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언급한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한 여론조사에서 행정안전부는 국민의 68.7퍼센트가 천안함 침몰 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생각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잠시 생각해 보자. 국민의 67.8퍼센트라니? 분명히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은 2010년 6월에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한 여론조사에 참여한 기억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행정안전부는 몇 사람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기에 ‘국민의 67.8퍼센트’라는 대단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일까?그 답은 성인 남녀 1,000명과 청소년(중, 고생) 1,000명을 합한 2,000명이다. 도시 지역의 초등학교 학생 수가 2,000명 전후임을 감안할 때 2,000명을 ‘국민’이라고 표현한 것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어 보인다. 
 

조사 대상의 표본을 다르게 추출했다면,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한 여론조사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행정안전부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하기 두 달 전에는 야당인 민주당 소속의 정장선 의원이 국민의 66.9퍼센트가 천안함 침몰 사건에 관한 정부의 발표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는 점이다. 이 역시 국민의 66.9퍼센트라고 발표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어 보이는 19세 이상의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표본 조사를 한 것이다.

야당에서는 천안함 침몰 사건의 원인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의 발표를 국민들이 신뢰하지 않는다며 여론조사를 들먹이고, 정부 역시 여론조사를 들먹이면서 국민들이 자신들의 발표를 신뢰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찍어내려면 얼마든지 마음대로 찍어낼 수 있는 것이 통계다.
정부와 야당의 싸움으로 리서치 업체들만 돈을 번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천안함 침몰 사건의 여론조사와 실업률을 비롯한 대부분의 통계에서는 표본 추출 방식을 사용한다. 표본 추출의 문제는 어느 분야의 통계이건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표본을 추출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지만, 기본 원리는 아주 단순하다.

추출한 표본의 크기가 충분히 크다면, 그리고 그 표본을 선택하는 방법이 적절하다면,
어느 정도는 그 표본이 모집단 전체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조건 중 어느 하나라도 어긋나게 된다면, 오히려 전체를 심각하게 왜곡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접하게 되는 대부분의 통계들이 표본의 크기가 너무 작거나 잘못된 표본 추출 방법에 의해 많은 왜곡을 만들어 낸다.

이처럼 대부분의 통계들이 의미가 없음에도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이유는 여론을 조작하려는
이들의 주문에 의해 왜곡된 통계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들의 수요가 계속되는 한 왜곡된 통계는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질 것이다.




그것은 ‘거짓말’과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