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시장의 잘못된 믿음을 경계하라
13억 대박녀’의 숨겨진 진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2011년 8월 18일, <머니투데이>에 실린 기사를 읽어 보도록 하자.
선배 말 듣고 풋옵션 매수, 1,700만 원이 나흘 사이에 13억
‘폭락장에 코스피 200 지수 매수, 나흘 만에 76.5배 대박’
30세를 갓 넘긴 미혼 직장 여성이 최근 증시 폭락 때 풋옵션에 투자해 76.5배의 ‘초대박’을 터뜨렸다.
1,700만 원의 투자 원금이 나흘 사이에 13억 원이 된 것이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여의도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김아름씨(가명)는 지난 3일 친분이 있는 선배의 권유로 코스피 200 지수 풋옵션을 1,700만 원어치 샀다. 김씨가 풋옵션을 매수한 날은 코스피 지수가 이틀 연속 50포인트 이상 급락하여 지수가 5퍼센트 이상 내려간 상태였다. 모 경제 일간지 기자로 일하고 있는 과거 직장 선배가
“폭락장에서는 풋옵션을 사야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조언하자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증권사도 아닌 일반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이 하루 종일 홈트레이딩 시스템(HTS)을 바라볼 수도 없는 일.
1,700만 원을 투자해 김씨가 번 돈은 13억 원, 수익률로 계산하면 7,650퍼센트에 달한다.
김씨에게 풋옵션 투자를 권유한 선배인 모 경제지 기자는 조언만 해주고 정작 본인은 주식을 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농담처럼 한 말이었는데, 진짜로 샀다는 얘기를 듣고 나중에 놀랐다. 오히려 투자에 능숙한 전업 투자자였더라면 쉽게 저지르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의도의 한 증권사 직원은 마냥 부럽고, 한편으론 배짱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출처 : 2011년 8월 18일 「머니투데이」>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사태(2011년 8월 6일, 국제신용 평가사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와 유럽의 재정 위기 등을 이유로 주식 시장이 곤두박질한 상황이다.
여느 주식 시장 폭락이 그렇듯 이번에도 증권사 직원과 일반 주식 투자자들이 투자 실패를 비관해 자살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된다.
요즘 같은 시기에 단 나흘 만에 70,000퍼센트가 넘는 수익률을 거두었다는 이 믿기 힘든 이야기는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기사들 모두가(<머니투데이>, <매일경제> 등 10여 개 신문에서 그녀의 ‘대박 이야기’를
기사로 다루었다) 13억 원을 벌어들였다는 여성과는 전혀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았다.
각 신문의 기사는 한결같이 이야기의 출처를 이렇게 설명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관련 업계는……’
재미있는 것은 이 여성에게 풋옵션 투자를 권유한 이가 바로 ‘모 경제 신문의 기자’라는 사실이다.
어째서 ‘모 경제지의 기자’는 흥행 보증수표나 다름없는 13억 원을 벌어들였다는 여성과 인터뷰를 하지 않았을까?
그녀의 이야기를 다룬 신문 기사를 통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이 한 가지 있다.
바로 그녀의 이야기가 기사화되기까지 얼마만큼의 단계를 거쳤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즉 이야기가 어디에서 시작되어 전해져 왔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중간에 얼마나 많은 왜곡이 있었는지 전혀 추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바늘도둑’ 이야기가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소도둑’ 이야기로 왜곡되는 것처럼,
그녀의 이야기 역시 여러 단계를 거치는 동안 중간 어딘가에서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이야기, 특히 소문만 무성하고 이야기의 당사자가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이야기는 ‘엄마 친구의 아들’로 족하다.
장담하건대, 위의 기사에 등장한 ‘대박녀’와 ‘엄마 친구의 아들’은 당신 앞에 절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금융회사에 속지 않는 재테크 심리학
<당신이 재테크로 부자가 될 수 없는 이유> 본문중에서