 함성소리와 음악에 묻혀 전혀 들리지 않을 것이다.
고속도로 위의 정체 역시 앞선 차가 속도를 조금 줄인다고 해서 수십 킬로미터 뒤에서 극심한 교통 정체가
반드시 일어난다고 할 수는 없다. 앞선 차가 속도를 줄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미미해 뒤의 차량이 속도를 줄이지 않아도 되는 경우,
뒤따르는 차량이 안전거리를 워낙 많이 확보해 두어서 속도를 줄이지 않아도 되는 경우, 차선을 바꾸는 등의
다른 사건들이 정체가 생기는 누적 현상을 완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로렌츠의 나비가 중국 베이징에서 제아무리 힘차게 날갯짓을 한다고 해도 현실에서는
이내 다른 현상들에 묻혀 사그라져 버리기 때문에 미국 뉴욕에 태풍을 일으킬 수는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